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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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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55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4
조회
231
추천
6
글자
9쪽

1장 2화 독 - 2

DUMMY

성당 주변 저렴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방은 청소를 자주한 듯 먼지가 없었지만 침대고 옷걸이고 너무 낡아 언제 부서질지 모를 정도로 부실했다.


가격이 싸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그다지 심각하진 않았다.

토양지구에는 이곳과 비슷한 가격에 침대가 없는 곳도 많았다.


대충 짐을 푼 나는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관 1층 식당에 내려갔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인지 식당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다가오는 점원에게 돼지고기 소시지와 물, 샐러드 등을 주문한 다음 한 곳에 앉아 여유롭게 기다렸다.


아니, 여유롭진 않았다.

요원들을 많이 투입했다는 건 가문이 이 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내 보고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미리 요원들을 투입했을까?


오크홀과 관련된 다른 일이 터진 걸까?

터졌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샐러드와 소시지가 내 테이블에 등장하자 그만 그 생각을 접고 나이프를 들었다.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자 비릿한 돼지비린내와 더불어 고기의 살점이 씹혔다. 샐러드는 야채의 싱싱함이 전부 사라진 듯 축 늘어져 씹는 맛이 전혀 없었다.


음식 맛이 형편없었지만 계속 먹었다.

언제 이 음식들이 아쉬울지 모르니 음식이 있을 때 먹어두어야 했다.


“뭐야, 여기 왜 이렇게 맛이 형편없어.”

식당에 그나마 있던 사람들이 음식을 몇 수저 뜨다 말고 중얼거렸다. 돈을 내고 음식을 샀지만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다고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봐, 주인장!”

소리를 지른 사내가 나타났다. 수저를 집어 던진 사내가 화가 난 듯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여관 주인이 아니라 점원이 달려 나와 그를 상대했다.


“뭐야, 네가 왜 나와? 네가 이곳 주인이야?”


“아닙니다.”


“주인장 오라니 왜 네가 튀어나와! 얼른 네 주인 안 데려와? 어디서 음식을 이따위로 만들어와, 응?”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그와 같이 합석했던 자들이 말려보려 했지만 한번 뚜껑열린 사람을 진정시키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돈 내고 나온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저러는 것일까?

물론 내놓은 상차림이 형편없긴 했다.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 나도 인상을 절로 찌푸리게 할 그런 맛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사내의 행동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 머리로는 왜 남자가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갔지만, 감정적으론 이해가 안 되었다.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가문의 요원 생활을 하면서 천천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먹을 것을 절대 불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임무 때문에 먹을 것을 먹지 못하게 되면 당장 발밑에 있는 흙이라도 퍼 먹고 싶은 심정이 든다. 예를 들어 암살 임무 같은 고난이도 임무는 삼일 아니 그 이상을 굶을 때도 많았다.


어딘가에서 삼일, 사일 정도 아니면 그 이상의 기간을 계속 매복을 해 있다가 극독이 묻은 침을 쏴서 죽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먹을 것을 먹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 목표물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임무들을 수행하면서 나는 천천히 변해갔다.

천천히……그리고 착실히…….

변화가 계속 중첩되자 어느 순간 나는 평범함과 아주 동떨어져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맛을 보고 그것에 불평할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다. 그런 생활이 고착화 되자 나는 요리의 맛에 불평을 가지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먹는 것 만으로도 나는 좋다고 생각했다. 맛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곳 음식은 확실히 맛이 없지.”

샐러드를 포크로 뒤적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가 앉은 테이블에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누가 그 말을 했는지 살펴봤다.


어느 샌가 내 마주 편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앉아있는 그자는 검은색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때문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다만 목소리가 낮고 굵은 것이 이 자가 남자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당신 누구요?”


“가문에서 왔다.”

그의 말투는 강압적이었다.


“가문에서?”


“그래.”

의심스러웠다.

가문은 함부로 요원과 접촉하지 않는 게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요원관리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가문은 접견자라는 하나의 점에 요원들을 몇 명 주렁주렁 다는 것으로 요원들을 관리했다.


접견자를 통해 요원들을 관리했고, 접견자를 통해 정보를 습득했다. 그 과정을 무시한 채 이렇게 요원과 집적 접촉하는 건 가문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해봐야 접견자를 만나라는 가문의 임무 쪽지 정도?

그러니 그의 말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증거를 대 보시오.”


그는 말없이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여 주었다. 그 반지엔 다이어 가문의 문양인 눈을 가린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다. 저 반지는 가문의 반지였다. 그는 가문에서 온 사람이 맞았다


“정말……가문에서 오셨습니까?”

