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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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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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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4.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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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아카이아 #9

DUMMY

휴식을 끝낸 포이부스 일행이 다시 던전 돌파를 시작하였다.

그들을 뒤쫓고 있는 알티로스 제국의 근위대와 중부 아카이아의 군대조차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몬스터들을 죽이고, 뚫고, 압도하며 나아가는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상아 6개 달린 보통 매머드보다도 몇 배나 더 크고, 빠르고, 튼튼한 괴물들조차도 밀렵의 대상이 되었고 포이부스는 크고 훌륭한 상아들이 드롭 아이템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아쉬워했지만 갈 길이 멀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투로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는 전선을 돌파할 때마다 포이부스의 머릿속에서는 오히려 잡념들이 들어찼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드는 생각은 그들을 뒤쫓아오는 이들과의 관계였다.

알티로스의 전쟁의 신은 자신들이 취하려고 했던 이그니의 봉인을 포이부스 일행이 먼저 회수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그니가 원래 하로나스의 만신전 멤버였으니 깔끔하게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던전이 중부 아카이아 왕국의 영토 내에 나타났고 그 중부 아카이아가 소유권을 넘겨줬으니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할 것인가?


전쟁의 신 마헤스 무르간의 진의를 알 수 없는 이상 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있을 테니 최대한 빠르게 봉인을 회수해서 에스티나 왕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교란은?"


"계속해서 갈림길에서 가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 벌이는 될 겁니다."



해당 층에 마지막 남은 원시 악어의 입을 두 손으로 잡고 찢어죽이고 피칠갑을 한 포이부스는 후방에 남겨진 모르테스에게 물었고 모르테스는 이미 다 처리했다는 듯이 악어들의 시체에다 위장용 신발을 붓에 물감 묻히듯 적셔서 피로 물든 발자국을 엉뚱한 방향으로 찍고 있었다.

모르테스의 팀이 위장을 끝낸 걸 파악하자마자 포이부스는 모두를 염동력으로 띄워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짜 흔적이 남은 곳 너머로 향했다.


한참동안 날아오고서야 바닥에 착지한 포이부스 일행은 자신들이 착지한 곳이 제1시대에서나 볼 법한 끔찍한 점액질 피부를 지닌 야수들이 있는 방이라는 걸 깨닫고 즉각 전투에 들어갔다.


포이부스는 신성력이 더해진 진홍색의 불꽃에다가 마찬가지로 핏빛을 띄는 번개를 휘감은 주먹으로 야수들을 터트리며 죽였고 야수들을 전부 죽여버린 뒤 야수들이 남긴 끈적거리는 점액이 흐르는 가죽을 한곳에 모아 태워버렸다.

다 타버린 재는 바람 마법으로 사방에 흩뿌려졌고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뒤 다시 염동력으로 이동하는 걸 몇 번이나 반복하며 가면서 포이부스는 수많은 잡념 속에서 갈등하였다.


이전에도 불의 신은 같은 만신전의 신들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괴팍한 계략을 짜내던 자였다.

그 정도는 2천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일 텐데 이 혼란한 시기에 정말 불의 신을 깨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까?

그를 깨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때 과연 그는 포이부스에게 무엇을 명령할 것인가?


포이부스는 그가 아직 떠도는 어두움이 아니던 시절, 아직 그가 눅진눅진하고 늘 피곤과 좌절에 쩔어있는 대학원생이 되기 이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부생 시절에 교양으로 동양의 철학에 배울 때 슬쩍 들었던 손자병법의 구절이 생각났다.

손자는 승리를 예지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중에서 세번째로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질 때 승리한다는 말했다.

하지만 불의 신의 목표와 포이부스의 목표는 시작부터 어긋나 있었으며 하로나스나 올'쏜 같은 신들의 생각과도 조금 엇나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로나스의 만신전이 꽤나 안정화된 현 상황에서 불의 신의 복귀는 플러스로 작용할 것인가?


하지만 포이부스는 명령을 받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어머니나 다름 없는 하로나스로부터 받은 명령이다.

