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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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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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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2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9.28 01:00
조회
133
추천
4
글자
10쪽

2부 14화 : 살다 보면

DUMMY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울 일이 없다지만 글쎄, 그건 양쪽이 그래도 붙어볼 만 할때의 이야기고.


몇 년간 다른 그룹과 다투면서 경험하고 목격한 대로는 이렇다.


전투만 잘 하는 놈을 상대하는 건 쉽다. 싸움 외의 다른 재주가 없는 집단은 적은 손상만 입어도 크게 요동치고 금방 분열한다.


그런데 전술까지 잘 짜는 놈들이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소위 말해 맞서는 쪽에 어려운 선택을 잘 강요하는 녀석들. 이 두 부분에서 열세라면 엮이지 않고 얌전히 멀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거기에다 전략까지 잘 짠다면? 주변의 다른 그룹을 이용하고 자기 것이 아닌 자원도 자신들의 목적으로 쓸 수 있게 할 재주까지 있다면? 이 경우는 도망조차 어렵다.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간 상황은 모두 이런 경우에서 나왔다. 살다 보면 진짜 이런 것들을 만난다니까.


전투나 전술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전략에서는 잉그리드가 나를 앞서가고 있다. 미국이 당장 필요로 하는 사람의 위치에 번개처럼 나타나서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까지 한다. 내가 한국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중에 말이지.


이 슈퍼히어로 컨셉 설계가 날 공격하기 위해서인지 나를 방어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준비할 것이 많이 달라진다. 잉그리드와 일대일로 전투를 벌이면 질 것 같지는 않았지. 그쪽도 분명 감을 잡았을거고.


효진이가 슬쩍 핀잔을 준다.


"너 요새 툭하면 그 여자 검색한다? 취향이야?"


"궁금하잖아, 이사님. 나도 백색균열 근처까지 가는 게 쉽지 않은데 이 사람은 바닷물을 밀어내면서 그걸 드러내기까지 했어."


"그래도 그렇게 매번 검색한다고? 수상해 너."


"저기 이사님, 지금 내게 연애사 우선순위는 낮다 못해 심해 깊은 곳에서 초롱아귀랑 어울리고 있거든?"


"우선순위 제일 꼭대기엔 뭐가 있는데?"


"평화롭고 짜증나던 일상의 회복?"


"너 혼자?"


"내가 안하면 누가 해."


"그걸 어떻게 개인이 하냐는 말이야."


"그래서 이사님에게 내가 잘 하잖아, 도와달라는 의미에서."


"퍽이나?"


중형체를 잡아 미라에게 들어갈 코어를 모으고, 대도시부터 균열을 밀고 나가 방어선을 새로 잡고. 정태성 대령님이 모는 수송기를 호위하고.


몸이 한 다섯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릴 때 닌자 마을을 찾아내야 했어.


"어쨌든~ 궁금한 거 알겠지만 가끔은 남 말고 네 이름도 좀 검색해봐라. 사람들이 너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 필요가 있다니까?"


"그러니까 남의 휴대폰 화면은 왜 자꾸 보는데."


"네 생각에 잉그리드는 뭐야? 아니, 어떤 사람 같아?"


이걸 효진이가 내게 먼저 묻네. 어째서지.


"쇼맨십이 좋은 사람?"


"아니 되게 이상하지 않냐? 썬이 호주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해서 이제 출력 5만 5천이잖아. 그리고 그중에 우리가 잡았던 대형체 코어도 있고. 그 사람은 어떻게 생성계 코어를 9만이나 찍었지?"


"운이 좋았거나."


"만약 그게 아니라면?"


"글쎄? 뭔가 이유가 있겠지."


효진이가 지금 의심하는 것처럼 사람을 많이 잡았다면 9만 출력 정도는 만들어진다. 쿠들락처럼.


하지만 잉그리드가 사람을 죽였다해도 코어를 얻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거다. 추정인데, 니콜로의 형제들이라 해도 사람마다 있는 출력한계를 높이지는 못한다. 할 수 있었다면 니콜로가 가장 먼저 내 출력을 자기 마음대로 올렸을 거야.


효진이는 불만이 안 간 얼굴로 쓴 걸 씹은 듯 말한다.


"나는 썬이 생성계 최강은 아니어도 순위권은 될 것 같았는데 이 사람은 뭐냐고 진짜."


아... 그게 문제였구나.


