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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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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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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2,121

작성
16.05.20 00:44
조회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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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볼티모어에서 (4)

DUMMY

“이야~ 2기사와 함께 나가는 것은 처음이네.”


목사님이 웃는 얼굴로 뒷자리의 정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함께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아까 2항사와 이야기 했는데 구경할 곳을 찾는다며? 쇼핑할 곳도 그렇고.”

“네. 볼티모어는 처음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현의 꾸벅 인사에 목사님은 피식 웃었다.


“그럼 이너하버(Inner Harbor)쪽에 데려다줄게. 그곳이 볼티모어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서 제법 볼거리가 있을 거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릴랜드 사이언스 센터 앞에다 내려 줄게.”

“메릴랜드 사이언스 센터요?”

“그래. 거기서 관광지도와 팜플렛 등을 구할 수 있거든. 난 너희들 거기에 내려주고 잠시 볼 일을 봐야하거든. 미안하지만... 구경은 알아서 할 수 있지? 점심 먹고 오후 1시쯤에 다시 센터 앞에서 만나자. 배에 돌아가전에 마트에 들리고. 혹시 사지 못한 게 있으면 그곳에서 사면 될꺼야. 괜찮지?”

“네. 괜찮아요. 그런데 마트라면?”


정현은 미국까지 와서 마트에 가는 것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달갑지 않아하는 표정의 정현을 보면서 목사님이 급하게 말을 이었다.


“큰 한인마트가 있어. 마트 안에 한국 음식을 파는 음식점도 있고, 한국에서 가져온 물품들도 많이 팔아. 그러니 기념품은 이너항구(Inner Harbor)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고 음식이나 기타 필요한 물품은 한인마트에서 사면 될 거야.”


목사님의 말에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마트에서 기념품을 사기는 꺼려졌으니까.


사실 미국에서 현지에서 전통 기념품이라고 해서 샀는데, 그게 중국제라면 그것도 우습다.

예전에 우리나라 섬유산업이 한 창일 때, 미국에서 좋은 옷이라고 사서 선물했는데 made in Korea 라 적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마치 지금은 중국제품들처럼.

그때는 그런 소식을 들으면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실 굳이 외국에서 사는 선물은 그 나라 것을 사야하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인사동이나 관광지에서 파는 전통 기념품들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중국제라는 사실은 사실 약간 슬픈 일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산 기념품이 중국산이라니.... 산 중국 사람들도 그렇고,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야하는데 상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모두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모든 것을 경제 논리로 풀어서야 되겠나 싶다.


“그 근처를 잘 돌아다니다 보면 벼룩시장 같은 작은 마켓이 종종 열리거든. 그런 곳을 잘 살펴보면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도 있을 거야."

"벼락시장요?"

"그래. 하지만 찾아봐도 살 것이 없으면, 한인마트에서 사면 돼. 너희들이 생각하는 동네수퍼나 편의점 같은 곳이 아니라, 월마트(Wal-mart) 같은 곳이니까, 아마 웬만한 것은 다 살 수 있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하는 정현을 보며 목사님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목사님의 차는 점점 속력을 내면서 볼티모어 시내로 향했다.


목사님은 선원들이 그냥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분으로, 실제로도 정확한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사실 알고 있어도 다들 그냥 목사님으로 불렀다.

전직 선원이었는데 배를 내리고 나서 목사가 되었으면서도 배가 그리웠는지, 항상 한국 배가 입항을 하면 전도란 명목으로 배를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말만 전도지 실제로는 선원들이 상륙 시에 안내해주시거나, 운전을 대신해주시기도 하고 기타 상륙하지 못하는 선원들이 부탁하는 물품을 대신 구해주는 등의 편의를 봐주는 좋은 분이셨다.


목사라는 선입견만을 빼고 본다면 항구에 들어온 선원 도우미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 구경 잘하고 이따가 2시에 센터 앞에서 보자.”

“네, 감사합니다. 그때 뵐게요.”


메릴랜드 사이언스 센터가 있는 건물 앞에 정현 일행을 내려주고는 목사님은 바쁘게 떠나갔다.


정현은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2항사, 3기사와 함께 메릴랜드 사이언스 센터로 갔다. 관광안내책자를 얻고서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땐 벌써 오전의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와~ 햇살 정말 좋다. 허여멀건 한 얼굴들 오늘은 좀 태우고 가라.”


