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리뫼의 서재

달마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수리뫼
작품등록일 :
2024.05.29 18:13
최근연재일 :
2024.07.02 21:54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0,020
추천수 :
772
글자수 :
433,058

작성
24.06.30 16:57
조회
157
추천
2
글자
12쪽

87화. 장천검한곡(長天劍恨曲)

DUMMY

탕마군을 위해 설치된 군막 안.

지금 일곱 명의 인물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설군옥과 종명옥을 비롯한 백호, 주작군의 두 명의 군장과 세 명의 부군장들이었다.

청룡군과 군장 마곡상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무림맹 총단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백호군과 현무군은 무사히 편단의 무림맹 진영에 도착했고, 주작군은 의혈단과 함께 무림맹을 출발해 거의 비슷한 시각에 편단에 도착했다.


의혈단 훈련을 맡았던 진무악과 나궁산은 의혈단주인 비룡금창 육지송(陸智送)에게 의혈단원을 넘기고 백호군과 주작군의 군장 자리로 복귀한 것이다.


설군옥은 진무악과 나궁산에게 의혈단 훈련을 완벽히 해낸 것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수고들이 많았다. 대부분 자기 가문에서는 응석받이라 어려웠을 텐데 대과 없이 훈련을 마치게 되어 다행이다!”


의혈단은 각 문파나 무림세가의 후기지수들인지라 그들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았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진무악이 쿡쿡거리며 묘한 웃음을 흘렸다.


“처음엔 정말 난감했지, 도무지 말을 들어 먹어야지. 몇 놈을 거의 죽도록 만든 후에야 눈빛들이 달라지더라고, 그러고는 뭐 알잖아? 산달조의 훈련방식을······”


산달조의 훈련방식은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에 멀리 뛰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식이다.

그러므로 체력이 약한 자라도 정신력만 제대로 갖춰지면 낙오될 수가 없다.

대부분 기초 체력이 약한 의혈단원들에겐 그야말로 맞춤식 훈련방식인 것이다.


나궁산이 진무악의 말을 이었다.


“대단한 것은 단주인 육지송 대협이었지. 그분이 가장 앞장서서 구르고 달리는데 자기들이 구경만 할 수 있나? 육단주님은 이번에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더라고.”


설군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만마총련에 의해 태악검파가 거의 멸문지경까지 이르렀잖나. 해서 독이 올랐을 거야!”


비룡금창 육지송은 태악검파 출신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자기 가문의 추혼창법(追魂槍法)을 원래 익히고 있었는데 나중에 태악검파에 의탁한 인물이다.

그는 번쩍이는 황금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길 즐겼으며, 검술 또한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 훈련의 결과는 어땠나?”


설군옥이 묻자 나궁산이 싱긋 웃었다.


“생각보다 결과가 아주 좋아, 대형도 그들을 보게 되면 놀랄걸? 하하하”

“그 정도야? 기대가 되는군. 하여튼 수고들이 많았다.”


설군옥은 이어 목소리를 낮췄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는데 아쉽게도 쉴 시간이 없다. 곧 중요한 작업에 들어가야 하거든.”

“후후후, 오히려 심심하지 않고 잘 됐지, 그래 무슨 일인데?”


나궁산과 진무악은 바짝 다가앉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설군옥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봉 군사가 의외로 인물이더라고,”

“부군사를 말하는 건가?”

“맞네. 그분이 상당히 해박해, 병법에도 막힘이 없고, 숨은 인재더군.”


지금까지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종명옥이 끼어들었다.


“봉 군사는 특히 군의 전략과 전술을 깊이 연구했는데, 이번 일도 그와 관련이 있습니다.”


설군옥과 종명옥은 봉 군사를 방문했던 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봉우량은 특히 몽골제국의 전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몽골군은 자신들의 전술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아서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수년을 몽골지역을 여행하며 직접 자료들을 발굴했노라고 했다.

덕분에 몽골의 역사와 언어, 문자와 습관에 대해서도 박식했다.


설군옥은 왜 대군사 사공유가 봉우량을 무림맹 주력군의 군사로 발탁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막북, 혹은 새북의 후예들이 바로 지금의 새천동맹이 아닌가!


어쨌든 그날, 봉우량이 부탁한 것을 지금 설군옥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과 숙의를 하려는 것이다.


그날 오후에 시작된 군막회의는 밤이 이슥해서야 끝이 났다.


* * *


달조차 뜨지 않은 어두운 밤,

어둠이 움직이듯 일단의 무리들이 무림맹의 군막을 빠져나갔다.

허허벌판인지라 몰래 이동하기 어려운 곳이나 그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움직여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비슷한 시각.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또 다른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간간이 투레질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인마가 함께 움직이는 모양이다.


