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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D2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현실을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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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알루론산
작품등록일 :
2023.05.15 21:15
최근연재일 :
2023.06.05 17: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6
추천수 :
5
글자수 :
169,252

작성
23.05.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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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9. 사생팬

DUMMY

"민호야. 도망쳐."


신경이 하얗게 탈색되는 느낌이었다.

풀썩 허물어지는 형준이 형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그 여자'는 피칠갑이 된 얼굴로 환히 웃었다.


"민호야. 이제 네가 리더야."


다행히 매니저 형들이 근처에 있어서 여자는 제압되었다.

사실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민호에게 끊임없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 잘했지? 칭찬해줘 민호야. 나 잘했지? 칭찬해줘 민호야."


여자는 살인죄로 기소되었고, 30년 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그녀가 기자들 앞에서 외친 말은 그해, 일명 '사생팬'의 문제와 함께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김미정 씨! 왜 윤형준 씨를 죽인 겁니까!]

[숙소에는 어떻게 들어간 거죠?]

[하실 말씀 없으세요?]


김미정은 마스크를 벗고 외쳤다.


[사랑해! 사랑해! 민호야 너만 사랑해!]


탑식스는 3개월 간의 휴식기 후, 최민호를 새로운 리더로 신곡을 발매했다.

제목은 'Rebirth'. 그 곡은 발매 후 21주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최민호의 진정한 전성기의 시작이었다.


#


모든 게 기억났다.

민호의 눈동자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숨결은 가쁘게 폐부를 오가고 있었다.

김미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 기억났어?"

"교도소에 있는 거 아니었냐?"

"킥."


김미정이 웃더니 쓰읍, 하! 상쾌한 공기를 마시곤 말했다.


"이런 시골 촌구석에 있는 교도소,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대격변이 터지고 교도관들도 저 살자고 도망가기 바쁘던데."

"그래 씨팔!"


갑자기 뒤에 있던 남자 하나가 분노를 터트렸다.


"정부 개새끼들은 식량도 안 주고 말이야! 교도관 새끼들도 최소한 문은 열어주고 도망가야 할 거 아냐!"

"야. 시끄러."


김미정이 쳐다보자 남자는 움찔, 하곤 톤 다운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큰형님이 있어서 살았지, 아니면 우린 다 굶어죽었을 거라고."

"내 말 못 들었어?"

"죄송합니다 누님. 갑자기 너무 빡쳐서."


남자가 허릴 푹 수그렸다.

김미정이 민호를 바라봤다.


"민호야. 어땠어? 내가 너 리더 만들어준 덕분에 그렇게 잘 나갔잖아."

"...고마워라도 해야 된다는 거냐?"

"고마워라도 해야?"


김미정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고마워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위문 편지 한통 정도는 썼어야지. 편지는 안 써주더라도 내가 보낸 편지에 답장 정도는 했어야지. 네가! 누구 덕분에 그렇게 잘 나갔는데! 나를 씨발 그런 데다 처박아놓고!"


김미정이 민호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확 가져다 댔다.


"그렇게 호의호식 하니까 좋았어? 응? 민호야."


김미정이 민호의 얼굴을 붙잡았다. 민호가 떼내려 하자 두 남자가 민호의 팔을 붙잡았다.

김미정은 이제 민호의 얼굴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다.


"응? 응? 말해봐 민호야. 좋았어? 하 씨발 사랑해. 아직 사랑해. 너만 사랑해 민호야. 응? 그러니까 말해봐. 좋았어? 응?"


김미정의 광기어린 눈동자를 민호는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 눈빛에 김미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 너, 그 눈빛. 아아. 날 경멸하는 그 눈빛. 좋아. 사랑을 못 받는다면 증오를 받을게. 그래도 좋아. 평생 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하아."

"읍."


김미정이 민호의 입술을 덮쳤다.


"으읍, 읍!"


민호가 고갤 세차게 흔들며 완강하게 반항했다.

김미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날렸다.


찰싹!


"씨팔 좀 가만히 있어! 너 때문에 그런 개고생을 했는데 이 정도 보상은 괜찮잖아?"


김미정의 입술이 덮치고, 민호는 더욱 거세게 반항했다.

김미정의 손이 다시 날아들었다.

