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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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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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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글자수 :
842,121

작성
16.05.2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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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수상한 화물 (2)

DUMMY

“네, 2기사입니다.”

“어. 1기사다. 잠자는데 깨운 것 아니지?”

“아뇨. 괜찮습니다.”


잠시 졸았다고 생각했는데 벽의 시계를 쳐다보니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다름 아니라, 내일부터 당직을 서기로 했다. 당직을 서기는 하는데 3교대 당직이 아니라 종일 당직을 서기로 했다.”

“종일 당직이요?”


놀라서 정현의 전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 저녁에 교대하기로 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오늘은 내가 시작할 테니까 내일 저녁식사 후에 2기사가 교대하러 내려오도록 해. 내려올 때 음식물 챙겨오는 거 잊지 말고.”

“먼저 서시게요? 제가 먼저 서도 되는데....”

“괜찮아. 처음이니깐 내가 서야지. 아무튼 낼 내려오기 전에 하루 버틸 준비를 잘해서 내려와.”

“알겠습니다. 그런데 당직 혼자 서세요?”

“뭐~ 하는 일도 없는데다가 실은 미군 쪽에서도 되도록 거주구역 밖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숫자를 줄여달라고 했데.”

“조기장하고 부원들은 좋아하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3기사에게 말해 놓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주시구요. 수고하세요.”

“그래.”


전화를 끊은 뒤에 정현은 당직알람 지시등이 기관실로 바뀌는 것을 보며 일어나서 3기사의 방으로 갔다.


“3기사 자니?”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어서 살며시 문을 열어보니 잠을 자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지 땀을 흘리며 작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현은 다가가 3기사를 흔들어 깨웠다.


“3기사? 괜찮아?”


정현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3기사는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뭔가를 중얼거리며 신음소리를 같이 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으윽~~ 하아~ 하아~”

“어휴~ 이 땀 좀 봐. 몸이 안 좋은 건가?”


정현이 3기사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데 이마가 뜨거웠다. 급하게 수건을 적셔서 머리에 올렸다. 찬 기운이 느껴지자 정신이 드는지 3기사 희미하게 눈을 떴다.


“2기사님?”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괜찮아?”

“네. 괜찮아요. 저기 제가.... 꿈.... 괴...”


잠결에 눈을 뜬 건지 3기사가 뭐라 중얼거리더니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은근히 손이 가는 녀석이라니깐... 에고~”


정현은 감기약을 구해다가 먹이려 했지만 깊이 잠 들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이불을 정리해서 덮어주고는 방을 나섰다.


정현은 3기사 방을 나와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발걸음을 돌려 휴게실로 갔다. 휴게실에선 2항사가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너, 뭐하냐? 당직 안서냐?”

“여~ 브라더. 갑판부는 당직이 없지롱. 우린 브리지도 출입금지다.”


휴게실에 들어오는 정현을 보고는 2항사가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정현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며 2항사 앞자리에 앉았다.


“브리지에 출입금지라고? 왜?”

“낸들 알겠냐? 아마도 거주구역 밖에 출입금지와 같은 이유겠지. 아무튼 우린 나중에 미군들이 요청 해오면 그때나 지원을 나가면 된다고 하더라고. 뭐~ 실제로 지원을 나가는 사람은 1항사님이나 갑판장님이겠지만. 그런고로 난 완전 프리란 말씀.”


2항사의 으쓱임에 부럽다는 듯 정현이 입술을 삐죽였다.


“와~ 좋겠다. 우린 내일부터 기관실에서 24시간 풀 당직인데, 쳇!”

“하하. 너희는 알람 때문에 그렇잖아. 우린 울릴 알람도 없고.... 화물도 미군이 싣는데다가 배를 지키는 것도 문제될 것도 없잖아. 여기가 미군기지인데 말이야.”


2항사가 말에 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무튼 부럽네. 그런데 도대체 무슨 화물을 싣는 거냐?”

“아니, 나도 몰라. 아무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네.”

“아까 회사이사라는 사람도 다녀갔잖아.”


정현이 계속 묻자 2항사가 TV에서 시선을 돌려 정현을 보았다.


“몰라~ 선장님도 아무 말 없으시거든. 아마도 미군과 관련된 물건이라서 인 것 같아. 혹시 무슨 미사일 같은 거 싣고 가는 걸지도 모르지.”


2항사가 휴게실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정현은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미사일이면 벌크선에 싣고 가는 게 낫지. 힘들게 자동차 운반선에 싣겠냐.”

