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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D2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현실을 집필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알루론산
작품등록일 :
2023.05.15 21:15
최근연재일 :
2023.06.05 17: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5
추천수 :
5
글자수 :
169,252

작성
23.05.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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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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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7. 70미터의 여신

DUMMY

"어?"


놀람은 짧았고 경악은 길었다.


"야! 위!"


1팀 남자의 고개가 위로 꺾였다. 그의 입은 그대로 벌어졌다.


"대체 얼마를 뛴..."


가희는 날듯이 하늘 위에 떠있었다. 그녀는 1팀 셋과 싸우기보다 건너 뛰는 걸 선택한 것이다.

턱. 가희가 사다리의 상단부에 매달렸다.

가희의 판단은 옳았다. 1팀 지원군이 곧 도착한 것이다.

그래핀 소드 칼자루를 입에 문 가희가 사다리를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씨바알! 저 여우 같은 년이!"


가희를 저지하려 1팀이 탑의 사방에 달린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야 이 멍청이들아! 그걸 따라 올라가면 어떡해!"

"그, 그럼?"

"흔들어! 아니! 넘어뜨려!"


1팀이 저마다 그래핀 소드를 내팽개쳐두고 탑을 흔들기 시작했다.

거의 최상단부에 다다라있던 가희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좋아! 조금 더!"


탑의 구조가 높이에 비해 너비가 과도하게 좁았던 탓에 가희는 이제 올라가는 건 고사하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게 되었다.

그때 1팀의 후미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으악! 이 새끼!"

"기습이다!"


70번 남자였다.

1팀이 무기를 다 내팽개쳐둔 덕분에 그는 손쉽게 상대를 탈락시키고 있었다.

삐. 삐. 1팀의 목에 달린 센서 목걸이가 속속 빨간불을 점멸시켰다.


[1팀 73번. 탈락.]

[1팀 14번. 탈락.]


하지만 상황은 2팀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가희는 흔들리는 와중에서 전광판을 봤다.


<1팀 19 : 2팀 4>


한쪽의 병력이 월등히 많으면 병력 손실은 등가교환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로 이어진다.

경기의 승패는 깃발을 뺏거나 상대방을 전멸시키거나.

그나마 70번이 기습을 해서 1팀의 숫자가 10자리 대로 들어설 수 있었다.

70번 앞으로 한 남자가 걸어왔다.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시험 전 시비가 붙었던 덩치였다.

<1-8> 번호를 붙이고 있는 덩치는 조금 전부터 한 칸의 사다리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가희와 <1팀 19 : 2팀 3>이 된 전광판을 보곤 한층 여유로워진 얼굴이었다.


"후우."


70번 남자는 짧게 숨을 골랐다.

하나, 둘. 8번 덩치의 뒤로 1팀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헤이. 쪽수로 밀어붙이는 건 좀 치사하지 않아?"

"기습 따위나 하는 놈한테서 들을 소린 아닌 거 같은데?"

"이런 건 작전이라고 하는 거야 멍청아."


시익 웃는 70번 남자. 그 잘생긴 미소가 꼴보기 싫었나 보다. 8번 덩치가 두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조져!"

"제기랄."


70번 남자가 그래핀 소드를 땅에 던지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항..."


하지만 이미 1팀 여섯 명은 70번에게 우루루 달려들고 있었다.

아니, 달려 들려 했다.


우오오오!


"으아아악!"

"뭐야! 이 여자 뭐냐고!"


갑자기 관중석에서 함성 소리가 일어나더니 뒤쪽에서 고함소리가 어지럽게 일어났다.

모두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그대로 얼음이 됐다.

검술의 귀재.

깃발을 뽑겠다는 플랜 A에서 플랜 B로 계획을 바꾼 가희였다.


'일단 걸거치는 것들부터 정리한다.'


가희가 신들린 솜씨로 1팀을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바우웅, 카가각! 가로막힌 검은 비켜 흘리고 배를 걷어찬다.


"욱!"


펑! 뒤를 노리는 놈은 몸을 회전시켜 검면으로 배를 쳤다.

배치기 다이빙을 했을 때의 소리가 났다.

그는 5미터는 날아가 세트장을 부수며 의식을 잃었다.


"어, 어?"


검을 느슨하게 잡은 놈은 그래핀 소드의 톱니를 걸고 검을 회전시켰다.

상대가 검을 놓치면 회전하는 검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푹! 주르르. 바로 자기 발 앞에 그래핀 소드가 꼽힌 한 남자가 오줌을 지렸다.


"으흐, 흐흑. 나아 집에 갈래에."