짝, 짝, 짝, 짝!

매서운 손찌검에 민호의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입술은 터져 피가 흘렀다.


"아. 아아. 미안해. 어쩜 좋아. 피가 났어!"


김미정이 황급히 손을 뻗어 피를 닦아주었다.

손가락에 묻은 피를 본 김미정은 민호의 눈을 응시하며 그걸 핥았다.


"맛있어."

"역겨워."

"뭐?"

"역겹다고. 너란 인간. 고마워해야 한다고? 아니. 오히려 난 널 죽이고 싶었어. 좋았냐고? 좋았겠냐? 내가 그렇게 죽도록 일한 건 형준이 형 얼굴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야. 이 역겹고 멍청한 년아."

"......!"


김미정의 부릅 뜬 두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씨벌놈이."


빡! 남자 하나가 민호의 머리를 후려쳤다.


"어딜 감히 누님한테 찢어진 입이라고 튀어나오는 대로 말을 해?"


머리채를 휘어잡힌 민호의 고개가 들렸다.


"야. 진짜 입 한 번 제대로 찢어져보고 싶냐?"


탁! 탁!


"야. 야! 대답해. 씨벌놈이 뒤지고 싶어서."


김미정이 일어났다.


"민호야. 우리 교육 좀 받을까?"


사정없는 구타가 시작되었다.

한편 그 시간,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한가득 사고 있던 가희와 제시카는 바깥이 웅성거려 서로를 쳐다봤다.


"언니. 무슨 일이지?"

"내가 가볼게. 제시카 넌 계산하고 나와."


가희는 민호의 신용카드를 제시카에게 건네주고 밖으로 나갔다.


"아휴 어쩜 사람을 저렇게 잔인하게."

"쟤들 상주 연합 애들이지?"

"맞아 맞아. 그 교도소에서 탈옥한 인간들이 만든 길드."


가희는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


가희의 눈동자가 커졌다.

민호가 세 남자에게 둘러싸여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셋 중 하나는 마나 개방자로 보였다.

가희의 신형이 서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라라락!


옷깃이 바람에 격렬하게 스치는 것도 잠시. 가희는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스포츠 머리를 한 남자의 면상을 주먹으로 날려버렸다.


퍼걱! 주르르르, 콰작!


목이 늘어나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그는 5미터쯤 날아가 쓰레기통을 박살내며 처박혔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두 남자는 물론, 김미정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뭐, 뭐야! 너 마나 개방자였어?"


김미정이 놀란 얼굴로 가희를 쳐다봤다.

가희는 김미정을 무시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민호를 부축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으...윽. 응. 괜찮아."


차에 등을 기대고 선 민호가 가희에게 빙긋 웃어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가희야."


입 안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그의 피와 웃음으로 인해, 평정을 유지하던 가희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대표님. 죄송해요."


민호의 입가를 타고 흐르는 핏물을 닦으려 다가가던 가희의 손길이 감히 손 대기 힘든지 멈췄다.

대신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가희가 돌아섰다.


"헤에,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존나 꼴리게 생겼네."


한 남자가 벌개진 눈으로 가희의 전신을 훑으며 다가섰다.

뒤에서 김미정이 말했다.


"야. 어차피 넌 상대가 안 돼. 물러나."

"누님. 저도 나름 좀 친다고요."

"영식이 나가리 된 거 못 봤어?"

"그건 이년이 기습을..."


남자가 갑작스레 가까워진 인기척에 고갤 돌리니 가희가 바로 지척으로 다가와 있었다.

남자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가희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

지금 그는 정욕에 눈이 먼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차피 큰형님한테 가겠지만, 일단 오늘은 넌 내 거다."

"넌 몇 대 때렸냐."

"뭐?"

"몇 대 때렸냐고. 대표님."

"하. 하하하! 오오. 기존쎄네 이년. 그래 한 100대 때렸다. 어쩌게?"


가희의 주먹이 지체없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벅...

가희의 첫 주먹 몇 방에 남자는 이미 의식을 잃었지만 가희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가희는 남자가 쓰러지지도 못하게 머리칼을 붙잡고 패다가 아예 벽으로 던져놓고 짓이기기 시작했다.


"후."


