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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D2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현실을 집필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알루론산
작품등록일 :
2023.05.15 21:15
최근연재일 :
2023.06.05 17: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4
추천수 :
5
글자수 :
169,252

작성
23.05.1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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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 이레귤러 포털

DUMMY

'조나단'과 놀다보니 어느덧 창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민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나단이 송골매임을 알게 됐다.

송골매의 성체는 40cm가 넘는다고 하니, 조나단은 아직 어린새인 것 같았다.

조나단은 민호에게 대단한 친근감을 보였다. 민호가 자릴 옮기면 따라와 어깨 위에 앉았고, 민호가 팔을 뻗으면 팔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손바닥 위에 앉는 묘기도 보여줬다.


"근데 너 배 안 고프냐?"


민호는 조나단에게 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해주곤(놀랍게도 조나단은 따라오지 않고 빨래걸이 위에 앉아 가만히 민호를 쳐다만 봤다.) 마트에 가서 새 모이를 사왔다.


포로롱.


기다렸다는 듯이 조나단이 날아와 민호의 어깨 위에 앉았다.

민호가 새 모이를 그릇에 담아 조나단에게 들이밀었다. 하지만 조나단은 관심이 없는지 깃털만 정리했다.


"왜? 먹어."


하지만 여전히 조나단은 모이에 관심이 없었다.


"목은 안 마르냐?"


민호가 물을 떠서 줬지만 조나단은 부리만 한 번 가져다 댔을 뿐 도로 포롱, 날아올라 민호의 어깨 위에 앉았다.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먹고, 그럼 계속 굶을 거야?"


그러자 조나단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창문가로 날아가 앉았다. 그리곤 고갤 돌려 민호를 쳐다봤다.

마치 창문을 열어달라는 듯이.

마트에 가느라 창을 다 닫아뒀던 민호는 고갤 갸웃하며 창문을 열어줬다.


푸득!


"엇!"


조나단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올라 창밖으로 나가버렸다.

도망? 아니. 그런 기분은 안 들었다.

민호는 직감적으로 저 녀석이 알아서 식사를 해결하고 올 거란 걸 알았다.


킁킁.


근데 나 지금 냄새나지 않나?

쩐내가 나서 코를 벌름거려보니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아침부터 운동해서 땀을 뻘뻘 흘렸는데 이채아가 갑자기 찾아와서 샤워하는 것도 깜빡했다.

그러고 보니.


"...이채아."


'오늘 저녁 8시. 성시후가 프로포즈.'


시간을 보니 7시다.

강남 경성 호텔은 청담동에 있었다. 여기서 별로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하하..."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나는.

민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곤 샤워를 하고 나왔다.

조나단은 아직 안 돌아왔다.

민호는 마트에 간 김에 사왔던 스프링 노트를 꺼냈다.

조나단과 노는 중 계속 생각했다.

뭘 쓸까?

뭘 '만들까?'가 아니라 뭘 '쓸까?'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역시 시스템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구체적 묘사가 없으면 임의 대필.'


즉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면 쓸수록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의 작중 인물이 탄생한다는 의미였다.

작중 '인물'이라곤 했지만 민호는 아직 인간을 만드는 게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볼펜을 들었다.


'일단은 시험적으로.'


사각. 사각, 사각.


민호의 펜대가 쉴 틈 없이 노트의 공간을 메워가기 시작했다.


<개. 품종은 저먼 셰퍼드. 높이 70cm, 체중 45kg. 치악력 1,300psi. 달리기 속도는 최대 100km/h. 작가 최민호에게 절대적 충성심을 보이며,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개였다.

글을 쓰기 전 나름 검색을 했었다.

민호는 그때 psi라는 단위도 생전 처음 알게 되었다.

1,300psi는 북극곰보다 강한 치악력이다.


'될까?'


일부러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현실의 존재를 적었다. 어디까지나 이건 시험이니까.

민호가 마침표를 찍고 곧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개연성에 맞지 않는 집필입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살리는 형태로 자동 수정에 들어갑니다. 5. 4. 3. 2. 1.]


"엇?"


민호는 깜짝 놀랐다. 노트에 빛이 한 번 스치더니 글자가 바뀌어있었던 것이다.

필체는 완벽한 자신의 것이었다.


