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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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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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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2

DUMMY

15


한숨을 거둬들이고, 주섬주섬 가방 정리를 할 무렵. 녀석이 꿈틀거렸다.


"무, 무울."


생각하니, 또 열 받네.

저 자식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녀석의 헛소리를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가방 안의 구슬들을 가지런히 보온병에 욱여넣었다.

남은 초록 구슬은 스무 개. 처음에 있던 숫자와는 다르게 많이 없어졌다.

내가 먹었지만, 그래도 무지하게 아깝다.


요놈만 아니었어도.....


"제길."


그래도 거미에게서 얻은 루이 2세와 윌슨 1호. 아나트도 복구했으니, 나름대로 수지맞은 장사는 한 거 같다. 더불어 저 짐 덩이의 누나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으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는 개뿔.


"끝나봐야 아는 거지. 에고. 삭신이야."


머리를 가볍게 도리 짓고, 더는 생각지 않았다. 고민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괜히 머리만 아프고, 짜증만 날 뿐.


"으. 시끄러."


자꾸 신음 흘리는 녀석 때문에 물을 담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사람의 도리는 다해야지 않겠나 싶다. 저대로 둔다면 탈진 내지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러면, 누나는 황.


둘러업고 그렇게 빨리 달렸으니 속이 뒤집힐 만도 하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살자고 그리한 것을.


"자! 속 좀 풀어라."


허겁지겁 마시는 녀석. 왠지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아까.

발길질은 뭐. 딱히 사과할 일은 아니겠지?


"후우우. 형님 덕분에 살았네요."

"알긴 아냐?"

"그래도 속이 뒤집히는 거 같아요. 진짜 죽겠어요."


일단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눈앞에서 사람이 직접 죽는 건 보지 싫다. 본 적도 없으니, 제발 죽더라도 내가 안 보는 곳에서 죽어주라. 알겠지? 짜샤.


"이제 어떻게 할거냐?"

"뭘요?"

"네 누나 어떻게 찾을 거냐고! 저렇게 득실거리는 외계 놈들 사이에서 찾는다는 건. 폭탄 들고 자살하는 거랑 마찬가지 아니야?"


말이 심했나.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내 가족들이 저들 사이에 있다면 상황은 바뀌겠지만. 상관없는 이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다.


"저기. 형님. 제가 저번에 말한 거 기억하세요?"

"뭐가."


우물쭈물하며 뜸을 한껏 들인 녀석은 조심스럽게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한데 기분이 좀 요상스럽네. 왜인지 모르겠지만. 좀 그렇다.


녀석은 재빨리 품 안에서 조그마한 기계를 꺼내어 내밀었다.


"뭐냐?"

"아! 제가 눈이 안 보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누나가 준 건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누나가 찾으러 온다고 했거든요."


뭐라 씨부렁거리는 건지. 세상에 그런 물건도 있나? 전파가 차단되고 방송 수신도 끊긴 마당에?

위성은 일찌감치 파괴됐다고. 그런데 조만한 물건으로 탐지할 수 있다?

장난하나.


"내가 좀 봐도 될까."

"물론이죠. 그러니까 꺼낸 거잖아요. 헤."

"웃지 마. 정든다."


건내 받은 물건은 알 수 없는 빛을 발했다. 왠지 비싼 물건 같지만. 요리조리 봐도 내 눈엔 단지 휴대폰 크기의 고물이다. 참고로 난 전자제품이 싫거든.


"이거, 어떻게 쓰는 거냐?"

"저도 눈이 안 보여서 모른다고 했잖아요. 그냥 가지고 있으면 누나가 찾아온댔어요."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지?

내가 무슨 동네 할머니 약 팔아주는데 온 줄 아나. 호구로 보네. 이게.


"옜다."


그래도 내 물건이 아니니, 손에 곱게 쥐어줬다. 녀석은 무슨 신줏단지 모시든 조심스럽게 품에 넣고, 바라봤다.


"뭐? 왜?"

"아뇨. 그냥요."


역시.

녀석은 보통 눈치가 아니다.


"형님. 저 근데. 화장실에 좀."

"응? 그래. 싸."

"네?"


저 녀석 눈이 안 보이더니 귀까지 먹었나.


"대충 싸라고!"

"아니 그게. 제가 좀."

"뭐?"

"아니 그러니까. 으음. 좀 그래서요."


겁나 소심하네.