스르르, 털썩. 남자가 쓰러졌다.

남자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엉망이 되어있었다.

가희는 다음 남자에게로 갔다. 그는 가희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마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넌 몇 대 때렸냐."

"어, 어어, 나, 난... 하, 한 대!"

"내가 본 것만 6대다."


가희의 몸이 날아갔다.

불과 수 초 후, 세 번째 남자도 떡이 되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넌?"


기가 막힌 얼굴로 서있던 김미정이 두 손을 발딱 들었다.


"난 한 대도 안 때렸어!"


가희가 민호를 쳐다봤다.


"정말입니까?"


민호가 씁쓸하게 웃으며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가희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500대?"

"어?"


가희의 신형이 튀어나갔다.

김미정이 절규했다.


"억울해에엑!"


#


김미정도 마나 개방자였던 듯했다.

물론 가희에게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긴 했지만, 적어도 의식은 잃지 않았다.


"가희야. 이제 됐어."


김미정의 머리칼을 틀어쥐고 뺨을 후려갈기고 있던 가희의 손목을 민호가 붙잡았다.

가희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래서 더 공포스러웠다.

가희가 민호를 바라봤다. 민호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충분해."


민호의 입가에 말라붙은 피딱지를 본 가희의 눈동자가 다시 요동쳤지만, 그녀는 순순히 손을 내렸다.


"킥."


그때 갑자기 김미정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학! 깔깔, 깔깔깔깔!"


목이 갈라져 께름칙한 웃음소리가 소름끼치게 이어졌다.

김미정은 아미를 찌푸리며 자신을 보는 가희에게 말했다.

눈이고 볼이고 퉁퉁 부어 표정이 어색했지만 김미정이 지금 가희를 비웃고 있음은 충분히 느껴졌다.


"너도, 켈록, 걔 좋아하냐?"

"......"

"아서라. 아서. 그 새낀 쓰레기야. 킥킥. 두고 봐. 너도 실컷 이용당하다가 반드시 버림받을 테니까."


뭐든지 부어올라서 발음이 불명확한 김미정이었지만, 눈빛만은 지독한 살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야. 민호야 괜찮냐?"


그때 현철과 제시카가 다가왔다. 현철이 민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다. 나 똥 싸느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

"괜찮아 형. 가희가 제때 와줬어."

"대표님."


제시카는 만나고 처음으로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불. 태울까요?"


제시카는 놀랍게도 손에 불꽃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본인의 계열 속성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하는 건 상위 티어의 오프너들이나 가능한 기술이었다.

물론 이건 제시카의 높은 마나운용력 덕분이다.

민호가 김미정을 힐끗 보자 김미정은 부어터진 눈을 크게 만들며 불타오르는 제시카의 손을 보고 있었다.

민호는 고개를 가볍게 가로젓곤 모두에게 말했다.


"됐어. 가자 이제."

"하지만!"


자신은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게 분한지 제시카가 김미정에게로 한 발 내디뎠다.

움찔 놀란 김미정이 주저앉은 상태로 뒤로 물러났다.


"김미정. 씨."


김미정이 제시카의 불꽃에서 가까스로 시선을 돌려 민호를 쳐다봤다.

민호가 그녀 앞으로 걸어가 섰다.


"그냥, 이렇게 살자."

"...뭐?"

"나도 형준이 형을 죽인 당신을 용서 못했어. 이유야 어찌됐든 당신도 날 용서 못하겠지. 그러니까, 우리 그냥 서로를 미워하면서 살자고."

"......!"


김미정의 눈이 흠칫 커졌다.

민호의 얼굴은 무감각했고, 메말라 있었다.


"평생 서로를 꼴도 보기 싫은 존재로 여기며 살자. 마주치기가 소름 끼치도록 싫은, 그런 사이로."

"나... 난!"


민호의 발걸음이 돌아섰다.

하나둘 멤버들이 차에 올랐고, 가희를 끝으로 문이 닫혔다.


"난 아냐. 난 아냐!"


부르릉, 휴게소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민호의 차를 뒤로, 김미정의 발악 같은 외침이 따라갔다.


"난 아니라고옥! 널 사랑해! 아직도 널 사랑한단 말이야! 마주치고 싶고! 보고 싶고! 평생! 죽을 때까지이이...!"