<개. 품종은 저먼 셰퍼드. 높이 70cm, 체중 45kg. 치악력 700psi. 달리기 속도는 최대 80km/h. 작가 최민호에게 절대적 충성심을 보이며, 최민호의 말을 알아듣는다.>


'치악력과 속도, 말을 알아드는 대상이 수정됐군.'


민호의 검색에 따르면 치악력이 70psi면 사자와 비슷한 수준이고, 시속 80km면 가장 빠른 개보다 조금 우월한 수준이었다.

민호는 '최소한의 개연성'이란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터무니 없는 건 못 만든다는 거로군."


그때였다.


[더 이상의 수정 사항이 없을 시 퇴고를 끝냅니다. 또한, 더 이상의 추가 집필은 필력 부족으로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필력 부족?'


다시 말해 더 이상 생명체를 못 만들어낸다는 말인데.


'글을 쓰면 쓸수록 필력이 늘어나는 거라며?'


그런데 글을 더 이상 못 쓴다고?

그럼 필력을 무슨 수로 늘리지?

민호의 의문과는 상관 없이 시스템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집필 종료까지 10. 9. 8......]


10초 뒤 아주 짧은 순간 조나단의 그때처럼 눈앞이 환해졌다.


"헥, 헥."


민호의 앞엔 멋드러지게 생긴 셰퍼드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오..."


어김 없이 성공한 생명체 창조의 놀라움에 민호는 머리속을 헤집던 의문들을 잠시 뒤로 미루어 놓았다.

민호가 손을 가져가자 셰퍼드가 배를 까뒤집으며 누웠다.


"헥!"


민호는 녀석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이상했다. 녀석과는 처음 보는 건데 어렴풋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그건 애정과도 비슷한 유대감이었다.


"이름은 뭘로 해줄까?"

"컹!"


돌연 놈이 똑바로 앉으며 짖었다.


"음?"

"컹!"

"뭐라고? 지금 나한테 뭘 말하고 있는 거야?"


셰퍼드는 몸을 일으키더니 서성이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마렵나?'


그렇게 생각했던 민호는 서서히 눈을 의아함으로 물들였다.

녀석이 움직이는 데 일정한 패턴이 있었던 것이다.


"컹!"


한 번 짖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민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워...듯리...?"


녀석은 지금 마치 글자를 쓰듯 움직이고 있었다.


"헥, 헥!"


셰퍼드는 답답하다는 듯이 숨을 헥헥거리더니 끈기를 가지고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좀 더 명확하게 녀석의 움직임에서 글자가 보였다.


"뭐...든...지. 당...신......"

"헥, 헥!"


움직임을 끝마친 셰퍼드가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민호는 입을 떡 벌린 채였다.


"너 지금..."


민호는 놀람과 황당함이 뒤섞인 얼굴로 잠시 말을 못 잇다가 이내 뱉어내듯 말했다.


"뭐든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너 지금 이렇게 말한 거 맞아?"

"컹!"


녀석이 맞다는 듯 한 번 짖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순간 무언가가 생각난 민호가 노트를 보았다.


<최민호의 말을 알아듣는다.>


말을 알아듣는다.

이 말은 곧 민호가 하는 말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의 말은 문자로 이루어져있다.

즉 말을 안다는 것은 문자, 곧 한글을 안다는 말과도 같았다.

비록 발성기관의 구조가 달라서 '한국말'을 하진 못해도, 이 녀석은 '한국어'를 이해하고 쓸 수 있는 것이다.

놀람을 넘어 경악에 이를 지경이었다.


"...하긴."


놀람에 말을 못 잇던 민호는 곧 피식 웃었다.

지금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눈앞의 이 셰퍼드라는 존재, 그 자체다.


"좋아."


민호는 빙긋 웃으며 녀석의 머릴 쓰다듬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파트라슈다."

"컹!"


파트라슈가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한 번 짖었다.

그때 때마침 조나단이 돌아왔다.

조나단은 어딘가 좀 통통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컹!"


파트라슈가 조나단을 보며 짖었다. 순간 공격하려는 건 줄 알았는데 꼬리를 보니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조나단도 파트라슈가 반가운지 파트라슈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파트라슈도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며 조나단과 놀았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입가에 웃음을 띤 채 두 녀석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민호는 잠시 뒤로 미루어 놓았던 의문점을 꺼내었다.


