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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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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41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6
조회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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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4쪽

1장 2화 독 - 3

DUMMY

대기 명령이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성당에서 147을 만났을 땐 그녀는 수녀 복을 입고 있었다.


수녀 행세를 하면서 이 성당에 숨어있을 생각인 듯 보였다.

나쁜 생각은 아니었지만 성당 자체가 노출되어있는 곳이라 그 부분이 걱정되었다.


“왔어요?”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던 그녀는 내가 오자 고개를 돌렸다.


“왔소. 이제 대기 명령이 풀린 거요?”


“예. 가문의 새 명령이 들어와서요.”

그래, 새로운 명령은 받았지. 147의 말에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번에 받았던 명령은 계속 유효한 거요?”


“그건 임무기간 무제한이잖아요. 설마 가문이 그걸 다 끝낼 때 까지 기다려 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당신 임무는 이제 그 오크홀 사건을 파헤치는데 집중될 거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가문에서 그렇게 연락이 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 말이오?”


“예.”


“그렇게 친절하게 하나하나 임무를 지정해 준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보통 가문이 임무 하나를 요원에게 주면, 요원이 그 일을 다 끝낼때까지 기다렸지 이렇게 일일이 신경 써 주진 않았다.


“그만큼 가문이 이 일을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겠죠.”


“좋소, 그 새로운 임무가 뭔지나 좀 보여주시오.”


나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147은 내 물음에 말없이 돌돌 말린 두루마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명령서의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36. 정보취득. 엠마 글랜.]


“엠마 글랜?”


“마틴 글랜의 딸이에요. 최근에 잠시 여행을 나갔다가 돌아왔다는 군요. 재밌는 건 그 여행길에 오크홀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녀는 오크홀에 분명히 들어갔고 살아 돌아왔어요. 그것도 일이 터진 다음에 말이죠.”


“그곳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거요?”


“문제는 그걸 모른다는 거예요. 오크홀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에 대한 정보는 없어요. 무엇보다 본인이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안 열만 하지.”

끔찍한 기억일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본래 그렇게 끔찍하고 추악한 기억들을 재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 않던가? 엠마 글랜도 그 기억을 빨리 잊고 싶을 것이다.


불타는 도시, 주변에 널려있는 시체들, 함성과 비명으로 옆 사람 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 내가 본 것들은 그것들이 거쳐 간 흔적뿐이었지만 그 흔적만으로도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 그런 기억을 완벽하게 잊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쁜 기억 일수록 잊어야 하는데,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기억은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싶으면 불쑥 솟아올라 괴롭힌다.


그런 사람들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말로는 하나같이 좋지 못했다.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사람 성격이 개차반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엠마글랜이 오크홀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알아내는 거요?”


“예.”

그녀가 겪은 일들을 알아내면 오크홀 사건의 배후를 알아내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난 확신할 수 없었다.


“알았소. 활동 자금은?”

내가 돈을 요구하자 147은 나에게 전표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백 골드에요. 헤이즈 중앙은행에 가시면 현금으로 받을 수 있을껍니다.”


“장비는?”


“당신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임무에 지급될 장비는 없어요. 은신처가 무너졌으니…….”

알만 했다.


임무 때 쓰이는 것들을 거기다가 다 쟁여놨을 것인데 침입자가 침입했으니 다 못쓰게 되었다.


“알아서 구해야 겠군.”

그녀가 건네준 전표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임무 기한은 언제까지요?”


“일주일.”

일주일. 빠듯했다.

게다가 상대가 글랜 가문이기 때문에 허술하게 준비해서는 안됐다. 그들은 골든 필드에서 가장 부유하고 세력이 강한 가문이다.


147이 나에게 몇 개의 서류를 넘겨주었다.

“이게 뭐요?”


“지도와 몇 가지 정보들이에요. 꽤 도움이 될 겁니다.”







‘정보탈취’

보안이 되어있는 곳에서 잠입해 정보를 취득하는 임무였다.


이 임무는 어디를 잠입하느냐에 따라 그 임무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달라지는데, 수면침 몇 발 만 있으면 되는 하품만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단단히 준비해도 조금만 삐끗하면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3일간 탐사와 147이 건네준 정보를 통해 알아낸 바에 의하면 글랜 가문은 후자였다.


검을 잘 쓰는 검사 들이 화려하면서도 단단한 갑옷을 입으면서 경비를 서고 있었고 그 경비하는 병력도 많았다.


글랜 가문이 거주한다는 중앙 성벽 위에는 언제든 화살을 날릴 수 있는 병사들이 활에 화살을 매겨놓고 사방을 주시했다.


