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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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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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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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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장 1화 불타는도시(3)

DUMMY

건물이 불타는 도시.

도적이 들끓을 정도로 마비된 치안.

그의 말대로라면 내성 안에 지옥도가 펼쳐져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심각한 지는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성 안에 지옥이 펼쳐져 있는 게 맞는다면 과연 누가 그 지옥을 펼쳐놓았을까?


그걸 알아내는 게 이 임무의 핵심일 듯싶었다.


나는 시체를 버려두고 목공소에서 내려놓았던 가방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일단 가보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길은 널찍해 지더니 다시 발리워터 강을 만났다.

내성의 바로 코앞에서 만난 강.


내성의 해자 역할도 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강은 목공소에서 나무를 가공하고 이 지점에서 뗏목을 만들어 강의 하류로 운송했던 것 같았다.

기다란 원목들이 조각조각 난 채 강의 모래톱을 뒹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했다.


원목들은 시뻘건 피를 덕지덕지 두르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싸움이 난 모양이었다.


침입자들과 지키는 경비병들이 이곳에서 부딪힌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이곳에 시체가 있어야 했다. 서로 칼을 부딪치는데 시체가 안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없었다. 이곳뿐 만이 아니라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피가 이렇게 튀기는 싸움이 벌어졌다면 당연히 시체가 나오기 마련이건만 오크홀의 외성으로 진입한 이후 한 번도 시체를 본적이 없었다.


시체들이 전부 증발하지 않은 이상 누군가 시체를 전부 치웠을 것이다. 한명이 아니라 다수일게 분명했다.

전투로 생긴 시체를 한명이서 전부 치울 수는 없지 않은가?


모래톱을 올라와 강에 놓여있는 다리와 마주 했다.

다리 건너에는 내성이 있었다.

내성은 외성 벽과 다르게 돌로 만든 돌 성벽이었고 이 돌 성벽 바로 뒤에서 검은 연기가 마구 솟아나고 있었다. 무엇인가 타는 듯 한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아까 그 사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본 연기는 대단히 컸다.

냄새 또한 지독해서 코를 절로 막을 정도였다. 역했다.


비위가 제법 단단하다고 자부했던 나도 순간 욱하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낼 뻔 했다.


내성문 역시나 지키고 있는 경비병이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너무나 쉽게 내성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성문을 빠져나오자 멀리서부터 보였던 검은 연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내성안의 건물들이 불타고 있는 연기였다.


길 양옆으로 쭉 도열해 있는 건물들이 전부 화마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기세가 좀 죽은 상태로 보이는데도 열기 때문에 길을 따라 걷기가 힘들었다.


나는 고개를 바짝 숙이고 손을 입으로 막으면서 총총 걸음을 걸었다.


다행히도 성문 근처에서 벗어나니 열기가 덜해졌다. 안쪽은 열기가 서서히 꺼지는 모양이었다.


슬며시 허리를 펴보고 견딜 만하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물론 보이는 광경은 검게 뼈대만 남은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숯덩이가 되어버린 건물들이 주변에 깔려 있으니 마치 유령의 도시에 온 듯 한 기분도 들었다.



중앙 쪽에 이 도시의 가장 핵심인 영주성이 보였다.

놀랍게도 영주성은 전혀 화재가 발생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봐서 확신하진 못했지만 지금 이 건물들 보다는 상태가 좋아보였다.


왜 저기만 멀쩡할까. 영주의 성이라서?


여기까지 공격했던 침입자들이 영주 성을 공격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공격자들은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가정하면 영주성이 멀쩡해서는 안 되었다. 만약 수비하는 병력들이 이겼다면 멀쩡한 게 당연하겠지만, 그 추정은 아까 사내의 말에 의해 강하게 부정되었다.


영주성에 침입해서 도둑질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수비 병력들이 잔존하고 있다면 그것을 허용해 줄 리가 없었다.


이 도시에 무엇인가 남아있다면 바로 저곳에 있을 것이다.