'필력 부족으로 추가 집필이 불가하다.'


반대로 발하면 필력이 되면 집필이 가능하단 말이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필력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느냐다.

곰곰이 생각하던 민호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조나단, 파트라슈. 우리 산책이나 할까?"


머리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안 될 때는 역시 산책이다.

민호는 두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산책로를 걸으며 민호는 생각에 잠겼다.

만일 '필력'이 늘어나서 또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무엇을 만들까?'


아니 그 전에.


'왜 만들어야 할까?'


이게 보다 근원적인 질문이었다.

당장 오늘 오후만 해도 삶을 끝낼 마음까지 먹었던 자신이었다.

'혼자'라는 완전한 고독.

사실 삶 속에서 어떤 욕심 같은 건 없었다. 부귀영화나 주색잡기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딱히 만들어내고 싶은 대상이 생각나지 않았다.


"컹!"

"째짹!"


민호는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는 두 녀석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서 뭘 할까?'


민호가 그런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가을의 정취를 즐기러 나온 강변의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포, 포털!"

"포털이다!"


비명이 터져 나온 곳을 보니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있었다.


"빨리! 빨리 333!"


333은 대한 오프너 협회 콜센터 번호다.

사람들이 저마다 핸드폰을 귀에 갖다붙였다.

민호는 마치 이끌리듯이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고오오오...


강가에서 직경 2m가량의 보라빛 원이 천천히 소용돌이 치며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포털이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민호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포털의 기운이 손바닥을 스쳤다. 그건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 같은 느낌이었다.


"컹!"


그때 파트라슈가 달려와 민호의 옷깃을 물고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 위험한 걸 아는 걸까.


"끼잉, 끼잉, 헥헥! 컹!"


민호가 꿈쩍도 않자 답답한지 파트라슈가 짖었다.


"그래. 가자."


민호도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포털은 생성이 완료되는 그 즉시 안에서 뮤턴트가 튀어나온다.

뮤턴트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살의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포털의 회전이 거의 멎어가는 걸 보니 생성 완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크기를 보아하니 위험정도 1단계의 최하급 포털로 보였다.

물론 위험정도 1단계 포털의 뮤턴트라도 일반인은 대적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신고가 들어갔는지 가로등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경보 사이렌이 흘러나왔다.


[중앙방재청에서 알려드립니다. 현재 청담 강변 공원에 포털이 생성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인근의 시민 여러분께서는 즉시 귀가하셔서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대격변이 일어나고도 7년.

한국은 스스로도 완벽하다고 자부할 만큼 뛰어난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벌써 중앙방재청 소속의 오프너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은 지금 즉시 현장에서 벗어나 귀가해주십시오!"


현장 지휘관이 확성기로 아직 꾸물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재촉했다.


"현장 촬영은 방재법 제3조 7에 따라 엄격히 금지됩니다! 다들 핸드폰 집어 넣고 빨리 귀가하세요!"


오프너들이 왔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도망치기 바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릿해졌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시작됐다!"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던 민호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과연 포털의 회전은 정지해있었다. 최종 크기는 직경 3m가량.

포털의 위험 정도는 대부분 크기에 비례한다.

공식적으로 직경 15m까지는 위험 정도 1단계로 분류되니, 저 포털은 1단계 중에서도 하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


...라고 이곳의 모두가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당황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포털 생성의 끝은 회전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회전이 멈춘 뒤 포털의 색깔이 바뀌는데, 그 색깔이야말로 해당 포털의 위험 정도를 정의할 수 있는 척도다.

이것을 '포털 디파인'이라하고, 바로 이 포털 디파인 현상이 나타남으로 포털의 생성이 완료된다.

위험 정도가 낮을수록 보라색에 가깝고 높을수록 빨간색에 가깝다.

지금 저 포털은 선명한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최소 위험 정도 2단계.


"이레귤러 포털이다!"


이레귤러 포털.

1만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포털.

하필 지금 그런 포털이 나타난 것이다.

교환비로 볼 때 1단계를 완전 편제된 군대 1개 사단으로 본다.

위험 정도 2단계의 교환비는 1개 군단이다.