"여러 경우가 있겠지, 이글스피릿도 출력은 되게 높고."


"이글스피릿이야 국가 지원을 받고 파장계는 적은 편은 아니고. 모르겠다! 어쨌든 수상해. 별로 기분이 안 좋아."


"이번 주쯤 이글스피릿이랑 만날 것 같던데 그쪽에 물어보지 뭐. 어떤 사람이었나."


잉그리드 트리에. 서른 한 살. 보여준 능력은 생성계. 9만의 생성계가 보여줄만한 출력을 보여주었고 백색균열을 세상에 나타냈으니 한순간에 유명인이 되었다.


제발 넘어가지 마라, 이글스피릿. 평소같으면 이런 걱정을 안 할 텐데 그 놈도 요새 정신나갈 지경일 거란 말이지.


이글스피릿은 구루와 같은 연구소에 있었다... 코어가 무엇인지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잉그리드를 의심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미국 쪽 일이 진정되어야 한 번 만나기라도 할 텐데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거세게 공격받고 있는 곳이 노스 캐롤라이나. 미국 동쪽의 두 균열 중 하나라도 격파해야 이글스피릿이 여유가 생긴다.


미라를 최대한 성장시켜서 나와 미라가 합류해 같이 격파할 계획이었는데 틀어졌어.


어쨌든 잉그리드, 페레이라는 적당히 힘을 조절할거고 그러면 이글스피릿이 나설 수 있겠지. 죽지 마라. 이글스피릿. 나눌 이야기가 많다.


미국 쪽은 그렇고, 우리는...


"차 더 안 오네. 다 실은 건가?"


"그런 것 같네."


"가자!"


목소리는 밝지만 무거운 걸음걸이다. 계속 보고 있었지만 충분히 실리지 않았다.


아무리 실어도 필요한 만큼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효진이는 수송기의 동체 위에 두 다리를 고정한다. 나는 효진이 주변에 <세이프하우스>를 설치해 역풍에 휘말리는 걸 막고 주변을 날며 호위한다. 만약 뭐가 잘못돼 효진이가 떨어지면 내가 받을 거니 문제는 없다.


제주도에 공격이 강하게 들어오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제주도가 전 국토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산업지역이 될 수는 없다. 부산을 조금 되찾아 김해공항을 쓸 수 있게 된 건 천만다행이지만.


날아왔을 때도 그랬지만 꾸역꾸역 많이도 밀려온다. 나 혼자 해도 되지만 굳이 이런 방법을 택한 이유는.


"이번에는 잘 찍어볼게."


"아냐, 아까 찍은 것도 충분히 좋았어. 내가 잘 맞춰야지, 쯧."


저쪽이 뭘 하나 가만히 관찰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우리는 우리대로 서사를 만들어 사람들 사이에 퍼트린다.


누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지지를 받느냐가 중요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최소한 잉그리드가 나를 고립시키려 할 때 비빌 언덕은 있어야 해. 다행히 효진이의 목적과 내 목적이 어느정도 겹친다.


효진이는 언제나 한 가지가 확실하다. 지금 첫 번째 질문을 받는다면 분명 그렇게 대답할거야.


세상에 좋은 일을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것이 기업가! 라는 게 효진이의 고집인데, 음... 그 고집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적이 있거나 앞으로 가능할지는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따지고.


효진이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좋은 일' 은 사람들을 절망에서 건지는 것.


희망을 준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효진이는 어떤 것이라도 사람들이 보고 지금의 절망을 잊어버릴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VR컨텐츠용, 360도 카메라.


...와 내 시선을 따라 촬영하는 자동 캠코더. 주로 효진이를 볼 거다.


계기는 효진이가 말한 한 마디.


"공중 수송할 때마다 때려잡는다고? 야 그거 영상으로 찍으면 쩔지 않겠냐?"


쩐다니 언제적 유행어야. 나랑 동갑 맞나.


하면서 겸사겸사 <매그넘>을 맞추는 연습도 하고 싶었겠지. 내가 원호하는 한 뭐가 잘못될 일은 없다.


무엇보다 즐거워보인다. 임효진.


잉그리드는 환경을 움직이는 쪽을 선택했다. 역시 내가 공격해 올 걸 우려해서 둘이 손을 맞잡았고 그걸 알리기까지 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충분한 지지를 끌어올린 다음 나를 공격해 올 거라 봐도 된다.


