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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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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7.02 21:54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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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13
추천수 :
801
글자수 :
433,058

작성
24.07.02 21:54
조회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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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88화. 광혈아수라(狂血阿修羅)

DUMMY

“불이야~!”

“적의 야습이다! 크윽······”

“마, 막아라~!”


새천동맹 남쪽 진영인 사사천(死沙天)의 군막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아올랐다.

처음 세 채의 군막에서 치솟은 불길은 순식간에 근처 군막으로 옮겨붙으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오르는 것을 보면, 누군가 고의적으로 맹화유(猛火油: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듯했다.


불이야! 소리에 자다가 놀라서 뛰어나오던 무사들은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화살에 의해 푹푹 쓰러졌다.

또한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군막 사이를 누비며 사사천의 무사들을 눈에 띄는 대로 베어 넘기고 있었다.

그들의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사사천의 무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당했다.



사사천 중앙의 거대한 천막.

혈사마군 위진강은 분노로 인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자신의 발 앞에 부복하고 있는 인물을 향해 노화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등신 같은 놈들이 있나. 대체 번(番)을 서던 놈들은 뭘 했길래 적들이 마음대로 활개 치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부천주 백혈마신 가염방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초병을 살해하고 잠입했습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것 같으니 금방 제압될 것입니다.”


위진강은 탁자 위의 벼루를 냅다 집어 던졌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몇 명 되지도 않는다면서 온 진영이 벌집을 쑤신 듯 이 난리인가?”


퍽!

벼루는 정확하게 부천주인 가염방의 이마를 때렸다.

금세 피가 튀고 먹물과 핏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러나 가염방은 굳어진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피하거나 움직이면 난폭한 위진강의 성질로 보아 검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확률이 십 중 십이다.


“에이! 저런 것들을 믿고 있는 내가 한심하지!”


그는 군막의 문을 신경질적으로 홱 들치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대낮처럼 밝았다.

상당히 많은 군막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화광이 충천했기 때문이다.


보이느니 사방이 온통 불바다였다.

불빛 사이로 수하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한 어디선가 불화살이 연신 날아들며 아직 불이 옮겨붙지 않은 군막들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불화살을 맞은 군막마다 금세 불길이 치솟고 순식간에 옆으로 옮겨붙어 가고 있었다.

불화살에는 맹화유를 매단 가죽주머니가 달려있었다.


“크으, 내 이놈들을 찢어 죽이리라!”


그는 발연대로하며 허리춤에서 백사신검을 꺼내 들었다.

이어 막 몸을 날리려는 찰나,


“그대가 사막의 귀신이라는 위진강인가?”


낭랑한 음성과 함께 하나의 백영이 그의 뒤로 유령처럼 떨어져 내렸다.


“······?”


위진강의 신형이 번개처럼 돌아섰다.


“네, 네놈은······?”

“후후, 오늘 밤 화염 축제를 벌인 사람이지!”


설군옥은 야릇한 조소를 흘리며 검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위진강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튀었다.


“그렇다면 대가를 치러야지!”


분노의 일갈과 함께 위진강의 신형이 번개처럼 설군옥을 덮쳐갔다.

엄청난 장력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검이 폭포처럼 설군옥에게 쏟아졌다.

그 빠르기는 가히 섬전 같았다.

과연 그의 위명은 명불허전이었다.


설군옥은 낭랑한 음성을 발했다.


“호오, 대단한 자로군! 그런데 남의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니······”


그는 말과 함께 순간적으로 뒤로 이동하며 쌍 장을 쭈욱 내밀었다.

황금빛 광채가 그의 손에서 쏟아져 나오자 위진강은 깜짝 놀랐다.


그가 놀란 것은 황금빛 광휘 때문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황금빛 광채 속에 하나의 붉은 아수라 형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광······ 혈 아수라?”


위진강은 공격하려다 말고 갑자기 석상처럼 굳어지며 두 눈을 부릅떴다.



<광혈아수라(狂血阿修羅)!>


삼백 년 전부터,

사막 일대에는 하나의 무시무시한 전설이 떠돌고 있았다.


