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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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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577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9.25 21:42
조회
135
추천
4
글자
11쪽

2부 12화 : 숨고르기

DUMMY

"전쟁이 일어나면 군이 여길 지켜야하네 보존식허고 통조림이 있기로 되어 있지요."


발전소에 숨어있던 두 사람은 우리가 준 걸 천천히 먹으면서도 한 번씩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떨었다.


"남조선 동무들은 무얼 이리 달게 드시오? 목이 찐득한 것 같소."


삼촌이 넉살 좋게 둘을 달래며 이것저것 묻는다.


"동무 말씀대로면 지하에 군 시설이 있는 거네요?"


"시설은 무슨 시설이요, 별반 없는 창곱네다."


"통신은 했을 거 아닙니까? 아무도 구하러 못 온 거군요?"


"누가 오겄시요. 동무는 뭐이 그리 많이 궁금하시요... 하여튼, 살려주셔 감사드립네다."


삼촌은 약간 낭패라는 표정. 우리가 온 것이 알려질 듯하다... 여길 떠나면 이들이 어딘가 알리겠지. 하다못해 주변 마을에라도.


삼촌은 더 말하지 않을 것 같고, 내가 궁금한 건 하나.


"2주일 동안 바깥에서 돌아다니던 호랑이처럼 생긴 게 여러분을 감지 못 했다는 건가요?"


"못하긴요, 근처를 돌면서 갈 듯 말 듯 안 가니 환장할 뻔했지요."


"어째서죠?"


"어째서라고 하면 뭐라 대답하야 합네까?"


"중형체였으니 사람이 있으면 벽을 부수고 들어와서..."


"거 무서운 소리 하십네다. 안으로는 못 들어오는지 빙빙 돌기만 했나 봐요."


그럴 리 없는데.


"죄송하지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안에 똥오줌내가 엄청 날 틴데 괜찮겠시요?"


"부탁드립니다."


"살려준 은인에게 못보여드릴 게 뭐 있겠소. 따라오기요."


출력 9만 정도의 중형체면 건물 벽과 바닥 정도는 가볍게 부수고 내려와 이들을 없앴어야 했다. 괴물체는 괜히 어슬렁거리다 뭔가를 감지하면 공격하는 야생동물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을 포착하고 집요하게 추적해 숨을 끊어버리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 범위가 좁기는 하지만.


시각 후각 청각 어떤 것으로 감지가 안 되어도 하다못해 발소리 진동이나 미생물 농도로 사람을 추적해 죽이는 게 괴물체인데 이들은 2주일 간 저 안에서 버텼다고 했다.


"거 부끄러부니 여성 동무들은 가지 마시요!"


하하...


"혼자 갈게요, 혼자."


계단을 내려간다. 꽤 깊다. 지하 3층 정도의 깊이.


살아남으려 한 흔적이 있다. 아껴 먹은 식량. 틀어막은 창틀, 최대한 지키려 했던 위생. 가스가 있어 물을 끓일 수 있었구나.


이 공간을 구성하는 것 중 다른 곳에 없는 것을 찾아야한다. 괴물체에게 혼란을 줬거나 접근하는 걸 꺼리게 한 것.


이쪽에서 괴물체가 있는 모든 방향에 해당하는 건 천장... <스캔>을 해보니 천장 위에 넓게 뭔가 깔려있다.


납?


이 발전소는 아주 오래됐다. 냉전이 한참일 때, 어디나 할 것 없이 제정신이 아닐 때 만들어졌다면 납을 깔은 게 이상하지는 않아.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고 저번에도 괴물체를 피할 방법을 연구한 사람들은 있었다. 납을 안 써봤을 리는 없는데...


납 위에는 방한 용도인지 널판지와 진흙층을 깐 것 같고 상부와 전력선과 통신선이 이어져있어. 구리겠지. 저기에 흐르는 전류 정도로 뭐가 이뤄질 리는 없는데?


별다른 것이 없다. 납만으로 괴물체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어. 그렇다면 차폐복 같은 것이 한 번이라도 기능한 적이 있을 거야.


하지만 분명 2주일이나 유지된 현상이니 여기서 단서를 찾아내야만 한다. 납-널빤지-진흙 구조를 생각해보면...


아.


아니지.