“뭐~ 차까지 통째로 움직이려고 해서 그럴지도 모르잖아.”

“높이가 안 맞을 걸? 높이가....”


정현의 부정에 2항사가 투덜거렸다.


“그런가? 쳇! 아니면 말고. 출항하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겠지. 뭐~”


2항사는 시큰둥하니 말하고는 TV 드라마로 시선을 돌렸다.


“야~ 근데 저 여자애 예쁘지 않냐? 무슨 걸 그룹 소속이라는데 연기도 잘하네.”


정현은 그런 2항사를 넉살에 피식 웃으면 TV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가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군인이 나오는 드라마인가 보다.


‘어디서 봤더라? 아~’


정현은 그녀가 정현이 노트북에 받아왔던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게 생각났다.


‘그룹명이 럭스(lux)라고 했지? 연기도 하나보네. 근데 쟤 이름이 뭐였더라?’


TV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던 정현을 보고 2항사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너 저 여자한테 완전히 빠졌구나. 하긴 빠질만한 인물이기는 하지. 하. 지. 만.”


2항사는 단호하게 정현을 보면서 덧붙였다.


“내가 먼저 찜했다는 사실!”


정현은 어이없어 피식 웃었다.


“얼씨구?”

“절씨구??”


정현은 크게 웃고는 TV의 빠진 2항사를 뒤로 하고 방으로 향했다. 잠시 3기사의 방에 들러서 상태를 살펴보자 잔뜩 인상을 쓰면서 자고 있었지만, 머리에 열이 있지는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에다 쪽지로 일어나면 약을 챙겨먹으라고 남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정현은 은은한 배의 진동을 느끼면서 잠들었는데, 다시 후드로 그늘진 검은 얼굴 가운데 붉게 빛나는 눈을 가진 괴인과 다시 마주섰다. 정현이 잠시 눈을 마주 치자 괴인의 몸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이마에 붉은 빛이 하나 나타났다.


정현은 뭔가 변화가 일어날 거란 생각에 얼른 눈을 피했다. 두려운 마음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괴인의 시선에 자신의 뺨이 타는 듯이 느껴졌다.


‘이게 꿈인 게 맞지?’


어제와는 다른 너무 생생한 고통에 정현은 얼른 꿈에서 깨기만을 바랬다.


다음날 정현은 하루 종일 잠을 잤다. 3기사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스스로 잠에 취해서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오히려 식사시간에 3기사가 깨우러 왔지만, 비몽사몽 흐느적거리는 정현은 보고는 그냥 잠을 재우는 게 나을 것 같았는지 돌아 나왔다. 단지 정현이 걱정 된 3기사가 자신의 간식을 가져와 정현의 방 테이블에 먹으라고 놓아두었다.


정현이 잠에서 깬 것은 저녁식사 때가 되어서였다. 밥을 먹이려는 3기사의 고군분투에 불구하고 떠지지 않는 눈으로 억지로 일어나서 “3기사 너 괜찮아?”란 소리를 했다. 3기사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괜찮아요.”했다. 3기사가 어찌어찌 정현을 끌어내어 저녁식사를 앉히면서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정현은 3기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도움을 받아 당직을 서기위해 내려갈 준비를 했다. 노트북을 챙기고 조리실에서 3기사가 받아다 준 도시락을 챙긴 후에 거주구역을 나서는데 미군이 제지했다. 기관실 당직교대를 한다고 하자 미군 중 한명이 신원확인을 하고는 정현의 좌우에서 호위(?)를 하듯이 데리고 기관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데려다주었다.


정현은 걸으면서 미군들의 눈을 피해 곁눈질로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을이 지는 부두는 불빛들이 환하게 밝추고 있었다. 난간에서 떨어져서 이동을 해서인지 부두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기기들과 차량 소리들이 들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기관실 콘트롤룸에 들어서자 졸린 표정의 1기사가 맞이해 주었다.


“여~ 어서 와라. 잘 쉬었냐?”


정현이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1기사에게 다가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서 올라가 보세요.”

“괜찮아. 안 그래도 3기사가 너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잔다고 걱정하던데... 용케 제시간에 내려왔네.”

“하하.... 저 깨우느냐고 3기사가 고군분투했습니다.”


정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자신을 깨우려고 고생한 3기사가 생각나자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 다시 고맙다고 해야지.’


