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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D2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현실을 집필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알루론산
작품등록일 :
2023.05.15 21:15
최근연재일 :
2023.06.05 17: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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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169,252

작성
23.05.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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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8. 제시카 생성

DUMMY

[필력 레벨이 올랐습니다. 필력 레벨이 3이 되었습니다. 현재 작중 인물 수 3. 추가로 2명의 작중 인물을 집필할 수 있습니다.]


두근!


시스템 메시지는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민호가 인터넷으로 대구의 한 호텔에 세 사람이 묵을 숙소를 잡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신성의 탄생? 70미터의 여신.>

<외모도 실력도 역대급! 단숨에 포스트 이채아로 우뚝 선 최가희.>

<실력도 과거도 베일에 싸여 있는 신인 오프너 최가희. 그녀의 데뷔전은 언제?>


본의 아니게 인터넷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인터넷은 연신 최가희로 도배되어있었다.

대격변이 일어나고 7년. 오프너는 그 어떤 연예계, 스포츠 스타보다 인기있는 존재들이 되어있었다.

얼추 3년 전쯤부터 시작된 오프너 티어 포인트제와 현장 전투 영상의 공공 송출 허용은 그런 인기 상승에 큰 몫을 했다.


[쐐에에에에에엑! 콰자작! 와르르, 쿠궁! ...우와아아아!]


가희가 70미터를 가로질러 탑을 박살내는 장면은 불과 이틀만에 1천4백만 뷰를 찍었다.

영상의 댓글에는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언어로 찬사가 달려있었다.


'필력 레벨이 올랐습니다. ...라.'


민호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필력 레벨이 오르는 건 작중 인물의 유명세와 관련이 있는 건가?'


라이센스 시험 때 가희의 활약을 보며 은근히 필력 레벨이 오르길 기대했었지만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불과 이틀만에 최가희가 전국민이 아는 이름이 되자 필력 레벨이 올랐다.


'어쩌면 유명세도 스토리의 일부분일지도.'


'에디터'의 말에 따르면 어쨌든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필력 레벨이 오르는 게 원칙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좋아. 두 명이나 추가로 만들 수 있단 말이지?"


이건 예기치 못한 수확이다.

쓰고 싶은 인물의 소재야 무궁무진하다.

민호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인물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


"존명."


그가 고개를 숙였다.

민호는 그에게 신용카드를 하나 주었다.


"무영.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써도 좋다."

"알겠습니다."


수려한 얼굴의 남자였다. 그러나 여느 미남과는 달리 그에게선 일말의 호감도 느낄 수 없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한 자루의 잘 벼려진 칼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무영'이 방에서 사라지고, 민호는 다시 펜을 들었다.

방금 전에도 확인했지만 확실히 작중 인물의 시작점이 상승해있었다.

가희의 6개 스탯 총합이 124였는데 무영의 경우 138이었다.

필력이 늘면 개연성 측면에서 더 강한 인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좋아."


민호는 앞서서와 마찬가지로 <대원칙>과 <스탯 설정> 부분은 그대로 가고, 또 다른 작중 인물을 적어나갔다.


'스탯은 일단 무조건 100으로.'


잠시 후.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개연성에 맞지 않는 집필입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살리는 형태로 자동 수정에 들어갑니다. 5. 4. 3. 2. 1.]


역시나, 이젠 익숙해진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리고, 글자가 수정되었다.


<-인물 설정-

-이름 : 진해인(영어 이름 : 제시카 진)

-성별 : 여

-나이 : 22

-키 : 168cm

-몸무게 : 52kg

-속성 : 불(Ignis) 계열

-상세설정 :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로 서구형의 모델 같은 몸매를 지녔다.

발랄하고 늘 긍정적이며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격.

어린 시절부터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으며, 특히 미국에서 가장 오래 머물러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구사한다.

불 계열의 마나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또 다른 작중 인물 신현철이 미국 유학 시절 했던 PT 아르바이트 때의 제자로,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진해인은 신현철을 줄곧 짝사랑 해왔다.


-스탯 상세-

-체력 : 15

-근력 : 13

-마력 : 38

-마나운용력 : 42

-민첩 : 18

-반사신경 : 14

-잠재력 : 544

-카피 대상 : 전미 오프너 연맹 1티어 오프너 소피아 디샤넬

-카피율 : 35%

-잔여 카피율 : 65%>


"오... 음..."


일단 인물 설정 부분은 변동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다음 사람은 늘씬하고 새끈한 여자로 만들어주라.'


민호는 현철의 이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키득, 현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능력치도 잘 뽑혔다. 6개 스탯의 합은 140. 무영보다 2가 더 높다.

