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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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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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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7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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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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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6쪽

1장 2화 독 - 5

DUMMY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정말 꼼짝 못하고 잡혀버리고 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글랜 가문의 경비병들은 이미 포위망을 좁히면서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조금씩 줄어드는 포위망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물을 갇힌 물고기신세였다.


안에 갇힌 물고기가 그물을 탈출하는 방법은 딱 하나.

그물을 찢어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으로 나가는 방법뿐이었다.


천천히 생각해, 36. 천천히.


심호흡을 한번 한 나는 아래의 경비병들을 살펴보았다.


하나……둘……넷.

이 저택 근처에 있는 경비병은 총 네 명이었다.

네 명이 서로 합심해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 나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몰려다니다가 나를 찾지 못하자 흩어져서 찾기 시작했다.


경비병들이 흩어진다는 건 나에게 호재였다.


나는 그들의 눈치를 살살 살피면서 빗물 관을 타고 저택 아래로 내려왔다. 다행히도 소리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는지 들키지 않았다.



좋아.


나는 숨어서 때를 기다리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경비병 한명의 뒤를 밟았다.


천천히, 들키지 않게 그의 뒤를 밟는 것이 중요했다. 그의 귀에 들리지 않게 가야했고 천천히 가서도 안 되었다.

놈이 뒤를 돌아 볼 그때 재빠르게 그를 제압하고 도망을 가야 했다.


나는 단검을 들고 몸을 낮춘 채 놈과 걸음을 맞추었다.

저 놈이 걸으면 나도 한걸음. 두 걸음 걸으면 나도 두 걸음을 걸어갔다.


“음?”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

냅다 그에게 달려들어서 목젖에 단검을 쑤셨다.


“큭……큭…….”

그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그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목에 있는 구멍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내 얼굴에 튀었다.


나는 그를 한번 쓱 쳐다보곤 그를 버려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아직 이 밀밭지구를 벗어나려면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들어왔던 그 하수도가 유일한 탈출구일 것이다. 다른 탈출로는 없었다.


성문 쪽은 당연히 불가능 했고, 성벽을 오르자니 너무 높은데다가 그쪽도 지키는 사람이 있을 터였다.


일단 가보자.

몸을 바짝 낮추었지만 포복은 너무 느리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느리게 전진해 봤자 좋을 게 없었다.


경비병이 오면 잠시 숨어서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다 사라지면 전진하기를 반복해 나는 밀밭지대의 넓은 잔디밭을 지나갔다.


이런 방법은 지금이 어두운 밤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밤엔 지키는 자들의 시야가 제한 적일 수밖에 없었다.


달빛만 조심하면 돼.


마침내 하수구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지키는 자들이 있었다.


가죽갑옷에 기다란 장검을 차고 있었는데, 내가 쫓기는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그 모습이 상당히 위압적으로 보였다.


나는 남은 수면침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한 개.

딱 한 개 남아있었다

아까 거기서 두 개를 썼으니……. 한 개 남는 게 당연했다.


나는 침을 꺼내 둘 중 한사람을 조준했다.

셋 둘 하나……. 던져!


내손을 떠난 수면 침이 허공을 가르면서 왼쪽에 서있는 놈에게 날아갔다.


맞춰라.

제발 그냥 맞아줘라.


안타깝게도 내 바람은 빗나갔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놈이 몸을 풀쩍 뛰면서 피한 것이다.


빗나간 것이 아니었다.

조준은 정확했다.

놈은 분명 그 얇은 수면 침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피했다.


수련자, 수련자다.

‘정기’라는 특별한 힘을 쓴다는 그놈들이었다.


수련자들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은 움직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침을 피한 놈이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쥐새끼가 여기 있었구먼?”

그와 같이 있던 그의 동료는 비웃음을 지으며 내 쪽으로 정확하게 다가왔다.


내가 있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챘다.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그들의 반대쪽은 내가 왔던 길이었다. 밀밭지구 안쪽으로 도망치면 기껏 찢은 포위망에 다시 기어들어가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로 갈수는 없었다. 결국 저들과 맞서야 했다.

단검을 쥔 오른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기회는 단 한 번.

단번에 성공시키지 못하면 그대로 끝장이 날게 뻔했다.

여태까지 이런 위기를 안 겪어본 게 아니었잖아. 정신만 바짝 차리면 가능해.


속으로 그렇게 마음 다짐을 한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둘…….


셋.

나는 그 셋을 셈과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단검을 들고 이판사판식으로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저들은 나보다 숫자가 많았고, 검도 훨씬 잘 쓰는데다가, 육체적 능력도 뛰어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틈.

그 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으아!”

괴성까지 질렀다.

그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내가 달려드니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진 좋았다. 다음 행동을 해야 할 차례였다.


