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6.27 09:0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35,396
추천수 :
749
글자수 :
416,681

작성
24.06.19 16:05
조회
236
추천
4
글자
12쪽

80화. 안개 속의 범선

DUMMY

“네놈은 도사인 모양인데 무슨 술법이라도 부리는 게냐?”

“허허, 네놈이 새북에선 제법 한가락 하는 모양이다만, 어디 이곳에서도 통하는지 한번 보자!”


매향도인이 검을 천천히 앞으로 밀어내며 내공을 불어넣었다.

검 자루에 달린 매화꽃 모양의 분홍 수실이 자디잔 진동을 일으키고, 그가 검을 앞으로 밀어낼수록 검신 주변의 공기가 기이하게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바로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제 사초인 매개이도(梅開利導)의 초식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향진인은 조금 전 마괴이의 무공을 견식했기에 단번에 사 초식부터 검법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괴이는 새천동맹 중에서도 북만주 일대를 지배하는 흑룡림의 무인이었다. 중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만약 그가 매화검수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았다면 감히 모두 덤비라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는 매향진인이 누구인 줄 알았다면 지금처럼 태만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북서맹의 인물들이 보는 앞에서 흑룡림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강했기에 씻을 수 없는 실수를 연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차앗!”


마괴이의 황금창이 눈부신 속도로 매향도인을 찔러 갔다.

뭐니 뭐니 해도 창술의 정수는 찌르는 것이다. 그는 상대가 좌우 어느 쪽으로 피하든 이미 그쪽으로 창날을 찔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향도인은 그의 예상을 깨뜨리며 수비가 아닌 공격을 했다.

휘우우웅······

거친 바람소리가 일어나며 매화검이 눈부신 속도로 허공을 휘젓는 순간, 황금창이 매화검에 달라붙으며 함께 휘둘리고 있었다.

마치 지남석에라도 붙은 듯 창날과 검이 뒤엉켜 회오리처럼 회전을 하는 것이다.


“어엇? 네놈은 제법이구나!”


그는 창 자루를 꽉 움켜쥔 채 더 빠른 속도로 창을 휘저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한데 갑자기 창을 타고 기이한 잠력이 그의 손으로 흘러드는 것이 아닌가!


‘이······ 자가?’


마괴이는 기겁을 하며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해갔다.

순간, 두 사람의 잠력이 부딪치는 지점에서 작은 폭발이 일었다.


퍽!

창대의 중간 어림이 터져 나가며 나무 파편이 마괴이의 전신으로 쏘아졌다.


“헉!”


마괴이는 부러진 창대로 쏟아지는 나뭇조각들을 어지럽게 쳐내며 다급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나, 매향도인은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령처럼 따라붙으며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제 오초인 매화낙섬(梅花落暹)을 쏟아내고 있었다.


검에서 피어오르던 검강이 마치 물방울처럼 변해 다시 마괴이의 전신을 사납게 뒤덮어간 것이다.

촤촤촤아아아아······

섬뜩한 음향이 들리고 검사(劍絲)로 변한 강기가 그의 몸으로 쏟아지자 그는 대경실색했다.

마괴이가 가장 자신 있는 무공이 신법인데 그것을 펼쳐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온몸에 바늘이 꽂히듯 검사가 파고들었다.


“흐으······ 으어······”


마괴이의 온몸에서 수많은 핏물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는 몇 걸음 쿵쿵거리며 뒤로 물러나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으으······ 이게 대체 뭐냐?”


매향도인은 천천히 검을 거두며 대답했다.


“이십사수매화검법 중 매화낙섬이라는 초식이다! 촌부인 자네가 들어봤을 리가 없지!”

“초······ 촌부라고? 크으으.”


마괴이는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스르르 몸을 옆으로 뉘었다.

이어 몇 차례인가 발을 버리적거리더니 고개를 옆으로 툭! 떨궜다.


매향도인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매화검수들 중앙에 섰다.

이번에는 중원맹 측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

“달자(韃子:오랑캐)들아. 잘 봤겠지? 이것이 바로 중원의 무학이다!”

“역시 매화검수다!”