<1팀 16 : 2팀 2>

<1팀 15 : 2팀 2>


가희 앞에 선 1팀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만일 들고 있는 검이 연습용 그래핀 소드가 아니라 진(眞) 그래핀 소드였다면 모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으, 으아! 오지 마!"


가희가 다가서자 한 남자가 귀신이라도 본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가희가 한 걸음 더 다가서자 그는 검을 막무가내로 휘둘렀다.


"으아아! 으아아아!"


상대방을 쓰러뜨리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발악이었다.

가희의 눈동자에 경멸이 스쳤다.


쉬싯.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났다.

퍼버벅, 퍽! 너무 빨라서 피해자도, 주변 사람들도 가희의 움직임을 다 좇지 못했다.


"끄르륵, 끄륵."


[1팀 45번. 탈락.]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더 이상 가희의 앞으로 나서는 1팀은 없었다.

한편 가희가 1팀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있을 때 70번 남자도 나름 분전하고 있었다.


"어딜!"


카각!


"아 씨. 아깝네."


가희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8번 덩치의 등짝을 노리던 70번은 혀를 쯧 차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8번은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70번을 쳐다보았지만 70번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넌 기습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냐?"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난 승률이 제일 높은 방식을 택할 뿐이야."

"역겹네. 남자 새끼가 돼가지고...?"


70번을 비웃던 8번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70번이 자신의 뒤쪽을 보며 경악한 얼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으아아! 으아아아!"


때마침 뒤에서 절규가 들려왔다.

8번이 힐끗 뒤를 돌아봤다.

두 남자의 거리는 불과 5미터. 70번도 마나 개방자다. 5미터 따윈 없는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퍽! 퍽!


"큭! 이 새끼가 또!"


8번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헤헤. 너 보기보다 순진하구나?"


70번의 공격은 8번에게 어떠한 데미지도 주지 못했지만, 두 번 공격에 성공한 것은 팩트였다.

8번의 목걸이 센서등이 주황색으로 점멸되고 있었다.


"이런 씨벌놈이."


8번이 두 눈을 부릅뜨며 70번에게 달려들었다.


쾅!


"큭!"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70번은 8번의 기절초풍할 괴력에 온 팔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두 그래핀 소드가 맞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8번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넌 내가 나중에 보자고 했었지."

"으, 크윽. 헤헤. 그런 말 하는 놈 치고 무서운 놈 못 봤다."

"주둥이만 산 놈이."


8번이 검에 힘을 한껏 주자 70번의 발이 뒤로 주르르 밀려나기 시작했다.

8번은 그대로 검을 뿌려치고 70번의 몸을 두 쪽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압도적 힘을 과시하는 데 더 흥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떠냐? 크하하! 어때! 이 약골 놈아!"


주르르, 70번은 브레이크 풀린 자동차처럼 끝도 없이 뒤로 밀려났다.

70번은 전신을 앞으로 기울인 채 사실상 8번에게 체중을 의지하고 있었다.

굴욕적인 광경이었지만 오히려 70번이 버티려고 했다면 오히려 넘어져도 벌써 넘어졌을 것이다.


"헤헤."

"웃기냐? 이 머저리 새끼야? 아가리를 잡아 째버릴라 그냥."

"야. 1팀은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나본데?"

"뭐?"


힘을 잔뜩 줘서 70번을 밀친(날려보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8번이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야. 이. 새끼들아."


8번이 본 광경은 기가 막힌 광경이었다.

아직 예닐곱 명이나 남았으면서 그 누구도 71번 쌔끈이에게 덤비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그녀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길을 터주고 있었다.


"한심한 새끼들."


8번은 가희가 대화를 할 만큼 가까워지자 입꼬리를 밀어올리며 웃었다.


"반갑네? 이렇게 마주칠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어쩌라고."


가희가 검을 들어올리자 8번이 한쪽 손을 들어올리며 2팀 본진을 가리켰다.

그도 자신이 가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이 게임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제 게임 끝난 거 같은데 괜한 힘 빼지 말지?"


8번의 손짓을 따라 간 가희의 무심한 눈길에 2팀의 탑을 올라가고 있는 1팀이 잡혔다.

두 명.


"이런 제기랄! 저 쥐새끼 같은 놈들이!"


70번의 탄식에 8번이 비웃었다.


"자기 소개를 이상하게 하네. 너만 머리 굴릴 줄 안다고 생각했냐?"

"머리."


지금껏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가희의 목소리에 두 남자 모두 그녀를 쳐다봤다.

가희가 말했다.


"그런 건 힘 없는 놈들이나 굴리는 거야."

"......?"


가희의 발걸음이 움직였다. 8번은 자기에게 오는 줄 알고 움찔 물러섰지만 가희는 그를 지나쳤다.

