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플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로망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완결

이플마루
작품등록일 :
2018.10.20 22:56
최근연재일 :
2018.10.24 2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339
추천수 :
11
글자수 :
52,191

작성
18.10.21 00:18
조회
137
추천
1
글자
20쪽

2화

DUMMY

“뭐야.....”


난데없이 들린 비명소리에, 서둘러 그쪽으로 뛰쳐갔다.

뭐 거창하게 구해줄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그냥 호기심이랄까.

그런데 ,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생명체는 없었다.


“이게 뭐지?”


손아귀에 위치한 투명한 반투명의 구슬.

유현은 이게 뭘까 고민하면서 살짝 손으로 쥐어보았다. 하지만, 비명소리는 계속 들리고, 구슬 역시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그러던 그때.


쨍그랑!


“헉.”


갑자기 깨지는 구슬에 유현이 놀라서 자빠졌다. 살짝 쥐어본게 다인데.

유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현은 찝찝한 기분을 간직한 채, 서둘러 나가기로 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딱봐도 뭔가 비싼 물건 같은데. 거기 있다간 누가 배상하라고 조질지도 몰라.”


유현은 서둘러 던전 밖으로 뛰어갔다.

마침내 던전입구가 보인다.

그렇게 유현이 웃으면서 입구로 가려는 순간.


퍼억!


“크악!”


뭔가 싶어 돌아봤더니 웬 캥거루 하나가 유현을 노려보고 있다.

캥거루는 던전의 2층. 즉 이곳보다 한단계 아래에서 나와야 할 몬스터다.

아직은 유현이 상해할만한 존재가 아니다.

유현은 원래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던전 입구까지는 앞으로 500m.

게다가 캥거루에게 당한 상처가 예상보다 심한지, 통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오! 왜 이 새끼가 여기있는 거야?”


별수 없었다.

유현은 허리춤에 찬 검을 들어, 그대로 캥거루를 공격했다.


창! 창! 창!


캥거루의 주먹과 유현의 검이 부딪치는 소리. 유현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그렇게 30분쯤 싸웠을까.


“헉헉헉..............”


마침내 유현은 캥거루의 심장에 검을 꽂는데 성공했다. 찰나의 순간에 캥거루가 미끄러져 넘어지지만 않았다면, 죽는 건 유현이었을지도 모른다. 유현은 캥거루의 시체를 마법 주머니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한데. 던전 입구에 있는 경비병도 안보이고. 원래 던전 입구에는 용사들이 줄줄이 서있어서, 마치 출근시간 지하철 같았는데. 이 많던 인간들이 죄다 또 어딜 간거야.’


유현은 계속 생각했다.


‘게다가 지하에 있어야할 캥거루는 왜 여기 있는거고. 그리고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그 놈들도..........’


끼이이익!


뭔가가 긁히는 듯한 소리.

유현은 불길함을 느꼈다.

만약 던전 지하에 또다른 동물이라도 나왔다면..........


“시발! 튀자!”


유현은 전속력으로 던전 밖을 벗어났다.



***



그렇게 던전에서의 소동을 겪고 2주일 지난 어느날.

유현은 드디어 동료를 맞이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돼.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긴 했지만, 점점 사냥이 힘들어져. 아니, 사냥 자체가 힘든게 아니라 사람이 너무 많아. 게다가 하브리 지역에서 대규모 용병단이 온다는 소식도 있고. 나도 얼른 동료를 구해서 더 아래의 던전에 도전해야 해.’


하지만, 유현의 생각은 거기서 멈추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현은 지금 이 세계에서 유명인사로 통한다.


악마의 하수인, 흑마법사의 재림, 이방인, 불길한 남자, 귀신............


단순한 머리색 하나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지 몰랐던 유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는 참이다.

이미 길드 홍보 게시판에도 올려봤지만, 유현의 홍보물은 색이 바랠 지경.

그렇다고, 무료봉사나 허졉한 사람을 키우는 건 질색인 유현이었다.


“그러니, 오늘은 둘러보기라도 하자. 나름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키워주든가 어떻게든 해봐야지.”


유현은 이제는 익숙함이 느껴지는 검을 쥐며 그대로 밖을 나왔다.



***



“하아. 어째 맘에 드는 놈이 한명도 없냐.”


여관에서 사람을 둘러보고 있는 유현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름 괜찮다 싶은 사람들은 죄다 파티의 문장을 가슴에 달고 있다.

그렇다면, 파티의 문장이 달리지 않은 사람을 공략해야 하는데.