말발굽은 두꺼운 천으로 쌓여 있어 제법 빠른 걸음이었으나 아무런 소음도 나지 않았다.

다만 안장 옆에 매달린 전통(傳統)이 흔들리며 간간이 바스락 소리를 낼뿐······


사람은 말을 타지 않고 어둠 속으로 조용히 말을 이끌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 역시 어둠에 묻혀버렸다.


* * *


봉우량은 최근 들어 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 어깨에 무림맹, 아니 중원 전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자시(子時).

봉우량은 평소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행하던 운기토납도 하지 않고 침상 위에 누웠다.

그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 군막의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불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천막 안이 환해진 이유는, 달빛이 환하기 때문이었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달이 삐죽 고개를 내민 것이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삘릴리······ 삘릴리······ 삘리······


어디에선가 애잔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피리의 곡조는 봉우량의 눈빛을 섬칫 빛나게 만들었다. 그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장천검한곡(長天劍恨曲)··· 누가 이 곡을 부는 걸까?”


봉우량의 눈에서 신광이 격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는 문사지만 무공 또한 낮은 수위가 아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피리 소리, 묘하게 사람의 심금을 잡아끄는 애절한 곡이었다.

그 가락은 봉우량이 절대 잊지 못할 가락이었다.

그가 몽골의 고비사막 북쪽을 여행하고 있을 때, 지금처럼 사막 위에 천막을 치고 잠을 청하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던 바로 그 피리소리였다.


그는 천막을 열고 밖으로 나가 살펴보았으나 어디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애절하게 심금을 울리기에 그 곡조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는데······


봉우량은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기에 몸을 일으킨 다음에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몸을 이동시켰다.

그의 몸은 한 줄기 연기처럼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짐시 후,

어느덧 그는 진영을 벗어나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초원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경공술은 일컬어 은하적성(銀河摘星).

봉우량을 책벌레로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 그의 몸이 나아가는 속도를 보았다면,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리라.


갈대가 흰 꽃을 매단 채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봉우량이 접어든 곳은 바다가 보이는 얕으막한 언덕 위의 관목 숲 앞이었다.

거기에는 어구를 보관하는 낡은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는데, 금세라도 무너져 내릴 듯 낡고 쇠락한 건물이었다.

그가 이곳에 진을 친 이래 처음으로 발을 딛는 장소였다.


여인!

눈처럼 흰 소복을 입은 여인이 목옥 뒤 바위 위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피리를 불고 있었다.


‘뭐지? 누구야? 이런 야심한 시각에 피리를 부는 저 여인은?’


봉우량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밤바람에 여인의 머리가 흩날리고 있어 그녀의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만으로도 그녀는 대단한 미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피리소리가 뚝! 끊기며 여인의 영롱한 음성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遠上寒山石俓斜

白雲深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멀리 사람 없는 산에 오르니 돌길이 비스듬히 끝이 없구나

흰 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 숲을 보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 때 봄꽃보다 더욱 붉구나


당 말기의 시인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란 시였다.


“······!”


봉우량은 더 다가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마치 도둑질을 하다 들킨 아이 마냥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기도 이상했다.


그때 여인이 고개를 돌려 봉우량을 바라봤다.

순간 봉우량은 눈앞이 환해진다 느끼며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의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대단한 미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평생 숱한 여인을 봤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여인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다.


“뉘신데, 여인 홀로 있는 곳에 오셨나요?”


여인의 갑작스런 질문에 봉우량은 허를 찔린 듯 당황했다.

이럴 땐 뭐라고 답해야 한단 말인가.

그가 당황하여 머뭇거리자 여인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자신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자라면 결코 좋은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닐 터. 내 손속이 야멸차다고 원망일랑 마세요!”


여인이 다짜고짜 우수를 쭉! 뻗어냈다.

순간, 엄청난 흡인력이 봉우량의 전신을 옥죄며 끌어당겼다.

대단한 흡입력이었다.

봉우량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으나 재빨리 내력을 끌어올려 좌수로 끊듯이 좌우로 휘둘렀다.


여인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오호, 대단한 고수로군요. 그렇다면······”


말과 동시에 여인의 좌수가 쫙 뻗어지며 다섯 손가락에서 각기 다른 기류가 화살처럼 뻗어 나왔다.


“오, 상상 이상이군!”


봉우량은 낭랑하게 외치며 우장으로 허공을 휘감았다.

순간, 차가운 냉기가 뻗어 나오며 허공에 와선풍이 일어났다.


여인은 자신의 공격이 연속적으로 무위로 돌아가자 매우 놀란 듯 비로소 바위에서 내려서며 그와 마주섰다.

그녀의 묘한 눈빛이 탐색하듯 봉우량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다시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봉우량은 포권을 하며 살짝 허리를 숙였다.