방재청 대원 쪽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보, 본청! 본청에 무전 때려!"


현장 지휘관의 급박한 외침과 동시에 포털에서 이차원의 존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키에엑! 키에에에엑!"


크기가 2.5미터에 달하는 뮤턴트들이었다.

사지와 머리가 달린 형태가 인간과 비슷했지만 놈들은 사족 보행을 했고, 긴 꼬리와 혀를 가지고 있었다.

현장 지휘관의 긴장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전대원 위치로!"

"위치로!"


방재청 소속 오프너들이 발악 같은 복명복창을 하며 방패와 레플리카 그래핀 소드를 들고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크르르......"


파트라슈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키에에에엑!"


뮤턴트들은 포효했다.

포털을 타고 새카맣게 밀려나오는 뮤턴트 군단의 압도적인 모습에 기가 질린 인간 바리케이드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지 마라! 5분만 버티면 본청에서 지원대가 온다!"


현장 지휘관의 외침은 뮤턴트의 포효 앞에 묻혀버렸다.


"키에에엑!"


뮤턴트 군단의 선두와 인간 바리케이드가 충돌했다.


"흐아악!"


위험 정도 2단계의 뮤턴트의 발톱에 인간의 철제 방패가 무참하게 찢겨나갔다.

첫 번째 충돌부터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들은 손톱과 발톱을 이용해 강철을 찢어발겼고 날카롭고 긴 수십 개의 이빨로 인간을 두 동강 냈다.

사실상 전신이 살인 흉기인 존재였다.


"흐악, 흐아악!"

"내 팔, 내 파..."


우적. 뚜득.


여기저기서 피 맺힌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간 바리케이드는 불과 10초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본부, 본부! 빨리 지원대를! 이레귤러 포털이다! 이러다 우리 전멸하겠다고!"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아무리 방재청 소속이라곤 해도 그들 역시 엄연한 오프너였다.

그러나 그건 위험 정도 1단계일 때의 이야기였다.

2단계부턴 차원이 달라진다.

방재청 오프너들은 그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구경을 하던 시민들은 상황이 예상 밖으로 전개되자 혼비백산해서 달아났지만 이미 타이밍은 늦었다.

벌써 시민의 사지를 뜯고 있는 뮤턴트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헉, 헉!"


민호도 열심히 도망치고 있었다.


"파트라슈! 이쪽이야!"

"컹!"


하지만 그는 피신 인파의 후미에 있었고, 인파가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도망치는 엉망인 상황에서 현장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퍽!


"윽."


털썩. 누군가와 부딪힌 민호는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에잇 시팔놈이 걸거치게!"


민호와 부딪힌 커다란 체구의 남자는 문신으로 떡칠한 팔을 위협적으로 치켜올리더니 문득 지금 상황이 떠올랐는지 이내 계속해서 달려갔다.

민호도 계속해서 도망치기 위해 일어났다.


"으윽."


민호의 얼굴이 구겨졌다. 방금 넘어지면서 발목을 접질린 모양이다.

그때 주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살려줘, 으흐헝, 살려달..."


꽈득.


바닥에 엎어진 채 뮤턴트에게 싹싹 빌던 한 남자의 머리의 절반이 씹어먹혔다.


"키에에에엑!"


민호는 멍하니 주윌 둘러보았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머리가 박살나 뇌수가 튀는 사람. 하반신이 사라진 채 기어가는 사람.

휘어진 그래핀 소드를 펴려고 안간힘을 쓰는 방재청 대원. 그의 한 쪽 팔은 이미 날라가고 없었고, 곧 그의 머리도 뮤턴트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크르르..."


민호의 앞을 막아선 파트라슈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꼬리는 아래로 한껏 말린 상태였지만 위협적으로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민호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히꾹!"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입가로 인간의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뮤턴트 한 마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엑!"


뮤턴트가 입을 벌리며 짧게 울었다. 놈의 이빨에 걸려있던 팔 한 짝이 철푸덕,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신으로 떡칠된 팔이었다.


"우읍!"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때였다.


"야! 최민호! 네가 왜 여기 있어!"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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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대구 입성 23.05.27 9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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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함정 23.05.25 14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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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제시카 생성 23.05.23 1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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