영주 성은 역시 지키는 자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 도시에 사람이 있는 지나 의문이었다.

잿더미만 가득한 이곳에 사람을 기대하는 건 황금이 눈앞에서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과 비슷했다.


성은 크고 장대했다. 부자 동네다웠다.

도시가 멀쩡했을 때는 이곳을 지키는 병력들이 바글바글했겠지.


성의 대문으로 다가섰다.

누군가가 부수어 버렸는지 문손잡이가 박살이 나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문을 살짝 미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성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쉽다.

너무 쉬웠다.

외성에서부터 영주성에 들어올 때까지 아무도 날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럴 때 일수록 긴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47이 내게 주었던 검을 뽑아들고 내부를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대리석 계단으로 중앙에 깔린 기다란 붉은 색 카펫. 어두워서 정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카펫에 들어가 있는 무늬는 제법 화려했다.


문 바로 앞에 있는 계단 말고도 양 옆의 벽에 무기들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한쪽 끝이 인상적으로 휘어진 세이버, 한쪽 면은 도끼 다른 쪽은 철퇴의 모양을 하고 있는 워 해머, 양손으로 잡고 쓰는 커다란 검도 보였다. 벽에 그런 장식들이 있으니 위압감이 상당했다.


천장에는 그 비싸다는 유리로 모자이크 장식을 했다.


그런 화려하고 위압감 넘치는 장식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사람 한명 보이지 않는 황량한 분위기에선 감탄보다는 오히려 소름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장식들을 지나치고 계단을 올랐다.

이곳에서 난 뭘 찾아야 하는가?

영주 실에 이 사건에 관한 단서가 있을 지도 몰랐다.

아니다.

영주실 뿐 아니라 이 성 전체를 전부 샅샅이 찾아내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도시에서 멀쩡한 건물은 이곳 하나밖에 없으므로 여기에 없다면 도시에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래층과는 달리 방이 많았다.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나?

무엇인가 건지고 싶다면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2층에 있는 방 전부를 수색해 보기로 결심하고, 가장 가까운 방부터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은 평범한 침실이었다.

침대와 옷장, 그리고 소파라는 단출한 구성.

나는 옷장과 침대 밑까지 샅샅이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두 번째 방은 여자 방 같아 보였다.

첫째방과는 다르게 크고 침대에 레이스가 장식 되어 있었으며 어지럽게 놓인 침구류는 분홍색이었다.


커다란 옷장, 화장대, 그리고…….


“음?”

나는 화장대를 뒤지다가 이상한 배지 하나를 발견했다.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이라고 적혀져 있는 배지였다.


뭐야.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

그런 기사단은 전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지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이 뭐하는 단체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단체와 이 오크 홀에서의 사건과 요만큼이라도 관계가 있을 테지.


나는 그 두 번째 방을 나온 다음 수색을 계속했다.

그 두 번째 방 이후에는 정보로 삼을 만한 물품들이 전혀 나타나질 않았다. 조금 실망하면서 수색을 하고 있을 때 헤매다가 ‘영주실’ 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발견했다.


영주실.

오크홀의 최고 권위자가 업무를 보는 곳.


난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다음 문에다가 귀를 대보았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그 문틈사이로 안쪽을 살펴봤다.


의자와 책상 그리고 사방으로 펼쳐진 책과 서류들이 보였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문을 열었다.


책상위에 엉망이 되어버린 서류들과 책을 뒤져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 책과 서류 더미 가장 밑에서 특별한 종이쪼가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나는 서류의 제목을 보고 순간 놀라서 그만 말을 하고 말았다.


“오크홀 침공의 타당성 검토?”

그렇다. 그게 바로 서류의 맨 앞장에 써져 있었던 제목이었다.


오크 홀의 영주 방에서 오크 홀 침공에 관련된 문서가 있다니.


흥미가 생긴 나는 그 서류뭉치를 배낭에 쑤셔 넣고 그 영주실을 나왔다.


꽤 괜찮을 정보 일지도 몰라.


