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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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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7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0.13 01:52
조회
131
추천
4
글자
11쪽

2부 29화 : 귀국

DUMMY

술기운 탓에 깊이 잤다. 전날 밤의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리셋>이후 이렇게 잔 날이 하루도 없어 이상한 기분이었고,


그런 잠에서 깨 가장 먼저 본 소식은 생각치 못한 내용이었다.


"정말로?"


폰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본 내용대로.


미묘하지만 분명 어제 이 시간보다 더 붉은색.


다시 뉴스를 자세히 읽는다. 우리가 백색균열을 격파하고 균열 바깥으로 나온 게 이 곳 시각으로 전날 15시 47분. 이후 이쪽에는 저녁이 되면서 잘 몰랐지만 그때부터 아침이었던 곳에선 하늘 색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백색균열을 깨면 내가 시간을 벌 수 있는 건가.


니콜로나 할머님이 날 찾아오면 이것부터 물어봐야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지만 일단 한국으로 돌아간다. 데이터대로라면 남은 백색균열은 약 320개. 그 중 세 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있다.


만약 시간을 벌 수 있는 게 맞다면 그 셋을 깨트리고 첸나이 쪽에 신경쓰는 것도 좋겠지만 출력이 모자라. 백색균열 안에서 전력이 될만한 한국인은 미라하고 나뿐이니까.


사무관님과 이야기해보는 게 좋겠어.


세면을 하고 건조를 마친 옷을 입고 짐을 싸고 공군기를 얻어타러 간다.


역시나 이글스피릿이 마중나와있네.


"사서. 고마웠어요.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돈 받았는데요 뭘. 앞으로 어떻게 되죠?"


"어제 그 코어가 나나 페시디오에 맞았으면 좋았겠지만, 쓸 수 있는 사람이 나오겠죠. 그럼 그 사람과 또 맞춰봐야하고."


"잘 될 겁니다."


이글스피릿은 어색하게 웃으며 왼손을 내민다. 그렇지, 으스러진 뼈를 맞췄다고 당장 오늘부터 오른팔이 잘 움직일 리 없지.


미친놈이 <슈퍼노바>에 쓸 에너지를 주먹의 속도에 써먹어... 그리 단단하지도 않은 놈이. 몸 좀 아껴라.


우리는 어색하게 왼손으로 악수한다. 이글스피릿은 뭔가 할 이야기가 많지만 주변의 눈과 귀가 너무 많다는 얼굴.


"그럼 갑니다."


"사서, 조심해요."


"예, 고마워요."


"그게, 진짜 조심하세요."


어라...


표정은 전혀 다른 게 없지만 눈빛이 다르다. 말로 할 수 없지만 명백히 주의를 주고 있어.


"그래요."


흐음.


이 녀석도 내가 아는 라이언 모리스가 아니네. 좀더 예민하고 현명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


그렇다면 분명 이전의 내가 이글스피릿을 잘 몰랐던거지. 이 녀석은 원래 내 25미터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으니까.


군용기 바깥에 설치된 비주기적 공명장치를 본다. 원래 미국 쪽에서 연구하고 있었고 내가 북한에서 발견한 현상이 약간의 도움을 줬대나. 재질적으로.


동체 바깥에 붙여놓은 게 많으니 비행기는 천천히 난다. 기장과 부기장은 태연한 얼굴이지만... 괴물체를 따돌리는 최소 속도는 음속1. 그것도 대형 괴물체에겐 안 통할 수 있다. 특히 파장계.


그런 중에 되려 천천히 가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기색이라곤 없네.


비행기 안에 결박된 물자를 본다. 주로 보존식량... 이걸 석동현 형하고 나하고 또 열심히 나르겠구만.


한쪽에 앉아있던 병사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돌린다. 음, 너는 샤이 이진협이 아니야? 아쉬운데.


한참 날다 보니 비행형 괴물체가 여럿 보인다. 나는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각자 낙하산이나 안전장구를 갖춘다...


