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6.28 23:1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7,098
추천수 :
752
글자수 :
422,124

작성
24.06.24 23:42
조회
190
추천
2
글자
12쪽

84화. 라마와 신선

DUMMY

싸움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세가 더 중요하다.

적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내보낸 자가 패배라니.


“에잉, 쯧쯧······ 흑룡림의 부림주라는 자가 어찌 저리 허약할꼬?”


북천상인은 입맛이 쓴지 연신 혀를 찼다.

그는 상대의 기세를 보기 좋게 꺾어 놓고 쪽수로 밀어붙이려 했다.

그런데 첫 번째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으음, 초장부터 일이 안 풀리네? 뭔 일이 안 돼! 그렇다면······“


북천상인은 뒤를 돌아보며 한 인물을 지목했다.


“찰마륵! 이번엔 사제가 나가서 제대로 한 번 해보게.”

“알겠습니다. 사형!”


우렁찬 대답과 함께 라마승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오합존자(烏峆尊子) 찰마륵(察麻勒).


혈납극사 출신으로 북천상인의 사제였다.

혈납극사에서 북서맹으로 파견한 여덟 명의 라마 중 하나로 그는 승려답지 않게 무공이 음독하고 성정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었다.


찰마륵은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은 채 천천히 양 진영의 중앙지점으로 나가 섰다.

검고 깡마른 체구에 움푹 꺼진 눈은 마치 마른 막대기에 옷을 걸친 허수아비처럼 보였다.

그러나 귀화가 이글거리는 쏘는 듯한 눈빛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서워 보였다.

그는 까마귀 울음소리 같은 괴이한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중원의 피라미들! 이제 노납이 새북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자신 있는 자는 나서라!”



능한업은 본진으로 돌아와 빠르게 대열을 정비했다.

아무래도 적들은 숫자로 밀어 붙일 것이라 판단한 까닭이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바로 찰마륵이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고랍산에 있다는 혈납극사의 라마 같구나.’


능한업은 라마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한눈에 간파했다.

솔직히 자신이 나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흐음, 상황이 좋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쪽에서는 누굴 내보내지?’


그가 잠시 망설이며 궁리하고 있을 때,

연청색 도복을 걸친 선풍도골형의 노도사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허허허, 중이면 염불이나 할 것이지. 어찌하여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맴도는가! 본 신선이 원시천존을 대신해서 교훈을 내리리라!”


그는 전진파의 장문인 육양자(六陽子)였다.

그를 본 순간 능한업은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다.


전진파는 근 일백 년간 강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혹자는 멸문되었다고도 했다.

한데 세인들은 몰랐지만, 수십 년 전 한 명의 걸출한 인물이 전진파에 출현했다.


그는 가장 먼저 전진파의 봉문을 선언했다.

그러고는 천하를 뒤져 두루 인재를 찾아내었다.

그렇게 모인 제자들에게 전진파는 그동안 감춰왔던 비기(秘技)들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능력이 되는 자는 어떤 무공이든 다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전진파는 과거의 위세를 거의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전진파가 봉문을 해제하고 강호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새롭게 드러난 전진파의 모습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문도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전진의 제자 중엔 고수 아닌 자가 없었다.

바로 그 모든 일이 육양자! 단 한 사람으로 인해서 생긴 놀라운 변화였다.



육양자는 특이하게도 머리는 백발인데 수염은 윤기 나는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육순 정도의 나이로 보이나 실제로는 구십 세가 넘은 인물이었다.


능한업은 포권을 하며 치하했다.


“진인께서 나서주시니 이 능모는 마음이 든든합니다.”

“허허, 능 대주께서는 너무 겸양치 말아 주시오. 늙어 죽지 못한 몸이 이렇게라도 쓰일 곳이 있다는 것에 빈도는 감사할 따름이외다.”


육양자도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는 천천히 전면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라마여! 열반이 가까운 노구임에도 아직도 가슴속에 들끓는 탐욕을 못 버렸는가?”

“클클클······ 그렇게 말하는 그대는 도사라는 자가 어이해 이 험악한 난장판에 나선 것인가?”

“그대는 법당에 도적이 들어도 염불만 외고 있을 텐가?”