아마도 이 상황에 관련된 사람으로 나를 몰겠지. 하하, 하하하...


잘 맞춘다. 수송기를 공격하려는 놈들 출력은 4천에서 8천. 아까와 똑같은 항로니 이번에는 그리 많지 않다.


좀 많은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려면 아래로 좀 내려가서 찍을까?


시선은 효진이에게 고정, 날면서 효진이만 보는 것처럼 찍히게. 그리고 카메라에 안 보이는 위치에서도 수를 줄여둔다. 이럴 때는 <매직 미사일>이 편하지. 설계가 잘 되어있다니까.


이거 짜고 친구들과 같이 나에게 덤볐던 사람 잘 있으려나?


자세를 바꾼다. <매그넘> 말고 다른 기술을 쓰려나본데. 뭘 쓰려고 그러나? 아, <크레모어>.


어, 그거 수송기 동체에 손상 안 줘? 방사 범위 조절 돼? 괜찮겠지, 동체에 구멍 좀 난다고 대령님이 모는 비행기가 떨어질 리는 없다.


대령님은 곧바로 공항을 향해 가다가 수송기를 천천히 기울여 크게 선회한다. 괜찮네요, 그림 나오네요. 좋네요, 대령님.


조종석에서 날 보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나는 옆으로 가 웃는다. 효진이는 기술을 좀 화려해보이도록 고쳤고 꽤 괜찮은 장면이 나온다. 좋다.


수송기는 무사히 공항에 내렸다. 나는 머리에 쓰고 있던 두 종류의 카메라를 벗고...


...어...


음...


"빠져 있는 그거 설마 배터리 선은 아니지?"


"음..."


"저기요 이진협씨?"


"아 그게... 한번 더 날까?"


"야 이 자식아 내가! 내가! 어? 내가!"


뭐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지. 그렇다.


"갈 때 찍은 건 잘 찍혀 있을 거야. 응."


"너어어어어어 진짜아아아아!"


"또 기회가 있을 테니까..."


며칠간은 효진이와 마주치는대로 깨지겠다. 할 수 없지...


대령님이 얼굴을 감싸고 웃다가 한 마디 건넨다.


"자, 그럼 물자나 옮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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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2부 39화 : 해상전 +2 22.10.24 142 4 11쪽
169 2부 38화 : 첸나이 22.10.23 126 4 12쪽
168 2부 37화 : 불운한 해적 +2 22.10.23 136 4 12쪽
167 2부 36화 : 다시 마우얀란드 22.10.22 130 4 10쪽
166 2부 35화 : 레일건(?) 22.10.20 131 4 12쪽
165 2부 35화 : 전략가 22.10.20 145 4 10쪽
164 2부 34화 : 조력 요청 22.10.19 146 4 11쪽
163 2부 33화 : 팀플레이 22.10.17 142 4 13쪽
162 2부 32화 : 복기 22.10.15 172 4 10쪽
161 2부 31화 : 이해득실 22.10.15 131 4 10쪽
160 2부 30화 : 확증편향 +3 22.10.13 129 4 15쪽
159 2부 29화 : 귀국 +2 22.10.13 133 4 11쪽
158 2부 28화 : 늪에서 건져내는 법 22.10.11 134 4 10쪽
157 2부 27화 : 일점돌파 (4) +4 22.10.10 142 4 13쪽
156 2부 26화 : 일점돌파 (3) +2 22.10.10 123 4 11쪽
155 2부 25화 : 일점돌파 (2) 22.10.08 134 4 12쪽
154 2부 24화 : 일점돌파 (1) 22.10.08 132 5 12쪽
153 2부 23화 : 옛 친구들 (4) 22.10.06 128 4 10쪽
152 2부 22화 : 옛 친구들 (3) 22.10.05 131 4 11쪽
151 2부 21화 : 옛 친구들 (2) 22.10.05 137 4 11쪽
150 2부 20화 : 옛 친구들 (1) 22.10.03 134 4 11쪽
149 2부 19화 : 우선순위 +3 22.10.03 126 4 11쪽
148 2부 18화 : 마음을 다해 22.10.02 131 4 12쪽
147 2부 17화 : 아는 것 모르는 것 애매한 것 +2 22.10.01 137 4 12쪽
146 2부 16화 : 할 일은 쌓여만 가고 22.09.30 13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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