원, 투, 쓰리. 포.

네 번의 스탭으로 몸에 속도를 붙인 가희의 팔이 앞으로 힘껏 뿌려졌다.


쐐에에에에에엑!


이 주변에서 입을 벌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가희의 손을 떠난 그래핀 소드가 바람을 찢어발기며 근 70여 미터를 날아가 2팀의 탑에 작렬했다.


콰자작! 와르르, 쿠궁!


반으로 쪼개진 탑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으아악!"


탑에서 떨어진 두 1팀의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메아리쳐 들렸다.


"......"


가희가 자신을 쳐다보자 8번 덩치는 그저 입만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저벅, 저벅.

가희가 가는 길에 1팀이 모세의 기적처럼 비켜섰다. 심지어 그녀는 지금 무기도 안 들고 있는데 말이다.

가희는 마치 맡겨놓은 것을 찾는 모습으로 1팀 탑으로 올라가 깃발을 뽑았다.


찌이이이이이잉.


부저가 울렸다.


[경기 종료. 2팀. 승리.]


"우와아아아!"


관중석에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래핀 소드가 가희의 손에서 떠난 순간부터 경기장은 적막 속에 잠겨있었다.


"와아아! 71번! 해낼 줄 알았어! 알았다고... 윽!"


쾅! 분위기를 타고 가희를 한 번 안아보려던 70번은 그녀의 날렵한 회피에 탑을 끌어안고 말았다.

같은 시간.


"역대급이야. 이건 역대급이라고!"

"여보세요? 예 팀장님! 괴물 신인이 나왔습니다! 완전 이건 전대미문... 예? 야! 쟤 이름 뭐야? ...가희! 최가흽니다!"

"빨리 기사 올려! 아니 영상은 지금 보내고 있으니까! ...뭐? 제목? ...70미터! 70미터의 여신!"


관중석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구경꾼, 스카우터, 기자 등 너 나 할 것 없이 방금 자신들이 본 경악스런 광경을 외부로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호는 흐뭇한 마음으로 이 난리를 즐겼다.

가희를 보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활짝 웃었다.


"어? 웃었다! 야! 찍어! 쟤 웃었다!"

"와 근데 진짜 미모 장난 없네요."


민호가 가희에게 엄지를 치켜올리자 가희가 브이자를 그렸다.

그때였다.


"최민호 대표님."


창천 길드 노준수였다. 민호는 빙긋 웃었다.


"예상보다 빨리 오셨네요?"


노준수가 허릴 수그렸다.


"정식으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아까의 불경한 태도, 용서해주십시오."

"글쎄요. 노준수 부장님이 바라는 건 용서가 아니라 다른 거일 것 같은데."


노준수가 허릴 수그린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어올려 민호를 바라봤다.


"지금 저희 창천에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1억 5천... 아니, 2억 달러 드리겠습니다. 창천 길드가 최가희 씨와 계약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민호는 빙긋 웃었다.


"생각 좀 해보고요."

"최 대표님. 진심으로 부탁..."

"어디야? 여기? 이 사람?"


노준수의 간절한 목소리는 밀물처럼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묻혀버렸다.


"최민호 대표님! 얘기 들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최가희! 저희 더블에스에 넘기십시오!"

"값은 원하는 만큼 쳐드릴 테니까...!"

"어이! 밀지 마! 2류 놈들 주제에 어딜 감히 우리 히어로즈보다 앞서서 딜을 볼려고 그래?"


민호는 한동안 길드 스카우터들에게 둘러싸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


다음 날.

하루 사이에 가희는 전국구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민호들이 협회 건물에 도착했을 때 스카우터는 물론이고 기자들까지 몰려왔다.


"최가희 오프너! 과거 이력이 전혀 없던데, 원래는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최민호 씨! 최가희 씨와는 어떻게 만난 겁니까?"

"제국 길드가 최가희 오프너에게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본인 생각은 어떠세요?"


스카우터야 모시러 온 거지만 기자들은 물어뜯으러 왔다.

세 사람은 앞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 기자들 때문에 도무지 건물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그때 곤란해 하고 있는 민호 앞으로 가희가 나섰다.

사람들이 그녀의 미모에 새삼 감탄을 터트렸다.

가희는 조용히 좌중을 둘러보곤 말했다.


"오프너 라이센스증을 받으러 왔습니다. 비켜주세요."


주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여기자가 한 걸음 물러났다.

여기자를 시작으로 서서히 기자들이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가희는 그 사이를 당당하게 지나쳤고, 민호와 현철은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3층 오프너 라이센스 관리국으로 가니 라이센스증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가희는 간단한 마나 파장 등록 절차만 거친 뒤 라이센스증을 받을 수 있었다.