이곳 말고 안전한 곳에 가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정보를 좀 더 찾아봐야 했다.










결국 그 서류 외에는 아무 정보도 찾지 못했다.

나는 TRE3154 지점 인근의 147의 은신처로 돌아왔다.


배낭을 풀고 문을 닫은 다음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오크홀에서 본 것들을 생각했다.


건물들은 불타고 있었고, 영주성은 휑하니 비었으며 도시엔 사람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 도적들이 나와서 찌꺼기를 훑는 것 외에는 앞으로도 사람의 왕래는 없겠지.


오크홀은 끝났다.


도시 전체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끝장이 나버렸다.


그렇다면 그 끝장내 버린 놈들은 누굴까?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애초에 건물을 태운 것도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일지도 몰랐다.


영주 성만 태우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이었다.


오크홀에서의 임무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곳엔 제대로 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의문만 뭉게뭉게 생겨났다.


가방 안에 든 서류와 이상한 단체가 써진 배지만을 건졌을 뿐 다른 수확은 전혀 없었다.


서류 생각이 든 나는 가방에서 그 서류뭉치를 꺼냈다. 자세히 보니 서명까지 되어있는 결재문서였다. [오크홀 침공의 타당성 검토]라고 적혀있다는 건 이 문서가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되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적혀 있을까?

나는 지저분하게 얼룩이 진 그 서류의 첫 페이지를 넘겼고 그 순간 나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라 뗄 수가 없었다.


[타당성 검토(오크홀)



작전의 실질적인 첫 단추나 다름없는 오크홀 공격부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크홀은 경비체계가 잡혀있고 단단한 내성을 구축한 도시이기 때문에 그냥 힘으로만 밀어붙이면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중략)..................


오크홀을 공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내부에 사람을 심는 것이다. 내부에 사람을 심어서 그 사람에게 오크홀 내성 관문을 열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오크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좋다. 핵심인물이면 더 좋겠지만 그 인물을 포섭하긴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도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중략)..................


타당성 검토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한다.


1. 오크홀의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을 포섭.


2. 그 인물로 하여금 오크홀의 내성을 열게 하거나 오크홀의 경비 세력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오크홀 내성을 점령하고 작전을 개시한다.


]


나는 여기까지 읽고 서류를 덮었다.


오크홀이 저 꼴이 된 건 내부의 사정을 아는 인물 그러니깐 오크홀에 배신자 때문이라고 서류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두 번째 항목을 주목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긴 다라…….


오크홀에 크게 난 화재가 그것 때문인가?


아니지.

오크홀은 내성에만 불이 났었다.

내성에 있는 경비병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성 안에 있는 건물에 불을 질렀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오크홀 내성에서 불을 지르고 도시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나는 종이와 깃털 펜을 꺼내 들고 생각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첫째. 오크홀 안에 칩입자가 포섭한 인물이 있었다.


둘째. 그 인물이 오크홀 내성에서 방화를 저지르고 경비병들이 소화를 위해 신경이 분산된 틈을 타 성문을 열어 주었다.


셋째. 칩입자들은 오크홀 내부 중요 인물을 포섭할 만큼 영향력이 강한 단체다.


“잠깐만.”

열심히 적다가 무언가 스치는 생각에 나는 깃털펜을 놓았다.


“이 서류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믿어도 되나?”

만약 서류에 있는 내용이 조작되거나, 과장된 내용이라면 지금 정리한 이 생각은 전부 쓰레기가 된다.


믿을 수 없는 정보는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서류에 있는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판국에 함부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내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군.”

나는 생각을 적어놓은 종이를 손으로 쭉 찢었다.


일단 서류를 147에게 가져가자.

믿을 지의 여부는 그녀가 판단할 것이다.


“일단 그 지점으로 가야 하는데…….”

147이 오라고 한 HAZ1342 지점은 오크홀에서 꽤 멀리 있었다.


거기는 골든필드의 핵심인 헤이즈 근방이었다.



1화 불타는 도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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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장 2화 독 - 1 15.03.17 28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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