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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D2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현실을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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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알루론산
작품등록일 :
2023.05.15 21:15
최근연재일 :
2023.06.05 17: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2
추천수 :
5
글자수 :
169,252

작성
23.06.0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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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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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0. 결승

DUMMY

"강하다. 조심해."


현철은 엠뷸런스에 실려가기 전 가희와 주하에게 말했다.

민호는 보호자로 제시카를 딸려 보내고 두 사람과 함께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참가자 외에는 더 이상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오른쪽 길은 선수 대기실, 왼쪽 길은 관중석으로 가는 갈림길이었다.

민호는 대회 스탭의 제지를 받곤 시간을 확인했다.

5라운드 시작까지 주어진 40분의 휴게 시간도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갈림길에 선 세 사람.

가희는 기분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민호를 바라보고 있었고, 주하는 자신감 충만한 얼굴로 허리에 손을 탁 걸치고 있었다.

민호가 말했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이기는 데 있는 게 아니야."

"왜? 이겨야지! 질 거면 뭐하러 싸워?"

"이길 거예요. 이기려고 나왔어요. 대표님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줄게요."


두 여자가 동시에 반발하듯 말했다.

민호는 현철과 제시카가 손도 못 쓰고 당한 장면을 회상했다.


'가희와 주하가 이길 수 있을까?'


답변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질문이었다.

물론 티어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강한 건 아니다.

그러나 4~6티어와 3티어, 그리고 3티어, 2티어와 1티어 사이에는 명확한 실력의 구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건 바로 성장의 한계치 때문이었다.

물론 가희도 주하도 잠재력으로 보면 1티어 이상이었지만, 지금 현재의 능력치가 그 두 남자에게 떨어지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아니. 굳이 이길 필요 없어. 단."


민호가 두 사람의 눈을 한 번씩 바라보곤 말을 이었다.


"나에게 한 번이라도 보여주지 않을래? 두 사람이 협력하는 모습."

"......"


가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주하는 가희를 힐끔 보더니 아랫입술을 지긋이 씹어 물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그거야. 두 사람이 한 팀이 돼서 싸우는 모습. 그럴려고 여기 내보낸 거니까."

"...알겠어요."


가희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주하는 아무런 대꾸 없이 벽만 쏘아봤다.

민호가 주하를 쳐다봤다.


"아직 주하 대답은 못 들었어."


민호를 힐끔 본 주하는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진지한 표정을 보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알았어. 그걸 꼭 말로 해줘야 알아듣나."


주하의 말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는지 가희가 주하를 확 쳐다봤다. 하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주하에게 뭐라고 말하진 않았다.


'불안하다 불안해.'


민호는 손을 내밀었다.


"파이팅 한 번 하고 들어가."


척, 척. 두 여자의 손이 민호의 위에, 아니 위 아래에 겹쳐졌다.

가희가 민호 위에 손을 올리자 그 위에 손을 올리려던 주하가 손이 닿는 것도 싫은지 민호의 손 아래 자기 손을 갖다 댄 것이다.

민호는 뒷목을 잡고 싶은 걸 꾹 눌러 참곤 말했다.


"하나, 둘, 셋에 원팀이다. 알겠지? 하나, 둘, 셋! 원팀!"

"원팀."

"...팀."


가희는 차분한 음성으로 단어만 말했고 주하는 대충 목소릴 흘렸다.

애들 앞에서 한숨 한 번 시원하게 푹 내쉬고 싶었다.

하지만 민호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 시간 됐다. 들어가.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난 절대 이기고 오란 소리 안 했어. 알겠지?"

"네."

"알았어요. 알아들었습니다아."


가희와 주하가 선수 대기실로 나란히 걸어갔다.

민호는 두 사람이 코너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지켜보다 관중석으로 향했고, 가희와 주하는 코너를 틀자마자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야. 난 이길 생각이니까, 너도 눈치껏 알아서 해."

"좋을 대로. 근데 윤주하. 너 그거 알지? 지금까지 전부 내가 점수 더 많이 따낸 거."

"...결승 끝나고 봐. 누가 점수 더 많이 땄는지."


#


관중들의 환호 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오는 두 남자를 보며 주하가 말했다.


"큰 놈은 내가 맡는다. 넌 작은 놈이나 맡아."

"알겠어."