기장이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뛰어내릴 상황이 되면 짐부터 먼저 투하합니다. 안 걸리게 조심하시고요."


다들 바짝 긴장해있지만 역시나. 웅웅거리는 소리가 좀 위험하지 않나 싶을 때까지 괴물체들은 주변을 맴돌다 균열에서 너무 멀어졌는지 되돌아간다. 그렇네. 이 정도 속도로도 잠깐만 막으면 괴물체의 활동영역을 벗어날 수 있어.


나는 일본에 내려서 내가 날아가기로 했다. 물론 일본 정부의 허락 같은 건 안 받았고...


비행기는 무사히 일본의 미군기지에 안착. 기장과 부기장과 인사를 나눈 후 한국을 향한다.


우선 부산을 둘러본다. 해안 가까운 곳까지 감시초소와 캠프가 차려져있는 거 보니 균열을 밀어내는 데 성공한 듯하다. 쓰시마 섬 동쪽의 백색균열을 깨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겠지.


대구까지 와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핸드폰을 켜니 쌓인 연락이 수십 개, 모르는 번호가 절반 이상. 하하하하. 누구야 이 사람들.


우선 가장 먼저 미라에게 전화.


"서울역?"


"방금 막 내렸어."


"잘 왔어. 저녁 먹기로 한 데로 오면 돼."


다시 폰을 끈다. 이리저리 귀찮을 것 같아.


할 이야기가 많다. 다들 궁금해하겠지.


텅 빈 식당에 들어가니 효진이가 손을 높이 들고 흔든다. 미라와 삼촌, 학선이에... 임효석 상무도 와 있네.


혹시나 했지만 킬리 누님은 없다. 지금 뭔가 들을 수 있겠지.


다들 그리 말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지만 오늘은 떠들썩하다. 한국에서 있었던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아니 들어봐봐, 썬이 너 없는 동안 코어 모아둔 사람들을 다 찾아가 빌려달라고 했다? 말이 빌려달라는거지 내놓으라는거지. 그렇게 강탈한 코어가 20만이 넘었어."


이리저리 돌려말했지만 코어 사 둔 고위층이나 재벌가를 털었다는 이야기다. 평소같으면 만나기조차 어렵겠지만 지금은 다들 피난해있는 상황이고 유독 경비가 삼엄한 곳은 그런 사람들이 있을테니까...


학선이는 강탈이란 표현이 살짝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필요한 곳에 공급해야 하니까."


"그렇지! 당연히 그렇지! 당연히 안 주잖아? 그럼 버텨. 줄 때까지 버티고 있더라? 내가 사람이 24시간 화장실도 안 가고 깨어있는 거 처음 봤다? 피난소라 도망갈 데도 없고 차도 못 움직이고. 세상에 진짜."


삼촌도 이것저것 이야기해준다. 주로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것.


"코어 많이 모았어. 인천 앞바다 보라색 균열 공격하자."


삼촌이 하지 않은 말.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킬리 누님은 안 가는 거죠?"


"맞아."


"짐작가는 건 있지만, 명확히 이야기해주실 분?"


미라가 씁쓸한 얼굴로 대답해준다.


"언니는 네가 이 상황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


누님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처음부터 적안룡에 있던 코어를 누님에게 준 게 나고...


"누님은 아직 한국에?"


"아직. 그동안 부산하고 인천에 깔린 균열을 미는 걸 도와주셨어. 우리하고는 한 번 만났고."


그랬구나. 누님 능력이 그런 일 하기 좋지... 자잘한 괴물체는 생성 즉시 분쇄될거다.


삼촌이 화제를 돌린다. 킬리 누님에 대해 심정이 복잡하신 모양.


"미국 밥은 어땠냐?"


"피자가 참 싸더라고요... 질리게 먹었네요. 식자재가 아직 비싸지 않고."


"지금 전남을 수복 중이고 거기가 마지막이니 우리도 어떻게 회복 되겠지. 어업이 문제지만. "


"전남... 누님이 거기 가 있나요?"


삼촌이 표정으로 아 거 킬리 씨 이야기 하지 말자니까 라고 말한다...


