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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D2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현실을 집필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알루론산
작품등록일 :
2023.05.15 21:15
최근연재일 :
2023.06.05 17: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2
추천수 :
5
글자수 :
169,252

작성
23.06.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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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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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7. 오프너 토너먼트 매치

DUMMY

룰은 간단했다.

제한시간 10분 내에 1점이라도 더 따낸 팀의 승리.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신체부위는 타격을 성공할 때마다 1점을 취득하고, 머리를 타격할 경우 -2점이 된다.

단, 득점은 허용된 무기로 타격을 성공했을 때만 인정.

무기를 제외한 모든 장비는 본인의 것을 사용하되, 무기는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연습용 그래핀 소드만 사용이 허가됐다.

언뜻 봐선 선수 안전을 생각한 룰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승리 요건에 상대의 사망도 포함되기 때문이었다.

즉 이 경기에선 살인이 묵인 됐다.


"우와아아아아!"


대구 스타디움엔 수만 명의 관중들이 운집해있었다.


"이번 주도 보여달라고 성종태! 박나현!"

"무슨 소리야! 이번 주야말로 쓰리핏 가자 리쌍 콤비!"


매주 열리는 경기다 보니 고정팬들도 많이 있는 듯했다.


"오... 이거 생각보다 중압감이 장난 아닌데?"

"괜찮아 코치. 나만 믿어."


현철-제시카 팀은 하필이면 제1경기에 걸렸다.

두 사람이 등에 숫자 19를 붙이고 입장 대기 통로에 서있는데, 1경기에서 맞붙을 상대팀이 건들거리는 발걸음으로 옆으로 와서 섰다.

당연히 그들은 제시카의 극히 보기 드문 미모에 혹했다.


"헤에. 아가씨. 예쁘네? 혼혈이야? 경기 끝나고 오빠가 술이라도 한 잔 사줄까?"


근육 돼지라는 단어를 실사화 하면 딱 이렇게 될 듯이 생긴 남자 하나와 얄상하게 생긴 남자 하나였다.

얄상하게 생긴 남자는 눈도 길게 째져 있어서 더욱 뭐든 얇아보였다.

제시카는 심드렁한 얼굴로 얄상남에게 대꾸했다.


"나 별로 술 안 좋아해서."

"흐흐. 누가 술 먹자고 했어? 오빠랑 한 밤 자자고 했지."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의 제시카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성희롱을 하는 걸 그냥 넘길 순 없었다.


"저기. 지금 나한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을 한 거 같은데?"

"이런, 기분 나빴어? 그럼 사과의 의미로 오빠가 술..."

"하하."


애초에 현철이 옆에 뻔히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긴 해도, 얄상남은 현철이 자기 앞으로 성큼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움찔 했다.

현철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잡담은 이만 하고, 경기에나 집중합시다."

"크, 크큭. 뭐 좋아. 마나 개방자 간의 싸움에선 눈으로 보이는 피지컬은 아무 의미도 없단 걸 보여주지."


[제1경기. 참가 번호 3, 청팀. 참가 번호 19, 홍팀. 양팀, 입장.]


때마침 방송이 들려왔다.

얄상남은 제시카를 쳐다보며 현철에게 손가락 총을 빵! 하곤 목을 죽 그었다.

뿌득. 제시카가 이를 사려 물었다.


[참가자들 각자 위치로.]


경기장은 가로 50, 세로 30미터의 직사각형 세트장이었다.

세트장 양쪽 끝엔 각각의 팀 컬러로 참가 번호가 적힌 깃발이 꽂혀 있었고, 그 사이론 모래 주머니 산, 바퀴에 바람 빠진 버스, 얕은 연못 등 각종 지형지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양팀이 각자의 깃발 밑에 서자, 시작 신호가 울렸다.


[딩, 딩, 삐-.]


저쪽에서 두 남자가 낄낄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카야. 방금 전에, 기분 나빴냐?"

"응! 기분 완전 더러웠어."

"알겠다."


현철의 육중한 몸이 성난 아프리카 코끼리처럼 튀어나갔다.