‘젠장. 이 녀석은 이게 걸리고. 저 녀석은 저게 걸리고. 내가 근접공격이니 원거리 딜러나 힐러를 구하고 싶은데. 힐러는 귀족이고 원거리 딜러는 보이질 않으니..........’


그래도 그중에 괜찮아 보이는 몇몇을 컨택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그냥. 네가 맘에 안들어서. 두명이면 싫어서 등등.

한 놈은 선금을 지급해야 들어온다고 해서 주먹을 날릴뻔한 유현이었다.


“시발. 딱봐도 나보다 약한 놈이. 무슨 힐러라도 된다면 몰라.”


그렇게 유현은 같은 사이클로 아침에 3시간, 던전 갔다와서 3시간.

이런 식으로 파티원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돈도 이제는 여유가 생겨, 잠시 던전을 쉬어도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던전은 꾸준히 돌고 있는 유현이었다.


“하아. 오늘도 허탕인가.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벌써 2시간째 둘러보고 있지만, 어중이떠중이들만 납셨다.

하다못해 제대로 된 무기라도 쥐고있던가.

지난번 놈처럼 무기사준면 갈게한다는 놈이 수두룩해보인다.

그러던 그때.


쾅!


웬 적발의 미녀가 문을 박차고 여관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 그녀를 향했지만, 곧 저마다의 할 일로 넘어갔다.

여관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많아,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건 양반도 아니기 떄문.


“.....괜찮은데?”


절대 외모가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

아니, 외모도 이쁘다.

유현이 괜찮다고 한 이유는 여자의 등뒤에 매여진 활 떄문이다.

활이라면 원거리 딜러라는 사실.

게다가 웬지 모르게 여인은 어딘가 베테랑이라는 느낌이 풍겼다.

단정하게 묶어올린 말총머리.

보석같이 빛나는 붉은 눈동자가 특히 인상적이다.

유현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실례가 아니라면, 제가 한 잔 사도 될까요?”

“.........그러세요.”


다행히 접근은 성공인 듯 했다.

유현은 종업원을 불러, 맥주를 주문하려했지만.


“아뇨. 맥주는 됐어요. 와인으로 주세요. 레드로.”

“아, 네. 그럼 와인, 맥주 각각 1병씩 주세요.”


잠시 이어지는 둘 사이의 침묵.

유현은 뭐라도 얘기하고 싶었지만, 웬지 여성은 멍하니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어 선뜻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여자라도 사귀어볼걸.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다.’


“혹시 이곳은 처음이신가요?”

“네.”

“그럼 혹시 파티는?”

“없어요.”

“아 그러면 혹시 저랑....”

“그러죠.”


...........유현은 황당했다.

생각해보니 여인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모두가 불길하다 생각한 흑발을 보고도 무덤덤했고, 다짜고짜 유현이 한 술 제의도 받아들였다.

그래도 상관없다.

무려 1주일만에 구한 동료다.

유현은 속으로 웃으며 물었다.


“제 이름은 김유현이라고 합니다. 유현이라고 부르세요.”

“레아. 잘 부탁드려요.”


그것이 유현과 레아의 첫만남이자 첫 식사였다.



***



그렇게 짧지만 웬지 불편했던 식사를 마친, 유현은 레아와 던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밤 8시.

이곳 던전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12시까지 나오는게 불문율이다.

하지만 유현은 나름 생각이 있었다.

나름 레아의 실력도 보고싶었지만, 무엇보다도 밤에만 나온다는 ‘붉은박쥐’를 잡고 싶은 유현이었다.


‘붉은 박쥐를 잡아야만, 새 검을 구할 수 있어. 이 검은 이제 낡아빠져서 수리하는 비용이 더 나올 판국이야.’


분명 나름 친해진 대장장이 주인이 그랬다.

붉은 박쥐의 이빨을 가져다주면, 좋은 건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검을 주겠노라고.

참고로, 던전에서 몬스터를 죽이면 시체가 사라짐과 동시에 기본적인 전리품과 레어템이 나오는데.

붉은 박쥐의 전리품은 박쥐의 날개. 레어템은 붉은 박쥐의 이빨과 다른 몇몇개다.

당연히 레어템은 나올 확률이 희귀하지만, 다른 레어템과 달리 붉은 박쥐 이빨은 20마리를 잡으면 하나쯤은 나올법하다고 들은적이 있는 유현이었다.


“자, 그럼 잠깐이라도 던전에 가서 호흡이라도 맞춰볼까요?”