아니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여기는 댐 바로 옆.


물이 댐의 좁은 입구로 떨어지며 진동을 전파하고 있잖아. 어느 정도 균등하게.


<물 분자 진동폭 판별> 로 이 진동이 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읽어보면...


...


...이해했다.


중요한 것 하나를 알아낸 것 같다.


밝은 얼굴로 올라온다. 다들 내 표정을 보고 뭔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낸다.


"뭐 좀 알아냈냐?"


"그런 것 같긴 해요. 돌아가서 검증해봐야죠."


"나는 이 두 사람 데려다주고 올테니... 지도 좀 펼쳐봐라. 여기, 이 지점에서 보자고. 여기가 경치가 좋아."


"네, 삼촌."


두 북한 사람 중 한 명이 우리에게 경례하고 다른 한 명이 기겁한다.


"남쪽 동지들, 고맙소! 그런데 너무 달게 드시민 탈 나오! 짠 것도 삼가길 바랍네다!"


"천만에요. 천천히 잘 드시고, 좋은 날이 오면 뵙죠."


"그럽시다!"


우리는 삼촌과 갈라져 천천히 이동한다. 나는 미라와 조금 전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미라는 고유 진동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다.


"굳이 납이 아니어도 공명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를 찾아보면 될 것 같은데. 실험해 볼 가치가 있겠어."


"진폭과 에너지가 커지는 현상 말하는거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 괴물체의 인지설계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분명 있어. 아까 같은 경우는 나는 납과 젖은 목재가 붙어 있던 것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해."


"괴물체가 가시광선으로 사람을 식별하는 건 확인했고, 그게 차단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이동하는 물체에 이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맞아. 숨을 방법만 생겨도 상황이 많이 달라질거야."


효진이가 우리를 보다가 핀잔을 준다.


"이과 여러분 그쪽 공기는 좀 맑아요?"


"이사님 나는 고등학교 졸업인데."


"나중에 대학 갈거면 꼭 공학 쪽으로 가라 너. 그래서, 지하에 뭔가를 파고 설치하면 안전할 가능성이 있는 거지?"


"지금은 가설 단계고 하나씩 해봐야지. 어쨌든 중형체가 묶여있었으니까."


삼촌이 말한 곳에 왔다. 아무래도 저 아래 보이는 댐의 수원지인가보다.


작은 물줄기다. 이것이 다른 물줄기와 합류해 저 아래 보이는 댐으로 모여 거대한 폭포를 만들어낸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와 세 번째로 많은 원소의 합. 지구상의 모든 생명반응에 관여한다는 건 곧 모든 생명이 필요로 하는 물질이라는 말. 그런 것 치고 다행히도 제로칼로리... 인간은 온갖 걸 타서 먹지만?


생명뿐일까. 모든 산업에 필요하지. 당장 증기로 변할 때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성질로 인해 열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에 이용된다. 어디 전기 안 필요하신 산업? 안 계시죠?


구루에게 물을 이해하는 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었을 거다.


물을 모두 이해하고 나면 불가능한 게 없었을거야. 그에게는.


"주변의 괴물체를 보고 올게."


"나도 날아다니고 싶다~. 아까 그 사람들 때문에 누가 찾아오거나 하진 않겠지?"


"평양 쪽이면 몰라도 여기서는 아무래도."


남은 수력발전소는 네 곳. 녹색 이상 균열도 분명 있을 거다. 돌발 발생한 중형체도 적지 않을 거고.


하기로 한 일에 집중하고, 필요한 걸 얻고 돌아가자.









돌아올 때는 <해저 2만리> 로 모두를 태우고 돌아왔다. 효진이는 긴 전투에 조금 기진맥진했고 삼촌도 몸이 지끈거린다며 드러누웠다... 길고 복잡한 하루였다.


나도 조금 피로가 느껴지지만 알아낸 것을 신수연 사무관님에게, 그다음 스튜어트에게 전달한다. 스튜어트는 조금 거리를 두는 느낌이 드는 게 나를 좀 의심하는 것 같네.


그렇지, 미라 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듯 나는 어떤 데이터 모델에도 안 맞겠지.


다만 미국 입장에서 이글스피릿하고 잘 지내기도 하고 카유를 잡는다는 공동목표가 있기도 했으니 묵인했던 거라 생각하면 편하겠다.