제 아무리 의문이 들어도, 설령 그것이 파멸로 향하는 문의 손잡이 안의 기계장치가 열리기 위해 딸깍거리는 소리라는 걸 알고 있어도 행해야 했다.



"적입니다"


"숫자가 많고 꽤 위협적으로 보이니 잠시 진형을..."



잡념에 잠겨있는 동안 어느새 포이부스는 일행들을 데리고 염동력으로 이동하다 앞에 검은색 비늘의 커다란 도마뱀 무리와 충돌하기 직전까지 온 상태였고 포이부스는 부하들을 착지시키고 자신은 그대로 계속 돌진해서 괴물들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누군가는 목숨이 위험한 싸움에 임하게 되면 저절로 잡념 같은 걸 떠올릴 시간이 없다 말하지만 포이부스의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은 눈에 괴물들의 유독한 피가 튀어도, 수많은 이빨들이 포이부스의 질긴 피부에 구멍을 뚫으려고 틀어박혀도 사라지지 않았다.

포이부스는 그저 아무런 기술도 없이 도마뱀 괴물들을 맨손으로 쥐고 터트리고, 뽑아버리고, 잡아다 후려치면서도 계속 고민하였다.


순자는 왕도론에 대해 말하면서 세가지 길이 있다 하였다.

이상을 견지하고, 도의로서 나라를 통치하며 왕이 된 이들은 천하에 밝음을 감추지 않고 후세까지 의를 우뚝세우는 왕도.

덕과 의가 온전하지는 않으나 나름대로의 도리를 행하며 속이는 행위를 하지 않고 신의를 세우는 패도.

오로지 사익을 추구하며 작은 이익을 위해 거짓을 행하고 그릇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 권모술수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망도.


제멋대로 모든 것을 주무르며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계략을 짜내는 이그니의 행위는 누가봐도 망도에 가까우나 그것은 치킨에 눈이 먼 포이부스 자신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를 지배하였다.

잔혹한 창조신과 음험한 이그니를 욕하고 있지만 자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모를 닮게 되듯이 포이부스를 빚어낸 그들을 닮게 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두목님?"



고민을 하는 사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든 포이부스는 어느새 괴물들의 시체 속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팔라딘들은 포이부스가 잠깐 잡념에 빠져있는 동안 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 몰라도 부복한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고 그들을 대표해 오리스가 포이부스를 부르고 있었다.

오리스를 돌아본 포이부스는 한때 왕국에서 제일 가는 대마법사였던 이의 눈에 떠오른 두려움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남았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반나절도 안되는 거리만 더 가면 목표지점입니다."



오리스는 성실히 답변을 하면서도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신들을 보는 것과 비슷하나 다른 시선으로 포이부스를 보고 있었다.

그 눈을 하고 있는 것은 오리스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 있는 제니스도, 그 옆에 있는 파일라도, 그 너머에 있는 이젝투스와 샤고스, 마르세우스까지...

신들과 대화를 하며 점점 거칠어지는 포이부스를 보면서 그들은 무엇을 느낀 것인지는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기에 포이부스는 잠깐 오리스를 보며 오리스의 눈에 비치는 감정이 무엇인가 고찰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들 말하지만 그들의 눈에 비치는 빛은 미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현실을 자각한 이의 눈이었다.



"모르테스, 그 문이 있다는 장소 근처에 안전지대가 있나?"



하지만 그들 중에서 평소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자도 있었다.

자신이 신들이 잡아당기는 실에 맞춰서 움직이는 꼭두각시라는 걸 이미 깨달았던 모르테스만큼은 평소와 같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 바로 앞에 있습니다."


"가자, 시간이 없다."



포이부스는 모두를 이끌고 나아갔다.

전쟁의 포효를 내지르며 괴물들을 분쇄하며 다시 어둠 속에 떠오른 무지개가 있는 안전지대까지 왔을 때 포이부스는 아주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기운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멀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건 분명 불의 신의 신성력이다. 제대로 왔군."