화살이 오가고 창칼이 난무해야 할 격전장은 마치 비무장처럼 차례로 양쪽에서 무인들이 출현하는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철벅······ 철벅······

뱃전을 두드리는 파도 소리가 어두운 바다에 나직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희끄무레한 안개가 바다를 휘감고 있는 가운데 어둠 속에서 노 젓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이곳은 중원을 남북으로 가르는 회수(淮水)가 바다와 맞닿은 지점.

어두운 안개 속에 거대한 범선 수십 척이 떠 있고, 지금 그곳에선 작은 거룻배들이 계속 내려지며 사람들이 옮겨 타고 있었다.

벌써 상당히 많은 거룻배들이 뭍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범선에서 계속 배가 내려지고 사람들이 옮겨타고 있었다.

그리고 범선에서 내려진 거룻배들은 안개와 어둠을 헤치고 해안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맨 앞에 거룻배의 선수에는 한 사람의 인물이 뒷짐을 진 채 어둠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육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육순에 가까운 나이!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를 바람에 내맡긴 채 그는 눈가를 좁혔다.


“이제 위대한 새북의 꿈을 이루는 북천대업의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중원 정복의 꿈! 그것을 야망이라고 질책해도 좋다!”


누구인가?

북천대업을 거론하는 이 노인은?


뇌종의(雷宗義)!


바로 북서맹주이자, 새천동맹의 다음 대 후계자였다.

그는 중원을 침공하는 일에 있어서 실질적인 지휘자였다.


한데 지금 중원 땅을 목전에 둔 뇌종의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이번 중원 출정 길이 순조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내심의 벅찬 야망과는 달리, 이상하게 처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요하 하류의 호로(葫芦)에서 배를 띄우려고 했다. 그런데 호로 앞 바다에서 명(明)의 수군이 대대적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새천동맹의 무사들은 어쩔 수 없이 수천 리 길을 돌아 대련에서 배를 타야 했다.

그 때문에 계획보다 두 달이나 출발이 늦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병력을 태운 채로 회수를 통해 단번에 홍택호까지 진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폭우로 인해 홍택호의 물살이 회수를 범람시키며 켜켜이 모래가 쌓여 범선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회수 앞 바다 위에 배를 정박시키고 거룻배를 이용해 편단(扁担)에 상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회수 하류의 편단이란 곳에서 육로를 이용해 중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신의 여식이자 천재 병법가라는 뇌려군이 세운 전략인데 처음부터 어그러지고 있는 것이다.


일 차로 상륙하는 병력이 일만 오천 명이었다.

지금 그들을 싣고 온 배가 돌아가 이진(二陣) 일만 오천 명을 싣고 올 것이다.

이진은 뇌려군이 직접 통솔하고 올 것이다.

그 사이에 새천동맹 일진은 교두보를 확보해 놓고 중원으로 진격을 시작해야 한다.

출전할 때는 마음이 흥분되고 가슴도 뜨거웠으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다 보니 바닷바람을 쐬어도 가슴이 답답했다.


‘왠지 출발이 불안하다!’


뇌종의는 지그시 눈을 감고 배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 * *


설군옥은 백호군과 함께 산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아래 계곡에는 거대한 두 무리가 진을 친 채 대표격인 인물들이 나와서 결전을 치루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저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맞부딪쳐서 결판을 내야지 한가하게 무공의 비무라니······”


그는 현무군을 돌아보며 나직한 음성을 발했다.


“모두 이리 모여라!”


전부 모여도 육십 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다.

금방 전원이 설군옥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였다.

설군옥의 얼굴에 단호한 표정이 떠올랐다.


“저들이 노닥거리는 사이에 우리는 적의 배후로 돌아가 기습을 한다!”

“······!”

“전령 한 명은 무림맹 진으로 가서 그 사실을 알리고 기습이 시작되는 순간 즉시 공격할 수 있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군장!”


현무군의 부장 원공대사가 명을 받았다.


* * *


매화검수 일곱 명의 무위는 확실히 놀라웠다.

새천동맹 측에서 차례로 여덟 명의 고수가 나섰지만, 나서는 고수들마다 패배를 하고 그중에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

새천동맹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전부 코를 쑥 빠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하하하핫! 이거 어린애들 재롱만 보고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안 되겠군!”


우렁찬 웃음소리와 함께 하나의 인영이 허공을 날아 매향도인 이 장 앞에 떨어져 내렸다.

산발한 황금색 머리와 전신에 금빛 털이 수북한 거대한 덩치의 인물이었다.