그가 누구든 가문에서 왔다면 나를 부리는 상관 일 테니 말투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던리 다이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사우스 브리던의 워치 타워에 거주하는 사람만이 다이어 가문의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문이 선택한 사람만이 다이어의 성을 받고 ‘경’의 신분이 되어 워치 타워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 자는 가문의 본부인 워치타워에서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 나를 직접 보러 온 것이다.


하지만 왜?

접견자는 어쩌고.


“하지만 무슨 일로......”


“경고를 해 주려고. 네 접견자 대한 경고지.”


“예?”

저게 대체 무슨 말이지?


“우리는 147이 가문이 아닌 다른 세력과 내통한 정황을 포착했다.”


“지금 제 접견자가 다른 세력의 첩자란 말씀입니까?”


“그래.”


“아니 그렇다면 접견자 자리에서 내 쫓으면 그만…….”


“실질적인 증거가 없어. ‘그랬을 것 같다’ 정도로는 접견자를 함부로 내칠 수가 없다는게 가문의 판단이다. 147이 이곳 헤이즈에 만들어 놓은 정보 라인을 통째로 잃어버리게 되거든. 함부로 못해.”


“의심만 드는 수준이란 말씀이군요.”


“맞아. 그러니 자네가 좀 해줘야 할 게 있어.”


“예.”


“조만간 자네에게 임무 하나가 떨어질 거야. 지금 하고 있는 무제한 임무 말고 새로운 임무 말이야. 그 때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147을 유심히 살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보고는 그대로 접견자에게 가는 겁니까?”


“그래.”


“아 그리고……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방금 전까지의 대화 내용을 누군가가 들으면 어쩝니까?”


“내가 그렇게 허술한 인물로 보이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던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여관 주인과 점원, 그리고 아까 그 음식 맛이 없다며 투덜대던 사내와 그 일행 처럼 보이는 자들의 시체가 피투성이가 된 채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

접견자를 의심해라.


사실 좀 어이가 없었다. 가문에서 온 사람이 가문의 방침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다니.


어쨌든 이 여관은 더 못 있겠군. 사람이 죽었으니 경비병이 올 게 뻔했다. 정보요원이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 그것만큼 귀찮은 것도 없었다.


나는 짐을 챙겨 들고 재빨리 여관을 나서 거리로 나왔다. 여관은 다시 잡으면 된다. 어차피 임무 대기 기간이었으니 상관없었다.


길을 걸어가며 생각했다.


147이 다른 세력과 내통했단다.

의심스러웠다.

그 말을 한 던리 다이어도 의심스러웠고 147도 의심스러웠다.


물론 던리 다이어는 가문의 사람이 맞았다. 반지에 새겨진 눈을 가리고 있는 독수리의 문장은 다이어 가문이 쓰는 문장이다. 가문의 워치타워에서 일하는 자들은 다 그 반지를 차고 있다고 들었다.


가문에서 온 사람.

왜 날 보러 온 것일까?

난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정보를 캐내는 요원에 불과했다.


147.

그녀는 왜 가문의 의심을 받고 있을까?


머리가 복잡했다.


천천히 생각해. 천천히.

성급히 판단할 문제는 아니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토양 지구의 더러운 거리를 걸어갔다. 맞다. 성급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가문은 지금 147을 의심하고 있고 나는 그 147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요원이다.

그 의심이 나한테까지 번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아직은 147에게서 등을 돌릴 때가 아니었다. 대기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임무가 남아있었다. 오크홀의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했다.


아직 147이 배신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증거가 없으면 정보가 아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147을 은밀하게 관찰해야 했다. 그녀가 무엇인가 수상한 짓을 하는지 안하는지 잘 살펴봐야 했다.


말은 참 쉬웠다.


“그래, 말은 참 쉽다.”

답답한 마음에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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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장 2화 독 - 7 15.03.17 321 6 11쪽
10 1장 2화 독 - 6 15.03.17 147 4 9쪽
9 1장 2화 독 - 5 15.03.17 122 8 16쪽
8 1장 2화 독 - 4 15.03.17 139 4 10쪽
7 1장 2화 독 - 3 15.03.17 194 5 14쪽
» 1장 2화 독 - 2 15.03.17 232 6 9쪽
5 1장 2화 독 - 1 15.03.17 285 8 12쪽
4 1장 1화 불타는도시(3) 15.03.16 294 7 13쪽
3 1장 1화 불타는도시(2) 15.03.16 237 7 8쪽
2 1장 1화 불타는도시(1) +4 15.03.16 371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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