해가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민호의 차는 휴게소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휴게소 주차장에는 김미정의 괴이한 울음소리만 한동안 이어졌다.

한편 차 안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뒤늦게 나와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현철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민호야. 괜찮아? 내가 운전할까?"

"괜찮아. 형."

"그래도..."

"그러게 그 타이밍에 화장실은 왜 가?"


가희가 톡 쏘았다.

현철이 뒷머릴 긁적였다.


"몰라. 점심 때 먹은 게 뭐가 잘못 됐는지. 배가 자꾸 아프네."

"그렇게 입에 쑤셔넣을 때부터 알아봤어."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미안! 야 그래도 그 여자랑 남자 하나는 마나 개방자였다면서? 어차피 내가 있었어봐야 아무 짝에 쓸모도 없었다고."

"...대신 맞아줄 순 있었잖아."


가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너무 조그만 목소리라 현철은 듣지 못한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가희가 입술을 씹어물며 민호를 바라봤다.

민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팔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가희의 아미가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대표님."

"......"

"대표님."

"......"

"민호야!"

"아. 응. 응? 왜?"

"무슨 생각하고 있어. 가희가 부르잖아."

"어. 가희야 왜?"


민호가 가희를 힐끗 봤다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가희가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곧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버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느덧 주위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가희는 창문에 비친 민호에게 물었다.


'정말로 날 버릴 건가요?'


말하고 싶은 것,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결국 가장 마지막에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가희는 계속해서 김미정의 저주 같은 목소리가 떠올라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네 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쉬지 않고 남쪽을 향했다.

대격변 이후로 봉쇄되거나 파괴된 도로가 많아 네비게이션도 완벽한 안내는 불가능한 시대였다.

더군다나 중간중간 데이터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도 많아 민호는 도로 이정표를 의지해 남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왠지... 우리 아까부터 같은 곳을 멤돌고 있는 거 같지 않아?"

"코치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 저 기와집 아까도 본 거 같아."


마침 민호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천천히 길가에 차를 세웠다.


"몇 시야?"

"벌써 밤 12시가 다 돼가."


민호는 핸드폰을 켰다가 모두에게 물었다.


"다들 폰 터져?"

"아뇨."

"저도 안 터져요."

"난 밧데리가 나갔어."


시골 산길 도로에 가로등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고, 주변은 완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민호를 시작으로 다들 차에서 내렸다.


"으듯. 으으."


오랜 운전으로 몸이 찌푸둥해서 기지개를 한 번 폈다가 민호는 금방 몸을 움츠렸다.

아까 맞은 데가 쑤셔왔다.


"와. 왠지 으스스한데?"

"왜? 난 코치랑 어두컴컴한 데 같이 있으니까 좋은데."

"귀신 나올지도 모른다?"

"귀, 귀신?"

"어? 저기!"

"꺅!"

"푸하하!"


현철의 웃음소리가 산골짜기를 타고 메아리쳤다.

가희가 민호에게로 다가왔다.


"대표님. 어떡하시겠어요?"

"모르겠어."


민호는 그러더니 가희에게 빙긋 웃었다.


"고마워. 감사 인사가 늦었네."

"네?"

"아까 나 구해줘서. 든든하더라."


가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가희는 세상을 뒤덮은 어둠이 새삼 반가웠다.


"아니에요. ...죄송해요."

"응?"

"제가 대표님 곁을 지키고 있어야 했어요."

"아냐. 가희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


가희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민호가 어깨를 다독여주자 가희가 가까워진 민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앞으로 두 번 다신, 당신에게 손 대는 사람이 없을 거야.'


가희가 그런 다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 저거 뭐야?"

"불빛? 이쪽으로 오는데 코치?"


두 사람의 말대로였다.

도로 저편 멀리서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불빛이 보였다.


"어-이! 여기야 여기!"


현철이 보일 리 없겠지만 열심히 방방 뛰며 외쳤다.

제시카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재빨리 운전석으로 가 하이빔을 깜박였다.


"오!"


이쪽의 신호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저쪽의 불빛도 몇 번을 깜빡였다.

잠시 후. 네 사람의 앞으로 다가온 건 검은색 승합차 한 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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