“그러죠.”


유현도 친근한 성격은 아니지만, 레아는 말 그대로 바람이 쌩쌩 불었다.

하지만, 말투는 은근히 다정한 게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여인이다.

유현과 레아는 그렇게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사수. 아니 원거리 딜러 맞죠?”

“네.”

“그럼 제가 앞에서 견제할게요.”

“네.”


짧디 짧은 대화의 연속 후에 들어간 던전.

시간은 밤이지만, 던전의 내부는 환했다.

주위에 미리 설치해놓은 횃불 덕분이기도 했지만, 주위에 조그마한 불꽃들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무슨 반딧불이도 아니고. 뭔지 아는 놈도 없고. 혹시나 해서 잡아봤지만, 벌레도 아니던데...........’


잠시 호기심을 가진 유현은 그대로 레아를 바라봤다. 레아는 무심한 표정으로 활은 든채 걷고 있었다.

유현은 생각했다.


‘이제 보니까 진짜 미인이네.’


레아의 목소리가 울려펴진건 그때였다.


“앞. 박쥐 둘.”


깜짝 놀란 유현이 정면을 바라보자, 정말 박쥐 두 마리가 날아들고 있었다.

참고로, 던전은 시간대에 따라 등장하는 몬스터가 다르다. 1층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낮에는 살쾡이, 화염도롱뇽, 늑대 등이 나타나고 저녁에는 붉은 박쥐, 검은 두더지 등이 나타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캉! 캉!


유현은 검을 휘둘러 박쥐들을 견제했다. 처음 맞붙은 몬스터였지만, 생각보다 할만했다. 유현의 낡아빠진 검을 휘두름에도 불구하고, 박쥐의 상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던 그때.


쐐애애애애액-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연이어 화살이 날아온다. 화살은 기가 막히게 박쥐의 날개를 연속으로 꿰뚫었고, 당연히 박쥐의 이동속도는 느려진다.


‘이때다.’


유현은 살짝 검을 위로 올려쳐, 박쥐의 시선을 교란시킨 후, 그대로 박쥐의 심장을 찔렀다. 참고로 이 세계의 몬스터는 심장이라 불리는 일종의 핵이 있는데, 이 핵을 찌르면 모두 사망이다. 물론, 던전이 깊어질수록 이 핵을 둘러싼 가죽이 단단한게 문제였지만.


“잡았다.”


그렇게 박쥐 두 마리를 모두 잡은 유현과 레아. 안타깝게도 레어템은 나오지 않았지만, 둘의 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레아의 활솜씨가 유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유현이 웃으면서 레아를 칭찬했다.


“와. 굉장하네요. 저도 용사가 된지 얼마 안되지만 레아씨처럼 뛰어난 사수는 처음 봐요.”

“고마워요.”


여전히 단답형인 대답.

하지만, 살짝 상기된 얼굴이 웬지 귀엽다고 느껴진 유현이었다.



***



레아와 파티를 맺은지 어느덧 3주.

유현은 레아와 나름 친해졌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대화는 10마디를 넘어가보지 못한게 함정이긴 했지만.


“레아. 오늘은 2층 중간까지 가볼래?”

“응.”


유현과 레아는 여관에서 나와, 던전으로 걸어갔다. 유현은 오늘 생각하고 있는게 있었다.


‘그동안 무기도 바꿨고, 돈도 꽤 벌었다. 비전도 구했으니까 이젠 레벨을 올려야지.’


비전.

유현이 레아와 얘기하다 알아낸 사실이다.

이 세계에서는 비전이라 불리는 마법이 있는데, 이 마법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는게 가능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상태창이다.

이 세계에서는 이 비전을 통해, 자기의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레벨을 올려 더 강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유현은 비전을 확인했다.


[유현, 용사, 클래스 ????, 레벨 15]


참고로 던전 2층에서 적정레벨은 약 10-20까지로 알려져 있다. 유현이 물어본 결과 레아의 레벨은 8. 현재 유현은 레아의 레벨을 자기랑 비슷한 선에서 올리기를 계획중인 것이다.


“내 얘기 기억하지? 레아? 오늘은 네 성장만 하는거야. 내가 전위를 맡을테니까, 화살을 핵에 꽂으면 돼.”

“응.”

“대충 대답하지 말고. 네 레벨이 높아져야 더 아래층의 던전에 도전하지.”

“응.”


유현과 있던 2주동안 이상하게도 레아는 전혀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바로 심장, 즉 핵을 유현이 모조리 부쉈기 때문이다.