"......?"


의외로 가희가 순순히 대답하자 주하는 의외란 눈으로 가희를 한 번 쳐다봤다가 몸을 날렸다.


"훗."


두 남자와 주하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서견우. 넌 어차피 네 여친 맡을 거지?"

"닥쳐. 여친이라고 하지 마."

"큭큭. 다행이네. 스타일이 안 겹쳐서. 난 쟤가 더 마음에 드는데. 후압!"


박광도가 힘껏 검을 내리쳤다.

주하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이 덩어리가 어딜!"


주하가 정면승부를 할 심산인지 박광도의 그래핀 소드를 올려쳤다.


콰각!


"아악!"


당연스럽게도 주하는 박광도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 반쯤 주저 앉았다.

그때 주하의 뒤에서 바람이 몰려왔다.

파박! 박광도의 옆구리를 치고 지나간 건 다름 아닌 가희였다.


[선취점! 최가희!]


"우와아아아!"


결승전은 장내 아나운서가 실시간 중계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관중의 함성이 터져 나오자 주하는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나대지 마!"


가희는 박광도를 지나쳐 그대로 서견우에게로 달려들었다.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가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서견우가 한 발을 뒤로 빼며 그래핀 소드를 곧게 세워 들었다.

쉬싯. 가희의 검이 공기를 자르며 서견우에게 날아들었다.

칵, 가희의 검을 흘리듯 비껴 쳐낸 서견우의 검이 그대로 가희의 훤히 드러난 왼쪽 어깨로 내리 그어졌다.

가희는 양손으로 잡고 있던 그래핀 소드에서 왼손을 떼내며 어깨를 틀었다.


슈카악.


서견우의 검이 가희의 풍만한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이번엔 서견우에게 빈틈이 생겼다. 가희의 검이 먹이를 노리는 독사처럼 쏘아져 나갔다.

콰각. 서견우가 마치 짠 듯한 움직임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가희의 검을 쳐냈다.

가희의 검이 튕겨났지만 서견우는 이미 몸의 중심을 잃은 상태. 가희는 그대로 다시 아래로 검을 내리쳤다.


촤락!


그대로 바닥에 등을 찍을 것만 같던 서견우의 한쪽 발이 뒤로 죽 빠지며 균형을 잡았다. 놀라운 유연성이었다.


콰각!


두 남녀의 검이 중간에서 맞부딪혔다.


[노, 놀라운 공방! 서견우! 최가희!]


두 사람이 보인 대단히 높은 수준의 공방에 관중석이 들썩였다.

한편 박광도와 싸우고 있는 주하는 일방적으로 죽죽 밀리고 있었다.


캉, 캉, 콰각, 캉!


무식한 힘으로 그냥 검을 내려치는 것일 뿐인데 주하는 뒤로 물러나는 것 외에는 도무지 어떻게 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크핫! 크하핫! 귀염둥이! 어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장외라고! 크핫!"

"누구더러 귀염둥이라는 거야! 이 덩어리가!"


주하가 앙칼진 고함과 함께 재빨리 스탭을 밟아 옆으로 돌아나갔다.

하지만 몸만 빼냈을 뿐 상황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캉, 캉, 콰가각, 캉!


"으읏."


주하는 다시 뒤로 물러서며 충격을 상쇄시킬 수밖에 없었다.

힘 대 힘으로, 정면으로 맞붙으면 도저히 팔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동일한 장면만 반복되는 주하 쪽과는 달리, 역시 사람들의 관심은 버라이어티하게 싸우고 있는 가희 쪽이었다.


[우오오! 서견우! 이제 진심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5분여 간 두 남녀 사이에서 나온 점수는 단 1점.

용호상박. 그야말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팽팽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가희가 밀리기 시작했다.

가희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졌고, 서견우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졌다.


"하악, 후욱, 학!"


가희의 입술에서 거친 숨결이 터져 나왔다.

서로 맞대고 있던 검에 미묘한 힘의 차이가 나자마자 서견우의 로우킥이 날아왔다.

가희는 무릎을 틀어 서견우의 킥을 막아냈지만, 서견우는 검에서 힘이 빠진 그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광견의 '광'자는 사실!]


가희는 서견우의 공격이 너무 빨라, 그의 검이 마치 뱀처럼 휘어서 날아오는 것처럼 느꼈다.