쿠구구구, 지축이 울렸다.

현철의 흉맹한 기세에 두 남자의 발걸음이 주춤 멈췄다.

바우웅, 현철의 그래핀 소드에서 나는 소리는 칼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근육 돼지가 얄상남 앞으로 튀어나가며 현철의 공격을 막았다.


쾅! 콰각!


칼끼리 부딪혔다기엔 폭발음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근육 돼지도 체중으로 따지면 현철에게 뒤지지 않을 덩치였다.


"커으!"


촤락. 첫 번째 충격에 근육 돼지는 한 걸음 물러났다.

현철이 다시 그래핀 소드를 휘둘렀다.


쾅!


촤라락. 두 번째 충격에 근육 돼지는 두 걸음 물러섰다.


쾅! 쾅! 쾅! 쾅!


그 다음부터는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근육 돼지는 처음엔 검을 앞으로 뻗어서 막았지만 점차 검이 뒤로 밀려났다.

그러길 잠시.


"엇?"


쾅! 위잉, 위잉, 위잉, 위잉.


결국 손아귀 힘이 다 빠진 근육 돼지가 그래핀 소드를 놓쳤고, 그건 빙글빙글 돌며 멀리 날아가버렸다.

근육 돼지와 현철의 시선이 마주쳤다. 근육 돼지의 눈에 두려움이 서렸다.

현철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자비심도 없었다.


퍽! 퍽! 퍽! 퍽!


"억! 크악! 아악, 아악!"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됐다. 전광판에 띄워진 홍팀의 스코어가 급속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편 제시카는 두 눈을 하트로 만들고 있었다.


'코치가 나 때문에 저렇게 화를 내고 있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저렇게 분노하는 것만큼 여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떡해! 나 진짜 신현철이란 남자한테 빠져서 못 헤어나올 거 같애!'


그런데 근육 돼지가 일방적인 구타에 못 이겨 결국 한쪽 무릎을 꿇었을 때, 제시카는 현철의 뒤로 돌아간 얄상남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는 걸 목격했다.

날카로운 무언가였다.

제시카의 몸이 튀어나갔다.


"코치이!"


경기 장면을 클로즈 업 해서 보여주는 경기장 양측 전광판에도 얄상남의 손에 들린 물건이 잡혔다.

관중들이 격분하며 고함쳤다.


"저런 양아치 새끼!"

"19번! 조심해!"


얄상남의 손이 현철의 뒷쪽 옆구리를 향해 힘껏 찔러 들어갔다.

현철은 그제야 얄상남의 공격을 눈치 채고 고갤 돌렸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얄상남의 손에 들린 나이프가 현철의 옆구리에 닿고 있었다.

모두가 눈을 꽉 감은 순간이었다.


화아아아!


"흐아아아악!"


얄상남의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현철은 깜짝 놀라 한 걸음 물러섰고, 전광판의 카메라는 황급히 이곳저곳을 비추다 제시카를 잡았다.

제시카는 두 눈을 부릅 뜬 채 얄상남을 향해 두 손을 펼쳐들고 있었다.

현철은 제시카의 눈동자를 가득 지배하고 있는 살기와, 그녀의 코에서 흘러내리는 코피를 봤다.


"시카야!"


현철이 황급히 달려가 제시카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치고, 제시카의 손이 푹 떨구어졌다.


"코치? 흐윽, 괜찮아? 다친 데 없어?"


현철은 부드럽게 웃으며 제시카의 눈물을 닦아주고 코피를 닦아줬다.


"난 괜찮아. 우리 시카 많이 놀랬지?"

"응! 난, 난 코치가 저 사람한테 찔리는 줄 알고!"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참가 번호 3번. 청팀. 비허용 무기 사용으로 실격. 참가 번호 19번, 홍팀이 자동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두 사람이 고갤 돌려보니 얄상남은 온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근육 돼지는 바닥에 쓰러져 미동도 없었다.

경기장 한 편에서 의료진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와아아아!"

"내가 본 거 실화야? 6티어짜리가 '마법'을 쓴 거 사실이냐고!"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저 덩치 누구야? 타격 한 번 시원하네!"