육탄전에 특화된 가희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나'에 능력치가 투자되는 걸 노리고 인물 설정과 카피대상을 썼는데, 그 또한도 정확하게 의도대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민호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어째서 무영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잠재력과 카피율이 이렇지?'


무영의 잠재력은 546이었고 진해인은 544다. 반면 가희는 무려 758이었다.

카피율의 합도, 가희는 120%였는데 무영과 진해인은 100%다.


'기본 스탯의 시작점은 높아지는데, 잠재력이랑 카피율이 깎이는 건 도대체 무슨 이치인지 모르겠네.'


민호의 의구심은 더 길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의 수정 사항이 없을 시 퇴고를 끝냅니다. 또한, 더 이상의 추가 집필은 필력 부족으로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민호의 눈이 재빨리 혹시 모를 실수를 발견하기 위해 '원고'를 죽 훑었다.


[집필 종료까지 10. 9. 8......]


하지만 애당초 정답이 없는 원고에서 틀린 걸 발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0초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눈앞이 환해지고, 민호는 혹시라도 형수님이 될지도 모를 여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재빨리 이불을 들어 '그녀'를 감쌌다.


"아."


그러다 본의 아니게 숨결마저 느껴질 거리에서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오토 커스터마이징 진짜 장난 없네.'


가희와는 또 다른 종류의 미인이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혼혈 미녀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서(西)보단 동(東)이 더 많이 섞인 얼굴이었다.

어쨌든 '화려한 미모'라는 설정에 걸맞게 머리도 백금발로 염색을 한 게 어딜 가든 눈에 확 띌 그런 외모였다.

갑자기 진해인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

"응?"

"그쪽이 나 만든 사람. 맞지?"

"어. 뭐. 맞아."

"하하! 와 너 정말 잘 생겼다. 무슨, 배우라도 돼?"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살짝 코맹맹이가 섞인 귀여운 음성에 악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는 아냐. 옛날엔 영화에도... 아니다. 지금은 오프너 길드를 하나 운영하려고 하고 있어."

"푸훗."

"왜 웃어?"

"아니, 그냥. 날 만든 사람이 너 같이 착한 사람이라 다행이라서. 난 나쁜 사람은 극혐하거든."

"그래?"

"응. 반가워 주인. 난 제시카라고 불러줘. 참, 난 뭐라고 부르면 돼? 주인? 아님 편하게 매스털?"

"엄... 다른 사람은 날 대표님이라고 불러."

"알겠어. 대표님. 잘 지내보자고."


민호는 '제시카'의 자그만 손을 잡으며 이상하게 기분이 업 되는 걸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밝은 분위기에 동화되고 있는 듯했다.


"일단. 이거 입어."


민호는 미리 준비해둔 돌핀 팬츠와 헐렁한 반팔티를 건넸다.

둘 다 가희에게서 빌린 거라 내일은 옷 좀 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대표님. 잘 입을게."


옷을 받아든 제시카는 민호가 돌아서기도 전에 이불을 훌러덩 벗어버렸다.

민호가 황급히 돌아서자 고개를 갸웃한 제시카가 이내 상관없단 얼굴로 옷을 입었다.


"다 입었어."


확실히 글래머러스한 가희와는 달리 제시카는 늘씬하게 빠진 모델 같은 몸매였다.

민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철의 취향은 이쪽이 확실했다.


"자. 그럼 우리 멤버를 소개할게."


민호가 방에서 나가자 마침 샤워를 끝마친 가희가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길드 등록을 한 날부터 가희는 미친 듯이 운동을 했다. 들어보니 하루에 러닝만 200km를 뛴다고 했다.

가희를 본 제시카가 깜짝 놀랐다.


"와우. 비.이.에이.유티플! 언니 진짜 예쁘다! 무슨 요정이라도 되는 거야?"

"대표님. 이쪽은?"


가희가 무표정한 얼굴로 민호를 쳐다봤다. 민호는 빙긋 웃었다.


"우리 새 식구야. 이름은 진해인. 영어 이름은 제시카. 제시카로 불러달래. 제시카. 이쪽은 가희야. 최가희."


제시카가 찡긋 웃으며 가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가희 언니. 제시카라고 해. 참. 언니 맞나? 나이가 몇 살이야?"

"스물셋."


가희는 제시카의 손을 맞잡았다. 제시카가 활짝 웃었다.


"언니 맞네! 다행이다. 난 나보다 어리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나 언니들 좋아해. 미국은 언니 동생 같은 개념이 한국처럼 강하지 않아서 늘 언니를 가지고 싶었거든."

"너 말이 많네."

"웅? 하하. 내가 좀 그렇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제시카는 그러더니 가희의 가슴을 보곤 헐렁한 자신의 티셔츠를 내려다봤다. 그리곤 한쪽 볼을 부풀렸다.