"어제 신청서에 작성하신 대로 신용기능이 들어간 카드입니다. 전국 모든 결제처에서 10~30%의 할인을 받으실 수 있고요, 오프너 몰에서는 이 카드로만 결제하실 수 있습니다."

"네."

"만일 분실하시면 재발급까지 10일가량 시간이 소요되니 취급에 주의해주시고요."

"네."

"그럼, 무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라이센스 관리국을 나온 세 사람은 곧장 7층 길드 관리국으로 향했다.


"이야 우리 가희 이제 진짜 오프너네?"

"대표님이 베스트 플랜을 세우셔야 하니까."


가희의 귓볼이 빨개졌다.

둔감한 현철은 눈치를 못 챘고 민호는 딴 생각을 하느라 보지 못했다.


[띵. 7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복도가 웅성거렸다.


'또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민호는 또 기자들이 몰려와있나 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웅성거림의 정체는 기자들이 맞았지만, 그들은 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시후 오프너! 갑자기 제국 길드에서 독립하게 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국 길드 주축 오프너들이 대거 성시후 오프너의 뒤를 따른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채아 오프너! 배우자 분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호의 두 발이 얼어붙었다.


"대표님?"


민호의 이상을 먼저 눈치 챈 건 가희였다. 현철도 의아한 얼굴로 민호를 쳐다봤다.


"민호야. 왜 그러냐?"


그때 기자들을 뚫고 누군가가 민호에게로 다가왔다.

민호의 얼굴이 조각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야. 민호야. 그동안 잘 지냈어? 반갑다 야."


민호도 184cm으로 큰 키였지만 이쪽은 좀 더 컸다.

민호가 미(美)라면 그는 강(强)에 더 가까웠지만 여튼 카테고리만 다를 뿐이지 잘생김으로만 친다면 민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마스크.

대한민국 대표 오프너 중 하나인 성시후였다.

민호는 자신에게 내밀린 손을 한 번 쳐다보곤 그의 얼굴로 시선을 올렸다.


'야 이 역겨운 거머리 새끼야!'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그의 목소리가 되살아나 뇌리를 쑤시고 들어왔다.

두 개의 얼굴.

그녀는 이 남자의 두 번째 얼굴을 알고 있을까?

민호의 떨리는 눈길이 성시후의 뒤편을 향했다.

파르르. 그 아름다운 자태가 시야 가득 들어차기가 무섭게 민호의 눈동자가 떨렸다.

이채아. 이제는 남의 여자가 된 사람. 그녀는 고갤 살짝 숙이고 바닥을 쏘아보고 있었다.


"훗. 민호야. 형 무안하게 계속 그러고만 있을 거야?"


성시후는 아직 내민 손을 거두지 않은 상태였다.

민호는 성시후의 얼굴에 떠오른 승리자의 미소를 봤다.


"악수. 꼭 해야 하는 거야?"

"...뭐. 싫다면 굳이."


성시후는 두 손을 으쓱하곤 이번엔 가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가희는 이채아를 쏘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최가희 씨? 맞죠?"

"...네. 절 아세요?"

"물론. 잘 알고 있죠. 70미터의 여신이랬나? 훗. 영상으로 봤습니다. 저도 초창기 때 그 정도는 못 했는데, 대단하시더라고요."

"그래서요?"


톡 쏘는 가희의 음성에 성시후는 빙긋 웃었다.


"민호 밑에서 해보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우리 S&C로 오시라고."

"그럴 일은..."

"아. 민호야. 나 길드 하나 등록했다. 에스앤씨라고. 시후의 S랑 채아의 C를 따서 이름 만들어봤어. 좀 촌스럽나? 하하."


말이 잘린 가희는 아미를 찌푸렸고 민호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고 싶었다.


"그래? 잘 되길 바랄게."

"그래. 전선에서 만나자."


성시후는 뼈를 담은 말과 함께 민호의 어깨를 툭툭 치곤 가버렸다.


'응?'


그런데 가희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했다. 성시후의 뒤를 따라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적지는 성시후가 아니라 그의 뒤를 따라 조용히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이채아였다.


톡톡.


가희가 어깨를 두드리자 채아가 고갤 돌렸다.

채아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본 가희가 아랫입술을 질근 씹어물었다.


'아름다워.'


그래서 더 가슴이 격렬히 요동쳤다.

가희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채아의 얼굴이 확 굳었다.


"반드시. 널 뛰어넘어주겠어.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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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라이센스 시험(1) 23.05.19 20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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