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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플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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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플마루
작품등록일 :
2018.10.20 22:56
최근연재일 :
2018.10.24 20: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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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
추천수 :
11
글자수 :
52,191

작성
18.10.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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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화

DUMMY

***


“.........미치겠네.”


유현과 레아는 기절한 영지를 업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은 남녀공용이긴 했지만, 레아와 유현은 그동안 방을 따로 써왔다. 하지만, 영지를 간호하기 위해 유현이 침대 2개인 방으로 옮겼는데, 레아가 자기도 오고싶다 하여, 방 3개인 방에 레아와 유현, 영지가 같이 있는 상황이 되버렸다.

하지만, 지금 유현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영지 누나가 왜 던전에 있는 거야? 이 누나도 나처럼 이 세계에 떨어진 걸까? 아니면..............’


아무리 생각해도 유현은 알 수가 없었다.

일단은 영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혹시나 영지가 자기가 떨어진 일의 배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오르기는 했지만.


“유현. 일어난다. 저 여자.”

“어?”


레아의 한마디에 유현의 상념이 깨진다.

유현은 서둘러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허영지가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뜨고 있었다.


“영지 누나. 정신이 들어?”

“으.....으으으으...”

“나야. 유현이. 나 모르겠어?”

“유현이? 김유현?”

“그래. 일어나서 다행이다.”

“크,,,흐흐,,,우아아아아앙!”


영지는 잠시 멍한 눈으로 유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유현은 조금 놀랬지만, 일단 영지를 달래기로 했다.


“괜찮아. 이제 몬스터는 없어. 그러니까.....”

“후..후에에에에엥”


유현은 레아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레아는 무심한 눈으로 유현을 바라볼뿐.

유현은 별 수 없이 영지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


“히끅히끅........”


영지가 울음을 터트린 아침과 달리 어느새 점심이 되었다.

영지가 울면서 다시 기절한 까닭.

다시 일어난 영지는 여전히 울먹이기는 했지만, 처음보다는 나은 상태로 보였다.

유현은 여관에서 받아온 죽을 영지에게 넘겨주었다.


“자, 먹어. 나름 신경써서 해달라고 했으니까. 먹을 만 할거야.”

“으응. 고마워.”


영지는 살짝 유현을 바라봤지만, 유현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유현은 뭔가 싶었지만, 그대로 영지에게 다가가 숟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딸그락 딸그락.


잠시 영지가 죽 먹는소리와 숟가락이 접시를 긁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이어지지 않는다. 드디어 영지가 죽을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 유현은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기운이 좀 들어?”

“으응. 고마워, 유현아.”

“.........힘든 걸 알겠지만 우선 물어볼게.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냥 컴퓨터로 심심해서 게임이라도 할까 했는데. 라이버 배너에 신작이라고 올라온 게임이 있었어. 그래서 그걸 클릭하고 설치했더니.........”

“에러 메시지가 떳다?”

“어, 어떻게 알았어? 무슨 신규환영뉴비환영신규환영뉴비환영하면서 미친 듯이 모니터를 채워대서 그대로 종료하고 잠들었거든. 근데 눈을 뜨니까.........”


유현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분명 유현이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 마지막과 동일하다. 혹시나 영지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뭔가를 숨기는지도 모른다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혹시 그 게임 이름 생각나?”

“어? 아, 뭐였더라? 아. 꿈도 희망도 없는 던전? 맞아. 그거 였어.”


유현은 생각했다.


‘.......확실하군. 이정도면.’


게임 이름도 동일하고 에러 메시지도 같다. 그렇다면 그 게임을 실행한 게 원인일까? 그 거지발싸개같은 게임 한 번 실행했다고 진짜 꿈도 희망도 없는.

치킨 한 마리 먹을 수 없는 세계로 떨어지게 된걸까?

하지만 의문은 남아있었다.


“근데 왜 던전에 있었던 거야?”

“어? 던전?”

“누나가 어제 있던 동굴 말이야. 거길 던전이라고 부르거든.”

“아. 그냥 눈떠보니까 거기였어. 횃불이 이곳저곳에 있는 동굴. 뭔가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도망쳤는데 웬 박쥐떼가.........”


유현은 갑자기 의심이 들었다.

정확히 영지의 레벨은 모르겠지만, 아마 영지도 용사일 것이다. 하지만 붉은 박쥐는 나름 1층의 터주대감이다. 그런 박쥐 20마리의 공격을 받았는데 멀쩡하다?

