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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뉴런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 0시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SF

완결

도파민뉴런
작품등록일 :
2020.11.22 20:58
최근연재일 :
2021.01.27 15: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657
추천수 :
3
글자수 :
153,211

작성
20.11.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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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DUMMY

“좋다는 말이야?”

“아니 싫어.”

나는 트로이를 거칠게 세웠다. “내려 당장.”

그녀는 껄껄껄 하면서 웃어 제쳤다. “선물이 작았니?”

미진은 앞단추를 풀었다. 큼직한 가슴이 출렁인다. 브래지어를 살짝 내리고 전부다 보여주었다. 그리곤 달려들어 안겼다. 내 얼굴을 잡고 가슴에 비벼댔다. “나는 니가 좋아. 우리 좀 진진한 사이가 되는 건 어때?”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발 이건 뭐야?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호흡이 곤란했다. 얼굴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간시니 나온 말이 내가 생각해도 웃겼다. “우리 이러지 말자.” 꼭 남자인 내가 당하는 것 같잖아?

“그럼 태워주는 거다?”

약속이라도 해달란 건가.

“알았어. 제발.......”

그녀는 나를 원하고 있었다. 전부터 나를 보는 시선이 이상했다. 미진이 예쁘기는 했지만 내 스타일을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녀는 뒤에 탔다. “우리 이러지 말자.” 또 한 번 그 말이 나오고 말았다. 내가 왜 이러지. “아무 한 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이러지 말자.”

“너, 나 싫어?”

“아니 그런 건 아지만. 우리가 이렀다는 건 좀.......”

“알았어.” 미진은 단추를 채웠다. “오늘은 여기까지.”

골목을 나와서 같은 학교 학생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돌아서 차도로 접근했다. 그녀는 내 허리를 꽉 끌어 앉고 있었다. 천천히 모는데도 무서워 라고 하면서 바짝 안겨들었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냈다. 앞차를 추월하고 신호가 바뀌는 찰라 가속을 했다. 미진은 양팔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무섭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녀를 내려주었다.

미진이 그렇게 행동한 것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왜 그러는 걸까? 나를 좋아하나? 이유는 당연했다. 자유롭게 살고 싶었는데 혹이 하나 생겼군. 니미럴.

오토바이를 집근처에다가 세웠다. 큰 골목에서 설비가게가 있는 작은 골목길로 돌면 가장 먼저 나오는 2층집이 우리 집이다. 1층의 방 두 개는 월세고, 지하 방 2개도 월세다.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은 요즘 들어오지 않아서 월세로 살림을 하고 있었다. 지하로 가는 작은 계단엔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지하에 사는 형이 주유소로 출근을 하지 않은지 몇 달 되었다. 월세도 밀릴 만 했지만 계속 내는 것이 이유가 있다. 그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다. 야간업소를 다니긴 했지만 백수에게 꼬박꼬박 용돈을 주었다. 게으르고 능력은 없지만 여자의 구박을 잘도 참아내는 생기긴 잘생긴 형이었다. 노크를 했다. 지하 1호에서는 우주선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창 게임에 열중이 듯하다. 아침에도 들었는데 돌아와서도 들린다. 인선 형은 문을 잠그지 않고 있었다.

“재미있어? 형 담배 좀?”

인선은 <우주전쟁>이라는 신작게임에 열중이었다. 방안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이불도 게지 않고 어재 먹은 양념치킨이 아직도 양념만 남아서 책상 밑에 있었다. 소주병이 뒹굴고 있고 재떨이에는 꽁초가 수북했다.

“저기.”

그는 마우스의 얻은 손가락을 간신히 때고 가리켰다. 재떨이 옆에 마일드 세븐이 한 갑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찾았다. 이불위에 있는 것을 잡자 안에 뭔가가 나왔다. 속옷만 입고 있는 은지 누나가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났다.

“아직 출근 안 했어?”

그녀는 아직도 가요장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신 듯이 보였다. 은지는 이불을 차버리고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엉덩이가 이쁜 여자였다. 담배를 다 피울 동안 그녀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냉장고에서 김밥을 가지고 나왔다.

“나는 출근 할게. 이거나 먹어.”

은지는 옷을 입고 출근을 서둘렀다.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 바쁜 척을 했다. 인선 형은 게임을 마치고 앉아서 김밥을 먹었다.

“너도 주랴?”

“아니 나는 집에 가야지. 먹을 것도 없는데 형이나 많이 먹어.”