2항사가 항상 기관실에서 일하는 바람에 햇빛을 쬐지 못해서 얼굴이 하얀 정현과 3기사를 보며 놀렸다.

정현은 피식 웃으며 무시하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로 해변 가에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롭고 한가해 보였다. 마음이 저절로 풀어졌다.


“그나저나 어디로 갈 거야?”

“글쎄? 해군함정을 전시한다는 그곳이나 가볼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2항사의 모습에 정현은 한숨이 나왔다.


“야! 지금 타는 배도 모자라서 배를 구경하겠다고?”

“그래도 군함이라잖아.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은 상선이고!”

“아~ 됐고! 3기사. 어디가보고 싶어?”


정현의 물음에 3기사가 잠시 지도에 시선을 주더니 지도를 접었다.


“글쎄요. 전 아무데나 상관없어요. 여긴 처음이라서 어디에 가더라도 다 신기할 것 같아요.”

“신기하기는 무슨....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그럼 수족관이나 함 가볼까?”


투덜거리며 하는 2항사의 말에 정현이 2항사가 보던 지도를 빼앗아 들었다.


“수족관 같은 소리하고 있네. 정말 그런 거 말고는 없더냐?”

“없더라.”


2항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한참을 관광안내지도를 보던 정현은 이내 두 손을 들고 2항사에게 지도를 건넸다.


“아~ 봐도 모르겠다.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2항사가 피식 웃더니 지도를 접어서 뒷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콧대를 세웠다.


“흥! 진작 내 말에 따를 것이지. 그럼, 가자. 이따 2시에 목사님 만나기로 했으니깐. 대충 이 근처 돌아보다가 살만한 것이 있으면 사자. 일단 수족관 쪽으로 고고(GoGo)!”

“그래, 고고(GoGo)다.”


정현 일행은 열심히 해변 가를 걸어 수족관에 도착했다. 처음엔 수족관에 들어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높은 입장료에 포기했다. 괜히 아쉬워하는 2항사를 끌고는 정처 없이 이곳저곳 근처를 쏘다녔다.

딱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일행은 다시 메릴랜드 사이언스 센터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아~ 이게 뭐야. 그냥 수족관에라도 가자니깐.”


2항사가 계속해서 투덜거리자, 정현이 가볍게 구박을 했다.


“수족관은 무슨.... 나중에 너 혼자가.”

“혼자는 무슨, 또 언제 온다고. 어차피 우리 할 거 없잖아.”


벤치에 앉아서 서로 투닥 거리는 정현과 2항사를 보며 3기사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근처에 미술관이 많다던데... 한번 가보면 어때요? 문화생활 한번 해보는 것도 좋잖아요.”

“미술관?”

“네. 아까 휴게실에서 목사님한테 들었는데 월터스 미술관(The Walters Art Museum)이란 곳에서 괜찮은 전시회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미술관 자체도 볼만하고요.”

“예술은 무슨 얼어 죽을 예술...”


정현은 투덜대는 2항사을 가볍게 무시하며 바로 헤드록을 걸었다.


“니가 예술을 알아?”

“놔~ 예술을 알아서 뭐하려고?”


정현은 2항사의 반항을 가볍게 씹어 주었다.


“흠~ 미술관이라~ 그래. 한번 가보자. 목사님도 괜찮다고 하셨다고 하니. 어차피 우리 목사님이 오실 때까지 이대로 기다리는 것밖에 할 게 없잖아. 그런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지. 자~그럼, 렛츠 고(Let’s go)!”


간신히 정현의 헤드록에서 벗어난 2항사가 잠시 콜록이고는 지도를 펴면서 투덜댔다.


“아~아~ 귀찮은데. 정현아~ 여기 지도를 좀 봐. 월터스 미술관(The Walters Art Museum) 여기서 제법 멀거든. 언제부터 예술에 그렇게 열정이 있었다고 그 멀리까지 걸어 가냐?”

“오늘부터다. 열정이야 가지면 되는 거고, 그냥 갔다 오자. 그러면 아까 내가 블루 크랩(Blue Crab)을 파는 식당을 봤거든. 갔다가 와서 내가 함 쏘마.”


정현이 음식으로 유혹하자 2항사가 바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정현을 바라보았다.


“정말? 블루 크랩(Blue Crab)을 쏜다고?”

“그래. 그러니까 얼른 가자.”

“약속?”

“약속!”

