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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6.30 16:5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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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68
추천수 :
755
글자수 :
427,598

작성
24.06.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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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추천
2
글자
12쪽

86화. 난무하는 궤계

DUMMY

거대한 마차!

가로로 황소 열 마리씩 두 줄로 끌게 되어 있는 거대한 마차 위에는 대형 원형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차의 바퀴는 4쌍, 즉 모두 여덟 개의 바퀴가 지탱하고 있는 움직이는 사령탑이었다.


지금 그 안에는 뇌종의를 비롯한 새천동맹의 수뇌부들이 넓은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북서맹, 사사천, 흑룡림, 혈납극사의 대표들과 군사인 뇌려군이었다.

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맹주인 뇌종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 새천동맹과 중원은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말았다. 파부침주의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지!”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타고 온 배를 가라앉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결사항전의 각오를 말함이다.


뇌종의의 얼굴은 점차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분노가 아니다.

무엇인가 확실한 목표를 향한 열정이 지나친 까닭이리라.


사람은 상대의 감정에 쉽게 물드는 존재이다.

뇌종의의 온몸에서 중원 정벌에 대한 열의가 활화산처럼 솟아오르자, 그를 지켜보던 수뇌부들도 서서히 그 열기에 감염(?) 되어가고 있었다.


뇌종의의 두 눈에서는 푸른빛이 폭사되고 있었고,

전신에서 뿜어지는 산악 같은 기운은 군막 안을 질식할 듯한 패기로 가득 채웠다.


뇌종의는 군막 한쪽 벽에 걸린 중원전도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중도(中刀)를 들어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재 서안 쪽으로 진격한 아군은 백중지세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점차 뒤로 밀리고 있고, 또한 대동(大同)과 태원(太原) 방면의 진격로 역시 무림맹에 의해 막혀 있다고 한다!”


그는 쏟아내듯 말을 뱉은 후, 잠시 호흡을 고르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모두 극도의 긴장 속에 뇌종의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뇌종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그들이 자력으로 무림맹을 물리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 하나······”


그의 눈에서 푸른 섬광이 불꽃처럼 튀었다.


“그것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무 기대에 못 미친다.”


뇌종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 뒤 뇌려군에게 시선을 던졌다.


“뇌 군사. 이 점에 대해 설명할 것이 있나?”


뇌려군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 역시 부친인 뇌종의와 별반 생각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죄라도 되는 듯 귀밑까지 얼굴이 빨개진 채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뇌종의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 본진이 무림맹의 세력을 밀어내기 시작하면 그들 역시 크게 힘을 내고 다시 전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림주!”


뇌종의는 만주 지역의 패자(覇者)인 흑룡림주 노도강(魯到岡)을 쏘아봤다.

노도강은 흠칫 놀라며 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예, 맹주!”

“흑룡림이 확실한 역할을 해주어야겠소이다.”


노도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한 역할이라 하심은······?”


뇌종의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흑룡림의 많은 숫자가 본진에 합류했다고는 하나 남은 병력 역시 적은 숫자가 아니지 않은가. 한데 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단 말이오. 알겠소?”

“하, 하지만······”


흑혈마왕 노도강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적 앞에서는 펄펄 나는 노도강이었으나 왠지 맹주 앞에서는 한없이 움츠러드는 어깨를 자신도 어찌할 수 없었다.

뇌종의의 말이 이어졌다.


“아오, 잘 알고 있소이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무림맹은 어설프게 다뤄서는 안 되는 족속들이야. 더 대차게 밀어붙이란 말이야! 그래야 적들의 정신이 분산되고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야. 싸움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세야 기세!”

“······!”


노도강은 두꺼운 입술을 내밀며 입을 닫았다.

그라고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자칫 꼬박꼬박 말대꾸를 했다가는 자신의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본디 흑룡림과 북서십삼맹은 견원지간이었다.

