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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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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29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6
조회
138
추천
4
글자
10쪽

1장 2화 독 - 4

DUMMY

내가 외운 지도가 정확 하다면 앞에 보이는 3층짜리 저택이 가주 델런 글랜이 거주하는 저택이었다. 저택은 오크홀의 성처럼 거대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한 가정이 사는 데에는 충분한 규모였다.


특이 한 점은 저택에 돌담이나 울타리 같은 보안 경계선이 없었다.


정보에 의하면 이 저택뿐만 아니라 밀밭지구에 있는 모든 집들이 다 그렇다고 했다.


중앙 성벽이라는 아주 크고 튼튼한 돌담이 저렇게 떡 버티고 있는 한 도둑에 대한 걱정은 별로 안하는 듯 했다. 경비병들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 밀밭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전부 같은 글랜 가문의 사람들이라 울타리를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언뜻 보면 그런 점은 호재로 보였다.


울타리가 없다는 건 그만큼 잠입하고 탈출하는데 쉬우니깐.


문제는 저택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다는데 있었다. 가리는 게 없으니 더 잘 보이는 게 당연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어두운 곳을 찾아서 기회를 엿보다가 들어 가는 게 수였지만, 울타리가 없는 터라 그런 곳은 찾기가 힘들었다.


4명의 경비병이 대문과 양 옆의 창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서 저들 몰래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 경비병들을 제압해야 하는가?

제압을 시도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시도할 것인가?

순간적으로 그런 고민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나는 가지고 온 수면침 개수를 세어봤다.

총 3개.

3개가 전부였다.


3개로 저들을 전부 제압할 수 있나? 이럴 거면 그냥 비수를 들고 오는 건데 잘못 생각했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놈들을 제압할 방법을 모색했다. 조금이라도 비끗하면 놈들의 목에 걸려있는 호루라기가 울릴 테니 단번에 제압해야 했다.


방법을 어느 정도 생각한 나는 움직였다.


일단 왼쪽 창문에 붙어있는 놈부터 제압한다.


나는 살금살금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놈은 내가 오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단숨에 기습해야 했다.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셋!

셋을 셈과 동시에 나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뭐…뭐야.”

놈의 눈은 놀람과 당황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 당황함이 사라지기 전에 놈을 단검으로 찔렀다.


“윽.”

입을 가려 신음이 들리지 않게 했지만 약간의 소리는 어쩔 수 없었다. 놈은 한동안 눈을 부릅뜨더니 뜬 상태 그대로 눈이 풀려버렸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나는 놈에게서 벗어나 다른 놈을 노렸다.

이번엔 놈이 아니라 놈들이었다.


소리가 들리자 정문에 있던 놈들이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다가왔다. 방금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확인해 볼 생각인 모양이었다.


단검을 집어넣고 수면 침을 꺼냈다.

왼쪽에 있는 놈에게 침을 한방 갈겨주자 놈은 맞은 부위를 잠시 매만지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누……누구…….”

다른 놈이 화들짝 놀라면서 중얼거렸지만 내가 놈의 목을 단검으로 꿰뚫었기 때문에 놈의 말은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제 한 놈이 남았다.

저택 오른쪽에 있는 놈.

그는 나를 보자마자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불면 안 돼.


나는 다급한 마음에 단검을 그에게로 던졌다.

단검은 그의 눈에 정확하게 꽂혔고 그는 통나무 쓰러지듯 뒤로 넘어졌다.


휴.

일단 한숨 돌렸다.

시체는 어떻게 하지? 숨겨야 하나?


아니, 그럴 시간 없어.


아무리 조용하게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교대시간이 돌아오면 어쨌든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것을 들킬 수밖에 없었다. 지키던 사람이 죽었으니 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빨리 임무를 수행하고 이곳을 벗어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듯 했다.


정보에 의하면 영주 업무 실은 3층에 있었다.

3층 가장 오른쪽에 창문이 보이는 방.

고개를 들어 위치를 확인했다.


벽에 붙어있는 빗물 관을 타고 나는 건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빗물관은 건물 중앙의 오른편에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마침내 지붕이 내 머리에 닿자 나는 빗물 관에서 벽돌로 손가락을 옮겼다.


윽.

상당한 압력이 내 손가락으로 전해졌다.


벽돌과 벽돌 사이의 틈에다 손가락을 넣고 매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씩 움직여서 마침내 건물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데 성공했다.


같은 높이에 있는 창문을 열고 팔에 힘을 잔뜩 준채로 나는 그 창문으로 기어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책상, 의자, 옷걸이. 벽난로도 있었다. 일이 잘못되면 저 벽난로가 상당히 유용할 지도 모르겠다.



세드릭과 엠마 글랜의 대화 내용을 적어놓은 문서가 어디에 있을까?


일단 찾아보자.


책상 위는 깔끔했다.

몇 가지 서류 두루마리가 봉인을 풀지 않은 채 한쪽에 정리되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봉인된 서류 두루마리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혹시 말했던 심문 기록이 이건가?

