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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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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2,857
추천수 :
1,061
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6 23:20
조회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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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13쪽

011. 성의 주인. (2)

DUMMY


011.




띠링!


[‘10분’이 경과하였습니다.]

[미션 완료까지 ‘5분’ 남았습니다.]

[적의 공세가 한층 더 강해집니다.]


어느새 5분 남은 미션.

시스템은 남겨진 시간에 더욱 강하게 적을 몰아쳐서 날 끌어내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0’에는 아무리 많은 걸 곱해도 ‘0’일 뿐.


“······평온하네.”


시간은 흐르고 긴장감도 서서히 희미해진다.

남겨진 건 적막과 고독.

미션은 그렇게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이래도 되는 거냐?’


그래도 전설 등급이 붙은 미션이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외딴 산꼭대기에 있지만 거성이었고.

그런데 그런 미션과 성을 이렇게 간단히 먹어도 되는 걸까?


‘아마 문제 있다고 내놓으라고 하겠지.’


나도 양심이 있으니 빙화성을 그냥 날름 먹어치울 생각은 아니었다.

정식 오픈도 아니었고, 지금 벌어지는 일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진행.

이 일을 그냥 가만히 놔둔다면 그건 그거대로 자고의 일 처리가 엉망이라는 뜻이었다.


몇 년간 유저들의 불만이 나오지 않는 높은 수준의 운영을 보여준 자고.

국가 단위급 영향력을 끼치는 게임이 조용한 건 그만큼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


그러니 나에게도 적당한 협상안이 올 거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띠링!


[‘14분’이 경과하였습니다.]

[미션 완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적의 공세가 파상적으로 강해집니다.]


파상공세라니.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


‘나오겠냐.’


이미 뒷일을 생각할 만큼 난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파상적인 공세도 결국 적이 있어야 가능한 것.

그냥 덤덤히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면 될 뿐이다.


띠링!


그리고 마침내 한 번의 알람이 더 울렸다.


[‘15분’이 경과하였습니다.]

[미션 완료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빙화성’ 영주 계승 미션을 평가합니다.]


“평가라······.”


아무래도 그냥 성공과 실패로만 나뉘는 건 아닌 모양.

업적 보상이 주어지는 자고 시즌 2인 만큼 철저한 평가가 필요한 듯 보였다.

그 결과지가 내 앞에 팝업되었다.


──── ◆ MISSION RESULT ◆ ────

[ 적의 공세를 버텨라. ]

▶[ RESULT : PERFECT CLEAR ]

[ 영주석에서 벗어나지 말고 위엄을 지켜라. ]

▶[ RESULT : PERFECT CLEAR ]

───────────────────


제시되었던 두 가지 미션 조건.

적에게서 버티는 것과 영주석을 지키는 것.

두 가지 모두 깔끔하게 모두 완료했다.

한 마디로.


“퍼펙트.”


몰려온 적이 하나도 없으니 어쩌면 당연할지 모를 결과.

그렇지만 고작 레벨 10짜리 노말 등급 인간이 해내었다는 건 엄청난 거였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도 아니었고.


[미션 ‘빙화성’ 영주 계승을 완벽하게 완수하였습니다.]

[현 시간부로 ‘나서준’님이 ‘빙화성’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

.

.


주르르르륵 쏟아지는 메시지들.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일 정도로 놀라운 보상이 쏟아진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보상이.


“하하······. 이거 괜히 불안하네.”


가히 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보상들.

이뤄낸 성과나 지금 내 상태를 보면 딱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무거운 보상.


힘이 없는 자에게 보물은 불행을 안겨주기도 한다.

난 그러한 일을 사회에서도 몇 번이나 보아왔다.

특허를 빼앗기고, 회사를 짓밟히며 재능을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세상.


지키지 못하는 보물은 독이 될 뿐이다.

미션을 깼다는 행복보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짙게 가슴을 짓눌렀다.


《흐어어어어······.》


그리고 들려온 아주 작은 소리.

귀를 기울여야만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겨우 들린 그 소리에 내 몸에 있는 모든 세포가 덜덜 떨려왔다.


‘······온다.’


목소리 아니, 처절한 분노에 찬 비명의 주인.

저 멀리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내 영혼을 뒤흔들었다.


빙화성의 주인 아니, 전주인이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 * *




‘도망가자.’


본능적인 판단이었다.

성의 주인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도 많았지만, 그뿐이다.

이쪽으로 오는 괴물을 막는 건 불가능한 일.


미세하게 전해진 살의.

분노가 가득한 비명 속에 담긴 끔찍한 죽음의 냄새를 맡자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무조건 도망가는 것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런데 어디로?’


그나마 생각나는 곳은 내가 올라왔던 절벽.