그냥 대충 싸면 될 걸 가지고.


"뭐. 어쩌라고. 요강이라도 갖다 줘?"

"그래 주시면 좋기는 한데."

"이게 누굴 호구로 아나. 미친놈아. 대충 아무 데서나 싸라고."


쓸데 없는 얘기를 하고 지랄이야. 고개를 돌리고, 가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좋게 말할 때,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마."


평택이 반나절 거리이니까 그리로 갈까.

아니면, 호랑이 굴로 들어갈까.

서울......이라.


목적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즈음. 끙끙거리는 녀석의 행태가 귀에 거슬렸다. 뒤를 돌아보니, 엉금엉금 기어가는 꼬락서니가 영 마음에 걸렸다.


"가관이다."

"혀, 형님. 저 큰 거. 으윽."

"미치겠네. 야 그냥 거기서 싸라니까. 나 안 볼게."

"그게 제가 좀 민망해서요. 으으윽."


심각한가. 창백한 얼굴을 보니, 당장 뭔가 튀어나올 듯싶었다. 처음 봤을 때의 표정.

외계 생물체한테 쫓길 때보다 더 장난 아닌데?


"졌다, 졌어. 귀찮게."

"허헙. 혀, 형님. 으윽."


몸을 일으펴, 녀석을 일으켜 세웠다. 많이 힘들었나. 이마에 식은땀이 작살이네? 빠르게 겨드랑이 낀 채로 주택 근처에 녀석을 내려두었다.


"됐냐? 편하게 싸라."

"저기. 혀, 형님이 가셔야."

"아, 거참. 더럽게 따지네."


투덜거린 뒤,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며 한 마디 외쳐 주었다. 제일 중요한 내용이며,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


"여기까지 냄새 풍기지 마라. 죽는다."

"예엡."


저렇게 좋을까. 대답하는 음성에 행복함이 넘쳐 흐른다.

여간해서는 잘 웃지 않는 나였지만, 녀석의 기쁨이 대충이나마 느껴졌다. 어라. 근데 내가 언제 용변을 봤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이거 큰 문제다. 물도 안 마시고, 음식도 안 먹은 지 꽤 되었다. 신체 리듬이 이상해진 건가. 한 삼 일은 된 거 같은데.

군대에 입소했을 당시에도 일주일 동안 배변을 안 했지만.


"알 수가 없네."


예전과 지금과의 차이점은 뭘까.

하나밖에 없었다. 외계 생명체의 구슬. 문제의 근원지는 그거 하나뿐인데. 설마 구슬을 먹으면 물도 식량도 필요 없는 건가. 허어. 이거 놀랠 노자인데.


푸지지직.

으이씨. 심각한 상황에 대해 고찰 중이신데, 어디서 음험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거냐.


"야! 이 자식아. 작작 싸!"

"예, 혀, 으으윽."


뿌지지직.


*


"뭐라고?"


검은 하늘에 수를 놓은 엄청난 크기의 비행체. 주변으로 빼곡히 박힌 자잘한 비행선들. 커다란 비행선 안에 레벨 넘버 10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죄송합니다."


쾅!


역시나 외계 생명체들도 성깔들이 한가락 하는지, 앞에 높인 탁자가 부서질 뻔했다.


"어찌하여 검은색을 놓쳤단 말인가."

"변명 같지만, 레벨 넘버 60이 지상으로 풀렸습니다. 이후는 제 판단으로 놈이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레벨60을 도리어 저희가 막아야 했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추후 포획을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레벨 넘버 25가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지상에서 활약한 레벨 넘버가 대부분 100대 이후. 그렇기에 레벨 넘버 60은 강자에 속하는 생명체였다. 당연히 지구인과 검은색의 생명체가 버틸 수 없었다는 게 그의 판단.


"그건 꽤 잘한 대처였다. 그러나 넘버 25. 검은색을 발한 미확인 생명체를 놓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처신을 달게 받겠습니다."

"지금부터 위쪽으로 올라가, 지구의 남은 푸른색 생명체들을 모조리 죽여라. 지금 생포된 지구인들만으로 실험은 충분하다. 별의 재탄생과 정착할 순간이 다가왔으니 실수는 더는 용납지 않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레벨 넘버 10이시여."


거대한 모선에서 빠르게 튀어나온 레벨 넘버 25. 자신의 비행체에 오르자마자 방향을 위로 선회하여 빠르게 올라갔다. 그에 따라 자잘한 비행선 역시도 삼분지 일가량이 뒤를 쫓았다.