설령 전사 클래스를 갖고 있다해도, 박쥐에게 물어뜯기면 상처도 나고 피도 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지의 상처는 가벼운 긁힌 상처 몇 개뿐.

심각한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비명소리가 들려온 때를 박쥐의 공격 시작이라고 친다면, 적어도 1분 이상 공격받았다는 소린데. 이렇게 멀쩡할 리가?


“.......근데 그 박쥐 공격 말이야. 뭐랄까? 아프지 않았어?”

“응? 아, 당연히 아팠지. 그렇게 아픈건 처음.......”

“잠깐. 기다려봐.”


유현은 주머니에서 비전서 하나를 꺼냈다. 혹시 몰라, 하나 구비해둔 것을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다.


“이 종이 보여? 이거 손에 쥐고 마음속으로 ‘계약’이라고 해봐.”

“에?”

“일단 해봐. 누난에게 해가 될일은 아니니까. 이 세계는 뭐랄까? 그래. 일종의 게임시스템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상태창 같은 것이 있거든. 이 종이는 그 상태창을 보게 해주는 열쇠고.”


유현은 잠시 숨을 골랐다.


“누나도 이 세계에 있는 이상. 어떻게 최소한의 방어수단은 있어야 할거 아냐. 그러니까, 날 믿고 해봐.”


영지는 유현을 묘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는데, 누굴 믿겠니.”


영지가 종이를 쥔채로 눈을 감았다.


“..........보여?”

“어?”


영지가 눈을 뜨며 말했다.


“종이에, 그러니까 그 이상하게 생긴 기호 밑에 글자 나왔어?”

“잠깐만. 어! 나왔어!”

“나 좀 보여줄래?”

“응. 여기.”


[허영지, 용사, 클래스 야만전사, 레벨 25]


유현은 황당했다.


‘..............레벨이 25? 누구는 근 1달간 개고생했는데도 레벨이 15인데. 누구는 오자마자 레벨 25? 게다가 클래스가 야만전사는 또 뭐야? 딱 봐도 강해보이잖아.’


유현은 이 세계로 온지 최고의 절망감을 느끼며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



“레아.”

“으응. 잘 부탁해. 레아씨.”

“레아.”

“....응. 레아.”


유현은 레아에게는 대충 영지를 소개헀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놀았던 누나라.

레아의 표정은 평소와 똑같이 무표정 일관이라, 믿는지 안믿는지 알수 없었지만.


“그래. 소개는 이쯤하고. 계획부터 생각해보자.”


유현은 고민했다.

어디까지 영지에게 정보를 얘기해줘야 할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될 정보였지만, 그래도 유현에게는 직접 구르고 뛰며 알게된 소중한 정보였다.


‘레벨이 30이면, 3층 초입부에 도달할 수준. 어느정도 괜찮은 무기에 방어구만 쥐어준다면 중심부 도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레아와 나는 3층 초입부도 힘들어.’


고민하던 유현은 결심했다.

그냥 솔직하게 다 말하기로.

영지가 탱커로서, 2층의 중반부 몬스터들을 막아준다면 레아와 유현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분명했기에.


“영지 누나.”

“응?”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얘기할까? 우선 아까 말했듯이 용사는 던전을 공략하며 돈을 벌거든. 그래서..........”


유현의 설명에 영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러니까 게임에서처럼 내가 몸빵을 해서, 둘이 성장하겠다 이 뜻이네?”

“응. 미안. 이런 부탁해서.”

“아냐.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이해했어. 나도 RPG게임이라면 꽤 해봤거든.”


주먹을 불끈 쥐는 영지의 모습에, 유현은 조용히 웃었다.

레아를 보고 웃던 웃음과 다른, 뭔가 안도감이 섞인 유현의 웃음이었다.



*****


그렇게 유현, 레아, 영지가 던전을 다닌지 어느덧 3주일.

유현과 레아는 레벨 25를 달성했고, 영지는 레벨이 33에 이르렀다. 게다가, 영지는 RPG게임을 해봤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듯, 어느덧 용사 베테랑이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야! 여기서 이 목걸이를 사오면 어떡해? 큰가시도마뱀은 화속성인것도 몰라? 수속성 인챈트가 박힌 목걸이를 사야 덜 아플 것 아냐!?”

“아니, 그럴 돈이........”