[빛 과아아아앙!]


쉬시싯, 스사사사사사!


눈으로는 다 잡아내지 못했다. 가희는 본능적으로 검을 틀어 수십 개의 뱀 대가리를 쳐냈다.


카각, 카가가가각!


[그, 그걸 또 다 막아내는 최가희!]


"후욱, 하악, 후욱."


가희의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서견우는 180이 조금 안 되는 키였다. 180이 훨씬 넘어가는 민호나 190 중반대의 현철에게 키높이가 맞춰져 있는 가희에게 서견우는 작아보였다.

아니 작아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저 남자가 커보였다.

서견우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조금 지친 거 같은데, 괜찮아요?"

"난. 후욱. 하나도, 후. 안 지쳤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데, 그럼 바로 갈까요?"

"뭘 자꾸 묻고 있어? 아님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가희의 대꾸에 서견우가 귓볼을 빨갛게 만들며 고갤 가로저었다.


"아, 아뇨. 제가 누나를 무시할 리가요."

"......?"


가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걸 본 서견우의 얼굴 전체가 새빨개졌다.

'누나'라니. 서견우는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 길드 정보과를 통해 최가희에 대해서 샅샅이 알아봤던 서견우였다.

최가희는 자신보다 나이가 3살 많았다.


'딱 좋아.'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나이 차이. 3살 연상.

머릿속으로 무슨 망상회로를 얼마나 돌렸는진 몰라도, 서견우는 '누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와버렸다.


'내가 뒷조사한 거 알아채면 어떡하지?'


하지만 가희는 아미만 살짝 찌푸렸다.


"누나? 실례네.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여?"

"그, 그게 아니라!"

"시끄럽고.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며? 해봐. 어디."

"그게 아닌데..."


포악하고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미친개 서견우는 어디 가고, 혹시라도 가희가 오해했을까 봐 불안해 하는 지금 모습은 꼭 응가 마려운 강아지를 보는 것만 같았다.


"네가 안 오면 내가 간다."


가희가 서견우의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카각!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서견우의 그래핀 소드는 반사적으로 들려 가희의 공격을 막았다.

가희가 팔꿈치를 굽히며 확 접근했다.

서견우는 물씬 밀려오는 가희의 샴푸향 뒤섞인 땀냄새에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걸 느꼈다.

바로 앞에 최가희의 얼굴이 있었다.

조막만한 얼굴. 곱게 자리잡은 또렷한 이목구비. 가까이서 보니 더 가슴이 설렜다.


"뭐하냐 너?"


파바박!


서견우의 허리를 치고 지나간 가희가 곧바로 다리와 등을 벴다.


[최가희 기습적인 공격 성공! 순식간에 3점 득점!]


서견우는 문득 성시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난 최가희를 원해. 그러니까, 이기고 와라. 아주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 그래야 최가희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거니까.'


내가 이겨야, 최가희를 S&C로 데리고 올 수 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겨야.

서견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때부터 서견우의 진정한 공세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 서견우는 말 그대로 미친개처럼 가희를 몰아붙였다.


콰가가각! 콰각, 피싯, 콱!


1초에도 여러 번의 공방이 오가는 초스피드한 공세였다.

결국 가희가 점차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서견우가 펼치는 극한의 쾌검을 받아내고는 있는 가희였지만 조금씩 가희의 몸에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견우! 미친... 광견이 돌아왔다! 쾌검으로는 1티어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대구의 광견! 서! 견! 우!]


"우우우우우우!"


그런데 어쩐 일인지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나왔다.


"봐줘라! 너 3티어잖아!"

"포인트 팔아먹고 치사하게 듀얼에 참가한 녀석이!"

"3티어는 3티어끼리 붙는 데 가서 놀아!"


관중은 이미 3티어를 상대로 이렇게까지나 선전한 가희의 팬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관중의 응원과는 달리 점수차는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한순간.


툭.


가희는 뒤에 무언가가 닿는 걸 느끼고 뒤를 홱 돌아봤다.

그건 주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쳐다보게 된 두 여자가 움찔 놀랐다.

둘 다 밀리고 밀리다 보니 서로 등을 맞대는 순간까지 오게 된 것이다.


"큭큭. 귀염둥이. 독 안에 든 생쥐가 됐네?"

