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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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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57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0.05 23:02
조회
130
추천
4
글자
11쪽

2부 22화 : 옛 친구들 (3)

DUMMY

내가 한참 고민하던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내게 허물없이 대하기까지 하면 금방 털어놓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안 된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TG를 모른다.


아주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알려지지 않는 것이 낫다.


그래도 알고 싶은 것은 알아야한다.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있는데 그안에 우리가 실재하니 그 미지영역도 사실은 관측 및 규정이 가능한 상태다. 그러므로 다중우주가 있다... 그런 이야기였죠?"


TG는 싱글벙글한다. 다행히 이 자의 말은 미라보다는 쉽다.


"나는 그런 이야기도 좋아해요. 우리 우주는 거대한 블랙홀 내부라는 설. 우리 바깥에서는 우리를 전혀 못 보고 우리도 영원히 그 바깥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완전한 단절선이 아니라 경계가 있죠. 분명히 질량과 정보가 출입하는 경계."


경계.


"그 경계와 같은 원리로 균열이나..."


TG가 가슴을 통 토동 디리디리딩 두드린다... 코어가 있는 위치다.


"코어인거죠."


지난번에는 TG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 그때 우리 둘 다 구루가 누군지조차 모르긴 했지만.


구루는 이번에 많은 사람들과 만난 후 죽었다...


무언가가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구루를 그리워하는 지금이면.


나는 골똘히 생각했고, TG는 나와 이글스피릿을 번갈아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나도 이글스피릿도 더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어떤 중요한 일도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보다 시급할 수는 없다. 앞으로 뭘 하더라도 저 백색균열부터 깨야 하니까.


나 혼자 멀뚱히 구경하기를 며칠, 결국 이마니 크리스티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메신저로. 나와 이글스피릿을 초대해서.


저기 한 50미터 앞에 있는데 서로 25미터씩 걸어오는 대신 폰으로 대화해야 하다니 이 현대의 삭막함이란. 데이터 낭비야.


"반가워 여러분, 이마니가 다시 인사드릴게.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린 X됐어. 들어가서 5분 정도 지나면 망한 유기성 폐기물이 될 것 같은데 두 분의 소견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글스피릿이 이 말을 기다렸던 것 같다.


"데몬, 사서가 어느 정도 레벨인지 정보가 필요한 거죠?"


데몬은 이마니의 콜사인.


"그 말 그대로."


이글스피릿이 손을 털고 일어난다. 방금 저 자식이 마르틴과 1:1 로 대련해 제압했고 예의상 자기도 지친 척 앉아 있던 상황.


나는 가만히 있고... 이글스피릿이 주변을 보더니 웃는다.


"여긴 안 되겠네요. 나가서 한 번 싸울까요?"


"은근히 기다리셨던 눈친데?"


"왜 아니겠어요."


"롱 아일랜드로 가죠. 아 잠깐. 거기 혹시 남은 시신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여러 번 확인했어요. 거기로 가죠."


뉴욕 동쪽으로 길게 뻗은 섬. 공격 초기에 뉴욕에서 가장 치열했던 장소.


지금은 다 망가진 폐허지만 언젠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겠지.


자,


그림은 누가 좀 더 잘 그렸는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글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회수와 추천 수가 시장에 잘 안착했는지의 척도가 된다.


하지만 싸워서 누가 이기냐는 둘이 붙어보기 전까지는 애매하지.


나와 이글스피릿이 롱 아일랜드로 날아왔고 넓은 곳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오길 기다렸다.


잉그리드에게 내 싸우는 모습을 내보이는 건 좀 꺼름칙하지만 어차피 균열 안에서 볼 테니까.


이글스피릿이 나와 싸울 생각으로 들떠있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모두 멀찍이 잘 보이는 곳으로 왔네. 나는 팔을 깍지끼고 뒤집어 앞으로 죽 뻗으며 묻는다.


"먼저?"


"사양하지 않고."


대뜸 <제트 블로>. 빨라, 진짜 좋은 스킬이야.


정면으로 받아내면 아무리 잘 막아내도 손해다. 하지만 내가 발을 움직이는 속도가 더 느리니 상체를 회전하며 옆으로 쳐 흘려낸다.


다시 제트 블로, 그리고 발동한다. <슈퍼스타>!!


<오버홀>부터 복싱 기반인 <제트 블로> 가 라이언 모리스로서 갖고 있는 스킬이라면 이 <슈퍼스타>는 이글스피릿의 자아가 담긴 기술일 거다.