아니었다.

[월간 수입과 지출 보고] 라고 적혀있는 문서에 있을 리가 만무했다.


나는 서류 두루마리들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가 놓고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 안은 잉크, 깃털펜, 만년필 등이 오와 열을 맞춘 채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델런 글랜 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리 정돈 하나만큼은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서랍을 집어넣는 도중 책상 밑에 자그마한 금고 하나가 놓여 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호.

저거군 저거야.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재빨리 금고를 살펴봤다. 열쇠를 꽂아 돌리는 금고였다.


이럴 때 쓰는 게 하나있지.

나는 가는 철제 핀 하나를 주머니에서 잽싸게 꺼내 열심히 금고의 열쇠 구멍을 쑤셨다.


틱.

한참을 그렇게 핀을 구멍 안에서 움직이자 마침내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여기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고액 전표? 어음?

아니면 아주 중요한 기밀문서가 들어있을 수 있었다.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손을 비비면서 문손잡이를 당겼다.



내 기대와는 달리 금고에는 수첩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뭐야.”

실망감에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나는 다시 황급히 입을 닫고 주변을 살펴봤다. 다행히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나는 수첩을 대충 넘기면서 재빨리 살펴봤다.


[.......오늘은 세드릭 놈을 우리 집에서 내쫓았다. 후회하진 않는다. 어차피 두 놈 중에 내 자리 차지할 새끼는 한 놈 밖에 되질 않을 테니. 지 딴엔 억울할 만도 할 것이다. 형 대신 전장에서 뛰고 왔는데.....]


가만 이거 뭐야?


[마틴이 오크홀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나에게 보고했다. 나는 화를 내며 일을 왜 그따위 밖에 하지 못했냐고 역정을 부렸다. 하지만 그의 잘못이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일기다.

델런 글랜의 일기.

나는 맨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오늘 손녀딸인 엠마를 만났다. 어찌나 힘들었을까? 나는 두 팔을 벌려 아이를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손녀는 오크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건졌군.

찾던 것이 바로 이거였다.

엠마 글랜과 델런 글랜과의 대화 내용.


거기까지 보고 수첩을 챙겨온 노끈으로 몸에 단단히 묶었다.

이제 탈출하는 일만 남았군 그래.


침투에 성공하고 임무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곳에서 탈출해 가문에 정보를 건네주어야 이 고생이 의미가 있었다.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길게 울렸다. 소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나는 소리였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살펴보니 경비병 두세 명이 두리번거리면서 무엇을 찾고 있었다.


물론 나를 찾고 있는 것이겠지.

순찰을 도는 조가 시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택도 쿵쿵 소리가 나면서 무언가 황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단났군.

황급히 금고 문을 닫았다.


어떻게 탈출해야 하나?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미 내가 들어와 있는 이 영주 업무실의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으니 말이다.


.

일단 벽난로 위의 굴뚝에 올라갔다.

매캐한 잿더미 냄새가 올라왔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까딱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벽난로의 굴뚝 중간에서 팔 힘으로 버티면서 들키면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비는 것뿐이었다.


뚜벅뚜벅. 마룻바닥을 걷는 소리가 들렸다.

제발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나는 벽난로 굴뚝위에 등과 팔을 써서 최대한 버텨보려 용을 썼다.


덜컹.

영주실의 문이 열렸다.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깥에 쓰러져 있는 놈들은 뭔데?”

이번에는 깐깐한 노인이 연상되는 목소리였다.


“확인 중입니다.”


“확인 중? 확인 중이면 다야? 내가 물었을 때 이미 확인이 되어있어야 하는 거 아냐?”

깐깐한 노인이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이런 미친……얼른 알아내! 밖에 경비병이 왜 쓰러져 있었는지 알아내라고!”


“예.”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는 서서히 멀어져 갔다.


갔나?

아까 그 깐깐한 노인은 아마도 델런 글랜 같아 보였다. 부하에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일처리가 꼼꼼하기로 소문난 자. 하긴 그러니 이 거대한 가문을 이끄는 거겠지.


내려가도 되나?

벽난로 굴뚝에서 힘으로만 버티고 있으니 팔이 저려왔다.


아니야, 모험을 하지 말자.

차라리 이 굴뚝을 타고 올라가서 지붕으로 가는 게 나을 거야.


팔에 힘을 주고 굴뚝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굴뚝은 비좁았지만 등이 맞은편에 닿으니 오히려 그게 올라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굴뚝을 전부 오르자 저택의 지붕이 나타났다. 나는 지붕을 함부로 밟지 않고 굴뚝에 걸터앉아 주변 상황을 지켜봤다. 잘못해서 기왓장이라도 땅에 떨어진다면 그대로 끝일 것이다.


호루라기 소리가 사방에 들렸고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성벽 안에서 울려 퍼졌다. 횃불처럼 보이는 불빛들이 길을 따라 요란하게 움직였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병사들이 보였다.


“망했군.”

나는 그 분주한 풍경을 보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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