"설마 검은색 생명체가 이 별에도 존재했다니. 반드시 잡아야 한다."


레벨 넘버 10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


"형님."


주택가에서 들려오는 상큼한 목소리. 듣기만 해도 녀석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그래. 미치도록 시원하겠지. 암. 그럴 거야.


"왜 인마."

"저 다 했어요."


저런 썩을 놈의 자슥. 다 쌌으면 알아서 기어 오던지. 왜 자꾸 동네 똥개 부르듯 불러대는 거야. 내가 무슨 하인이야!


"그래. 인마. 시부랄. 내가 간다. 가."


가방을 마저 정리하고, 녀석이 있던 주택 앞으로 들어섰다. 녀석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뒤처리가 상당히 깨끗하다.


"시원하냐?"


물음은 사실 필요 없었다. 녀석의 얼굴만 봐도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참 세상 살기 편한 녀석이네. 그깟 용변 한 번 봤다고 저리 쾌청한지고.


"헤헷. 제가 좀 그렇죠?"


그래. 잘났다.


"가자."


녀석을 둘러업기는 조금 애매해 손을 내밀자 여린 손이 손을 맞잡았다. 이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짜슥."


가방이 놓인 자리까지 녀석을 끌고 왔다.

왠지 장님의 지팡이 대용으로 전락한 이 거지 같은 느낌.


딱.


"아야야. 왜 때려요!"


녀석이 이마를 부여잡고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차마 내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럴 때는 단순한 방법과 대화가 필요한 법. 굳이 둘러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때리고 싶어서."

"으씨."

"으씨?"


말대꾸를 하는 거냐.


"헤헤. 제가 뭐라고 했나요?"


의도를 기막히게 아는 녀석. 그러니 내가 너를 못 버리고 데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나.


"아니."


다 안다. 나를 욕하면서 때리고 싶을 거야. 그치? 허나 어쩌겠냐. 내가 용변도 못 본 지 오래됐고, 그래서 기분이 더러워서 때렸다고 얘기하면 좀 추잡하잖니.


"그래. 좋은 자세다. 앞으로는 토 달지 마라.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군대에서도 다 이러면 알아서 행동하더라. 세상이 다 그런 거 아니겠니?


"근데 형님. 이제 어디로 가요?"

"글쎄다. 넌 어떻게 하면 좋겠냐?"

"으음. 저야 뭐. 형님이 하자는 데로 해야죠. 무슨 힘이 있나요."


역시.

나의 처남이 될 자격이 충분해. 아주 좋아.


"글쎄. 서쪽으로 갈 생각인데."

"거기는 왜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외계 놈들이 바닷가를 무서워 한데. 그래서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피난 갔다던데."


녀석은 가만히 말을 듣다가 피식 웃음 지었다. 뭐가 웃긴지 입까지 가리며 웃는 모습.

저거 죽일까.


"뭐가 웃기냐?"

"크큭. 아니 그렇잖아요.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데. 하물며 바닷가에 가면 산다니요. 형님이 보시기엔 외계인들이 그럴 거 같아요?"


그거야 당연하.....음. 아니겠지?


"나도 안다. 당연히 아니지. 녀석들이 무슨 드라큘라도 아니고 소금물을 무서워하진 않겠지."

"당연하죠. 아마 헛소문이 돌았을 거예요. 오히려 유인해서 한 번에 잡아먹으려고, 소문냈을지도 모르죠. 크큭."


왠지 이 자식. 재수 없네.

딱.


"아야. 또 왜요?"

"응? 아! 너 똑똑하다고 쓰다듬은 건데. 손이 좀 세게 나갔네. 미안."


얄밉다. 아는 척하는 녀석. 밥맛이다.

녀석을 일단 세워두고, 가방을 둘러맸다.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긴 한데. 녀석 때문에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제길.


"혹시나 모르니까 형님 말대로 서쪽으로 가죠. 제가 있던 곳은 놈들이 득실거리니 갈 수가 없겠네요."

"그, 그럴까."


왠지 휘둘리는 느낌이지만, 내가 말한 곳으로 가니 그것도 좀 아닌 거 같다. 꽤 기분이 묘해지네.


"잘 붙잡고, 따라와라."


병아리 반의 유치원생이 가방 뒤를 붙잡으며 걸어가는 모양새. 그런데 뭐 어쩌랴. 눈이 안 보인다는데.