무슨 말이냐하면 고삐 풀린 천재가 짠 기술이라는 말.


나는 안다. 유명인이 된다는 건 힘들다. 나를 향한 수많은 동그란 렌즈들은 어느 순간 결국 누군가에겐 공포가 된다.


지난번엔 전혀 생각 못 했지만 지금은 안다. 라이언 모리스는 원래 그런 긴장과 스릴을 즐기는 성격까지는 아닐 거다.


하지만 이글스피릿은 모두의 슈퍼스타가 되기로 한 거지.


출력 과열. 14만!


"세게 나오시네! 몸 버텨줍니까?"


"거 잘도 피하네!"


"말이 짧아진 거 기분 탓이죠?"


출력 14만을 쏟아내고 있으면 짧게 뻗은 잽 하나가 수류탄을 좀 넘는 위력. 그게 일 초에 네 번... 아니 다섯 번 쪽에 좀더 가깝나?


"스피릿-"


어이쿠야, 이건 아픈데.


"빔!"


고온고속의 파동. <스틸스킨>말고는 뾰족한 방어책이 없다. 빔을 받아낸 내 뒤로 도로가 왕창 망가지는 소리가 들린다.


"더블!"


아니 이 새끼야.


"스피리이이이잇!"


하 이 거리에서는 못 피하는데. 저 스킬 눈으로 향한 곳으로 날아가고 이 자식은 동체시력이 좋단 말야.


할 수 없다. 나는 급하게 땅을 밟아 보도블럭이 일어나게 한 다음 윤슬아 소대장의 <방패 무리>로 앞으로 펼쳐 시야를 가린다. 이글스피릿의 빔 두 줄기가 보도블록을 증발시키면서 뻗어나가고... 나는 눕다시피 몸을 낮춰 피했다.


이 미친놈이 저걸 대놓고 쏴? 아무리 지금의 나라도 잘못 맞으면 다쳤겠는데.


방어만 해서는 목적이 안 살지. 공격도 좀 할까.


총 같은 매개는 없지만 그래도 송골매의 공격 스킬은 쓸 수 있다. 손에 뭘 잡기만 하면... 나는 근처의 뾰족한 철제 울타리를 잡아뜯어 손에 쥔 다음 크게 뒤로 당겨 앞으로 던질 거란 걸 알려준다.


"아플 겁니다?"


원래는 송골매가 총으로 쓰는 <판결>. 나는 이 단어와 이 이름이 지어진 맥락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쩌겠어, 쓸 땐 써야지.


아무리 그래도 이글스피릿에게 <이그니션>을 쏟을 수는 없잖아.


뜯어낸 창살이 총알처럼 날아간다. 이글스피릿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틴다...! 튕겨나왔어.


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질어질할 걸... 지금 출력 9만 정도 썼거든.


다시 근접전. 내가 공격하는 방향으로.


햐, 잘도 피한다. 내가 잘 싸우는 것 같다가도 이럴 때 한 번씩 실감이 난단 말야?


'네가 딱 중간이다.'


석동현 아저씨가 최상위, 그리고 이 자식이 천재라고 하셨었지.


너는 왜 다 갖고 있냐?


존경받는 집안, 스탠포드에 들어갈만한 좋은 머리, 입식타격기 리그 챔피언도 한 번쯤 할만 한 눈과 몸. 노력할 수 있는 재능과 환경...


나는 '남' 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었지.


너 같은 남이길 바랬던 것 같다. 하여튼 얄밉다. 견제로 몇 번 날린 잽도 아주 성심성의껏 잘 피하네. 어마어마하게 얄밉군.


"공격이 너무 뻔하신데?"


"뒤에서 보라고 하는 쇼잖아요, 연극."


"아닌데. 얼굴은 좀 짜증나계신데."


"에라이."


손발로는 한 대도 못맞추겠다. 동현 형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둘이 타입이 좀 다르니.


반격이 날아오기 시작하고 나도 주먹질을 그만둔다. 나는 나답게 스킬이나 써야지.


"<매그넘>사용합니다. 주의해요."


저 놈의 눈으로는 내 손발을 쫓게 하고 기술 트리거를 조정해 공격과 같이 발동되게.


매그넘은 에너지를 모아두었다가 동작에 맞춰 쏴내는 기술이다.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모으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격에 무작위로 섞는다.


하이고 돌가루 튀는 거 봐라... 주변 건물의 소유주들이 이 녀석하고 나에게 청구해도 할 말 없게 생겼네.