"언니는 뭘 먹어서 그렇게 가슴이 커?"

"......"

"뭐어, 나도 작은 사이즈는 아니지만, 와 아무리 봐도 언니는 정말 크구나. 한 번 만져봐도 돼?"

"......!"


제시카의 손이 다가오자 가희가 아미를 확 찌푸리며 주춤 물러섰다.

그때 가희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미안 미안. 카톡 이제 봤어. 민호야 왜 올라오라고 한...?"


현철의 입이 떡 벌어졌다.

군침을 다시며 가희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고 있던 제시카의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되었다.


"오 마이 굿니스. 이거 현실이야? 코치!"

"너, 너가 여긴 어떻게?"


제시카가 눈물을 뿌리며 달려가 힘껏 점프했다.

제시카는 하늘다람쥐가 착지를 하듯 현철에게 와락 안겼다.


"보고 싶었어 코치! 보고 싶었다구!"

"어, 그, 그래! 그래 시카야. 아니, 잠깐만. 으읏!"


제시카는 얼굴이며 몸이며 온몸을 현철에게 부비며 기쁨을 표시했다.

결국 현철은 얼굴이 시뻘개질 때까지 제시카에게 시달리다가 간신히 해방될 수 있었다.


"이, 일단 진정 좀 하고. 다들 앉자."


이정도까지의 반응은 예상 못했던 민호가 당황한 얼굴로 모두를 소파에 앉혔다.

제시카는 당연한 듯이 현철에게 엉덩이를 딱 붙여 앉았다.

민호는 현철에게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이고 있는 가희를 보곤 피식, 웃곤 현철에게로 고갤 돌렸다.

현철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최민호.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아. 그게 말이지. 저번에 형이 쌔끈한 여자 하나 만들어 달라고..."

"뭐어? 코치! 대표님한테 그런 말을 했어? 진짜로? 날 내버려두고?"

"어, 아, 아냐 시카야. 쟤가 뭘 착각했겠지. 뭘 잘못 먹었거나. 야. 너 저녁에 뭐 먹었냐? 예를 들면 설사똥 같은 거?"


현철은 제시카에게 꼼짝도 못했다.

민호는 현철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왠지 웃기고 재미있었다.


"킥킥. 형도 제시카한테는 꼼짝 못하네"

"야. 너... 너어는 나중에 나 좀 보자."


제시카가 노골적으로 하트를 띤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현철은 괜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대충 새 식구 소개는 된 거 같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갈게."


민호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떼자 모두의 시선이 민호를 향했다.


"우린 내일 대구로 갈 거야. 우리 목표는 앞으로 3주 안으로 2단계 포털을 셧다운 시키는 거다."


말을 끝마친 민호는 모두의 얼굴을 쳐다봤다.

가희는 비장한 얼굴이었고 현철은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엉덩이를 옮겼다.

제시카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계속 자기 엉덩이를 현철에게 가져다 붙이고 있었다.


"......"


'나. 제대로 만든 거 맞아?'


앞날이 캄캄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


대구까지의 운전은 현철과 가희의 승강이 끝에 민호가 하기로 했다.

민호는 현철을 조수석에 앉히려고 했지만 두 여자의 강력한 반발 끝에 가희가 앉게 됐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가 없네.'


세 사람은 제시카의 끊이지 않는 수다를 들으며 남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한국이랑 완전히 연락이 끊긴 거야! 미국 정부도 자기들 살기 바쁜데 한국 대사관 같은 거 신경이나 쓰겠어?"


거의 두 시간 동안 셋은 제시카의 일생에 대해 심도 깊은 강의를 들었다.

중간에 상주쯤 와서 휴게소에 들렸을 때였다.

가희와 제시카는 먹을 거리를 사러갔고, 현철은 화장실을 갔다.

민호는 대구 숙소까지의 남은 시간 확인과 이후 일정을 체크할 요량으로 차에 혼자 남았다.


<통신권 외 지역>


그러나 핸드폰부터가 터지지 않았다.

지방 도시 중엔 이런 곳이 종종 있었다. 정부가 통제를 아예 포기해버린 부산 경남 같은 곳까진 아니더라도 대격변 시기에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진 그런 곳.

민호가 시간 계산을 포기하고 메모장 앱을 눌렀을 때였다.


똑똑똑! 똑똑똑!


민호가 쳐다보니 어떤 여자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행색이 이상한 여자였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입술은 터져서 피딱지가 붙어있었다.

지이잉. 창문을 조금 내린 민호가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제, 제발!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도와주세요!"


너무나 다급한 음성이라 민호는 얼떨결에 차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신..."


그 순간이었다.