*


쿠우우우.

하늘의 비행체가 삽시간에 여기저기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건 레벨 넘버 10의 생각.


"반드시 잡아야 한다. 크흠."


고민에 가득 찬 얼굴.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복잡한 사정이 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굳은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아니했다.

치지지지직.


"레벨 넘버 10. 잘 있는가."


치지지지직.


"오. 자네구만. 언제쯤 도착하겠는가."


레벨 넘버 10의 목소리는 좀 전과는 다른 한층 밝아진 톤이었다. 무언가 억지로 만드는 느낌이지만, 화면 속 상대방이 알아차리기에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지구와의 거리는 약 삼 일가량이 남았네. 벌써 모두 정리해버린 건 아니겠지?"

"하하. 마무리 단계네. 자네들이 도착하기 전에 모두 끝낼 참이었는데."

"허어. 그러면 내가 데려가는 레벨 넘버들이 나를 잡아먹을걸? 이제 자네도 좀 쉬게나.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우주에서 넘어오는 본국의 소식에 레벨 넘버의 표정이 한순간 변화됐다.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 생각대로라면 대규모로 이동하는 생물체들은 필시 레벨 넘버 10대에서 90대 사이.


넘버 10은 검은색의 생물체에 대해 말을 꺼내야 할지 고심했다. 분명 연구 목적이 아니었다.

뜸을 들인 그는 이내 결심하고, 비장함이 서려 있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저기. 이 별에서 검은색을 발하는 생명체가 발견되었네."


레벨 넘버 10이 작심하고 말을 잇자, 상대방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표정 역시도 놀라움에 가득 차 있었다.


"뭐, 뭐라고? 지금 자네 검은색이라고 했나?"

"그렇다네. 지구인들의 고유 빛깔인 푸른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라고 했네."

"자, 자네가 본 것이 확실한가?"


의심 반, 기대 반. 또는 두려움이 어느 정도 섞인 음성. 도대체 검은색 빛깔이 어떤 뜻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수하가 생체레이더로 포착했다 하더군. 얼마 전이라네."

"어쩔 셈인가."


선체에는 왠지 모를 비장함이 흘러넘쳤다. 레벨 넘버 10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떠한 행동이 예측될 지도 뻔한 답이었다.


"일단 빠르게 찾을 것이네."

"그리고?"


말하기가 어려웠을까. 아니면 사태의 중요도가 높아 감히 통신선 상에서 말하기를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후세에 빛을 볼 것이네."


뜬금없는 그의 말.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가.


*


"야, 빨리 와!"

"가고 있잖아요."


늦은 밤이 되자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졌다. 예전에는 일교차가 이리 크지 않았었는데.


외계 침공 이후 밤 온도가 점차 낮아지고, 날씨의 변덕이 심해져만 갔다.


"슬슬 추워진다. 왜 이렇게 날씨가 요란스럽다냐."

"바닷가가 이 근처라 그런지도 모르죠."


왠지 대꾸하기도 귀찮아졌다. 간간이 들려오는 굉음때문에 심장이 덜컥거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근데 있잖냐. 이름도 모르고, 기억을 잊은 거 맞아?"

"네? 기억을 잃다니요?"

"이름을 모른다며. 그리고 네 누나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잖아!"

"네."


천연덕스럽게 잘도 이야기하는 구만. 왠지 또 한 방 쥐어박고 싶다.


"그럼 기억이 안 나는 거 아니냐고?"

"에이. 이름이 생각 안 난다고 했지. 기억 상실이라고는 얘기 안 했는데요."


또 얄밉게 말한다. 나 참. 그게 그거 아닌가. 꼴랑 이름만 기억이 안 나는 게 더 이상한 거잖아.


"그래? 그럼 너. 정체가 뭐야?"


질문이 이상했나. 말하고 나서 후회했지만. 이미 뱉어낸 말은 주워담기 싫었다. 굳이 대답을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 제 정체요?"


말하면서도 방긋방긋 웃는 녀석. 그런데 이어진 말이 머리통을 심하게 강타했다. 이럴 수가. 그게 정말이냐?


"너, 방금......뭐라고 했냐? 내가 잘 못 들어서."


귓구멍에 손을 넣고 후비지도 못했다. 워낙 사실성이 없다 보니.


"......라고요."


이런 미친!


작가의말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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