은지 누나가 나가는 것을 보고 나도 일어섰다. “둘이 싸웠어?” 인선은 말없이 김밥을 입에 넣었다. 나오는 길에 입이 심심해서 담배를 몇 개 훔쳐서 잽싸게 나왔다. 형과 누나는 우리 집에 산지도 삼년 되었다. 그쯤 되면 임신도 할 때가 되었는데 잘 된 일인지 그런 소식은 없었다. 요 며칠 전부터 밤에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더는 업소에 나가지마 라고 형은 말했고, 그러면 어떻게 살아 라고 누나는 말했다. 내가 집밖에서 나와 있을 때 들은 소리였다. 인선 형은 은지 누나가 가요장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듯했다. 어쨌거나 둘의 일이었다. 형도 은근히 한국 남자였다. 아닌 척 쿨한 척 했지만 나를 속일 쑨 없다.

일층엔 독거노인과 아줌마가 살고 있다. 그들과는 친하지 않았다. 인사를 해도 받아 주지 않았다. 이사 온지도 며달 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엄마가 붙여 논 ‘입춘대길’이란 노란 종이가 아직도 그대로였다. 지금이 사월인데 아직까지 였다. 한자는 잘은 모르지만 틀린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아빠가 1년 8개월째 방에 틀어박힌 기념으로 우리까리 수제비를 먹자? 좋지? 아빠는 수제비를 싫어했는데....... 엄마가 끓일 테니 너는 반죽해.”

조은체 우리엄마의 이름이다. 외할아버지가 지은대로 지었지만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신식 이름이라서 하는 행동도 어리기만 했다.

“반죽은 내 전문이지만 너에게 전수 해줄게.”

엄마는 그 말을 했다. 전수해준다는 것도 많았다. 빨래를 전수해줄게, 양말을 게는 법을 전수 해줄게, 당근을 써는 법을 전수해줄게, 손톱 깎는 법을 전수 해줄게라며 온갖 것은 전수해주었다.

“반죽은 형 전문이잖아. 엄마 전문이 아니고.”

나는 짜증을 부렸다.

밀가루에 물을 붓고 거칠 손길로 반죽을 해갔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된 다고 했잖니. 이건 아기를 다루듯이 정성스럽게, 그래야 아기가 잘 자라지.”

엄마는 되지도 않는 말을 했다. 엄마가 그렇게 했을 면 우리가 잘 자랐을까? 조은체는 반죽을 뜯어서 냄비에 넣었다. 끊기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고물상에서 싸 아동용 전자 키보드를 연주했다. 아가야 아가야 이리 놀러 오러라~ 아버지는 틀어박혀서 책을 읽고 엄마는 그 세월 동안 키보드를 연습했다. 주로 동요와 가곡을 연주했다. 독학으로 배운 것이 들어줄 만했다. 간신히.

나는 냄비를 밥상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연주에 열을 올리다가 수제비 냄새를 맡고 아끼는 그릇을 가지고 와서 음식을 담았다.

“아버지는 어디 있어?”

“나도 몰라.”

서재로 가서 노크를 했다.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다.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고약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했지만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빠가 너 올 때까지 기다린 적이 있니? 새삼스럽게. 앉아서 먹어. 뜨듯한 국물이 들어가야 공부도 잘하지.”

“뜨거운 국물하고 공부하고 무슨 상관이야?”

“너 말고 아빠는 상관있어.”

“아빠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른 다면서?”

나는 그녀의 말도 되지 않는 논리에 화가 났다.

“공부는 너만 하는 줄 알아? 아빠도 공부해.”

“아버지가 무슨 공부 하는데?”

“그림공부.”

그녀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가 그림을 공부하다니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아빠는 의대에 갈 생각인가 봐.”

“또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의대라니?”

“인체 해부도를 그리고 있어. 이것 봐.”

은체는 종이 한 장을 내보였다. 거긴 간과 위장이 그려져 있었다. 연필로 아주 정확하게 그린 그림이었다.

“여 봐. 우리 집은 예술가 집안 이야. 아빠가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니. 아빠를 의심하지 말고 그림을 잘 봐 어째 밤에 아빠가 흘리고 간 거야.”

예술가 집안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림 좀 그린다고, 키보드 좀 친다고 언제부터 예술가 인가? 우리 집 부모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버지는 무식했고, 엄마는 사차원이었다.

그림엔 치밀하게 인체조직의 장기가 그려져 있었다. 대단한 솜씨였다. 그리고 영어로 휘갈겨 쓴 문장도 보였다. 수진이라고 영어로 적혀있었다. 수진? 학교에 오지 않는 여자 아이 말인가. 그 얘의 이름이 수진이었다. 그녀와 아버지와는 무슨 관계일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다. 박정건은 왜 이런 것을 그리는 걸까? 언제부터 이런 것을 그렸는지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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