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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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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6.27 09:0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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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2
추천수 :
749
글자수 :
416,681

작성
24.06.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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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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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DUMMY

공동오로(崆峒五老) 중 막내인 송풍진인이 좌중을 둘러본 뒤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장로 중의 막내인지라 조심스러운 태도다.


“새외의 무리들은 언제나 중원을 노리고 있었소이다. 그들이 힘을 기르는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중원을 정복하려는 야욕 때문입니다. 중원은 늘 정사가 나뉘어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허약해졌을 때는 언제나 새외(塞外) 세력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송풍진인은 장문인을 제외하면 공동파 제일의 최절정고수이다.

그가 눈에 열기를 드러내자 다들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새외의 세력들이 중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늘 적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에 중원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데······ 이번은 다릅니다. 중원의 사마외도 무리들과 새외의 세력들이 모종의 연대를 형성한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통탄할 노릇이지요!”


태평자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사제의 그 말은 확실한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무림맹에서는 이미 그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즉 힘이 양쪽으로 갈린다는 뜻입니다.”

“으흠!”


장로들은 각기 침음성을 발하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송뢰진인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무림맹에서도 우리를 도울 수가 없겠군요. 이곳에 있는 자들과 우리 공동파가 힘을 합쳐 적을 막아내는 수밖에······”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꼭 우리가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장문 사형께서는 현재 공동파에 들어와 있는 무림인 중 몇 분을 초청하여 의논을 한 번 해보시지요. 다행히 진법에 능한 인물들도 여러 명이 섞여 있습니다. 그들을 잘 활용하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송풍은 무공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병법에도 능했다.

그는 전체 상황을 읽은 뒤 그에 맞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 *


황촉이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을 타고 하늘거린다.

설군옥은 탁자를 마주하고 앉은 종명옥을 차분한 시선으로 건너다보고 있었다.

종명옥은 그가 아까부터 분명히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대형! 소제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이 있습니까?”

“······!”


설군옥은 쉽게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눈을 깜박이며 몇 번인가 더 생각을 한 후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종제! 지금 내가 익힌 봉래문의 무학은 어느 정도인가.”


종명옥은 잠시 생각을 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제의 생각으론 대략 팔 할 정도는 익히신 것 같습니다만,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으음, 그렇다면 이제 나 혼자 익혀도 되지 않을까?”


종명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석 달이 되려면 아직 한 달 반이나 남았습니다. 무상께서는 반드시 저에게 석 달 동안 곁에서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나도 알 것 같네만 지금 무림맹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문제일세!”

“서안 쪽이 불안하신 겁니까?”

“아무래도 그쪽으로 적의 선봉이 내려온다면 현재 그곳에 파견된 병력에 공동파와 화산, 종남이 힘을 합한다 해도 버티기 어려울 걸세. 해서······”


설군옥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대군사를 만나고 왔는데 대동(大同) 방면으로 진입해 오는 흑룡림(黑龍林)과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네! 그렇다면 아직 본격적인 공세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여지네. 찔러보는 단계지.”


설군옥의 두 눈이 강렬한 광채를 발했다.


“적의 본진이 대대적인 공격을 하기 전에 서안으로 가봐야 할 거 같네. 이렇게 하면 어떻겠나?”

“······?”


종명옥은 말없이 설군옥을 바라봤다.


“현무군과 백호군을 데리고 자네와 내가 서안으로 가면 어떻겠나?”

“한시가 급하다면서 병력을 데리고 움직인다면······”

“하하, 그건 문제없네. 탕마군은 나랑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될 걸세.”


종명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가능하단 말이오?”

“탕마군은 소림에서 밀승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히 길러진 무인들일세! 자네의 생각보다는 훨씬 무위가 뛰어나지.”


종명옥은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 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함께 갑시다. 병력이야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이튿날 아침.

설군옥과 종명옥은 현무군과 백호군을 대동하고 서안으로 출발했다.

말을 타지 않고 순전히 경신 공부만을 이용해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쉬었으니 군살을 빼야지?”


설군옥은 앞장서서 달리며 가끔 뒤를 돌아봤다.

백호군과 현무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엄청난 속도로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한나절을 달리고 잠시 쉬고, 다시 한나절을 달리고 잠시 쉰다. 밤에도 두 시진 정도 눈을 붙인 뒤엔 또 일어나 달린다.

이렇게 반복해서 달리길 사흘이 넘어가자 종명옥은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경공 공부로만 본다면 탕마군의 무위는 종명옥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 탕마군을 이끌고 있는 설군옥이란 사내가 신비하게만 느껴졌다.

대체 그가 대형이라 부르기 시작한 저 사내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종명옥의 자부심은 대단했지만 설군옥을 만난 후부터는 계속 금이 가고 있었다.



칠 일 후.

그들은 서안 무림맹지부로 들어섰다.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모두 후줄근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엔 목적을 달성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오백여 리를 불과 칠 일 만에 주파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무림맹 서안 지단은 많은 무림인들이 모여 있었으며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서안 지단장인 청옥진인(靑玉眞人)은 설군옥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허허,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시었소이다! 총단에는 별일이 없는지 궁금하외다.”


설군옥은 포권을 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레 전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이곳 상황은 어떠한지요?”

“이레 전? 아니 그럼 총단에서 출발한 게 칠 일 전이란 말씀이시오?”