"저 정도 급으로 순수 힘캐가 나온 건 진짜 오랜만 아냐?"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우승 가자 19번!"

"다음 라운드도 기대할게!"


현철과 제시카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데 관중들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현철은 제시카를 설득해 기권을 했다.

무리한 마나 사용으로 제시카가 코피를 흘린 게 현철의 마음에 걸린 것이다.

청송 때와는 달랐다.

청송 때는 자연에 있는 불을 마나로 이동시켜 공격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스스로 대상물에 불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후자가 마나 소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당연했다.


"왜? 나 더 할 수 있어!"

"시카야. 내 말 들어."

"싫어! 날 코치 발목이나 잡는 사람으로 만들지 마!"

"발목을 잡는다고? 시카야. 넌 방금 내 목숨을 구했어. 그럼 이제 나도 시카 널 걱정할 수 있게 배려해주지 않을래?"

"......!"

"아직 기회는 2번이나 더 남아있어.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다시 출전하자. 알겠지?"


제시카는 고개를 떨궜다.

속상해서가 아니었다. 평소엔 그저 현철이 좋아서 따라다녔는데, 그가 자신에게 이런 진심을 보여주자 이젠 걷잡을 수 없이 현철에 대한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한편 가희와 주하는 거의 제일 마지막 순번에 경기를 하게 되었다.


"대기 시간, 기네."

"그러게. 길고 지루하네. 너랑 있으니까 특히나 더욱."


선수 대기실에서도 두 사람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다.

두 여자에게 찝쩍대던 다른 참가자들도 벌써 자기 차례가 돼서 경기를 하러 나갔다.

이젠 정말로 청팀 대기실에 몇 명 남지 않았을 때였다.


"참가번호 17번! 출전 준비하세요."


진행 스탭이 대기실로 와서 알렸다.

두 여자가 동시에 일어섰다.


"발목 잡지 마라."

"누가 할 소릴."


두 사람의 경기 시간대는 점심 무렵이었다.

관중석 여기 저기로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제18경기. 참가 번호 17, 청팀. 참가 번호 12, 홍팀. 양팀, 입장.]


전광판에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가희와 주하의 모습이 잡혔다.

관중석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오오. 뭐냐 쟤들?"

"몸매가 둘 다 장난 아닌데? 와 생머리 여자는 가슴이 저거, 하아, 꿀꺽."

"얼굴도 뭐야? 배우하던 애들인가? 비주얼 미쳤네."


점심을 먹으러 나가던 사람들 중 다수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딩, 딩, 삐-.]


제18경기가 시작되었다.

가희와 주하의 상대는 남녀 혼성 팀이었다.

둘 다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한 명은 균형 잡힌 체형에 적당한 근육이 붙은 남자였고 한 명은 노련함이 엿보이는 분위기의 여자였다.

두 남녀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남자 맡는다. 넌 여자 맡아."


가희의 말에 주하가 콧방귀를 꼈다.


"나한테 명령하지 마. 내가 남자 맡는다. 네가 여자나 맡아."

"비 오는 날 먼지나게 후드려 맞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시켜?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 사이 상대방 남자는 모래 주머니 산 위로 올라갔고, 여자는 밑을 지키고 섰다.

서로를 노려보던 가희도 주하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상대방 여자가 가소롭단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저 아줌마가 건방지게."


주하의 신형이 튀어나갔다. 그에 질새라 가희도 뒤따라 달려갔다.

한편 민호와 현철, 제시카는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 가희와 주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거, 무턱대고 달려가면 안 될 거 같은데?"

"에이. 언니들도 다 생각이 있겠지."


두 사람의 대화에 민호는 눈썹을 긁적였다.


'아무 생각 없는 거 같은데.'


주하가 여자에게 힘껏 그래핀 소드를 휘둘렀다.

여자는 주하의 공격을 받아줄 듯 하다가 재빨리 몸을 피했다.


퍽!


주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어디선가 날아온 모래 주머니가 머리통에 그대로 작렬한 것이다.