핵을 부숴야만 경험치가 올라가고, 레벨이 오르는데 유현이 모조리 독점한 것.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유현이 양보하려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있어 레벨이 오르지 않은 레아였다.

유현은 생각했다.


‘불안하긴 한데. 어제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으니까 오늘은 하겠지. 뭔가 레벨을 안 오르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상념을 뒤로 한 채 도착한 2층.

그렇게 해서 유현과 레아는 2층 초입부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해 레아의 레벨을 높이기로 했다. 쉽게 말해서, 막타를 모조리 레아가 치게 만드는 셈. 사실 2층은 레아와 유현에게도 조금 벅찼지만, 빠른 성장을 위해 무리하기로 했다.


2층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흑곰.

2-3마리가 떼로 몰려다니는 흑곰은 뭉치면 위험하기에, 우선 레아가 화살로 한 마리씩 유인하는게 먼저다.


쐐애애애애액-


“꾸어어어어억!”


화살에 맞은 흑곰이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다. 만약 정상적인 머리가 있는 동물이라면, 동료가 화살에 맞았으니 같이 움직여야 했지만, 나머지 곰들은 무심하게 하품이나 하고 있다. 한마디로 흑곰은 자기가 공격당하지 않으면 굳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나마 상대가 눈에 보여야 같이 협공하는 정도?

그때, 유현이 나서 흑곰의 앞에서 검을 휘둘렀다.


창! 창!


분노한 흑곰의 앞발을 휘두르는 소리와 유현의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대기를 찢는다.

레아가 곰의 심장을 노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곰에게 타격을 입힘과 동시에, 특정한 틈을 만들어줘야 할 유현이었다.


“꾸에에에에엑-”


곰답지 않은 울음소리를 내며, 결국 흑곰이 레아가 쏜 화살에 쓰러져 죽었다.

유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레아에게 말했다.


“레벨 올랐어?”

“아니.”

“아, 진짜 무슨 레벨이 있으면 경험치도 있어야지. 얼마나 올랐으니 알수가 없으니.”

“경험치?”

“응? 아, 아냐. 그런게 있어.”

유현은 황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참고로, 레아는 의외로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게 있으면 끝까지 묻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것이 현대에서 살다온 유현이 종종하는 말실수에 대한 궁금증인게 문제였지만.

한번은 유현이 치킨 먹고 싶다 한마디 했다가 치킨이 뭔지 설명하느라 실신할 뻔한 유현이었다.


‘젠장. 이 세계는 무슨 치킨도 없냐. 곰, 박쥐, 개, 고양이 다 있는데. 닭만 없다니? 이게 무슨 거지같은 세계야!’


하루빨리 자기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유현.

하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들어온건지 모르니, 자연히 나갈 방법도 모르는 셈.

유현은 고개를 저으며, 레아에게 말했다.


“가자. 레아. 오늘 하루종일 잡으면 그래도 오르겠지.”

“응.”



***



마침내 똑같이 레벨을 16에 만드는데 성공한 유현과 레아.

기념으로 저녘에 최고급 식사를 먹기로 한 두사람이었다.


“레아. 오늘은 이거 먹는게 어떄?”

“마음대로 해. 나는 이거. 그리고 술은 요거.”


유현은 뭔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가 딸을 바라보는 심경이랄까.

평소같으면 응.응만 반복하던 레아가 어느새 의견표현을 잘하는 여자로 성장했다니.

웬지 기분이 뿌듯한 유현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두사람은 잠시 도시를 둘러보며 걷기로 했다.

물론 유현의 제안이다.

평소같으면 레아는 피곤하다며 자러 갔겠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유현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참고로, 유현은 레아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고향은 어디인지. 가족은 어디인지. 여기는 어떻게 왔는지 등등.

하지만, 레아가 미안하다며 대답을 회피해 뭔가 사정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생각을 접었떤 유현이었다.


“레아. 저기 있잖.........”

“유현. 너랑 같은 냄새.”

“에? 뭐라고?”

“너랑 같은 냄새가 나.”

“냄새?”

“응. 저기서.”


매일 후드를 눌러쓰고, 한번도 올리지 않은 레아였기에.

유현도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

레아는 하프엘프였다.

혹시나 유현은 이 세계에서 하프엘프는 무슨 천대를 받나 싶어, 정보길드를 몰래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그냥 레아의 사정인 듯 했다.

유현은 생각했다.