사왕마전(沙王魔殿)!


사막을 지배하는 죽음의 공포, 그 자체!

모래 속 지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이 신비지전은 어쩌다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낼 뿐 평소에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사왕마전이 모습을 드러낼 때면 세인들은 진저리를 쳤다.

반드시 엄청난 혈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어설프게 오만을 떨다가는 가축 한 마리 남기지 않고 씨 몰살을 당한다.

그게 사왕마전의 율법이었다.


그들이 나타날 때마다 숱한 새북의 고수들이 피떡이 되어 으스러졌다.

세인들은 바로 그 가공할 무공을 광혈아수라마공이라고 부르며 치를 떨었다.

또한 광혈아수라 마공을 펼치는 괴인을 일컬어 ‘아수라마존’이라 칭하며 극도로 두려워했다.


한데 지금 눈앞의 청년은 불가의 무공인 듯한 금빛 광채 가운데 광혈아수라의 형상이 떠오른 무공을 펼친 것이다.

바로 광혈아수라마공의 특징인 핏빛 아수라의 형상이었다.


‘이런 젠장······ 사람 헷갈리게 하네, 부처야 아수라야?’


만약 그것이 사왕마전의 광혈아수라 마공이라면 그는 즉시 대적을 멈추어야 한다.

아니, 대적을 멈추는 정도가 아니라 즉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해야 한다.

그것이 아수라마존의 진노를 잠재우는 그나마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위진강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할 때,

설군옥의 음성이 그의 고막을 때렸다.


“배포가 큰 것이냐? 무지하고 어리석은 것이냐? 감히 아수라마존을 알현하고도 뻣뻣하게 서 있다니,”


위진강은 황망히 무릎을 꿇어 엎드리며 소리쳤다.


“사······ 사사천의 위진강이 사막의 위대한 지존 광······ 혈아수라 마존을 배알합니다!”


그의 얼굴은 기세등등하던 조금 전과 달리 사색이 되었다.

설군옥은 뒷짐을 진 채 위진강을 내려다봤다.


“머지않아 사왕(沙王)의 전설이 실현될 것이다. 너희들은 물러가서 사왕을 기다려라!”

“오오! 사왕, 정녕 사왕의 전설이?”


사왕의 전설!

그것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가?



얼마 후,

사사천의 진영은 다시 원래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상당히 많은 병력을 훼손당하고, 군막이 불에 탔지만 그에 대해 누구도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기습 사건에 대해 천주가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사천을 야습했던 자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위진강이 설군옥 앞에 무릎을 꿇은 이후에 나타난 변화였다.



“이를 어쩌지? 하아······ 고민이네.”


혈사마군 위진강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중원 정벌을 가장 앞장서서 주장했던 것은 사실 위진강이었다.

자신들을 사적(沙賊) 떼라고 업신여기는 중원에 대한 복수심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물불 안 가리고 새천동맹의 일원이 되어 장성을 넘는 일에 앞장을 섰다.

한데 조금 전, 광혈아수라마존은 그에게 즉시 사막으로 돌아가 사왕의 전설을 기다리라고 했다.


“하아, 이거 입장이 엄청 곤란하게 됐구만···”



새북 제일의 위대한 무인이자 새천동맹의 맹주인 뇌백추는 지금까지 그가 봐왔던 인물 중 최고의 무인이었다.

그의 무학을 처음으로 견식한 날, 그는 인간이 이토록 강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람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원에 아무리 기인이사가 많다 해도 뇌백추를 능가할 자는 결단코 없다고 확신했다.

그 믿음이 오늘 그를 이곳에 이르게 한 것이다.


한데 사왕(沙王)이라니······.

사막에서 성장한 그에게 그 존재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그는 광혈아수라마존이 사왕과 동일 인물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왕과 아수라마존이 동일인이든 아니든, 분명한 것은 위진강이 익힌 사막 최고의 무공 사사혈경(沙死血經)이 바로 사왕마전에서 흘러나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사사혈경을 익힘으로 해서 사막 최고의 고수로 불리게 되었고, 사사천을 세우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왕과 광혈아수라마존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하아, 이거 미치고 환장하겠네, 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그는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북 전대미문의 고수 뇌백추와 사왕의 전설 아수라마존으로 인해······


* * *


강한 바람에 구름이 씻겨나가고 휘영청 밝은 달이 바다와 대지를 애무하고 있었다.