청옥진인 곁에 서 있던 텁석부리 장한이 놀란 음성을 발했다.

그는 종남파의 속가제자로 태악신검(太嶽神劍) 노종암(盧宗岩)이란 자였다.

철수검단(鐵手劍團)이란 제법 큰 단체를 이끌고 있는······.

그의 우렁한 음성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설군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요?”

“아, 아니······ 워낙 믿기가 힘들어서!”


노종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옥진인이 매서운 눈매로 그를 쏘아보았다.


“이 무슨 결례인가! 어서 사과를 드리게.”

“하하, 아닙니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백여 명의 탕마군이 함께 움직였다니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탕······ 마군이 함께 움직였단 말씀입니까?”


이번엔 청옥진인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설군옥의 뒤에는 백여 명의 승려들이 늘어서 있지 않은가!


‘나 이거야 원, 저렇게 증거가 분명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하여튼 두고 보면 알겠지!’


청옥진인도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화산의 일대제자들을 데리고 그가 직접 인솔하여 이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가능할지 자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설군옥 혼자도 아니고 백여 명에 이르는 탕마군이 함께 움직였는데 불과 칠 일 만에 서안에 당도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탕마군의 무위가 화산의 일대제자들을 능가한단 말인가?

청옥진인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의혹을 내심으로 갈무리한 채 설군옥과 종명옥을 데리고 지단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서안 일대의 지도가 붙어있었는데, 청옥진인은 지도 앞으로 다가가 한쪽을 가리켰다.


“이미 난주 방어선은 무너졌고, 정무단 제 삼대는 공동파로 철수한 상황입니다. 지금 그쪽이 위험하긴 한데 이곳 역시 함부로 비울 수 없는 상황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소이다.”


청옥진인은 화산파의 장로로 일대검수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화산파에서 알아주는 최절정고수로 성격도 꼬장꼬장한 인물이었다.

그는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 설군옥에게 물었다.


“대군장께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의 말은 해석 여하에 따라 상당히 여러 가지 뜻으로 나뉠 수 있었다.

그러나 설군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적을 등 뒤에 두고 전진하는 것은 병법 중 최하책입니다!”

“······?”


청옥진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설군옥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즉 그래서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를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그러므로 적은 서안으로 오기보다는 평량의 공동파를 먼저 제거한 후에 이곳으로 진격할 것입니다.”

“으음!”


묵직한 신음이 청옥진인의 입을 타고 흘렀다.

설군옥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이곳을 비워놓으면 즉시 적의 척후대를 통해 알려질 것입니다. 그러면 적은 일부 병력을 이곳으로 보내어 서안을 점령한 후 되돌아서 공동산의 배후를 칠 것입니다. 그러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바로 그······ 렇소이다!”

“그러므로 서안의 병력은 절반 이상이 움직이면 안 됩니다. 삼 할 정도를 내어 공동산을 돕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상책일 듯 싶고, 저와 탕마군도 일단 공동산으로 바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장로님께서 조처를 해주십시오!”


청옥진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그래 주시겠소? 일단 적의 예봉을 꺾어놔야 이후의 전투에서도 유리할 게요!”



설군옥과 탕마군은 서안 지단의 병력을 차출되는 동안 쉬기로 했다.

식사하고 간단히 목욕도 했다.

눈길을 달려오느라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 것이다.


서안 지단은 군율이 엄정해 모든 일이 막힘이 없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지단을 책임진 청옥진인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세 시진 후.

설군옥과 탕마군은 서안 지단의 병력 이백여 명과 함께 장안을 출발했다.

평량까지 가는 길은 얼음으로 뒤덮이고 눈이 쌓여 있을 것이다.

설군옥은 진군 속도를 약간 늦추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엄청 빠른 이동 속도인지라 서안 지단의 병력들은 쩔쩔매고 있었다.

간간이 미끄러지는 사람도 있어 탕마군들이 그들까지 돌봐야 했다.

언덕이 많고 험악한 바위산 길이다. 이동 속도는 자꾸만 느려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저들을 버려두고 갈 수도 없었다.


설군옥은 결단을 내렸다.

백호군 부군장인 해공선사로 하여금 백호군과 함께 그들을 데리고 따라오도록 했고, 자신은 현무군을 데리고 먼저 가기로 했다.

종명옥에게는 백호군과 함께 이동해 줄 것을 부탁했다.


쏟아지는 눈발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설군옥과 현무단을 바라보면서 종명옥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대형은 실로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병법, 지휘력, 무공, 순간적인 판단력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네.’


그는 뇌왕성에서 설군옥과 같은 인물이 있는가 내심 여러 인물을 떠올려봤지만 결국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래도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무상(武相) 백운혁 정도?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상(文相) 사도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문상과 무상을 합쳐 놓은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명옥은 최근 들어 생겨난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군옥을 닮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으며, 은연중에 그의 말과 행동을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


어쨌든 종명옥과 해공선사가 앞장을 서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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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36 4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34 5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14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17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22 5 13쪽
»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37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39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268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275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292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294 5 12쪽
69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296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294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288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298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04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08 4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24 4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31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360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34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42 4 12쪽
58 58화. 소공(小公)의 귀환 24.06.12 354 4 13쪽
57 57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2) 24.06.12 332 5 12쪽
56 56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1) 24.06.12 35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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