‘저번에도 레아가 무슨 냄새가 난다 해서 가봤더니만, 비싼 청성초를 발견해 한 몫 챙겼지. 근데 엘프는 귀가 좋은거 아니었나? 무슨 엘프가 개도 아니고 냄새를 잘 맡아?’


유현은 말했다.


“그래. 일단 가보자.”


레아의 손이 가르키는 장소는 던전의 입구쪽.

지금 시간대라면 별로 사람이 없을 때다.

그렇게 던전 입구에 들어간 두사람.

평소와 다르게 삭막한 기운과 박쥐의 울음소리가 두 사람을 맞아줬다.


“레아?”

“.............미안.”

“응?”

“냄새 끊겼어.”


유현은 당황했다.

냄새가 끊기다니.

여기 온 그 잠깐 사이에 도망이라도 갔단 말인가?

하지만, 레아의 코는 지난번에 적어도 500m는 떨어진 곳에 있는 청심초를 발견한 수준.

유현과 레아가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1분도 안된다.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유현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뭐. 할 수 없지. 근데 나랑 같은 냄새가 무슨 뜻이야?”

“그냥 유현 같은 냄새.”

“........그니까 그게 뭐냐고?”

“그냥 유현 같은........”

“네네네. 알겠습니다.”


그러던 그때.


“꺄아아아아악-”


익숙한 비명소리가 귀를 찔러온다.

유현은 레아에게 물었다.


“뭐야? 혹시 아까 맡은 냄새가...”

“아냐. 하지만.....”

“....?”

“쟤도 비슷해. 아까 걔는 아니야. 하지만 너랑 비슷한 냄새가 나.”


유현은 황당했다.

자기랑 비슷한 냄새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웬지 모르게 확인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유현이었다.

유현은 레아를 재촉했다.


“가자! 몬스터에게 포위됬을지도 모르니까.”

“응.”


그렇게 얼마나 뛰어갔을까.

어스름한 횃불 너머로 박쥐떼에 둘러쌓인사람 한명이 보인다.

유현은 소리쳤다.


“레아. 부탁할게.”

“응.”


유현이 검을 뽑아 뛰쳐나가고, 레아가 활을 겨누었다.

박쥐의 숫자는 약 20마리.

이제 2층 중반부에서 사냥하고 있는 유현이지만, 이렇게 많은 박쥐와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보통 레아가 몇 마리씩 유인하면 잡는게 대부분이었던 이유.

게다가, 이 세계에서는 전사 관련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다음날 상처가 모두 회복된다. 유현은 ???? 클래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음날 회복되는 상처를 보고 자신이 전사 관련 클래스라고 생각하던 참이다.


‘하지만 고통은 그대로 느끼지. 시발, 오랜만에 왔는대도 더럽게 아프네.’


기름먹은 가죽 갑옷이라는 방어구를 끼고 있는 유현이지만, 박쥐의 연달은 공격을 모두 무시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게 유현이 견제하고 레아가 화살로 공격하길 몇 차례.

어느새 모든 박쥐는 레아와 유현의 공격에 저세상으로 떠났다.


“후우. 더럽게 힘드네. 레아, 괜찮아?”

“응. 유현은?”

“나도.”


사실 한 마리 박쥐도 흘리지 않은 유현이었기에, 의미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이제는 습관적으로 전투가 끝난 뒤 하는 유현의 버릇이다. 레아는 처음과 달리 유현의 안부를 물어보는 수준에 이른게 좋다면 좋다고 해야할까.

유현은 머리를 감싼 채, 쓰러진 여성을 향해 발을 옮겼다.


“괜찮으세요? 여기 포션....... 헉!”


여성을 뒤집은 유현은 놀란 나머지 그대로 포션을 던져버렸다.

그 해괴한 광경에, 레아가 물었다.


“유현. 왜 그래?”

“헉...... 헉, 헉.”

“.......유현?”


유현이 마주한 여성은 허영지.

첫날 유현이 하우스에서 마주한 여성이자, 대학교 2학년인 그녀가 던전에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로망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에필로그. 18.10.24 105 1 4쪽
10 9화 18.10.24 76 1 3쪽
9 8화 18.10.23 67 1 8쪽
8 7화 18.10.23 74 1 13쪽
7 6화 18.10.22 73 1 15쪽
6 5화 18.10.22 78 1 10쪽
5 4화 18.10.21 79 1 13쪽
4 3화 +2 18.10.21 136 1 13쪽
» 2화 +1 18.10.21 138 1 20쪽
2 1화 18.10.20 204 1 14쪽
1 프롤로그 18.10.20 309 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