이글스피릿이 반격해온다. 그리고 매서운 눈으로 웃는다.


지금부터 진짜네. 한 30초만 애써볼까...


지금까진 앞뒤로만 움직이며 공격을 주고받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실전처럼. 좌우로 뛰고, 시야를 교란하고 이중 삼중의 페이크를 섞는다. 나도, 이글스피릿도.


서로의 주먹이 빗나가다가 양쪽의 정강이가 아래에서 부딪친다. 젠장, 너도 오른발잡이냐?


연이어 하이 킥. <스피릿 빔>에 싣는 에너지가 실렸으니 맞으면 뒤로 멀리 날아가겠다. 디딘 발로 땅을 내려찍어 내 위치는 낮추고 이글스피릿의 균형은 흔들리게 한다... 예상했네! 바로 내려찍는 거 봐.


나보다 한 수 더 앞을 더 보네. 이런 경우에는 김승철의 <거미줄>이 잘 통한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들도 맞붙어서 무릎 꿇릴 수 있었던 스킬.


이글스피릿은 뭔가 이상한 걸 느낀 것 같지만 이런 걸 해제하는 기술은 없을 걸.


"어라..."


에너지를 어디로 어떻게 보내려는지 미리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당하지는 않는다...


음?


두 팔을 앞으로 X자로 교차한다. 뭐냐? 뭘 하려고?


"<초신성 폭발>Supernova!"


아니 이 미친 놈이. 전신에서 에너지가 뻗어나가 내 <거미줄>도 밀려난다. 이것 보게?


그리고 그 상태에서 바로 <제트 블로>?


웬만한 사람이면 <슈퍼노바>로 이미 몸이 안 움직이게 됐을 거다. 그 상태에서 그 에너지를 모은 제트 블로라고?


야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걸 사람에게 던지냐, 잘못 맞으면 죽는다고.


"<반작용 올가미>."


곤잘레스가 쓰고 카유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스킬.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이글스피릿의 발이 들리고 쏟아낸 에너지가 땅을 향한다.


<반작용 올가미>정도야 저 에너지로 간단히 망가지지만 그 전에 방향만 바꾸며는 뭐.


음...


주변 유리창이 왕창 깨져나가네. 나는 <세이프하우스>를 써서 이글스피릿의 공격이 닿은 곳에서 아직 일어나는 열기와 치솟아올랐다 떨어지는 먼지와 자갈을 막는다.


"죽일 셈이죠 지금?"


이글스피릿이 시원하게 웃는다. 조금 어이없는 기분이 실려있기는 해.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잘 싸우는데, 왜 안 통하죠."


"잔머리?"


"나도 나름 라이언 '잔대가리' 모리스인데, 하."


"다른 데에서 밀리면 내 쪽이 더 우위에 있는 걸로 이기는 거죠 뭐. 내가 잘 하는 걸로 승부 보는 게 아니라."


"흠."


"이만하면 됐겠죠?"


"공격조 중 사서가 가장 강하다는 이야기는 해놨어요. 이제 다들 알아들었을 겁니다."


그래...? 자존심을 버렸구나. 이글스피릿.


그럼 이제 이놈의 안 좋은 점이 하나 줄어들었어.


쳇. 다 가진 녀석이.


"다들 먼저 돌아가야죠? 저는 뭐 천천히 떨어져서 갈게요."


"하하하, 이제 와서 사서를 멀리한다고 별 소용 없다는 거 모두 알 걸요."


문득 생각나서 <망원>을 사용한다. 잉그리드... 깊이 생각하는 표정이군.


다른 가능성은 없다. 날 잡을 계획을 짜고 있고, 그래서 불러들였다.


밑천 너무 보이지 않는 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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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2부 35화 : 레일건(?) 22.10.20 131 4 12쪽
165 2부 35화 : 전략가 22.10.20 14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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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2부 31화 : 이해득실 22.10.15 131 4 10쪽
160 2부 30화 : 확증편향 +3 22.10.13 129 4 15쪽
159 2부 29화 : 귀국 +2 22.10.13 131 4 11쪽
158 2부 28화 : 늪에서 건져내는 법 22.10.11 134 4 10쪽
157 2부 27화 : 일점돌파 (4) +4 22.10.10 142 4 13쪽
156 2부 26화 : 일점돌파 (3) +2 22.10.10 1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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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2부 24화 : 일점돌파 (1) 22.10.08 13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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