오른손에 있는 단검을 그대로 던졌다.

단검은 오른쪽에 있는 놈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제발, 제발!

아쉽게도 그는 단 한 번의 유연한 몸짓을 통해 그 단검을 가뿐히 피했다.


물론 단검가지고 그를 어떻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정기’를 쓰는 수련자니 내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을게 뻔했으니깐.


내 목적은 전혀 다른데 있었다.


단검에 순간 정신에 팔린 사이 그들의 뒤쪽에 하수도 구멍에 뛰어드는 것이다.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편의 놈도 순간적으로 단검에게 시선이 쏠린 것을 본 나는 달려든 그 속도 그대로 하수도로 향했다.


됐어. 조금만 더.

조금만…….


하수도 구멍에 한발자국 남았을 때 나는 등짝에서 엄청난 충격을 느끼고 쓰러졌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내 전략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컥.”

순간적으로 입에서 핏물이 튀어나왔다. 눈알은 빙빙 돌았고 머리는 누가 사방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이 아팠다.


“으으.”

나는 데굴데굴 굴러가 중앙 성벽에 처 박혔다.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수련자들이 비웃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 하고 울렸다.


“어디서 꼼수를 쓰고 있어. 눈앞에서 다 보고 있는데.”

한 놈이 내 머리 끄댕이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놈이 누구지? 오른쪽에 있던 놈이었나?

구분할 수 없었다. 내 시야는 이미 먼 곳을 향해 떠나기 시작했다.


“이놈 어떻게 합니까? 죽입니까?”


“아니, 왜 죽이냐. 가서 누가 보냈는지 알아내야 할 것 아냐.”

멀리 귓가에 내 배후를 캐야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감옥에다 집어 넣어버려. 이따가 무력부장님이……엇, 당신은?”


“아하, 여기 있었군.”

생소한 목소리가 들렸다. 두 놈 음색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걸걸했다.


“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


“왜? 나도 여기 사는 사람인데......하도 난리를 치기에 뭔 일인가 싶어서 나와 봤지. 난동 피운 놈이 이놈인가?”


“예, 맞습니다. 그러니 어서 비키십시오.”


“싫은데. 난 저놈에게 관심이 있거든.”


“무슨 소리입니까?”


“으흐흐.”

멀어지는 의식 사이로 칼 뽑는 소리, 피가 터지는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등이 들리다가 점점 들리지 않았다.


안개처럼 뿌옇게 핀 시야도 차츰차츰 어두워졌고 마침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편안했다.







================================================






모닥불처럼 장작 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소리는 깃털처럼 내 귀를 살살 간지럽혔다.


장작의 타는 소리는 내가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커져갔다.


“으으…….”

목구멍은 퉁퉁 부어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고, 눈꺼풀은 천근보다도 무거운 듯 뜨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온 힘을 다해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불을 피워놓은 벽난로였다.


무언가 타고 있는 것 같은 소리의 정체가 바로 저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였다.


뭐야, 여긴 어디지?

흐릿해진 시야 사이로 나는 황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상황파악을 해보려고 애썼다.


창문이 있었고, 따듯한 카펫이 있었고, 나무로 만든 마룻바닥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정집인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일어났군.”

의식이 흐려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맞은편에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키가 컸고 몸집이 거대해 보였지만, 단련을 한 모양인지 둔해보이지는 않았다.


“누…누구……십니까?”

나오지 않은 목소리를 간신히 긁어내 공손하게 물었다. 누군지는 몰랐지만 저 사람이 날 구해준 사람인 것처럼 보여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어. 그저 일을 맡은 사람일 뿐이야.”


“일이라고요?”


“그래.”

사내는 나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게 왠지 당연하게 생각했다. 사내는 자신감이 넘쳐보였고 그 자신감만큼이나 강해보였다.


“대가는 이미 받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순간 나는 머리에서 의문과 당혹감이 교차했다.


“저를 구해준 것 말입니까?”


“아니면 뭐겠어.”

사내는 그렇게 말하더니 주전자에 물을 채워 벽난로의 활활 타는 장작 위에 올려두었다.


그의 말은 아리송했다.

구해준 대가라니? 난 그런 일을 저 사내에게 시킨 적도 대가를 지불한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누가 대신 대가를 지불해준 것이다.


“어쨌든 고맙습니다. 제 목숨을 살려주셔서.”


“살려주긴. 여기 아직 밀밭지구야. 네 목숨은 아직도 위태롭다는 걸 알아둬.”

밀밭지구란다.

아직 위험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 위험한 곳에 있는 사내의 집.


이곳에는 글랜 가문만이 거주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내는 글랜 가문의 사람이고 글랜가문을 공격한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글랜 가문을 싫어하는 글랜 가문의 사람.