왔던 길이고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숨는다면 못 찾지 않을까?

달려오는 성의 본래 주인이 혹시라도 날 놓치지 않을까?


《끄어어어억─────!》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아주 잠시라도 성을 가졌다는 건 엄청난 일.

성을 포기하더라도 남겨진 보상만으로도 어처구니없을 정도.

망설이지 않고 과감하게 떠날 준비를 하려 했다.


그러나 재차 들린 소리는 이미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

더욱 진하게 전해지는 살기와 분노에 패닉이 와버렸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내 손발을 꼬이고 머릿속은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다.


띠링!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이곳을 내 무덤으로 삼으려는 시스템의 의지는 확고했다.


[‘신념’ 발동이 중지됩니다.]


신념이 발동한 건 스테미너가 모두 떨어졌기 때문.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10분 동안 무한대의 스테미너를 준 고마운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 10분이 끝난 거였다.


“어? 모, 몸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끝이 난 신념.

그리고 찾아온 건 지독한 피로감이었다.


[상태 이상, ‘벗어날 수 없는 나태’로 육체 통제력을 잃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나태.

일반적인 나태가 아닌 수식어가 붙은 몇 등급 높은 상태 이상이었다.

그로 인해 난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확정적으로 죽는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부릅뜬 눈을 감지도 못하고 영주석에 앉아 근엄하게 버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꽈아아앙!

쿠우우웅.


거대한 무언가가 내 앞에 떨어져 내렸다.


내성의 천장을 부수며 등장한 건 성의 전주인.

부서진 천장의 잔해와 같이 땅에 떨어진 괴물.

먼지구름 속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이 번쩍였다.


《네 놈이. 네 놈이 감히이이이이!》

‘커헉!’


듣는 것만으로도 고막이 부서지고 내장이 바스러지는 괴성.

움직일 수 있다면 피를 한 사발 토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렇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담담하게 말을 받아내는 것으로 보였을 거다.

괴성에 흩어지는 먼지구름.

그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전주인은 분노하고 있었다.


‘씨, 씨발 존나 무서워.’


게임 맞나?

진짜 게임 맞지?

아니면 나 여기서 죽을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족히 7미터가 넘는 키에 한쪽은 불이, 다른 한쪽은 얼음으로 둘러싸인 거인.

왜 빙성이 아닌 빙화성인지 보여주는 괴물은 아바타가 아닌 내 영혼을 찢을 거 같았다.


《맹약을 깨고 감히, 감히 인간 따위가 날 농락해!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어주마.》

‘아아······.’


저 녀석 진심이다.


게임으로 저런 연출을 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진실한 존재가 진심으로 나에게 빡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덜덜덜덜덜.


차라리 움직일 수 있으면 무릎이라고 꿇었을 거다.

미세하게 떨리는 몸은 당장이라고 고개를 숙이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지독한 상태 이상은 오히려 내 눈을 나른하게 만들어 기묘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만들었다.


《네 놈······. 자신 있다는 건가? 하긴 그렇기에 이 빙화성을 찾아왔겠지. 맹약까지 어기면서 말이야.》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좋다. 적어도 지금 네 놈이 보이는 기개만은 인정하마. 그러니 나도 최선을 다해서 내 자리를 되찾겠다.》


푸화아아악!

치링───.


왜 최선을 다하시나요?

한쪽에는 불꽃을 한쪽에는 얼음을 왜 뿜어내시나요?


분명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억울했다.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받은 보상이라도 제대로 써서 한 방 먹이고 싶었다.


《죽어라. 죽음으로 너의 죄를 갚아라!》


하지만 아직 나태의 지속시간은 너무도 많이 남았다.

족히 한 시간은 더 이 상태로 굳어있어야 풀릴 느낌.

그러니 난 내 자리를 노리는 전주인의 주먹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꾸구구구궁.


오른손에 맺힌 검붉은 화염.

왼손에 자리한 창백한 냉기.

양 주먹을 내지르는 녀석은 내 흔적까지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지랄 마! 싫다고 씨발새끼야!’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난 그냥 취업해보겠다고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데?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이렇게 끝난다면?


“씨발, 개새끼들아! 구해달라고!”


겨우 터진 입.

나태를 뚫어낸 내 입에서 나온 건 결국 구걸이었다.

내 안전을 책임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는 놈들.

그들을 향한 구걸은 정당한 거였으니까.


《죽어랏!》


꾸구구구궁!


그렇지만 흔들림 없이 날아오는 건 내 집의 전주인의 주먹뿐.

이렇게 난 자고의 면접을 끝낼 수 있었다.




* * *




“······어?”


분명 이렇게 끝나는 거 아니었나?