안전지대에는 이미 예전에 누군가가 왔다 간 흔적으로서 불을 피운 자국이 남겨져 있었고 포이부스는 그것이 모르테스가 아닌 중부 아카이아 왕국의 사람들이 남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한 번 더 휴식한 뒤 간다."



팔라딘들은 포이부스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재정비에 들어갔다.

갑옷을 벗어서 툭툭 털어내자 갑옷 틈새에 껴서 던전으로 재흡수되지 않았던 괴물들의 살점과 핏방울들이 땅바닥 혹은 벽에 닿자마자 녹아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팔라딘들은 물의 정령을 부르려고 했지만 정령들은 어째서인지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그들은 물로 세척하는 대신 마른 천으로 갑옷을 닦고 기름칠을 하는 것에서 만족해야 했다.


갑옷의 각 부위를 연결해주는 가죽 끈들을 다시 동여매고, 무기를 숫돌에 갈고, 소모된 포션들을 채우기 위해 제니스와 파일라가 포이부스에게 축소화 마법을 시전받아 가져온 원료들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포션을 제조하는 동안 모르테스가 바닥에 앉은 채 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포이부스 옆으로 와서 말했다.



"잠깐 눈 좀 붙이시죠. 전날에 혼자 불침번을 서지 않으셨습니까."


"괜찮다 모르테스. 재정비만 완료되면 바로 보스룸에 진입한다."



어쩐지 육체적인 피로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악신들과 대화를 하면서 쌓인 정신적 피로와 발산되지 못한 분노가 가슴 속에서 응어리져서 포이부스를 답답하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모르테스는 말은 없어도 물러나지 않았고 포이부스는 전방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모르테스에게 물었다.



"아까 내가 어떻게 보였지?"



포이부스는 역시 신경이 쓰였던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었고 모르테스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씀드립니까 아니면 주관적인 감상을 말씀드릴까요?"


"개인적인 감상 쪽으로"



모르테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포이부스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거듭하더니 다시 포이부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예전에 저희에게 악마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천상에 거주하는 신에게 복종하면서도 신에게 반항하고, 살아있는 것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때로는 그릇된 길로 이끄는 존재 말입니다. 불의 거인으로 변하실 때의 그 모습이 악마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하셨지만 지금까지는 그게 귀신이나 유령, 불의 정령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도저히 감이 안잡혔습니다."



이쪽 세상에는 아직 신과 천사, 정령, 유령, 귀신 같은 개념은 있어도 악마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세상이 절대적인 선과 악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른 신들과 그 신들을 따르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세상에서 절대악의 존재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은 정말로 쓸데없는 것처럼 보였고 그에 따라 악마라는 존재 역시 신화에나 나올 뿐 정확하게 그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필멸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단어가 뭘 뜻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괴물들 틈새에 혼자 뛰어들어 무시무시한 증오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과 마력과 신성력을 뿜어대며 싸우는 모습이 불타는 힘의 악마화 주문을 외우지 않으셨는데도 악마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평소에 힘의 악마화 주문을 사용할 때는 악마라는 존재에 대해 이해시키기 힘들었건만 이제와서 그 주문 없이도 악마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해줬다는 모르테스의 말에 포이부스가 뭐라고 하려고 할 때 뒤쪽에서 질서정연하게 발을 맞춘 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끝났습니다."



고개를 돌린 포이부스의 눈에 다시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허리띠에 포션들을 채워놓은 11명의 팔라딘들이 보였다.

포이부스는 자신이 모르테스에게 뭔가 뜻 깊은 말을 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았는데 눈치없이 집결해서 훼방을 놓은 팔라딘들을 보고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다들 팔라딘이 되면서 뭔가 원하던 게 있나?"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궁금하니까 물어보지."



팔라딘들은 예전에 포이부스에게 무기 들고 덤볐을 때의 패기는 어디간 것인지 소심하게 자기들끼리 말도 안하고 머뭇거렸다.

