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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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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6.27 09:0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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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44
추천수 :
749
글자수 :
416,681

작성
24.06.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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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추천
5
글자
12쪽

69화. 죽음의 거미줄

DUMMY

설군옥은 원공대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반가운 지인입니다. 대사님은 나가 보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군장 원공대사는 깊이 읍을 한 뒤 내실에서 물러났다.

설군옥은 미소를 띠며 청년에게 말을 건넸다.


“아마도······ 그대는 소공 중 한 사람인 듯하오만?”

“그리 보이십니까?”

“하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아무리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해도 그대같이 온몸으로 기를 뿌리고 다니는 사람을 설마 못 알아보겠습니까?”


설군옥은 엷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팔선탁을 가리켰다.


“우선 앉읍시다. 곧 차를 내올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크 소리에 이어 문이 열렸다.

젊은 승려 하나가 널찍한 다반(茶盤)에 간단한 다과와 함께 차를 내왔다.


그 사이에도 청년은 쉴 새 없이 설군옥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젊은 승려가 물러가자 설군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속은 어디십니까?”

“영웅문입니다!”


청년은 대답을 하며 품에서 얇은 책자 다섯 권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무상께서 귀공에게 이 비급을 전해드리고 며칠 머물면서 돌봐드리라 하셨습니다.”

“하하하, 이거 폐를 끼치게 되었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곳에 조용한 장소가 있습니까?”

“지하에 개인 연무장으로 쓰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적당할 겁니다.”

“다행이로군요!”


영무공자(靈武公子) 낙성지(洛成志)!


그는 영웅문의 소 문주이며 네 명의 소공 중 한 명이었다.

네 개의 문파가 하나로 연합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여전히 경계가 뚜렷했다.

낙성지는 단순히 무공서만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설군옥이 영웅문의 무학을 익힐 수 있도록, 말하자면 무술 교련의 신분까지 부여받고 온 것이다.


공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그 사실을 위에 알릴 임무도 띠고 온 것이다.

서로의 나이는 묻지 않는다.

알면 불편해지니까.


두 사람은 다과와 차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처음 보는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많겠냐마는 영무공자 낙성지는 설군옥의 입장과 처지를 배려하는 듯 뇌왕성 내부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격의 없이 풀어놓았다.

덕분에 설군옥은 뇌왕성 내부 사정을 웬만큼 알 수 있었고, 현재의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다.


이튿날 새벽!

설군옥과 낙성지는 지하 연무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제 받은 비급을 설군옥은 밤을 새워 읽고 암기했다.

어느 문파이든 기본적으로 내공심법과 권법, 검법과 도법, 보법과 신법을 더한 경공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문파마다 특색이 있는 몇 가지 다른 무기술과 장법, 지법, 금나술, 암기 등이 더해져 문파 고유의 색채를 띠게 되는 것이다.


얇은 책자는 다섯 권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요점만 추린 것으로 그것을 풀어내면 방대한 양이 될 것이다.

그러한 세세한 변화는 낙성지가 직접 가르칠 모양이다.


또한 동시에 설군옥은 북두문의 무학을 그에게 가르쳐야 한다!

즉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꼬박 석 달 동안.

설군옥은 영웅문의 무학을 익히고, 낙성지는 북두문의 무학을 익혔다.

그동안 설군옥은 세 사람의 군장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오직 무공수련에 전념했다.

출동할 일이 생겨도 세 명의 군장에게 맡겼고, 그들은 훌륭하게 완수해냈다.


오랜만에 원 없이 신체 단련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이 너무 좋았다.

설군옥은 낙성지가 보기보다 영민하며 상당히 무재가 뛰어나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

그는 가르치는 족족 몇 번 시연을 하지 않아도 거의 다 기억하고 따라왔다.