갑작스런 충격에 주춤주춤 물러나는 주하에게 여자가 달려들었다.

팍팍팍, 파박!

데미지를 주기 위한 목적 보다는 말 그대로 점수를 따기 위한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5대0이 됐다.


"역시 성종태! 왕년에 투수하던 실력 안 죽었어!"


주위 관중들이 박수를 쳤다.

민호는 눈매를 가늘게 만들어 남자의 얼굴을 봤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야구가 프로 스포츠로 존재하던 시절, 저런 선수가 있었던 거 같기도 했다.


"우우! 재미 없다! 치사하게 싸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정면 승부 해라!"

"아니다! 이게 진짜 오프너 토너먼트의 묘미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성종태와 박나현 콤비에 대한 평가는 반반으로 갈렸다.

반격하려 자세를 잡는 주하에게 다시 모래 주머니가 날아왔고, 그녀는 모래 주머니를 피하려다 박나현에게 다시 2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짜증나!"


주하가 바락 고함 질렀다.

가희가 주하를 지나쳐 박나현에게 달려들었다.

어김없이 모래 주머니가 날아왔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가희는 가볍게 모래 주머니를 피했다.


파박!


"어?"


박나현의 그래핀 소드가 가희의 팔과 다리를 빠르게 스쳤다.

분명 모래 주머니와 박나현의 움직임 모두를 파악하고 있던 가희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빠르다?'


가희는 빠르게 상황 판단을 했다.

이 사람들, 단순히 잔머리로 싸우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가희가 박나현으로부터 거리를 떨어뜨리는데, 박나현은 이미 가희를 버려두고 주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주하는 날아오는 모래 주머니를 쳐내며 성종태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윤주하! 뒤!"


가희가 고함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박나현의 그래핀 소드가 주하의 허리를 치고 지나갔다.


"뭐야! 쥐새끼 같이!"


주하가 그래핀 소드를 크게 휘둘렀지만 박나현은 손쉽게 그걸 피해냈다.

그 사이 또 하나의 모래 주머니가 날아와 주하의 등을 때렸고, 균형이 무너진 주하는 또 손쉬운 1점을 박나현에게 헌납했다.


"치사해에!"


주하가 바락 고함 지르는데, 또 모래 주머니와 한 번의 칼질이 주하에게 덮쳐들었다.

가희는 스코어 전광판을 봤고, 아미를 찌푸렸다.


<청팀 0 : 홍팀 12>


'저 둘의 작전에 완벽하게 휘말렸다.'


<청팀 0 : 홍팀 13>


"아악! 짜증나!"

"윤주하! 일단 내려와!"


주하는 가희의 말을 듣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대로는 점수 자판기밖에 안 될 것 같아 박나현에게 큰 공격을 한 번 휘둘러 거리를 떨어뜨리곤 아래로 달려 내려왔다.

그런데 이번엔 박나현이 주하의 뒤를 쫓지 않았다.


'뒤쫓을 필요가 없겠지.'


저쪽은 13점이나 앞서있다.

남은 시간은 6분.

가희가 씩씩거리고 있는 주하에게 말했다.


"넌 지금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점수 다 뺏겼어! 됐냐? 이제 듣고 싶은 말 들어서 속 시원해?"


가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일단 한 번 참았다.


"누구 탓을 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저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지를 묻는 거야."

"...몰라. 넌 생각 있어?"


가희와 박나현의 시선이 마주쳤다. 박나현이 시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저게 또..."


주하가 이를 뿌득 사려물었다.

가희가 시간을 확인하곤 팔짱을 꼈다.


"우리가 올라가기 힘들면, 저들이 내려오게 만들면 돼."

"어떻게?"

"아까 대기하면서 좀 찾아보니까 그런 룰이 있더라."

"......?"

"점수가 앞서고 있는 팀이 1분 이상 공격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시 1점 감점. 공격 지연으로 3점 연속 감점 받을 시 실격."


주하가 제법이란 눈빛으로 가희를 쳐다보더니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야. 뒤로 물러나. 기껏 내려오게 만들었는데 도로 기어 올라가버리면 골치 아파지니까."