“소생은 봉우량이라는 필부외다?”


순간, 백의여인의 두 눈에 놀란 빛이 떠올랐다.


“봉······ 우량? 하면 당신은 무림맹의 군사가 아닌가요?”


이번엔 봉우량이 해연이 놀랐다.


“소저는 뉘신데 소생을 아시는지요?”

“호호호호······ 이런 기가 막힌 일이······ 한데 어찌 무림맹의 군사께서 새천동맹의 영역에 들어오셨나요?”


봉우량은 순간 당황했다.


‘이······ 곳이 새천동맹의 영역이라고?’


그는 피리소리에 끌려 무작정 몸을 날렸는데 적진일 줄이야!

그러나 역시 그의 세치 혀는 날카로웠다.


“하하, 이곳은 중원 땅이외다! 소생이 못 올 이유가 없지요.”


백의여인, 즉 뇌려군은 아미를 살짝 찡그렸다.


“현재는 새천동맹에서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군사쯤 되시는 분이 모르시나요?”


봉우량은 비로소 그 여인의 정체를 눈치챘다.


“당신은 바로······ 새천동맹의 군사?”

“맞아요. 뇌려군이라고 해요.”


당돌한 그녀의 답변에 봉우량은 머리가 멍해졌다.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사리분별을 못하고 한낮 피리소리에 끌려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오다니,


‘흐음,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봉우량은 이왕 내친 걸음이라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이거 일부러 군사님을 뵈려고 해도 어려울 텐데 이상한 상황에서 만났군요. 이왕에 이리 뵙게 되었으니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떨까요?”


뇌려군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사공유가 오지 않고 부군사를 파견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심 은근히 무림맹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막상 부군사라는 자를 만나보니 절대로 만만한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저자의 말대로 이왕 이리 만났으니 무림맹의 허실이나 알아볼까?’


그녀는 마음을 다지고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방금까지 자신이 앉아 있던 바위 위로 그를 이끌었다.


“좋습니다. 달도 밝은데 귀인을 만났으니 좋은 이야기를 나눠봄직 하군요.”


작가의말

근래에 다른 바쁜 일이 있어 글을 올리는 일이 자꾸 늦어지는군요.

송구합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마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88화. 광혈아수라(狂血阿修羅) 24.07.02 95 2 12쪽
» 87화. 장천검한곡(長天劍恨曲) 24.06.30 158 2 12쪽
86 86화. 난무하는 궤계 24.06.28 155 2 12쪽
85 85화. 대혈전의 막은 오르고 24.06.27 201 1 11쪽
84 84화. 라마와 신선 24.06.24 234 2 12쪽
83 83화. 새북(塞北)과 중원의 대격돌 24.06.22 258 2 12쪽
82 82화. 반간지계(反間之計) 24.06.20 273 3 12쪽
81 81화. 아오, 정말 미치겠네 24.06.20 270 4 14쪽
80 80화. 안개 속의 범선 24.06.19 277 4 12쪽
79 79화. 깊어지는 혈전 24.06.19 272 5 12쪽
78 78화. 또 다른 습격자들 24.06.18 251 5 12쪽
77 77화. 벽파산 전투 24.06.18 252 3 12쪽
76 76화. 공동산의 혈투 24.06.18 262 5 13쪽
75 75화. 무슨 축지술(縮地術)도 아니고 24.06.17 275 5 12쪽
74 74화. 특급 조련사 24.06.17 276 4 12쪽
73 73화. 습격받은 의혈단 24.06.16 308 5 12쪽
72 72화. 새벽에 피어오르는 연모지정(戀慕之情) 24.06.16 316 5 12쪽
71 71화. 싹트는 연심(戀心) 24.06.16 334 5 13쪽
70 70화. 단봉문(丹鳳門)의 출현 24.06.15 332 5 12쪽
69 69화. 죽음의 거미줄 24.06.15 333 5 12쪽
68 68화. 이것밖에 안 되나? 24.06.15 331 5 12쪽
67 67화. 만마총련의 고수들 24.06.15 321 5 12쪽
66 66화. 만마총련 총단 24.06.14 335 4 12쪽
65 65화. 뜨거운 출정식 24.06.14 341 4 13쪽
64 64화. 원공검법(猿公劍法) 고수와의 대결 24.06.14 350 5 13쪽
63 63화. 구출작전 24.06.14 372 5 12쪽
62 62화. 염라호접표의 활약 24.06.13 372 4 13쪽
61 61화. 위기의 동원표국 24.06.13 407 5 13쪽
60 60화. 과거 편린(片鱗) (2) 24.06.13 379 5 11쪽
59 59화. 과거 편린(片鱗) (1) 24.06.13 388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