찰마륵은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받아쳤다.


“클클, 과연 그가 진짜 도적인가 분별한 후에야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옳은 순서일 터!”


육양자는 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받았다.


“바로 그렇네, 이미 도적이 분명한 것으로 밝혀졌기에 빈도는 부득불 등선을 멈추고 속세에 발을 디딜 수밖에 없었느니.”

“크크, 무엇이 분명하단 말인가? 중원은 예로부터 차지하는 자가 주인이고, 힘 있는 자는 누구나 이 땅을 차지할 권리가 있는 법이지.”


육양자의 얼굴에 허허로운 웃음이 감돌았다.


“허허, 결국 강제로 탈취하겠다는 심보로군! 그렇다면 빈도가 그 가사(袈裟)를 벗겨주어야겠군. 그 법복에 피를 묻히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드니 말일세!”


육양자는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그의 양 손바닥이 붉게 달아오르며 강렬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육양진기를 기본으로 하는 자미회선장(紫微回旋掌)을 시전하는 것이다.


“클클클······ 제법이군. 그러나 노납에겐 어린아이 같은 장난에 불과하다!”


찰마륵은 기괴한 웃음을 흘리더니 갑자기 신형을 허공에 띄웠다.

쉬이익!

그의 깡마른 몸이 허공 일 장쯤 상공에서 유령처럼 부유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깡마른 두 손을 뻗어내며 육장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그러자 산악이라도 단숨에 무너뜨릴 듯한 엄청난 압력이 그의 쌍수에서 뿜어져 나왔다.


쿠와와와와와······

엄청난 위력을 가진 장력이 태풍처럼 휘몰아치자 육양자는 한소리 큰 호통을 질렀다.


“도사 앞에서 귀신놀음을 펼치려 하다니, 정신이 나간 게로군!”


육양자의 쌍수가 급격하게 좌우로 흔들리며 강기가 마치 날선 비수처럼 조각조각 난 상태로 찰마륵을 향해 뒤덮어 갔다.


콰콰콰콰콰앙!

두 개의 막강한 진기가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음을 일으키며 사위를 자욱한 흙먼지로 뒤덮었다.

직후, 하나의 인영이 흙먼지 속에서 허공으로 쭈욱 솟구쳐 올랐다.

바로 찰마륵이었다.

그는 상대의 내력을 이용해서 깃털처럼 허공으로 솟아오른 것이다.


“켈켈켈······ 이 정도 가지고 본 존자를 대적하려 했단 말이냐?”


찰마륵은 허공에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동시에 깡마른 쌍수를 기묘하게 흔들었다.


역한 냄새와 함께 강렬한 섬광이 흙먼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콰쾅······!


다시 한차례 격돌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어 두 사람은 먼지 속에서 눈부신 움직임을 보였다.


이곳에 번쩍! 저곳에 번쩍!

가공할 빠르기와 엄청난 위력을 가진 장력이 순식간에 수십 차례 교환되었다.


양쪽 진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격전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흙먼지로 인해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퍼퍼퍼퍼퍽!

격렬한 격타음이 크게 연속적으로 들린 직후 한 사람이 흙먼지 속에서 튕겨지듯 빠져나왔다.


전진의 육양자였다.

그의 멋드러진 연청색 도포는 갈가리 찢어진 채 바람에 나부꼈고 그는 몇 차례인가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아아······!”


무림맹 쪽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육양자가 패배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흙먼지 속에서 한소리 밭은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커억! 쿨럭······ 쿨럭······!


이윽고 먼지가 걷히며 목전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찰마륵!

그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입으로 연신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육양자 역시 멀쩡한 것은 아니었으나 큰 부상을 입지는 않은 듯 오연한 자세로 꼿꼿이 서서 찰마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온 곳으로 돌아가시게나!”


육양자의 좌수에서 시퍼런 섬광이 튀었다.


빠지직! 빠직!

푸른 섬광은 찰마륵의 머리통을 직격하며 그의 몸을 크게 흔들었다.

순식간에 찰마륵의 머리는 숯처럼 검게 변했다.


