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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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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43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7
조회
146
추천
4
글자
9쪽

1장 2화 독 - 6

DUMMY

다시 말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


날 구하라는 임무를 세드릭에게 맡긴 자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답답했다.


목숨을 살려준 건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뒷맛이 영 깔끔하지 않았으니까.


여관으로 돌아온 나는 방에 들어가서 주변을 확인한 다음 목숨을 걸고 구한 델런 글랜의 일기를 꺼냈다.


[...오늘 손녀딸인 엠마를 만났다.


어찌나 힘들었을까? 아이는 매우 초췌했고 얼굴에 그늘이 가득했다. 두 팔을 벌려 아이를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손녀는 오크홀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불타는 도시, 울부짖는 영주민들, 그리고 영주성 까지 들어 친 침략자들.

손녀는 마치 그 장면이 눈앞에서 보이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떠는 행동도 보였다.


나는 그쯤에서 그만 묻는 것을 그만두었다.

조금 더 안정이 된 다음 그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손녀를 되돌려 보내려는 차, 손녀는 나에게 자신을 도와 준 사람들이 있다며 그 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누구냐고 물었다.

손녀는 그들의 이름이 도널드와 숀 넬슨 이라고 말했다.......]


엠마 글랜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그와 동행한 것처럼 보이는 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널드와 숀 넬슨.


생소한 두 이름이 나왔다.


엠마 글랜은 이 두 명과 같이 동행한 것이다.


하긴, 보호자도 없이 어떻게 검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젊은 귀족 여자가 그 지옥을 빠져 나왔겠는가?


도널드와 넬슨.

한명은 성이 있었고 한명은 성이 없었다. 넬슨이라는 성은 난생 처음 들어본 것이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이 정보에 대한 판단은 일차적으로 접견자가 하고 그 다음 가문에서 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내 일은 정보를 취득해 접견자에게 건네주는 것 까지였다.

그게 요원의 일이었으니깐.


문제는 내가 147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147의 신분은 접견자였다.


접견자가 뭐지?

그 부분부터 짚고 생각해 봐야 했다.


접견자는 일단 기본적으로 가문과 요원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요원처럼 돌아다니지 않고 한 지방에 박혀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접견자는 요원에게 자금을 대 주었고, 임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기 때문에 요원처럼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지방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유리했다.


접견자는 요원을 지휘할 수 없었다.

지휘권은 가문에게 있지 접견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요원을 부리는 명령은 가문에서 직접 나오고 접견자는 그 명령을 요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요원이 가지고 온 정보를 취합해서 가문에게 전달하는 일도 했는데, 쓸데없는 정보는 접견자의 판단 하에 솎아낼 수 있었다.


접견자가 요원에 비해 아주 약간이라도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요원이 가지고 오는 정보를 모두 볼 수 있었고 그 정보 중에 가문으로 보낼 것을 골라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접견자는 자신의 구역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을 전부 혼자서 관리했다.


"그렇단 말이지."

손에 쥐어져 있는 일기를 힐끔 살펴봤다. 도널드와 숀 넬슨. 이 이름을 나는 기억하려고 애썼다.


어찌 되었건 일기는 147에게 넘겨야 했다.

그건 나에게 맡겨진 임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걸 어기면 가문의 의심의 화살이 나에게로 방향을 틀 것이다.


어차피 이 일기에서 오크홀에 관한 것은 이름이 적힌 내용밖에 없었다.


통째로 넘겨주되 정보를 잊어버리지는 말자. 핵심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적어도 멍하게 당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147을 만났다.


그녀는 아직도 성당에서 수녀인 척을 하고 있었다.

저 짓을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난 그러려니 했다.


"기도 하는 게 취미인가 보군."

내 말이 들리자 그녀는 황급하게 날 돌아보았다.


"아, 오셨군요. 일은……."


"이걸 건졌소."

나는 그녀에게 일기장을 던져 주었다.

상당히 묵직한 책인데도 그녀는 한손으로 가뿐하게 그 일기장을 받았다.


"이게 뭐죠?"


"델런 글랜의 일기장."

그녀는 순간 눈이 커지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글랜 가문의 수장의 일기……. 의외의 수확인데요."


"맞소. 아주 좋은 수확이지."


"그래, 여기에 뭐라고 적혀 있던가요?"

147의 물음에 나는 그녀를 잠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엠마 글랜이 누구와 동행을 했는지 나와 있을 거요."