"...닥쳐. 목소리도 기름진 게, 소름 돋는다고."


주하가 박광도의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맞받아쳤다.

서견우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아까워요."

"......?"


가희가 쳐다보자, 서견우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쪽 같은 사람이 베스트 플랜? 그런 길드에서 썩고 있는 게."

"......"


가희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


'우린 지금 얕잡아 보이고 있다.'


우리?


'아니.'


지금 얕잡아 보이고 있는 건 최민호다.

가희는 이를 뿌득 사려물었다. 가슴이 미칠 듯이 아려왔다.

가희가 목소리만 뒤로 향하며 빠르게 말했다.


"윤주하. 너 마나 코팅 썼어?"

"뭐?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써?"

"그저껜 썼잖아."

"내가? 아닌데."


아마도 이성을 잃은 순간 본인도 모르게 나온 능력인 듯했다.


"잘 들어. 필요한 순간에 쓰지 못할 능력 따위 애초에 없는 게 나아."

"뭐? 너 지금 그게 무슨 말..."

"쓰라고! 지금이 그 능력을 써야 하는 순간이니까!"


가희가 바락, 고함 쳤다.

주하가 가희를 멍하니 쳐다봤다. 가희가 한마디 말을 던지며 서견우에게로 튀어나갔다.


"증명해! 너 스스로."


주하의 눈동자가 흠칫 커졌다.

증명해. 너 스스로.


'건방져. 건방지고 재수 없어.'


증명해. 너 스스로.

주하가 이를 뿌득, 사려 물었다.


'그래. 증명해줄게.'


내가 너보다 뛰어나단 걸!

주하의 발걸음이 움직였다.


"오. 귀염둥이. 이제 다시 싸울 마음이 생겼어?"


자신의 앞에 자세를 잡고 서는 주하에게 박광도가 능글거리며 웃었다.

주하가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 윤주하야."

"크핫! 귀염둥이가 이름도 예쁘..."

"네까짓 하류 인생이랑은 격이 다르다고."

"......"


처음으로 박광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걷혔다.

윤주하.

주하는 자신의 이름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평생에 걸쳐 그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 인생.


"내가. 이 윤주하가. 너따위한테 질 거 같애?"


주하의 검이 움직였다.

박광도의 눈썹이 꿈틀 떨렸다.


'바람?'


아니다.


'저건 바람이 아니라.'


공기 계열 오프너인 성시후를 통해 숱하게 봐온 장면이었다.

물론 성시후에 비할 바는 못됐지만, 그래도 저건 놀라운 광경이었다.


'5티어가 마나를 '운용'할 수 있다고?'


박광도는 주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바람을 보며 그래핀 소드를 고쳐 잡았다.

주하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며 박광도는 생각했다.


'죽을 수도 있다.'


한편 서견우에게로 달려간 가희는 그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아아, 이상해요! 이상합니다! 지금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주로 가희를 잡던 양측 전광판은 이제 가희와 주하를 한 명씩 비추고 있었다.

가희의 그래핀 소드 전체에서 희미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쾅쾅쾅쾅쾅쾅쾅!


가희의 정신없는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내며, 서견우는 그녀의 눈동자를 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너는.'


가희의 초점은 흐릿했다. 하지만 공격의 정확도는 매서웠다.

무아지경. 가희는 지금 그 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증명해라. 너 스스로.'


주하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나는.'


육안으로는 쫓기 힘들 속도로 공격을 퍼붓던 가희의 공격이 오히려 속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최민호의 검이다.'


콰자작, 콰작, 콰자작.


가희의 그래핀 소드 검면이 얼어붙고 깨지고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따라서 나는.'


쉬싯, 푸콰악! 쉬시싯!


"커헉!"


서견우가 배를 접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구부러져서도 안 되고.'


가희의 검이 황급히 올라오는 서견우의 검을 쳐냈다.


콰각. 탱, 탱, 탱그르르르.


이제 더 이상 검면을 뒤덮은 얼음은 깨지지 않았다.


'깨져서도 안 된다.'


서견우의 검이 저 멀리로 날아갔다.

가희의 새하얀 한기를 피어올리고 있는 그래핀 소드는 정확하게 서견우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주하의 검은 박광도의 그래핀 소드를 내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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