미국이 나를 잠재 위협 대상으로 삼는 건 달갑지 않거든.


어쨌든 미국은 몰라도 우리는 이런 걸 연구할 자원이 없다... 사무관님이 그 부분을 아쉬워한다.


"그건 그렇고."


"예?"


"북한 주민과 접촉한 거네요...?"


...


맞아. 그러고보니 접촉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었고 서명도 했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요..."


"그랬겠죠, 그러셨을 거죠 당연히. 그런데 송태광 씨는 아예 사람이 사는 곳으로 둘을 데리고 가셨겠네요...?"


"둘만 보낼 순 없죠 그 상황에서."


"규칙이라는 게 말이죠..."


할 말이 없네. 하 저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어째 이 분 앞에서는 항상 쩔쩔맨단 말이지.


음, 아니다. 아니야.


지금 날 쩔쩔매게 할 만한 사람이 이 분 뿐인 거지.


지금 이 사태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막고 계신 분. 상황실은 번잡하고 모두가 무거운 얼굴로 빠르게 돌아다니고 있다. 화면이 켜진 채 주인이 떠나 있는 컴퓨터가 절반이 넘고 편한 표정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격 지점 수는 혹시 늘었을까요..."


"불행 중 다행으로 아니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숨고르기. 당연하다면 당연히, 신수연 사무관님도 이 사태를 일으킨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해 아는 게 없냐고 나에게 물으실 만도 한데... 알고 있었다면 벌써 말했을거라 생각하시는 걸까.


지난번에 사무관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2028년이었지. 그 일이 모두 없던 일이 되어버린 건 아쉽다. 그때 사무관님이 한 일들에 대해 잘 들어뒀으면 지금의 사무관님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 있을까.


많이 다르긴 하다. 그때는 잃을 것이 없었으니 치고 나가면 됐다. 무언가를 해내는대로 용기가 되고 동기가 되고 자신감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밀려오는 것에서 사람을 지켜내는 거다. 지킬 것을 두고 움직이는 게 훨씬 어려울 수밖에.


"그러고보니 좋은 소식도 있어요."


"네?"


"백색균열 쪽을 공격해 100미터 거리까지 근접한 사람들이 나왔어요. 더 나아가진 못했지만."


"이글스피릿이 아닌 거죠?"


"네. 이글스피릿도 미국 쪽이 가라앉는대로 거기 합류하기로 했어요."


이거 느낌이 안 좋다...


"어떤 사람들이죠?"


"신원을 밝힌 사람은 세 명이에요. 여기."


한 명은 모르겠지만 둘은, 무려 둘이나 본 적 있는 사람이다. 잉그리드와 페레이라.


이것들이 같이 움직인다고.


"대단해보이네요."


"그렇죠? 이 사진만 보면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같이 움직이면서 숨기지도 않는다...


무슨 생각이지.


무슨 생각이긴.


숨을 고르는거다. 날 족치기 전에 서로의 능력도 알고. 이렇게 세상의 주목을 받아 쓸 자원도 손에 넣고.


그렇게 나왔다 이거지...


"이진협 씨? 왜 그러시죠."


"아, 아뇨. 이글스피릿이 좋아하겠네요."


"그렇겠죠. 우리에게도 그렇고요. 이들이 백색균열에 대한 정보를 주면 우리도 쓸 수 있을 테니까."


난감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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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2부 35화 : 레일건(?) 22.10.20 131 4 12쪽
165 2부 35화 : 전략가 22.10.20 1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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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2부 33화 : 팀플레이 22.10.17 142 4 13쪽
162 2부 32화 : 복기 22.10.15 172 4 10쪽
161 2부 31화 : 이해득실 22.10.15 131 4 10쪽
160 2부 30화 : 확증편향 +3 22.10.13 130 4 15쪽
159 2부 29화 : 귀국 +2 22.10.13 133 4 11쪽
158 2부 28화 : 늪에서 건져내는 법 22.10.11 134 4 10쪽
157 2부 27화 : 일점돌파 (4) +4 22.10.10 142 4 13쪽
156 2부 26화 : 일점돌파 (3) +2 22.10.10 1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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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2부 24화 : 일점돌파 (1) 22.10.08 13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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