“자~ 가자. 블루 크랩(Blue Crab)이다. 블루 크랩(Blue Crab)은 먹어야지. 블.루.크.랩.(Blue Crab)!”


2항사는 서둘러 벤치에서 일어나서는 연실 “블루 크랩(Blue Crab)”을 외치며 걸어갔다. 정현은 그런 2항사를 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 녀석! 신났네.”

“아~!”

“왜?”


3기사는 지도를 다시 살펴 보더니 앞서가는 2항사를 보며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기... 그쪽이 아닌데...”


3기사가 손을 들어 반대방향을 가리켰다. 정현은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하여간....”


정현은 2항사를 향해 소리치며, 반대편을 가리켰다.


“야~ 그쪽이 아니라 저쪽이래.”


2항사는 정현의 신호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대로 돌아서 걸어왔다. 입으로는 블루 크랩(Blue Crab)을 마치 주문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월터스 미술관(The Walters Art Museum)에서는 현대미술전을 하고 있었다. 정현은 안목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지만, 2항사는 집중하지 못하고 졸린 눈으로 뒤만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따라다니지도 못하고 정현에게 그만 돌아가자고 떼를 썼다.

한숨을 내쉰 정현은 그냥 미술관에 왔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는 2항사에게 이끌려 미술관을 떠났다.


다시 이너하버(Inner Harbor)로 돌아오는 길에 대로변의 한 오래된 성당 앞에서 작은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 정현의 눈에 들어왔다.

정현은 걷는데 지쳐 말없던 2항사와 3기사에게서 떨어져서 벼룩시장을 하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벼룩시장은 근처 가정에서 가져나온 듯 옷가지들과 작은 악세사리 등, 온갖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탓인지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들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정현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건을 앞두고 서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흥정을 하기 보다는 친근하게 담소를 나누는 것 같은 모습들이 정현의 눈에는 무척 행복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정현에게 2항사가 뒤 쫓아와서는 물었다.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잖아. 어디 갔나 했네. 뭐 마음에 드는 것이라도 있어?”

“아니, 한번 둘러보려고.”


2항사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이런데 살게 있겠어? 선물을 살 거라면 이너항구(Inner Harbor) 근처로 가자. 아니면 이따가 목사님이랑 같이 가가로 한 한인마트에 가서 사던지.”

“마트에서 사는 거면 그냥 일반 공산품을 사는 거잖아. 그럼, 그냥 한국에서 사는 거랑 뭐가 틀려? 이런 곳에서 사야 의미가 있지. 혹시 알아.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을지?”


불만으로 입이 반쯤 나와 있던 2항사는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는 정현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행여나! 어차피 쓰던 물건이라서 별거 없을 걸? 좋은 물건이면 벌써 다른 사람들이 구해갔거나, 이런데서 팔고 있지 않겠지.”

“그러면 할 수 없고.”


정현이 어깨를 으쓱이자, 2항사는 더 이상 조르지 않고 포기했다.


“에고~ 암튼 취미도 별나다. 알아서 해라! 난 저기 벤치에 있을테니 구경 다하고 갈 때 불러라.”

“그럴래? 근데 3기사는?”

“3기사? 너랑 같이 있지 않았어?”


2항사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3기사를 발견했다.


“저기 있다. 저 녀석 보통 땐 조용한 녀석이 의외로 행동이 빠르네. 하는 것을 보면 너랑 비슷해. 누가 같은 기관부의 선후배 사이 아니랄까봐. 암튼 물건 사고 갈 때 불러~”


2항사는 터벅터벅 다시 길가 근처의 벤치로 걸어갔다.

정현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물건을 구경하는 3기사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자신도 벼룩시장의 물건들을 구경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16.09.08 10:18
    No. 1

    일상 내용인데도 뭔가 불온한 분위기가 있는 게 좋긴한데 소개글에서 언급된 변해버린 세상이나 살기 위해 최선을 하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꽤 읽어야 하는 게 조금 아쉽네요.
    나쁘다기보단 단숨에 정중행하기 어렵다는 것 정도? 조금씩 읽었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본편 돌입을 기대해야 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종이향
    작성일
    16.09.08 23:43
    No. 2

    아마 초보 글쟁이의 욕심이라고 생각됩니다. ^^;;
    너무 여러개를 넣기위해서 애쓰다보니, 어느새 앞부분이 길어지고 말았네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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