자신이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실에 움직인다는 걸 자각한 꼭두각시와 같은 눈을 한 채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을 실로 조종하는 자가 쇠사슬에 묶인 노예라는 걸 제대로 보고서야 자신들의 처지를 제대로 실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제일 나이 많은 오리스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마법의 끝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건 올'쏜님께 상담해라. 내가 거기에 도달했으면 벌써 [아씨오 치킨!] 주문을 개발해서 치킨 소환하고 있었을 거다."



포이부스는 나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를 요구하는 오리스의 말에 손사레를 치면서 말했고 그 다음 마르세우스가 말했다.



"저는 그냥 편안한 노후 생각했는데요."


"그건 내 능력 밖이다. 신들께 상담해."



친구인 마르세우스가 나서자 머뭇거리던 이젝투스가 평소 분위기로 돌아와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저는 힘을 원했습니다."


"목적 달성한 거 아니냐?"


"그게 뭐시냐... 다 좋은데 뭔가 쪼끔 모자라는 것 같은뎁쇼"


"다음 월간 보고 때 하로나스 님께 추가적인 축복을 내려주실 수 없는지 건의해보마"



그러자 다른 팔라딘들도 갑자기 마음의 편지 시간이 다가온 거라고 생각한 건지 하나씩 건의사항을 말했고 분위기에 휩쓸려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던 팔라딘 제니스까지 손을 들고 말했다.



"저는 연금술에 금지된 부분들의 해제를..."


"지난 번처럼 정령 반갈죽 같은 거 시도할 꺼 같으니까 넌 안돼 임마."



그렇게 이미 예전에 이것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 모르테스를 제외한 열한 명의 팔라딘들의 이야기를 들은 포이부스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치킨을 뜯는 걸 원했다. 덤으로 세상에서 제일 맛 좋은 맥주도"


"그건 다들 알고 있는건데 굳이 강조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팔라딘 샤고스는 예전부터 포이부스가 치킨치킨 노래를 부르고 아들인 카론에게 뭐든지 해주려고 하는 걸 다들 알고 있건만 그걸 왜 지금 말하냐고 말했고 포이부스는 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진실에 대해 안 뒤에도 너희들이 원하던 건 변했나?"


"..."


"그러니까... 그 뭐시냐.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그 말에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팔라딘 이젝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는 알겠는데 설득 더럽게 못하시네요. 이럴 때는 '너희들의 꿈을 향한 의지는 겨우 그것 뿐이었냐!'라고 외치면서 혼내주셔야 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설득될 사람도 안 넘어갑니다 두목님."


"이럴 때는 말입니다. '스스로가 진짜 장난감이라고, 그저 신들이 쓱 손을 휘두르면 그대로 움직이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주저앉아 있을 거냐? 난 아니야. 난 내가 원하는 걸 손에 넣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어!'라고 해주셔야죠."



팔라딘들은 포이부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는 듯이 한마디씩 하였고 포이부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어느새 말하는 문이 있다는 방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팔라딘들 역시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너희한테 들은 말은 나중에 비슷한 상황 닥쳐왔을 때 써먹어도 되지?"


"저작권료 내주시면 얼마든지요. 한 번에 금화 1장 어떻습니까?"


"그 돈이면 사료가 몇 포대인지 아냐? 은화 2장 이상은 못 준다."


"쩨쩨하시네요."



우울한 분위기가 걷히면서 그들은 다시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

더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들의 마음을 좀 먹지 못하였고 벼락이 휘감긴 불꽃 문양이 그려진 눈코입이 달린 문이 손잡이 대신 달려있는 눈을 뜨고 외쳤을 때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었다.



"멈춰라. 이곳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만족할 음식을 바쳐야 하느니... 엉?"


콰앙!


"으갸아아악!"



포이부스는 드워프들이 만든 검은 합금으로 된 철퇴를 휘두르며 문을 내리치면서 외쳤다.



"이 불의 신 같이 생긴 못생긴 놈아. 좋은 말로 할 때 알아서 열려라 참깨!"


콰앙!


"미친 놈아!"



말하는 문은 다짜고짜 선제공격을 가하는 붉은 거인을 보고 자신이 뭘 말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는지 그저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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