틈만 나면 충돌을 했고, 북서맹의 많은 지역을 흑룡림에서 빼앗아 지경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야심한 시각에 뇌천웅이 이끌고 온 ‘북서풍’이라는 33인의 무력대에 의해 흑룡림의 총단은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흑혈마왕은 자신의 처소에서 자다가 끌려 나와 마당에 무릎을 꿇린 채 온갖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만큼 북서풍이라는 무력대는 강했다.


날고 긴다는 흑룡림의 고수들 중에 상당수가 북서풍을 상대로 저항하다 참살을 당하고 말았다.

뇌천웅은 검 한 자루를 노도강에게 던져주며 기회를 줄 테니 자신을 꺾어보라고 했다.

노도강은 기세 좋게 덤벼들었으나 불과 십여 초만에 처참하게 패배를 하고 말았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그날 이후로 흑룡림은 새천동맹의 산하 단체로 전락했다.

그동안 숱한 피를 흘리며 북서맹의 초지를 빼앗았던 일도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들인 뇌천웅조차 꺾지 못한 노도강이 그보다 가공할 고수인 뇌종의에게 감히 도전을 꿈꿀 수 있겠는가?


뇌종의는 다시 사사천주(死沙天主)인 혈사마군(血死魔君) 위진강(威進康)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공포의 대명사라던 사사천의 쟁쟁하던 위명은 흘러간 전설이 되고 만 것인가?”

“그······ 그럴 리가······ 요!”


뇌종의의 눈매가 매섭게 위진강의 전신을 훑고 내려갔다.

위진강은 그 눈빛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살기에 어깨를 으슷! 떨었다.

공포의 화신이라는 혈사마군 위진강이 오히려 공포에 사로잡히다니······


위진강은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극도의 공포를 느낄 때 나타나는 그만의 독특한 습관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사사천은 공동파의 늙은 도사들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는 거지?”


위진강은 황망히 허리를 굽혔다.


“소, 속하가 다시 그들을 채근하겠습니다.”

“흐음, 한 번 믿어보겠네. 만약 이번에도 실망시키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게!”

“가, 감사합니다. 맹주!”


위진강은 탁자가 부서져라 머리를 거듭거듭 박았다.

뇌종의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이번에는 북천상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혈륜대법왕은 원래 몸을 사리는 자인가?”

“그, 그렇지 않습니다. 맹주! 본사의 방장은······”

“흥, 그런데 어째서 사천 쪽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인가? 혈납극사에서 청성과 아미, 점창, 당문을 확실히 붙잡아 두라고 했는데 그들이 무림맹에 합류까지 한 모양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겠나?”


북천상인은 노도강과 위지강이 지릴 정도로 겁을 먹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위축되고 있음을 느꼈다.


“어제 속하가 받은 서찰에 의하면······ 도강언(都江堰)을 앞두고 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지금쯤은 도강언을 넘어 네 문파 중에 하나 정도는 멸문을 시켰을 것입니다.”


뇌종의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일단 믿어보겠네, 그러나 지금 말한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자네가 책임을 져야 할걸세.”


뇌종의가 말하는 책임,

그것은 머리가 박살 나는 끔찍한 죽음을 의미한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북천상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뇌종의는 북천상인을 흘낏 쳐다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 군사부에서 수립한 계획을 하달하겠다.”


무려 두 시진 동안,

그들은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뇌종의의 장점은 절대로 먼저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아무리 하찮은 수하의 말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그의 말을 경청한다.

이후에야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의견이란 곧 명령이다.


* * *


사흘.

무림맹과 새천동맹이 진을 친 채 별다른 부딪침 없이 사흘의 시간이 흘러갔다.

이는 병법(兵法)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적이 다 모이길 기다리다니······

상대가 아직 전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숫자적으로 아군이 유리할 때 선공(先攻)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데, 이처럼 어리석은 일을 천하의 병법가라는 사공유와 뇌려군 두 사람이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무림맹에는 상당수의 지원군이 당도해서 전열을 새롭게 정비했다.

새천동맹 역시 그들 나름대로 세밀한 전략을 세워 중원 공략을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 * *


희미한 초승달이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해시 무렵,

설군옥은 종명옥과 함께 군막을 나섰다.