이 색목인은 웃통을 벗고 있었는데 손에는 엄청난 크기의 구환도(九環刀)가 들려 있었다.

이는 어지간한 신력(神力)이 없으면 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병기로 두툼한 칼날에 아홉 개의 고리가 꿰어져 있어 움직일 때마다 쩔그렁거리는 소리가 혼백을 뒤흔든다.


쿵!

색목인은 구환도로 바닥을 찍으며 누런 이를 내보였다.


“흐흐, 어떠냐. 이 몸과 잠시 놀아보는 것이.”


매향도인과 매화검수들은 얼굴을 찡그렸다.

색목인의 몸에서 역겨운 노린내가 바람을 타고 풍겨왔기 때문이다.


“귀하는 누구시오?”


매향도인은 토악질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색목인은 푸른 눈동자로 매향도인을 바라보며 징그러운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금모도귀(金毛刀鬼) 어진충(魚晋衷)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처음 듣는 이름이외다!”


색목인 금모도귀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래? 크크큿, 이제 네놈들을 때려잡으면 곧 유명해질 것이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허허, 네 녀석은 덩치가 산 만한 녀석이 생각보다 말이 많구나. 오너라!”


매향도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금모도귀 어진충은 구환도를 들어 올렸다.

그 크고 무거운 구환도를 그는 젓가락 놀리듯 가볍게 들고 흔들었다.

쩔그렁······ 쩔그렁······

구환도 칼등에 달린 아홉 개의 고리들이 도신과 부딪치며 요란한 쇳소리를 냈다.


“네놈들을 보니 제법이더구나! 하지만 그 재롱도 이제 끝인 줄로 알아라!”


금모도귀 어진충이 노란 수염을 한 손으로 쓸어내린 뒤 막 구환도를 휘두르려는 찰나,


“으악!”

“커으윽, 기습이다!”

“막, 막아라······ 끄아악!”


새천동맹의 진 뒤쪽에서 갑자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새천동맹의 진영이 출렁거렸다.


천광대사는 계도를 뽑아들며 고함을 질렀다.


“쳐라! 저놈들은 앞뒤로 포위됐다!”


이미 공격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무림맹의 무인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예가 어디라고 감히 기어들어 와서 설치느냐!”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무림맹의 무사들은 기세등등하게 무기를 휘두르며 대공격을 시작했다.

금모도귀 어진충의 구환도가 어지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퍽!


“으악!”


달려 나가던 무림맹의 인물 중 하나가 머리가 수박처럼 으깨지며 나뒹굴었다.

그러나 매향도인을 위시한 매화검수들이 재빨리 어진충을 에워싸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런 비겁한 놈들! 중원놈들은 전부 이리 오합지졸들이란 말이냐?”


그는 매화검수들에 둘러싸인 채 사납게 구환도를 휘둘렀다.

부웅······ 붕!

구환도는 그 무게만큼이나 사나운 파공음을 내며 매화검수들을 향해 공격해갔지만 그들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뒤와 옆에서 날아드는 검으로 인해 몇 군데 검상을 입고 말았다.


“이런 잡종 놈들이 감히 이 어르신의 몸에 상처를 내다니, 흐흐······ 모두 목뼈를 꺾어 황천 구경을 시켜주마!”


그는 발연대로(勃然大怒)하여 매화검수들을 향해 힘차게 구환도를 휘둘렀다.

쒸아아아앙······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마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5 85화. 대혈전의 막은 오르고 NEW 2시간 전 38 0 11쪽
84 84화. 라마와 신선 24.06.24 134 2 12쪽
83 83화. 새북(塞北)과 중원의 대격돌 24.06.22 198 2 12쪽
82 82화. 반간지계(反間之計) 24.06.20 223 3 12쪽
81 81화. 아오, 정말 미치겠네 24.06.20 222 4 14쪽
»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37 4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34 5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14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17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22 5 13쪽
75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37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39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268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275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292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294 5 12쪽
69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296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294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288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298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04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09 4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25 4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32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360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34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42 4 12쪽
58 58화. 소공(小公)의 귀환 24.06.12 354 4 13쪽
57 57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2) 24.06.12 332 5 12쪽
56 56화. 몽중(夢中)에 밝혀지는 과거(1) 24.06.12 359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