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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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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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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121

작성
16.05.1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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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마지막 항해 (1)

DUMMY

“올 스탠바이(All stand-by), 올 스테이션(All station)”


선내에 방송이 울리자 당직이었던 2기사 정현은 기관실의 콘트롤룸을 나가 발전기를 한 대 더 가동시켰다. 다시 콘트롤룸으로 돌아오니 상륙을 나갔던 1기사와 3기사가 내려와 있었다.


“여~ 2기사. 스탠바이 준비는 다 됐냐?”


1기사가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콘트롤 룸으로 들어오는 정현을 반기며 물었다.


“네, 준비 다 됐습니다. 상륙은 어떠셨어요? 왜 그렇게 피곤한 얼굴이세요?”

“몰라. 영~ 피곤하네."


1기사는 길게 하품을 했다.


"그래도 나갔다 오니 좋더라. 역시 가끔은 육지공기를 좀 맡아야 해. 다음 항구에 가면 2기사 너도 나갔다와.”

“저요? 저야, 이번 항차 끝내고 내리는데요, 뭘~. 괜찮습니다.”

“아~! 맞다. 너 이번이 마지막 항차였지? 이야~ 이제 얼굴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1기사가 아쉬운 아닌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1기사와는 일반적인 직장동료 이상으로 친하게 지냈었기에 정현은 그런 1기사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냥 좀 더 타지 그래? 한 항차 정도 더 말이야.”


1기사 넌지시 물었지만, 정현이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지금으로썬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하. 사양하겠습니다. 벌써 교대 신청도 해놨는데, 이번에 내려야죠.”

“에이~ 그냥 한 항차 더 해~!”

“그러세요. 저도 좀 더 가르쳐주고 가세요.”


1기사의 억지에 옆에 앉아있던 3기사가 살며시 동조해왔다.

정현은 1기사를 향해 난처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3기사를 보고는 크게 눈을 부라렸다.


“넌, 무슨 소리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1기사님한테 배워야지. 나도 1기사님한테 배우는 중인데....”

“그렇지만.... 2기사님도 가르쳐주시면 좋잖아요.”


3기사가 쭈뼛거리며 아쉬움이 담긴 얼굴을 했다. 정현은 그런 3기사 보며 장난스런 표정을 짓으며 1기사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1기사님. 3기사가 1기사님한테는 배우는 걸로는 부족하다는데요?”

“뭐?”


1기사가 정현의 장난을 알아차리고는 3기사를 향해서 눈을 부라렸다.


“제가 언제요?”


두 사람의 장난에 당황한 3기사가 괜히 1기사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황급히 콘트롤룸을 나갔다. 그런 3기사를 보면서 정현은 크게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쟤는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 큰일이네요."

"그렇게 말이다. 장난도 이정도 쳤으면, 이제는 금방 장난이란 걸 알아차릴 때도 됐는데. 그건 그렇고, 너 정말 한 항차 더 할 생각 없어?”


1기사의 눈초리가 다시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끼며 정현을 난처한 듯 웃었다.

잠시 미소로 답편을 머뭇거리다가 순찰을 핑계로 슬며시 콘트롤룸을 빠져나왔다. 기관실을 순찰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메인 엔진이 기동 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콘트롤룸으로 돌아갔다.


1기사가 슬며시 눈치를 보는 정현을 보더니 짐짓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2기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소식부터 들을래?”

“예? 갑자기 무슨 소식이요?”


정현은 느닷없는 이야기에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야. 이번에 롱비치를 떠나면서 회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현재 다음 행선지가 미국 동부 볼티모어까지잖아? 볼티모어에서 남은 자동차를 내려주고서 중요한 화물을 싣기 위해서 기다린다고 하더라."


정현이 놀라서 확인하듯 되물었다.


“중요한 화물이요?"

"그래. 중요한 화물!"

"무슨 중요한 화물....?"

"아직 화물이 뭔지는 아직 알려주지 않았어.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중요한 화물 때문에 정박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지."

"정박시간이요?"

"그래!"

"와~! 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정현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서 1기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내가 좋은 소식이라고 했잖아."


정현이 미소 지으며 웃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 그럼, 그게 좋은 소식일 테고.... 나쁜 소식은 뭐예요?”