벌컥! 문이 강제로 열리며 바닥에 엎드려 있던 세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킥. 도와주세요. 그쪽 차가 너무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요."


여자의 표정이 돌변했다. 나름 반반한 면상엔 집에 불난 듯한 표정은 어디가고 잔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건들거리는 세 남자가 문을 꽉 잡았다.


"이야. 잘생긴 도련님. 우리 잠깐 내려볼까?"

"뭐하는 놈들이냐."


민호가 기죽지 않고 받아쳤지만 그뿐이었다.


"아 새끼 또 말 길어지게 하네. 우리 누님 그런 거 안 좋아하시는데."


스포츠 머리에 왁스가 떡칠 된 남자가 대뜸 민호의 멱살을 잡고 차에서 끄집어냈다.

속절 없이 차 밖으로 끌려나가는 민호는 직감했다.


'마나 개방자다.'


털썩. 땅바닥에 나동그라진 민호와 저편에서 아이를 데리고 차로 가는 부부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황급히 아이를 안으며 차에 올라탔다.

부아아앙. 세 가족을 태운 차가 급히 떠났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중앙 정부는 지방 중소도시에 대한 통제를 사실상 포기했다.

대신 그 자리는 광역권으로 진출 못한 군소 길드가 차지했다.

그들은 대한 오프너 협회에 '기여금'이란 명목으로 세금을 내고 자기 지역에서 군벌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도 그런 길드의 끄나풀 중 하나일 것이다.


"어머. 근데 다시 보니, 너 되게 잘생겼다?"


여자가 민호의 턱을 들어올렸다.


"헤헤. 딱 누님 취향 같은데요?"

"그렇지? ...잠깐. 너 얼굴이 어디서 본... 어? 어어? 최민호? 너 혹시 탑식스 최민호?"

"......"

"맞네! 탑식스 최민호!"

"어디 어디. 어? 그러네? 누님! 맞는 거 같은데요?"


그때 조수석 쪽으로 간 한 남자가 글로브박스 안에서 자동차 등록증을 꺼냈다.


"맞아요! 최민호!"


그가 자동차 등록증을 흔들었다. 다른 두 남자가 히히덕거렸다.


"와 우리 누님 횡재했네. 옛날에 탑식스 팬이었다고 했잖아요."

"너 운 좋네? 누님한테 큰 사랑 받겠다?"

"야. 다 닥쳐."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남자들을 노려봤다. 다들 얼음처럼 얼굴이 굳었다.


"민호야."


여자가 민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곤 천천히 민호의 머릴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탁.


"뭘 말이냐."


여자의 손을 쳐낸 민호가 몸을 일으켰다.


"하아."


여자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위에서 밑으로 한 번 내리자 두 남자가 달려들어 민호를 도로 무릎 꿇렸다.

쿵! 무릎이 바닥에 찍혔다. 민호는 고통을 참느라 이를 악 물었다.


"나 기억 안 나? 김미정. 네 팬 사인회 때마다, 콘서트 때마다 제일 앞에 있었는데. 너한테 편지도 많이 보내고 생일마다 좋은 일 있을 때마다 선물 챙겼는데. 기억 안 나?"

"......"

"너희 숙소에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민호는 희미한 기억 속을 더듬었다.

편지나 선물은 처치 곤란할 정도로 밀려 들었던 거라 일일이 기억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


순간 민호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사랑해! 사랑해! 민호야 너만 사랑해!'


벌써 9년이나 지난 일이라 이젠 잊고 살았던 일이다.

사생팬이라고 한다.

스타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극성팬.

원래 민호는 탑식스의 리더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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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주하의 역린 23.06.02 14 0 18쪽
17 17. 오프너 토너먼트 매치 23.06.01 14 0 19쪽
16 16. 뮤턴트 생성 23.05.31 15 0 21쪽
15 15. 윤주하 생성 23.05.30 13 0 17쪽
14 14. 나는 너의 분신 23.05.29 16 0 17쪽
13 13. 뮤턴트 침입 23.05.28 11 0 19쪽
12 12. 대구 입성 23.05.27 9 0 19쪽
11 11. 가희의 본능 23.05.26 14 0 17쪽
10 10. 함정 23.05.25 14 0 17쪽
9 9. 사생팬 23.05.24 13 0 17쪽
» 8. 제시카 생성 23.05.23 16 0 18쪽
7 7. 70미터의 여신 23.05.22 22 0 18쪽
6 6. 라이센스 시험(2) 23.05.20 20 0 17쪽
5 5. 라이센스 시험(1) 23.05.19 20 0 18쪽
4 4. 최가희 생성 23.05.18 23 0 18쪽
3 3. 식물인간 +1 23.05.17 30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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