그러나,

낙성지가 설군옥을 대하고 놀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이미 설군옥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왔지만, 그래서 내심으로는 은근히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무공수련에 들어가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설군옥의 체력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따라갈 수 없어 늘 뒤로 쳐졌으며, 자신이 가르치는 영웅문의 오묘한 절학을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흡수해냈다.

자신이 처음에 영웅문의 무학을 익힐 때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낙성지는 깨달았다.

자신은 모든 점에 있어 설군옥에게 도저히 미칠 수 없다는 것을······


나이도 알고 보니 설군옥이 다섯 살이나 위였다.

이후 두 사람은 형님, 아우하며 살갑게 지냈다.


그동안 낙성지는 설군옥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그의 탁월한 무공 재능과 순발력, 친화력에 녹아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친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로 인해 처음의 계획보다 훨씬 깊은 무학의 교류가 오고 갔다.

설군옥도 아낌없이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쏟아부었다.

물론 북두문의 무학에 한해서였다.

천재성을 보이는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나고 낙성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창랑원을 떠났다.


* * *


설군옥은 무한 시내를 걷고 있었다.

부군장 원공대사와 함께였다.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둘 중 한 사람은 있어야 현무군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석 달 동안 무공수련을 위해 갇혀 지내다시피 했기에 바람도 쐬고, 또 탕마군에게 필요한 물건도 있었기에 함께 나선 것이다.


해동천궁(海東天弓)!


희대의 야장(冶匠) 광야자가 설군옥을 불러 선물한 병기 중에 하나다.

화룡궁(火龍弓)이라고도 부르며, 화룡전이라는 특수한 화살을 사용할 수 있었다.

화룡전은 화약과 백린(白燐)을 섞어 촉 끝에 바른 것으로 일단 불이 붙으면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지독한 화살이었다.


광야자는 해동천궁을 건네주며 화살은 임의로 제조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에 해동천궁을 만들어 탕마군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는데 화살은 소모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부족했다.

화살과 더불어 화룡전을 좀 더 만들어 비축할 필요성을 느꼈기에 그것을 알아보려 나선 것이다.


무한은 원래도 번화한 성도였지만, 무림맹이 이곳에 자리 잡은 후 더욱 번창했다.

무림맹 내부에도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야철방이 여러 곳 있었고, 성 밖 저자에도 꽤 많은 철방이 존재했다.

설군옥은 오늘 특별히 무림맹 외부에 있는 철방을 돌아보려 하는 것이다.


무한의 저자는 이동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이곳저곳에서 호객하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너무 복잡하구려. 웬 사람이 이리도 많은지······”

“새외에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소문 이후, 많은 사람이 무림맹이 있는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몰려들어서 더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렇지, 이거야 원, 사람이 발에 걸려서 다닐 수가 있나?”


설군옥은 복잡한 번화가를 벗어나 조금 한산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철방은 이런 뒷골목에 주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설군옥은 아까부터 누군가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걸음의 속도를 조절하며 반응을 살폈다.


틀림없었다.

골목길로 들어섰음에도 그 보이지 않는 눈초리는 여전히 그를 쫓고 있었다.

기척이 은밀하고, 상당히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보아 전문적인 추적술 훈련을 받은 자들 같았다.


‘후후······ 집요한 놈들이군. 어디 두고 볼까?’


그는 철방이 몰려있는 곳에 도착했음에도 그곳을 지나쳐 더 깊숙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를 습격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원공도 눈치를 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했다.


살수의 무서운 점을 아는가?

살수의 유능과 무능의 차이는 철저한 계획에 있다.


그저 보이는 허점을 이용해 급습하는 것은 삼류들이나 하는 짓이다.

살수는 무공이 그리 높을 필요도 없다.

사람의 본능을 알고, 그 무의식 속에 있는 심리를 꿰뚫는다면, 그리고 그에 맞는 죽음의 그물을 준비한다면 제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꼼짝없이 걸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살수의 무공은 마지막으로 숨을 끊을 정도면 충분하다.



‘이놈들은 다르다!’