“밥을 좀 싼걸 먹어 그럼! 레아! 너도!”

“응?”

“와인 좀 작작 마셔! 이 계집애야! 뭔 하루에 와인을 3병을 작살내! 다 합치면 그것도 15골드야!”

“........응.”


유현은 의기소침해진 레아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처음의 레아는 저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영지가 레아를 불편해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레아에게 꼭 맞는 성장가이드와 아이템 셋팅을 도와준 이후로, 그녀와 영지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유현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들은 쇼핑도 가고, 심지어는 온천도 갔다왔다.

유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

던전하고 집 외에는 산책하는 것도 싫어하던 그 레아가 쇼핑이라니!?


“이건 이렇게 하고 말이야. 엉!? 아 요즘 애들은 왜이렇게 경제관념이 없어? 이렇게 펑펑 쓰기만 해서 언제 돈 모을래? 듣자하니, 용사 유통기한이 고작 4-5년이라는데. 그 안에 집도 사고 땅도 사놔야 할 것 아냐!?”

“아니, 그런 사람이 지난 주에 레아랑 쇼핑에 온천에.....”

“닥쳐!”


영지의 도끼가 위력적인 빛을 뿜는다.

유현은 뭐라 더 할말이 남았지만, 도끼의 서늘한 빛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어~~쩌다가 한번 그러는 거지만.

너희들은 정도가 심하잖아. 하루에 낭비하는 돈이 얼만줄 알아? 와인에 밥에 포션에...........”


먹는 것 같고 너무 뭐라하는 것 같아 솔직히 치사하다고 생각했지만, 포션 문제라면 유현은 할 말이 없었다.

영지의 클래스는 무려 ‘야만용사’.

클래스 이름답게 그녀는 상처에 대한 회복속도가 빠르고, 레벨에 맞지않게 공격력도 높다. 따라서 웬만해선 영지는 포션을 마시지 않아도, 탱킹이 가능하다.

반면에 유현은 다르다.

이 세계에서 클래스의 유무는 생각보다 커서, 좋은 클래스를 얻는게 우선이다.

하지만, 클래스를 얻는 방법은 이 세계에서도 정확히 모른다.

무슨 여신이 내려주는 사명을 해결하면 받는다는 사람도 있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받는다는 사람도. 그냥 열심히 사냥하다보면 언젠가 나온다는 사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지만, 확실한 건 없다.


하지만, 딱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바로 한번 정한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거기에 ????이라는 클래스는 길드의 베테랑들도 처음보는 경우라, 설명이 불가했다.

결론적으로, 영지, 유현, 레아의 파티에서 포션을 소비하는 인물은 유현 혼자라는 뜻이다. 레아는 사수이니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포션의 비용은 생각보다 비싼 편이라 영지의 말은 일리가 없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먹는 것 같고 뭐라 하는건.”

“뭐?”


영지의 서슬퍼런 시선에 눌린 유현은 결국 화재를 돌리기로 했다.


“아! 근데 그 정보는 어디서 얻었어? 그 도마뱀이 화속성이라는 것?”


딱 봐도 화재 돌리는 수작이라는 걸 모를 일이 없는 영지는 잠깐 유현을 노려보았지만 결국 대답해줬다.


“길드의 막시무스 부길드장님한테 들었어. 나중에 한번 식사하는게 어떠냐고 하시더라.”

“와. 그 부길드장이?”


유현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막시무스 부길드장이라면 길드의 NO 2.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소문이라면 들어봤다. 금발의 조각같은 외모에 뛰어난 검술부터 시작해서 정력이 좋고 사교술도 뛰어나고..............

한마디로 온갖 칭찬이 자자한 남자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흑발의 유현은 어딜가나 불쾌한 시선을 물론이고, 배척받는 신세지만.

영지는 다르다.

흑발의 여성은 이 세계에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의 사제들의 고유 특성이라나?

별 요상한 남녀차별에 다시금 이를 가는 유현이었다.


“좋겠네. 그 부길드장이랑 식사면 당연히 맛있는 것도......”

“야!”

“농담이야. 그럼 오늘은 3층 중심부부터 슬슬 시작할까.”

“.....후. 그래. 가자 레아. 아, 와인좀 그만 마시라니까. 얘는 나이도 어린 애가 아침부터 무슨..........”


와인병을 뺏은 영지를 슬픈 듯이 쳐다보는 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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