봉우량의 가슴은 뇌려군을 만난 이후부터 격하게 뛰고 있었다.


그는 삼십 평생을 넘게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이런 미인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찌 여인의 미모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단 말인가.

그는 비로소 경국지색이란 말의 의미를 절감했다.


동의와 공감은 다르다.

이성(理性)으로 유추해 능히 어떤 사실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슴으로 절감하면서 통감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그는 학문을 닦을 때 스승이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세상에 뇌물에 매수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 액수가 문제일 뿐······


마찬가지로······

세상에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면,

그 미모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사내는 없다!


네가 만약 이 말을 부정하고 있다면,

너는 아직 그럴 정도의 미인을 만나지 못했거나,

감히 그런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재물도, 권력도 아니다.

여인의 미모, 이성의 달콤한 유혹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당시 스승은 자신이 우연히 만났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빈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아무리 여인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해도 어찌 장부가 그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단 말인가?

한데 나는 정말로 그런 경험을 했고,

아직도 그 여인의 얼굴이 내 가슴속에 화인(火印)처럼 박혀 있느니라.

너는 이런 말을 하는 이 스승이 우스워 보일는지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게다.

그러나 이것은 네가 직접 경혐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


당시 봉우량은 내심 강하게 반발했다.

속으로 정신 나간 미친 늙은이라고 욕까지 했다.

스승은 그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듯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한데, 그 말이 사실이라니······


미인을 발견한 사내의 가슴이 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데 예뻤다. 예뻐도 너무 예뻤다.


그는 여인이 주는 미모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나 소용이 없었다.

이것은 내공의 영역이 아닌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육신이 아닌 정신의 영역······


‘아아······ 이 봉모가 이리도 보잘것없는 속물일 줄이야!’


그는 내심 자신의 가슴을 짓찧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일도 소용없었다.


어쩌면 그는 저 여인으로 인해 자신이 무림맹을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유혹은 일단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봉우량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뇌려군이라는 절색의 미모를 가진 여인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너무 행복했다.


수없는 생각이 교차하는, 스스로의 감정과 싸우고 있는 봉우량을 뇌려군이라는 여인이 말끔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봉우량의 속내를 훤히 읽고 있는 듯했다.


뇌려군은 조용히 섬섬옥수를 들어 다시 혈옥소를 불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불던 바로 그 장천검한곡(長天劍恨曲)이었다.


삘릴리······ 삘릴리······


그윽하게 옥 대롱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색은 묘하게도 봉우량의 지금의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크······ 크윽!”


마침내 봉우량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코를 통해 붉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어떤 음공(音功)이나 그런 것이 아니다.

감정을 억지로 제어하고 있다 보니 심화로 인해 혈류가 역류한 것이다.


뚝!

갑자기 피리 소리가 멈추며 뇌려군이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봉 군사님!”


그녀의 음성이 꿈결처럼 봉우량의 귓전을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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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화. 광혈아수라(狂血阿修羅) 24.07.02 138 3 12쪽
87 87화. 장천검한곡(長天劍恨曲) 24.06.30 180 3 12쪽
86 86화. 난무하는 궤계 24.06.28 173 3 12쪽
85 85화. 대혈전의 막은 오르고 24.06.27 217 3 11쪽
84 84화. 라마와 신선 24.06.24 249 4 12쪽
83 83화. 새북(塞北)과 중원의 대격돌 24.06.22 276 4 12쪽
82 82화. 반간지계(反間之計) 24.06.20 290 4 12쪽
81 81화. 아오, 정말 미치겠네 24.06.20 290 5 14쪽
80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92 5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86 6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63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65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72 5 13쪽
75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84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87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314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322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341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338 5 12쪽
69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340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337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326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339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47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55 5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77 5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77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413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85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9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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