머리에 핀 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정보가 있었다.


그 정보의 주인공이 자신의 가문을 공격하는 걸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가문을 싫어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당신은……세드릭……세드릭 경이군요.”

가주 델런 글랜의 버림받은 둘째 아들.


“눈치하나는 좋군.”

세드릭은 픽 웃으면서 물이 펄펄 끓는 주전자를 벽난로에서 꺼냈다.

정체를 알 필요가 없다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니 별 상관 안하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난 아직 ‘글랜’ 아니다. 작위 못 받았거든. 물론 앞으로도 받을 일은 없겠지만.”


그는 왜 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문을 공격했을까?

물론 대가를 받았다고는 했다.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대가가 나를 구해주고 자기 가문의 사람을 해칠 정도로 값진 것일까?


질문이 머릿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묻지 않았다.

남의 집 사정을 면전 앞에서 물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내가 그 정도 머리도 없는 놈은 아니었다.


세드릭은 끓는 물을 두 개의 컵에 붓고 찬장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유리병에는 갈색의 가루가 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그는 티스푼으로 그 가루를 듬뿍 퍼서 각각의 잔에다가 털어 넣고, 스푼으로 휘휘 저었다.


“댄디 차다. 마셔.”

그 중의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댄디.

골든필드에서 주로 난다는 버섯으로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버섯을 볶아서 말리고 가루를 내어 이렇게 물에 타서 먹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억지로 들어 컵을 잡았다.

컵은 뜨거웠다.

한 모금 들이키자 매콤하면서도 톡 쏘는 듯 한 댄디차 특유의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윽.”

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세드릭은 날 보면서 픽 웃었다.


“처음 마셔보나 보군.”


“예.”

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한동안 대화가 끊겼다.

차를 홀짝거리면서 마시는 소리만 들렸을 뿐 집안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차를 다 마신 세드릭이 컵을 탁자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인 거야? 다들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네놈을 찾던데 말이지. 아니다, 묻지 않도록 할게.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뻔히 아는데 묻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제 정체를 이미 아시는 군요.”


“자네의 정확한 정체를 내가 어찌 알겠나? 단, 밤에 돌아다니면서 남의 집에 있는 귀중한 정보들을 훔치는 자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음....어디보자, 다이어에서 나왔나?”


“......”


“맞나 보군. 다이어 가문에서 무슨 냄새를 맡고 이곳까지 오셨을까? 정보 냄새? 아니면 돈 냄새? 그것도 아니면 돈이 되는 정보의 냄새라던가......”

내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자 그의 말투가 순간 공격적으로 변했다.


“미안하군.”

그는 자신이 순간 나에게 화를 냈다는 것을 깨달은 지 나에게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나는 묵묵히 있다가 그의 말에 불쑥 대답했다.

기분 나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일을 의뢰를 받았던 뭐든 간에 그는 나를 구해준 사람이고 이곳을 탈출하게 해 줄 수 있는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널를 구해달라고 나에게 일을 시킨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아, 물론 다이어 가문의 사람은 아니야. 관련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저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뭘까?


“잘 모르겠지만 생명의 은인이군요.”


“별로 궁금하지 않나보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경에게 일을 맡겼겠죠. 고맙다는 인사는 그 분을 만나서 하면 충분합니다.”

나는 최대한 냉철해 보려고 애썼다.


세드릭은 이미 대가를 받았다고 했다.

그 대가는 내가 지불한 값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내 목숨 값을 내 준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무언가를 얻었으면 반드시 다른 것 중 하나가 나가는 게 세상 이치다.


나를 구해 준건 정말 고마웠지만, 그 대가로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다음날 세드릭의 도움으로 나는 밀밭지구에서 나갈 수 있었다.


간단한 방법이라 솔직히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세드릭이 외출한다고 나를 데리고 나간 것이 그 방법이었다.

세드릭을 안면을 알고 있는 경비병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 것 같았으나 그냥 우리를 성문에서 통과 시켜 주었다.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어찌되었건 가주의 아들이었다.

경비병들은 그에게 밉보여서 재미 볼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성문을 나오고 금화지구에 진입해서도 우리는 한참 더 걸었다. 최대한 동행으로 보여야 했다.


그러자 마침내 중앙 성벽이 멀어지자 나는 세드릭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나도 대가를 받고 하는 거라니깐.”


그 대가가 대체 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나는 그 질문을 던지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이겨냈다.


“질문하나 해도 됩니까?”

대신 다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저를 도와주신 걸 들키면 어쩌실 겁니까?”


“난 당분간 저 성벽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상관없어. 내가 다시 저곳으로 돌아갈 땐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있을 거라……. 이런! 내가 첩자에게 괴상한 말을 했군. 방금 말은 잊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전혀 말실수를 한 것 같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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