효진이가 대답해준다.


"어제까지는. 지금은 몰라."


이걸 오해를 풀어야하나. 하지만 어떻게 풀지는 고민이네.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그립고 그립던 한국 음식이 나오고 각자 퍼담은 후 젓가락을 움직인다. 우리 대화가 멈추자 임효석 상무가 슬쩍 묻는다.


"이진협씨, 그 균열에서 굉장히 강력한 코어가 나왔다던데 그 말이 맞아?"


"그랬죠? 파장계 12만 정도. 이글스피릿하고 좀 맞으면 좋았겠는데 안 맞더라고요."


"그거는 일단 미국이 가졌고?"


"다른 나라 주겠어요... 그래도 안에서 모은 코어 중에 맞는 거는 각자에게 줬어요."


"그러면 앞으로 나라끼리 협력할 일이 가능성이 좀 줄어들 수 있는 거지?"


"...그렇죠?"


효진이와 이 사람은 각각 중국과 일본에 협력 논의를 하러 오가고있었다. 심각한 표정이구만.


효진이가 젓가락을 움직이는 속도가 약간 떨어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한다.


"중국에는 강력한 사람이 많아 우리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야. 서해의 보라색 균열을 우리가 빨리 털자고 하는게 그 이유도 있어."


"아무리 그래도 백색균열은 힘들텐데... 출력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수로 조합을 맞추느냐도 중요해서."


"돌파 데이터는 있으니까 분석하겠지."


이래저래 고민이네.


어라. 분명 휴무일이라고 바깥에 걸려있을 텐데 가게 문이 열린다...?


아이고, 신수연 사무관님.


분노 어린 웃음을 짓고 오시는군... 뒤에는 수행원이 여럿 있다.


"..."


"..."


나도 할 말이 없어 멋쩍게 웃는다. 사무관님은 한숨을 길게 쉰 다음 우리의 건너 테이블에 다른 사람과 같이 앉는다.


"사장님 영업 하시죠?"


주방에 계신 분이 슬쩍 효진이 눈치를 보고 효진이는 삼촌 뒤에 숨어 사무관님에게 잘 안 보이게 고개를 빠르게 끄덕인다.


"주문 됩니다~."


"우리도 전골 넷 주세요."


하하하하...


우리 대화는 멈췄고 사무관님이 한껏 웃으며 묻는다.


"전화기는 왜 꺼져있어요?"


"모르는 번호가 너무 많이 와서 그만. 개인정보가 휴지조각보다 값싼 세상이라 힘드네요."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일본에서 내릴 때 알만한 분은 다 아시지 않을까해서..."


음...


지금 나라를 지키고 있는 행정기관의 책임자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무력이 여기에 모여있네. 이럴 때 할 이야기가 많긴 한데.


"사무관님, 가라앉은 보라색들을 깨서 코어를 모으고 서해부터 백색균열을 좀 돌파해볼까 싶어요."


"서해는 안 되겠어요. 중국이 최소한 절반씩 가져가자고 하는 중이라."


효진이가 표정으로 비명을 지른다.


"아니 그쪽은 거기 말고도 신경쓸 게 많을 텐데!"


"미국이 먼저 깼다는 거에 초조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좀 살겠다는데 정치가 왜 자꾸 따라오나. 하여간 사람이 지위가 오르고 권력에 젖을수록 아둔하고 무식해지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요."


"네, 사무관님."


사무관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진협 씨를 찾아요."


작가의말

저녁에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 Lad
    작성일
    22.10.13 11:57
    No. 1

    ‘안낙하산’이나 안전장구를 갖춘다…

    피곤할 때는 일찌감치 휴재 공지 하고 푹 쉬시는 것도 좋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비행멧돼지
    작성일
    22.10.13 17:26
    No. 2

    안낙하산이라니 뭔가 안락할 것 같은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컨디션을 잘 조절해가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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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2부 36화 : 다시 마우얀란드 22.10.22 13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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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2부 35화 : 전략가 22.10.20 14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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