“나쁜 소식? 아~"


1기사가 인상을 찌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중요한 화물을 싣는다고 하니까 준비도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니냐. 아마도 이번에 고생깨나 해야 할 것 같다."

“아~ 그럼 볼티모어 들어가기 전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게 네요?"


1기사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아마도. 그렇지 않아도 이번 롱비치 출항하기 전에 회사 사람들이 와서 체크리스트(Check List 점검표)를 한가득 안겨주고 갔다고 하더라. 기관부 것도 있을 거야."

"으~~"


정현은 책상 앞에 쌓여있을 서류더미 생각에 진저리를 쳤다.

두 항차 전에 선급검사를 받는다며, 일주일을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었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정현을 보고는 1항사가 웃으며 말했다.


“끔찍한 서류는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하면 되는 거고. 그것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는 이 이야기대로라며 볼티모어에서 정박시간이 길어지니까 너도 상륙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거라는 말이야."

"아~“

"어때? 널 생각하는 건 나뿐이지 않냐?”


고개를 살짝 처들며 어깨를 으쓱이는 1기사를 보며 정현은 존경한다는 눈빛을 보내며 물개박수를 쳤다.


“역시, 1기사님이 최고예요. 저에겐 1기사님 밖에 없다니까요."


정현의 아부에 1기사의 콧가 한 없이 올라갔다.


"그래. 네 말대로 마지막 항차인데, 나가서 마지막으로 기념품도 좀 사고 그래야지.”


1기사의 배려가 담긴 말에 정현은 고마우면서도 머쓱해서 뒷머리를 긁었다.


“감사합니다.”



배가 항구에 입항하게 되면 선원들은 자신의 당직 시간이나 작업시간을 피해서 상륙, 즉 외출을 나간다.

기관부의 경우에는 메인엔진과 관련된 장비는, 말그대로 메인엔진을 정지한 상태라야 작업을 수행할 수 가 있기 때문에, 정박하는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메인엔진과 관련된 작업을 시행한다. 그리고 나머지 정박작업들을 하고 남는 시간에 교대로 상륙을 한다. 항해부도 마찮가지다.

하지만, 기관부의 정박작업은 대체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들이 대부분이라서 기관부의 경우에는 항구에 정박하는 시간이 짧아진 근래에 와서는 외출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 나마 나가는 상륙도 선상 생활에 있어서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활력소이기 때문에, 실제로 짧은 시간이라도 주어지면 되도록 상륙을 나간다. 하다못해 부두 앞에 있는 작은 마트에라도 말이다.



'상륙이라....'


정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현이라고 상륙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콘트롤룸 유리창 너머로 순찰을 도는 3기사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뭐~ 저도 나기고 싶기도 하지만, 3기사를 내보내줬으면 좋겠어요."

"3기사를? 너 이번에 롱비치에서도 양보했잖아."


정현의 말에 1기사가 약간 불만을 담아 이야기했다.


"3기사도 나갈 수 있을 때 잔뜩 나가둬야죠. 교대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3기사 성격이 조금 걱정되기도 하구요. 그때 가서 당직만 서고 그러면 해요?”


1기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야! 네가 왜 그걸 걱정하고 있냐? 3기사가 애냐? 걱정하는 건 나도 이해하지만, 닥치면 다하는 거야. 솔직히 3기사 성격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오면 또 잘 적응할 수 있겠지.”


정현은 1기사의 핀잔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정현을 보면서 1기사 역시 얕은 한숨을 쉬었다.


“뭐~ 나도 약간 걱정이 되긴 한다만서도....”


저번 항차부터 함께 하게 된 3기사는 이우설이란 이름의 대학교 2년 후배였다.

흰 피부에 여리게 생긴 외모를 가져서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생김새였다. 사실 여자들에게 인기깨나 있어 보였지만, 실상은 외모와는 다르게 숫기도 없었고 좀처럼 말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자기주장도 강하질 못해서 항상 손해만 보는 그런 성격이었다.


처음에 정현은 1기사인 한수만과 같이 3기사의 성격을 고쳐 보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성격은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고는 변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안타까웠지만 그저 잘 적응할 수 있게 지켜봐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런 자신을 위한 1기사와 정현의 관심과 배려를 아는 지, 3기사도 차츰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그런 모습이 기특한 정현은 3기사를 꾸준히 데리고 다니며 하나라도 가르쳐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3기사도 정현을 무척이나 따랐다.