“······”


찰마륵은 예상치 못한 한 인물의 출현으로 뜻밖의 장소에서 비명조차 못 지르고 열반에 든 것이다.

평소에 자신이 그토록 무시하던 중원인에 의해······



북천상인은 반쯤 얼이 빠져버렸다.


“저, 저, 저런······. 사제!”


북천상인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찰마륵은 그가 아끼는 사제로 그의 무공은 혈납극사에서도 최고수 반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조차도 쉽게 꺾을 수 없는 강자인 것이다.

한데 웬 도사 하나가 나타나 그를 간단히 처리해 버린 것이다.


북천상인의 등줄기에 소름이 쭈욱 훑고 지나간다.


‘과연······ 과연 중원은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널렸다고 하더니 헛말이 아니었구나!’


북천상인은 자신 뒤에 늘어선 새북의 무인들을 쓰윽 훑어봤다.

모두가 뛰어난 강자들이다.

그러나 중원의 무인들 역시 결코 약자가 아니다.

평소에 그가 일 장에 때려눕히던 자들은 진정한 중원의 저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자신만만하던 눈빛이 어느새 많이 사그라들어 있었다.


그런 북천상인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뇌려군의 눈빛이 깊어졌다.

육지를 밟은 직후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모두 그녀의 예상 밖의 일들뿐이었다.

그녀는 조부 뇌백추와 부친 뇌종의의 계획에 일점일획의 의혹도 없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중원을 쉽게 정복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선봉대를 이끌고 중원 땅을 밟은 것인데 처음부터 계획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단 두 번의 개인적인 겨룸으로 모든 것을 단정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중원이 결코 만만한 대지가 아님을 그것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어쩌면 이번 중새대전 역시 피만 무수히 흘릴 뿐 소득이 전무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새북의 고수들을 바라볼 때마다 뜨거운 열의가 솟아올랐었는데, 이리 쉽게 그 의기가 꺾이다니······.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그녀는 진홍빛 입술을 지그시 악물었다.

그때 한 무사가 그의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군사님! 지금 맹주님의 인솔하에 제이 진이 상륙하고 있습니다.”


뇌려군은 북천상인에게 말했다.


“잠시, 휴전을 하세요! 맹주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곧 진격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북천상인은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는 처음에 여자인 뇌려군이 군사라는 사실에 대해 많이 놀랐고 거부감이 들었다.

그저 아비 덕으로 군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만의 오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뇌려군이 펼치는 전략을 들으며 그는 그녀의 신산귀계(神算鬼計)에 완전히 탄복하고 말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북천상인은 무너져 내리려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추스르기 시작했다.


* * *


“이제 저 언덕만 넘으면 회안이다!”


설군옥은 구름 사이로 뿌옇게 바라보이는 산령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정말 다······ 온 것인가!”


종명옥은 턱에 차는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대꾸했다.

그는 정말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다.

지금까지 이렇게 목숨을 걸고 달린 적은 결단코 없었다.

그는 늘 여유로웠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설군옥을 만난 이후부터는 숨 가쁘지 않았던 기억이 없다.

사실 종명옥이 쉬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설군옥의 도움이 컸다.

그가 진기로 종명옥을 끌어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종명옥은 설군옥에게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은연중에 뇌왕성의 후계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야망도 핫바지에 방귀 새듯 다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일각만 쉬고 바로 적진 앞에까지 간다!”


설군옥이 종명옥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마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86화. 난무하는 궤계 24.06.28 83 2 12쪽
85 85화. 대혈전의 막은 오르고 24.06.27 149 1 11쪽
» 84화. 라마와 신선 24.06.24 191 2 12쪽
83 83화. 새북(塞北)과 중원의 대격돌 24.06.22 230 2 12쪽
82 82화. 반간지계(反間之計) 24.06.20 243 3 12쪽
81 81화. 아오, 정말 미치겠네 24.06.20 242 4 14쪽
80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53 4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47 5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26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27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33 5 13쪽
75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48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49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281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288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307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305 5 12쪽
69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306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305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297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311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14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21 4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37 4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45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378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52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61 4 12쪽
58 58화. 소공(小公)의 귀환 24.06.12 370 4 13쪽
57 57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2) 24.06.12 348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