부군사 봉우량이 사람을 보내 그들을 보자고 한 까닭이다.


사공유는 무림맹에서 전체를 지휘해야 했기에 전장에는 부군사들을 대신 파견해 놓고 있었다.


설군옥은 벌써 사흘 전에 무림맹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새천동맹과의 격돌에 대비해 여러 가지를 점검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봉우량은 천수재(千秀才)라 불릴 정도로 병법에 해박하고, 두뇌가 명민한 자다.

또한 무림맹 수뇌부의 의도와 전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대군사 사공유가 이런 중요한 때에 봉우량을 주력군에 파견했다는 것은 그를 완벽하게 믿는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어서 오십시오, 장로님!”


그는 설군옥을 언제나 ‘장로님’이라고 불렀다.

다른 이들은 ‘군장님’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많은데······


봉우량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두 사람을 푹신한 의자에 앉도록 권했다.

이야기가 길어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먼 길을 오셨는데 그동안 잘 쉬셨는지요?”


설군옥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봉 군사님이 수고가 많습니다. 이제 고생이 시작되는 거지만요.”

“하하하, 고생이라니요. 그래도 저는 이선(二線)에서 편하게 있잖아요. 고생이야 언제나 최일선의 무사님들이 하시는 거죠.”


그는 유쾌한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기분 나쁜 말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도 언제나 깍듯하게 대했다.

그래서 무림맹 군사부의 다른 군사들도 모두 그를 잘 따른다.


잠시 차를 나누며 뜸을 들인 뒤에야 봉우량은 입을 열었다.


“실은, 장로님에게 중요한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하하,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무슨 부탁인가요?”


봉우량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다소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탕마군은 언제쯤 도착할지 아시는지요?”


안 그래도 설군옥이 가장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그들은 늦어도 설군옥보다 이틀 후쯤이면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틀마다 보내오던 전서구도 벌써 며칠 째 끊긴 것이다.


해서, 어제는 부군장인 원공대사에게 영통감응술(靈通感應術)을 시도해 보았다.

다행히 영통감응술이 원공과 연결되어 그쪽의 입장을 알 수 있었다.


원공의 말에 의하면,

오는 도중 만마총련의 인물들을 만나 격전을 벌였다고 했다.

또한 전서구를 모두 소모해서 연락을 취할 수 없었노라고 했다.

이제 내일이면 탕마군이 도착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설군옥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내일쯤이면 당도할 것입니다. 부탁이라는 것이 탕마군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봉우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위험한 일이라서 다른 분들에겐 부탁하기도 어렵고, 장로님과 탕마군이라야 가능할 것 같아서······”


봉우량은 말꼬리를 흐렸다.

설군옥은 그의 눈빛에서 무언가 짚이는 점이 있었다.


“혹시······ 기습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윽! 어······ 떻게 아셨습니까?”


그때 종명옥이 빙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봉 군사님! 차라리 귀신을 속이시는 게 오히려 쉽습니다.”

“네에? 하하하하······ 이거 두 분에게 저의 속마음을 들켰군요.”


봉우량은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어 자신의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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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장천검한곡(長天劍恨曲) 24.06.30 109 1 12쪽
» 86화. 난무하는 궤계 24.06.28 135 2 12쪽
85 85화. 대혈전의 막은 오르고 24.06.27 184 1 11쪽
84 84화. 라마와 신선 24.06.24 216 2 12쪽
83 83화. 새북(塞北)과 중원의 대격돌 24.06.22 244 2 12쪽
82 82화. 반간지계(反間之計) 24.06.20 259 3 12쪽
81 81화. 아오, 정말 미치겠네 24.06.20 255 4 14쪽
80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63 4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58 5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37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38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46 5 13쪽
75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60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60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290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298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317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316 5 12쪽
69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317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316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305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320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27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33 5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55 5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55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387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62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73 4 12쪽
58 58화. 소공(小公)의 귀환 24.06.12 38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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