고작 욕 한 번 했다고 나타날 놈들이었다면 이미 수백 번은 내 앞에 왔을 거다.

그러니 기대는 없었고, 그냥 화풀이 한 번의 의미가 전부였던 욕지거리.


츠즈즈즈즛.


그런데 무언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흉포한 거인의 주먹이 코앞에 왔는데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건 나오자마자 바로 아웃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앱솔루트 베리어.”


먼저 들린 건 너무도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

날 죽이려는 거인과 달리 살아생전 한 번도 듣지 못한 천상의 음성이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


지잉───.


얇디얇은 막이었다.

절대적인 방어막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잘 가공된 원형 유리 한 장을 불러낸 듯한 모습.

침이 절로 꼴깍 넘어갔다.


꾸구궁.

퍼────엉!!!


‘크으으윽!’


날아가던 참새만 부딪혀도 깨질 거 같은 방어막.

얇디얇은 유리막 같아 보이는데, 거인의 주먹이 막혔다.

화려한 폭발은 시야를 가리고 내 귀에 이명을 불러왔지만, 그래도 막혔다.


핵폭발 장면을 직관하면 이런 느낌일까?

불꽃과 얼음이 폭발하며 만들어내는 기이한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잡혔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장면이었다.


“흥분하기는.”


그런데 폭발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내 앞의 누군가.

너무 태연한 목소리에 내 흥분도 사그라들 정도였다.

난 그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엘프?’


아직도 줄어들 생각 없는 거인이 만든 폭발을 후광처럼 두른 존재.

그건 분명 엘프였다.


나 역시 게임 좀 해본 놈이고 웹툰도 많이 봤다.

그러니 엘프라는 걸 보면 딱 알 수 있었다.


‘고양이도 있는데 엘프가 뭐 대단하다고.’


모든 디자이너의 혼을 갈아 넣은 듯한 외모를 가진 엘프.

날 구해준 그녀는 아마도 비얀트와 같은 자고의 직원일 거다.

그러니 고작 데이터인 거인의 주먹을 무서워할 리 없는 거고.


덕분에 두근두근 뛰었던 내 가슴도 차분해졌다.

인외의 아름다움이라고 해봐야 존재하지 않는 껍데기일 뿐.

설렌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비켜라. 맹약을 깬 존재를 비호하는 것인가?》


그리고 폭발이 잦아들자 엘프에게 말을 거는 거인.

어떤 식으로 게임을 관리하는지 몰라도 NPC가 말을 걸다니.

나름 신박한 광경이었다.


“비호까지는 아니고. 우리 책임도 조금 있어서 말이야.”

《그렇다면 비켜라. 난 내 분노를 풀어야 한다.》

“못 들었어? 우리 책임이 있다고. 정리해도 내가 해야 한다고. 그냥 짜져있어.”

《가볍게 말하지 말라. 우리가 한 맹약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아무리 너라도 막는다면 나 또한 제약을 풀 수밖에 없······.》

“씨댕아, 그럼 그러던가. 나 보고 어쩌라고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지. 띠꺼우면 그냥 제약 풀고 앵겨. 다 받아줄 테니까.”


뭐,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상당히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왜 관리자가 저런 식으로 NPC를 대하는 걸까?

식은땀이 주륵 등을 타고 흘렀다.


츠즈즈즈즛.


일촉즉발의 순간.

작은 성냥이라도 떨어지면 사달이 날 거 같은 긴장감 속에서 다시 허공이 갈라졌다.

그리고 나온 건.


“드디어 찾았군요. 진짜 고생시키는 지원자네요.”

‘비얀트?’


포털을 만들고 나타난 건 정장 입은 고양이, 비얀트였다.


“왜 너까지 오고 지랄이야?”

“루시엘라님. 말 좀 곱게. 그러다 줘터지면 아픕니다.”

“지랄 말고 너도 앵겨. 오늘 살풀이 좀 하자.”


그리고 상황은 더 이상하게 꼬일 거 같았다.


《건방진 놈들! 감히 빙화족의 영역에서 네 놈들 따위가!》

“아아, 넌 조용히 하고 있어.”


따악────!


《흐으읍!!》

“노예 주제에 어디서 입을 털어.”


핑거스냅으로 거인의 입을 막아버린 비얀트.

고양이의 눈은 매서운 빛을 뿌리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나서준 지원자도 찾았으니.”

“하아아. 회사 다니기 진짜 더럽게 짜증 나네. 난 퇴근할 테니까 네 마음대로 하세요. 인사과 씨댕아.”


루시엘라라고 불린 엘프는 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 모습에 날 보고 어깨를 으쓱한 비얀트.


“그럼 우린 진솔한 얘기 좀 나눠볼까요?”


따악───!


고양이의 손가락이 마주친 소리에 난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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