1기사가 자신의 짐을 챙기며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특별한 사항은 없고 브리지에서 미군들 작업한다고 발전기 스탠바이 해달라고 해서 일단 발전기 한 대 더 돌려놨다. 이후로 추가 요청사항은 없었으니까 대충 기관실 순찰 돌고 위에서 작업 끝났다고 하면 발전기 끄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발전기는 따로 연락이 오기 전까지 그냥 이대로 둘게요.”

“그래. 그럼 수고해라. 참, 그리고 다음 3기사와 당직 교대할 때 따로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이 없으면 그냥 발전기 돌려놔. 다음날 내 당직 때 끄면 되니깐.”

“네.”

“특별히 할 일은 없으니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일 만들지 말고. 그리고 기관실에 올 사람도 없으니 많이 피곤하면 콘트롤룸 뒤쪽에서 한숨 자도록 해.”

“네. 수고하셨습니다. 얼른 올라가서 쉬세요.”

“그럼, 수고.”


1기사가 기관실을 떠나자 정현은 졸린 뺨을 한 차례 때려 잠을 쫓아낸 뒤 기관실을 전체적으로 돌아보았다. 콘트롤룸으로 돌아와서 판넬 앞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발전기의 부하가 걸리면서 rpm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은 잠시 일어나서 발전기 상태를 살펴보고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안의 이런저런 자료를 살펴보았지만 딱히 할 게 없었다. 그냥 걸 그룹 럭스(lux)의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앉아있던 정현은 꾸벅꾸벅 졸다가 콘트롤 판넬에 머리를 박았다.


“아야~! 아~함. 왜 이렇게 피곤하지?”


자신의 뺨을 몇 차례 때리면서 정현은 잠을 쫓아내려고 노력했다.


“아~ 정말 볼티모어서 그 이상한 마스크를 쓴 사람과 부딪힌 이후로 뭔가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 머리는 계속 아프고 꿈도 계속 이상한 꿈만 꾸고 컨디션도 엉망이고. 정말 출항하기 전에 병원에라도 한번 가봐야 하나? 마지막 항찬데 정말 안도와 주네.”


정신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온몸에 피곤이 묻어나왔다. 꿈속의 붉은 눈의 괴인으로 인해서 잠도 계속 설치고 꿈에서 깨어나면 두통도 심해지면서 피곤이 쌓여가는 것이 느껴졌다. 정현은 계속 한숨을 쉬면서 그저 좋아지기만을 바라고 바랬다.


쇼파에 앉아서 선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정현은 자신의 컨디션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졸리기는 했지만 뭔가 알지 못하는 힘이 몸에 생기는 것 같았다. 그건 신기함과 두려움 속에서 이틀을 먹고, TV 보고, 알 수 없는 꿈에 잠들지 못하는 날을 반복했다. 그리고 점점 창밖으로 돌아다니는 미군들이 더 많이 보였다.


정현의 당직을 앞두고 오후시간에 배 출항 스케줄이 나왔다. 모레 출항하는 스케줄이었다. 당직을 서러 가다가 보니 부두의 불빛이 전보다 더 밝았고 사방에서 많은 헬리콥터들이 날아와 짐들을 부리고 있었다.


정현이 기관실의 콘트롤룸으로 들어서니 1기사님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아~함. 어서 와라. 뭔가 새로운 소식은 없냐?”

“고생하셨습니다. 새로운 소식이라면... 모레 출항한다고 하네요. 내려오면서 얼핏 보니깐 미군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나가나 봐요.”

“그래? 스케줄표가 붙었나 보구나. 안 그래도 아까 1항사랑 통화할 때 출항날짜가 잡힐 것 같다고 하더니 그게 모레였구나.”


손에 든 도시락과 노트북 등을 탁자에 놓으면서 정현이 대답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죠?”

“그래, 특별한 일은커녕 아무 일도 없어서 아주 지루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너도 대충 둘러보고 잠이나 자. 그게 남는 것 같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


1기사가 기관실을 떠나자 정현은 운전 중인 발전기와 기관실을 순찰했다. 콘트롤룸에 돌아와서는 노트북을 켜고 또 Lux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는-사실 다른 뮤직비디오는 잘못해서 삭제해버렸다.- 전 당직에 마무리 못한 보고서와 주문서의 작성을 마무리 지었다. 금세 할 일이 없어진 정현이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기관실을 전체를 울리는 은은히 울림이 전해져왔다.


잠이 덜 깬 채 멍하니 앉아 있는데, 확실한 진동이 다시 느껴졌다. 정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유리창 너머로 기관실을 둘러보았다.


‘어?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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