정면으로 이곳에 숨어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은밀한 곳으로 침입할 수 있으면서 밀밭 지구의 핵심 적인 곳으로 바로 이동 할 수 있어야 했다. 나는 147이 준 지도를 뒤적거리다가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 아주 적합한 통로 하나를 찾았다.


하수도. 헤이즈에서 발생하는 오염된 폐수들을 처리하는 수로였다.


이 수로는 각기 금화지구와 토양지구를 거쳐 가면서 그곳에서 나는 폐수들과 합해졌다. 나중에 최종적으로 하수도가 헤이즈 바깥으로 나갈 때는 상당히 큰 규모의 개울로 바뀌었다.


보통 하수도는 위생을 위해 도시의 지하에서 흐르도록 설계된다. 그건 헤이즈도 마찬가지여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건 지하로 들어가야 했으니 말이다.


나는 헤이즈의 외곽에 하수도가 헤이즈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주목했다. 중앙 성에서 가장 먼 입구였지만 덕분에 눈에 가장 띄지 않는 곳이었다.






헤이즈에 온지 4일째 밤이 되자 나는 행동을 개시했다.


검은 야행복에 검과 단도 그리고 수면 침 몇 개.

장비가 지원되지 않아 급하게 만든 몇 가지 도구였다.

하는 수 없었다. 독을 만들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임무 종료 기한까지 3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내가 보아두었던 하수도 입구는 헤이즈의 외성 남쪽 벽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맨홀이었고 그 맨홀 앞을 경비병 한명이 지키고 서있었다.


이곳을 지키고 있다니 상당히 의외로군.


놈은 하품을 지으면서 귀찮은 표정으로 비딱하게 서 있었다. 아무도 자기를 보지 않으니 경비를 서기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저치를 어떻게 한다?


나는 숨어서 그의 뒤에 있는 맨홀뚜껑을 살폈다. 두꺼워 보이는 것이 저자 몰래 저 맨홀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옮기는데 분명히 소리가 들릴 것이다.


제압해.

결정은 신속하고 빠르게.


나는 수면 침 하나를 들고 그에게 던졌다.

가볍게 날아간 침은 그의 종아리 부분에 정확하게 꽂혔다.


“어, 왜 이리 졸리지?”

그는 다시 하품을 쩍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조금만 더.

완벽하게 그가 쓰러질 때까진 맨홀에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조금만 더.


마침내 그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자, 나는 주변을 한번 휙 살핀 후 맨홀로 접근했다. 수면침의 효과는 그리 길지 않으니, 신속하게 행동해야 했다.


조심스럽게 맨홀 뚜껑을 연 다음, 안에 보이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연 뚜껑을 다시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맨홀 안에 내려가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어둠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빛이 들어오는 곳이 없어서 그런 듯 했지만 이건 좀 정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악취가 굉장히 심했다.

썩은 달걀이 깨졌을 때 나는 냄새가 이 냄새 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딱딱한 발판이 있어서 사다리에서 내려와 그 발판을 밟고 내려설 수 있었다.


이 발판이 하수도 옆에 난 길일까? 아님 그냥 임시로 만든 발판일까?


알 때까진 움직일 수 없었다.

보이지가 않은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행히 이럴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다.

아무리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라도 약간의 빛은 있기 마련이라 눈이 어두운 곳에 적응이 되면 약간이라도 볼 수 있었다. 그 빛을 보려면 조금은 기다려야 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가만히 그 발판에 서서 기다렸다. 과연 아주 희미하지만 조금이나마 사물의 구분이 되었다.


다행히도 내가 디디고 있는 곳은 발판이 아니라 하수도 옆에 난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갔다. 어두운 곳에 있을수록 방향감각을 잃기가 쉽기 때문에 그 점을 주의해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선으로 쭉 전진하는 것이다.

이 수로는 어차피 근원지가 밀밭지구니 직선으로만 가면 성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악취를 참으며 어두운 곳을 뚫고 천천히 전진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코가 마비되어 고약한 냄새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무렵 나는 저 멀리 밝은 곳을 볼 수 있었다.


밤이었기 때문에 빛이 들어온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곳보다는 밝아 구분이 확 되었다.


외웠던 지도를 머리에 떠올리면서 저곳이 바로 밀밭 지구에서 폐수를 버리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음식물 쓰레기들, 사람의 배설물들, 설거지 하고 나온 물, 목욕물 등 인간이 만들어 내는 폐수는 종류를 셀 수가 없었다.


부유한 인간들이 살수록 많은 양과 많은 종류의 폐수들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밀밭 지구의 경우 버리는 곳이 바로 저곳이었다.