“앞으로 3기사도 점점 나아지겠지, 아니 나아져야지. 언제까지나 우리가 챙겨줄 수 도 없으니까 말이야."


정현은 1기사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번에 볼티모어에 도착하면 너도 상륙 나갔다가 와. 그래도 배내리기 전에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들은 챙겨야지. 3기사 걱정은 하지 말고. 봐서 내가 당직을 서 줄 테니까, 아니면 봐서 3기사와도 같이 나갔다 오도록 해.”

“당직을 1기사님이요? 괜찮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래”


정현은 인사를 받는 1기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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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사(선박이 항구에 접안할 때까지 항구 내의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 일반적으로 오랜 선상경험을 가진 선장이나 기관장들 중에서 도선사를 선발한다.)가 배에서 내리고 항구를 벗어나자 스탠바이가 풀리면서 기관장이 먼저 선실로 올라갔다.


정현은 마지막으로 기관실 순찰을 하고 외출한 대신 당직을 서겠다고 한 3기사한테 알람당직을 맞춰놓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4월 초의 밤하늘은 아직 서늘함이 먼저 느껴졌다. 불어오는 바닷바람 사이로 짠 바닷내음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선박들(일반적인 컨테이너선들과 벌크선들)은 대부분 배의 뒷부분에 기관실이 위치하고 기관실 위쪽에 거주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기관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선실까지 갈 수 있다. 그 점 때문에 기관실 사람들은 따로 기회를 내지 않는 한 하늘을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 운반선의 경우에는 거주구역이 배의 앞쪽의 맨 위쪽 데크에 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히려 거주구역이 브리지와 연결되어 있다.

기관실은 배 뒤쪽에 위치하는데, 기관실로 가기 위해서는 거주구역에서 나와서 연돌이 있는 곳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가야한다.

이런 구조여서 기관실에서 거주구역(선실)으로 가기 위해서는 데크로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내부 데크의 계단을 통해서 다닐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현은 선실 도착해 옷을 갈아입었다. 피곤함에 그대로 잠을 자려다가 고픈 배를 참지 못하고 출출한 배를 쓰다듬으며 식당으로 갔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싶었는데 먼저 라면을 먹고 있는 2항사를 발견하고는 얼른 다가가 그 앞에 앉았다. 정현의 손에는 이미 젓가락이 들려 있었다.


2항사 김기철은 같은 대학교 동창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배를 같이 탔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서로 코드가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사실 대학 때에는 서로 안면만 있었던 사이였는데 같이 배를 타고면서 친해진 경우였다. 언제나 밝은 성격으로 인해서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이런 성격은 정현이 무척 부러워하는 점이기도 했다.


정현은 눈치를 보다가 2항사의 라면 냄비에서 라면을 한 젖가락 뺏어 먹었다.


“쩝쩝~ 오~ 맛있게 끓였는데~!”

“야~ 저리 가. 새로 끓여 먹어.”


2항사가 인상을 쓰면서 라면 냄비를 가렸다. 정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렇지 말고 나눠 먹자. 혼자 먹어서 그게 무슨 맛이냐?”

“혼자 먹어도 맛있거든?”


정현은 피식 웃고는 발끈하는 2항사를 무시하며 다시 라면을 뺏어 먹었다. 2항사는 인상을 찌푸린 채 투덜거렸다.


"내가 끓인 건데..."

“쩝쩝~ 그나저나 뭐 새로운 소식은 없어?”


정현은 2항사의 투덜거림을 무시하며 물었다.


"없어. 볼티모어에서 좀 중요한 화물을 싣는다고 하는 소식은 들었지? 데크를 움직여서 공간을 확보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까 무슨 트럭 같은 거 싣는 거 같은데....”

“흠···. 트럭이라.”


가만히 중얼거리는 정현을 보며 2항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응! 2층과 4층을 들어 올려서 공간을 확보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제법 큰 물건들이 여러 개 들어오려나봐. 그런 것이라면 트럭이 아니겠어? 아직 정확한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럼 볼티모어 다음 항구는 어디야?“

“ 글쎄~ 그것도 확실하지 않아. 일단 볼티모어에서 남은 차량을 하역하는 것은 확실한데 나머지는 아직 미정이야. 볼티모어에서 바로 화물을 선적할지, 아니면 다른 항구로 이동할지도 말이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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