".......36이란 이름이 허명은 아니었나 보군요."


"그렇게 평가해 주면 고맙고."


"좋습니다. 그럼 가문에 그렇게 보고 하겠어요. 다음 임무가 있을 때까지 쉬세요."


"알겠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성당을 나서려고 했다.


"근데, 기도는 정말 왜 하는 거요?"


"그냥……. 위장용 이라고 해 두죠.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대화에서 의심 갈만한 것은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의혹이 완벽하게 가시지 않았다.


확실한 방법은 역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녀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요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 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니 조금이라도 기척을 눈치 챈다면 바로 허사가 되어버릴게 뻔했다.


그래도 그 방법 외에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난 그날 저녁부터 성당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헤이즈 구석에 처박혀 있는 성당은 별로 그다지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이었지만 이따금씩 빛의 교단 신도 몇몇이 이곳에 들르는 것처럼 보였다.


신도들은 평범했다. 와서 주기도문을 외우고, 빛의 경전을 읽고, 기도의 시간을 가지고…….성당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변장을 한 다음 그 종교 행사에 참여해 보았지만 딱히 의심 갈 만 한 점은 없었다.


147은 보이지 않았고 다른 얼굴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 이 성당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만났던 그 신부였다.

신부는 주기도문을 외운 뒤 빛의 경전을 낭독했다.


“……마침내 빛이 당도하니, 새 시대가 열렸도다. 아렘은 기뻐서 팔을 쭉 펼치고 외쳤다.”

지루한 경전 읽기가 지난 다음 그들은 소리 내어 합창을 했다.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신을 믿지 않는 나로서는 그래도 낯이 간지러운 건 사실이었다.

맞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 불신자다.

사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신을 믿을지 의문이 가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만 보다보면 신을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다. 빛의 신이던 불꽃의 신이던 그저 먼 존재일 뿐이었다.


종교인들은 항상 신이 전지전능하고 정의를 구현하고 구원을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말하지만 내가 여태껏 쭉 본 사람들은 그 구원이라는 것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다른 자의 탐욕 속에서 죽어갔다.


경전의 적혀있는 대로라면 정의는 이겨야 했고 악의는 벌을 받아야 했다.


그 벌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신이고 그 신은 전지전능하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악의를 벌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적혀있기로는 그렇다.

현실과는 한참 떨어진 말들이었지만 말이다.


악의가 정의를 이기고, 악의 적인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었으면 높은 권력을 잡는 것이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이었다.


무서운 점은 그 악의로 권력을 잡은 자가 자신의 악의를 정의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신을 믿을 수 있겠는가?

종교인들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에 위안을 받고 감화를 받는 이 또한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말들이 전혀 감흥이 오지 않는다.


그런 희망찬 소리에 반응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너무 많은 것을 들었다.


무엇보다 그 신이 진짜 있어서 악의를 벌할 목록을 만든다고 하면 가장 윗줄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끝났습니다. 내일 뵙지요.”

사람들은 그 말에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부를 잠깐 응시하다가 나가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성당을 나섰다. 내가 본 것은 그저 평범한 종교 행사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이 행사에서 의심 갈 만 한 점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성당 문 바깥으로 나섰다.

하긴 내가 멍청했지, 147이 왜 종교행사에 참여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자신을 노출시키기라도 한단 말인가?


멍청한 놈.

난 멍청한 놈이었다.

멍청한 놈은 가장 미련한 방법을 써서 다시 147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성당 주변에서 잠복하는 것이다.

나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뒤 성당이 잘 보이는 곳에 가서 숨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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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장 2화 독 - 7 15.03.17 321 6 11쪽
» 1장 2화 독 - 6 15.03.17 147 4 9쪽
9 1장 2화 독 - 5 15.03.17 121 8 16쪽
8 1장 2화 독 - 4 15.03.17 139 4 10쪽
7 1장 2화 독 - 3 15.03.17 194 5 14쪽
6 1장 2화 독 - 2 15.03.17 231 6 9쪽
5 1장 2화 독 - 1 15.03.17 285 8 12쪽
4 1장 1화 불타는도시(3) 15.03.16 294 7 13쪽
3 1장 1화 불타는도시(2) 15.03.16 237 7 8쪽
2 1장 1화 불타는도시(1) +4 15.03.16 370 8 9쪽
1 1장 프롤로그 +4 15.03.16 607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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