147이 건네준 정보에 의하면 경비병들은 저기서 보초를 서지 않고 가끔씩 순찰을 하면서 둘러보는 정도로 경비를 섰다. 똥오줌과 음식물 쓰레기가 한데 뒤섞인 곳에 보초를 서긴 싫은 모양이었다.


각종 액체 쓰레기를 버리는 곳.

그곳에 가까이 가니 머리 위에 사람 머리통만 한 구멍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 밑에는 미처 흘러가지 못한 쓰레기 들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냄새도 독해서 아까 그 상하수도 물에서 나는 냄새가 더 나을 정도였다.


나는 질척거리는 쓰레기 들을 밟으며 구멍에 있는 쇠 수체구멍을 손으로 잡았다. 팔에 힘을 꽉 줘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자 주변 바깥 풍경이 보였다.


다행히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그대로 그 구멍에서 몸을 일으켰다.

올라오다 보니 야행복에 각종 오물이 잔뜩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지나다 보니 언제 묻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오물을 손으로 툭툭 털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경비는 저 멀리 감시탑에서 횃불을 밝힌 채 길을 감시하고 있지 다른 곳은 감시하고 있지 않았다.


뒤쪽에는 벽이 있었고 벽 위에서 순찰 돌고 있는 병력은 멀리 있었다.


내가 제대로 들어온 것이 맞는다면 이 벽이 바로 중앙 성벽일 것이다. 벽 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이곳이 그 소문만 듣던 밀밭 지구였다.

올라오는데 성공한 난 일단 성벽에서 멀어졌다.


성벽 위에 경비병이 순찰 도는 게 딱 보이는데 성벽과 가까워서 좋을 게 없었다. 운이 좋아서 안 걸렸을 뿐 큰일 날 뻔 했다.


후…….

숨을 천천히 쉬면서 근처 감시초소를 향해 다가갔다.

뒤편으로 들키지 않으면서 감시 초소를 통과해야 했다.


빠르게 가면 소리가 크게 나서 들킬 것이고 그렇다고 천천히 전진하면 쉽게 날 발견할 것이다.


속도가 중요했다.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는 적당한 속도로 감시초소를 지나야 했다.


나는 바닥에 딱 붙어서 낮은 포복으로 전진했다. 팔꿈치가 땅에 있는 돌멩이에 부딪혀서 쓰라렸지만 신음소리 한번 내서는 안 되었다.


초소에서 멀어지는데 성공한 나는 잠시 앉아서 땀을 닦았다.


옆에는 토양지구의 중앙에 있는 대로로 보이는 길이 여기까지 쭉 이어져있었다.


지도에는 이 길의 끝에 가주의 저택이 있었다. 그곳이 오늘 가야 할 곳이었다.포복자세로 길을 따라가면서 순찰 도는 경비병에게 들키지 말아야 했다.


이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마침 저기서 순찰 병력들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길옆에 어두운 곳에 가서 바짝 엎드렸다.


“……정말 그렇게 된 겁니까?”


“응. 아가씨가 얼마나 힘들었겠냐.”


“살아 돌아오신 게 신기할 정도네요.”

두 명으로 보이는 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깐, 엠마 글랜 이야기잖아?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너는 가주님이 아가씨를 부른 이유가 위로해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예.”


“아직 가주님을 모르네. 너 여기 밥 몇 년 먹었냐?”


“한 2년 정도요.”


“내가 아는 가주님은 누구를 위로해 준다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아가씨를 데려가서 심문을 하면 하셨겠지. 생각을 해봐 위로를 해준다면 독대를 했겠어?”


그들의 목소리가 멀어져 갔다. 그들 사이의 대화에서 나는 아주 뚜렷한 정보 하나를 얻었다.


가주가 직접 엠마 글랜을 만났다.


사건의 인과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든 어쨌든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글랜 가문 입장에선 중요한 이야기였다.

어디에다가 기록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기록을 찾아야 했다. 그 기록에 엠마 글랜의 경험담이 전부 적혀 있을 것이다.


일이 좀 쉬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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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장 2화 독 - 7 15.03.17 321 6 11쪽
10 1장 2화 독 - 6 15.03.17 146 4 9쪽
9 1장 2화 독 - 5 15.03.17 121 8 16쪽
8 1장 2화 독 - 4 15.03.17 139 4 10쪽
» 1장 2화 독 - 3 15.03.17 194 5 14쪽
6 1장 2화 독 - 2 15.03.17 231 6 9쪽
5 1장 2화 독 - 1 15.03.17 285 8 12쪽
4 1장 1화 불타는도시(3) 15.03.16 294 7 13쪽
3 1장 1화 불타는도시(2) 15.03.16 237 7 8쪽
2 1장 1화 불타는도시(1) +4 15.03.16 370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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