두 여자는 모래 주머니 산으로부터 멀찍이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성종태와 박나현이 입을 가리고 뭐라고 얘기를 나눴다.

곧 방송이 흘러나왔다.


[참가 번호 12, 홍팀. 공격 지연 행위로 1점 감점.]


"우우우!"

"뭐하냐! 재미없다!"

"거기서 뭐해! 이불 폈냐! 그럴 거면 둘이서 차라리 시원하게..."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방송이 울렸다.


[참가 번호 12, 홍팀. 공격 지연 행위로 1점 감점.]


<청팀 0 : 홍팀 11>


다시 1점이 감점됐다. 관중의 야유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주하가 보란 듯이 하품을 했다. 가희는 두 남녀를 주시했다.


'너흰 올 수밖에 없다.'


다시 30초가 흐른 순간. 가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온다."


성종태와 박나현이 모래 주머니 산에서 뛰어내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실점은 없다."

"너나 잘해."


양 팀의 거리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둘이 나란히 달려오던 중 갑자기 박나현이 오른쪽으로 틀어서 반원을 그리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성종태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

주하의 눈동자가 흠칫 떨렸다.


'어쩌지?'


주하는 자신도 모르게 가희를 쳐다봤다. 가희의 얼굴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가희는 그저 시선으론 박나현의 움직임을 체크하며 성종태의 공격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성종태가 지척으로 다가왔다.

결국 못참은 주하가 바락 고함쳤다.


"뭐라고 말 좀 해! 어떻게 할지!"


가희는 대답 대신 성종태에게로 튀어나갔다.


콰각!


가희와 성종태의 검이 맞부딪혔다.

가희는 1합에 그가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강한 상대를 만나자, 자연스레 가희의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한편 자연스레 박나현의 담당이 된 주하는 그녀를 향해 그래핀 소드를 들며 섰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하던 박나현이 10미터쯤 거리를 남겨두고 그래핀 소드를 빙글 돌리며 섰다.

주하가 인상을 팍 일그러뜨리며 쳐다보자, 박나현이 손을 으쓱했다.


"뭐하자는 거야. 지금."


주하가 힐끗 보니 가희와 성종태는 호각을 이루며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히고, 가희가 기습적으로 다리를 걷어찼지만 성종태가 피했다.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노려 성종태가 검을 휘둘렀지만 가희는 유연하게 몸을 틀며 그의 공격을 피했다.

상당히 수준 높은 싸움이었다. 관중의 열기도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잘 싸운다! 미모만 미친 게 아니라 실력도 미쳤네!"

"역시 성종태! 넌 인마 정면승부할 때가 제일 멋지다고!"


주하는 문득 이 넓은 경기장에서 자신만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

고갤 홱 돌려 박나현을 노려보는 주하.


"넌 왜 안 덤비는 건데."


저벅, 저벅. 주하가 박나현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도 나 무시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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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넘을 수 없는 벽 23.06.03 14 0 18쪽
18 18. 주하의 역린 23.06.02 13 0 18쪽
» 17. 오프너 토너먼트 매치 23.06.01 14 0 19쪽
16 16. 뮤턴트 생성 23.05.31 15 0 21쪽
15 15. 윤주하 생성 23.05.30 13 0 17쪽
14 14. 나는 너의 분신 23.05.29 16 0 17쪽
13 13. 뮤턴트 침입 23.05.28 11 0 19쪽
12 12. 대구 입성 23.05.27 9 0 19쪽
11 11. 가희의 본능 23.05.26 12 0 17쪽
10 10. 함정 23.05.25 12 0 17쪽
9 9. 사생팬 23.05.24 13 0 17쪽
8 8. 제시카 생성 23.05.23 15 0 18쪽
7 7. 70미터의 여신 23.05.22 22 0 18쪽
6 6. 라이센스 시험(2) 23.05.20 20 0 17쪽
5 5. 라이센스 시험(1) 23.05.19 20 0 18쪽
4 4. 최가희 생성 23.05.18 23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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