설군옥은 갑자기 등줄기에 오싹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감정은 실로 꽤 오랜만이다.

그의 본능은 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계속 경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파앗······

설군옥은 갑자기 원공의 손을 잡고 좌후방으로 급히 물러났다.

그 순간,

검은 물체 세 개가 방금 그가 서 있던 곳으로 내리꽂혔다.


쉬쉬쉭--!

흑의복면인들이었다.

설군옥은 그들을 내버려 둔 채 다시 우 후방으로 갈지자로 이동한 후 원공과 함께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것은 상대가 짜놓은 습격의 그물을 간발의 차이로 벗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슈아악······

거대한 소리개가 병아리를 덮친다면 이러할까?

설군옥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빈 곳을 찌르고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흑의복면인들을 향해 자룡검을 흩뿌렸다.


파파파파팟······

새파란 강기가 마치 물이 뿌려지듯 쏟아졌다.


“······”

“······”


세 명의 흑의인은 강기에 의해 전신이 벌집처럼 꿰뚫리는 데도 아무런 신음도 비명도 들리지 않는다.

철저하게 훈련된 살수들인 것이다.


설군옥의 몸이 빙글 돌며 좌측 건물의 사합원 지붕과 우측 건물의 대문을 향해 검을 연속적으로 찔러댔다.

동시에 좌수를 쫙 펴며 땅바닥을 향해 섬탄지를 쏘아냈다.

스으으······

그의 손가락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이 강력한 전사(電射)가 쏟아져나왔다.


“······”

“······”


역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사합원 지붕에서 두 명의 흑의인이 거꾸로 떨어지고, 우측 건물의 대문에서 핏자국이 터져 나왔으며, 섬탄지가 뚫고 들어간 지면에서는 핏물이 번져 오르고 있었다.


설군옥은 방금까지 암살자가 서 있던 사합원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그의 눈에 흑의복면인 두 명을 금강복마권(金剛伏魔拳)으로 피떡을 만들고 있는 원공대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공대사의 뒤로 다가서는 두 명의 흑의복면인을 향해 설군옥의 손에서 전사가 쏘아졌다.

다른 장법이나 지법은 느리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섬탄지는 생각과 동시에 이미 목표물에 닿는다.

다시 아무런 비명도 없이 두 명의 흑의인이 뒷머리에 구멍이 나며 풀썩 고꾸라졌다.


엉뚱하게도 이 급박한 상황에 설군옥은 이번 살행을 계획한 것이 누군지 상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번 살행은 완벽했다.

피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조금만 머뭇거렸어도 완벽한 사냥감이 되었을 것이다.


설군옥과 원공대사는 동시에 뛰어내리며 남아 있는 살수들을 공격했다.

완벽한 살망을 짜고 암습하는 살수가 무서운 것이지, 이미 다 드러난 살수는 그들에게 썩은 호박 베는 것과 다름없었다.


잠시 후,

설군옥과 원공대사가 떠난 자리엔, 비릿한 혈향과 함께 열두 구의 시체가 핏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설군옥은 스스로 무기 제작의 대가라고 자칭하는 양강이라는 철장에게 화살 이천 개와 화룡전 천 개를 주문했다.

그는 열흘의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큰소리를 쳤다.


두 사람은 나온 김에 무한 저자를 더 돌아보기로 하고 골목을 나와 멀리 보이는 오층 누각을 향해 움직였다.

그곳에서 설군옥은 운명처럼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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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아오, 정말 미치겠네 24.06.20 221 4 14쪽
80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36 4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34 5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14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17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21 5 13쪽
75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36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39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268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275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292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294 5 12쪽
»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296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294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288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298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04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08 4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24 4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31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360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34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42 4 12쪽
58 58화. 소공(小公)의 귀환 24.06.12 354 4 13쪽
57 57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2) 24.06.12 332 5 12쪽
56 56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1) 24.06.12 35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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