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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7,431
추천수 :
1,059
글자수 :
98,197

작성
17.08.15 15:36
조회
224
추천
3
글자
12쪽

먹고보자 6

DUMMY

6.


쉬이이익! 퍽.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줄을 놓음과 동시에 날아가는 화살. 파괴력은 엄청났다. 콘크리트 벽에 꽂힐 정도로 막강한 힘. 그러나 크나큰 문제에 봉착했다.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내 발. 아니 발 같은 손이 문제였다.

금손도 아닌 똥손.


"젠장. 나는 손이 없고, 앞발만 있는 건가. 드럽게 안 맞네."


티비에서 볼 땐 꽤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말도 안 되게 어려웠다. 과녁으로 깡통 하나 올려놓고, 쏘아 보낸 화살. 적중은커녕 깡통에서 근 2미터나 벗어났다. 과녁 위치는 불과 20미터밖에 안 되는데. 군대에서도 사격했을 때 나름 적중률이 높았었는데, 이건 내가 봐도 도저히 못 봐주겠다. 난 개발. 아니 개손이었다.


"아나트가 문젠가."


역시 사람은 남 탓하기 딱 좋은......인성이었다.

애꿎은 아나트 넘버 쓰리만 바라봤다.


"잘 좀 해봐, 인마."


왠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역시 전통의 활로는 안 되는 걸까. 잘 쏘는 사람이야 장비를 가리겠냐마는 내가 문제니 그런 거였다. 그렇다면 해답은 나왔다.


"그래, 아나트야. 미안하다. 용도변경 하자꾸나. 바로 석궁으로 바꿔 줄게. 매우 편하고 사용자에게 특화된 무기. 정확도와 신뢰성이 매우 높은 궁. 총하고 견착도 비슷하고, 그거 아니겠니? 내가 뒷북치는데 뭐 있다니까. 으하하하."


난 천재가 아닐까 싶다.

좀 비겁하고 야비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거 쓰다 뒈지면 누가 보상해준다고.


빠르게 지하실로 달려가 아나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만드는 방법. 어떻게 만드는 거였더라.


"십자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궁을 고정. 그리고 으음! 끝에다가 고리쇠를 걸고, 아래쪽에 방아쇠. 오케이."


전문적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대략 이미지만 떠올렸다. 내가 무슨 대장장이도 아니고 시범작으로 만들어보고 안 되면 고치지 뭐.


어쨌든 쿵짝저짝해서 개미 다리를 잘라내 뚝딱거려, 한동안 이놈과 씨름을 했다.

이름하여 아나트 개량판. 이런 거 시중에 내다 팔면 사실 개값도 안쳐줄 텐데. 어떠랴. 성능만 좋으면 되지.


아! 완성품을 만들고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역시 아나트는 나의 여신. 수호신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견착 부위에 가죽까지 덧대고 보니 영락없는 석궁이 되었다.

이제 이걸로 놈들을 멀리서 맞춘다면? 부자가 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구슬도 많이 모아두었다가 이쁜 여자라도 만난다면.


나도 모르게 입이 찢어졌다. 흐뭇한 망상일지라도 돈 주고 상상하는 거 아니잖냐. 여튼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나는 한동안 자세에 대하여 깊은 고찰에 들어갔다.


"요 자세는 좀 아니고. 음. 요건 괜찮네."


눈대중으로 대춘 감을 잡고, 잠시 후 아나트 개량판을 든 채 사격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자신감이 붙었다. 여성들이여. 기다려라. 내가 간다. 그리고는 전방에 목표. 깡통 새끼.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깡통 님아."


표적이 정말 외계 놈들이라도 된 것처럼 집중에 집중을 더했다. 연습도 실전처럼. 만약 명중을 못 한다면 밥을 굶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그건 생각외로 내가 판돈을 크게 걸었다는 거다.

심혈을 기울여 눈으로 목표물을 조정하고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후우우. 하나, 둘, 셋!"


숨죽인 카운트 다운. 드디어 화살이 반응을 보였다. 쏘아진 힘! 전방의 깡통!

피슝! 퍽.


날아갔다. 화살 님이 드디어 깡통과 접촉을 시도하셨으나 조금은 아쉬웠나 보다. 아까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목표에서 50센티가량 비켜나갔다.


"아! 아쉽네."


진짜로 아쉬웠다. 나와 한 약속. 뭐 내가 한 번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나? 없었지.


"다시! 도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다. 누가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어색하게 화살을 들었다. 왠지 누가 지켜보는 것 같다.


"그래도 삼세 번은 해야지. 남자가 말이야."


남자면 삼세 번! 세상에 널리 퍼진 진리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밤에 쓰일 수도 있는 말이잖아. 비유가 틀릴지 모르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다시 쏴서 맞추는 게 중요한 거지.


"두 번째는 봐주지 않겠다!"


피슝! 캉!


"오오오. 맞았다. 오오미. 맞아 버렸으."


기분이 째졌다. 평평한 자리에 놓인 깡통이 벽에 처박혀 있었다. 워낙 힘이 좋은 화살과 탄력 있는 심줄로 인한 파괴력. 자신감은 백 배 높아지며 어깨가 자연스럽게 떡 벌어졌다.


"아나트 개량판. 아! 아니지. 아나트 넘버 쓰리. 앞으로 잘 부탁한다. 으하하하."


석궁을 아주 상냥하게 쓰다듬고 다시금 연습에 돌입했다. 이 연습만이 생명을 지켜줄 것이다. 무기는 단지 거들뿐.


*


어느덧 삼 일가량이 지났다. 아나트의 먹이. 즉 화살을 백 개가량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그리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나날이기도 했다. 바로 초록 구슬의 힘이 삼 일간의 기점으로 효과가 끊어진다는 것이다.


이틀 전 저녁 무렵, 몸이 갑자기 무거웠었다. 온몸이 추욱 처지며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상체는 괜찮았기에 밥은 먹고 살아서 다행이었다.

몇 시간을 겨우 넘어서야 행동할 수 있을 정도. 깨달은 점은 진정 이게 마약인가 싶었다는 것이다.


"이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초록 구슬의 힘. 효력이 한시적이라고 뜻하는 것은 소모성이란 뜻. 즉, 계속 필요로 하게 되니까 수요는 넘칠 것이었다. 효과는 엄청나고 부작용은 심했다. 이런 게 바로 중독으로 가는 패턴이다.


"생각해보니 진짜 심각한데. 이거 나중에 모아두었다가 파는 건 좀 생각해봐야겠는데."


내가 먹을 것도 부족한데 남한테 팔기가 뭐했다. 돈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필요 없다. 즉, 이 난세에는 구슬의 힘만이 중요한 것이다.


"일단 거미들을 다시 잡으러 가야 하나. 거미는 초록 구슬, 개미는 붉은 구슬. 그러고 보니."


가방 안에 고이 모셔둔 붉은 구슬. 효과가 뭔지 몰라 먹을 수 없었다. 위험에 처하면 먹으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은 태평성세였으니, 먹을 필요가 없었고.


일단 최악의 상황에서 생각해야 했다. 초록 구슬이 있다면, 도망이라도 치겠지만, 위험은 언제나 뒤통수를 때리는 법.


"일단 항시 소지하고, 위급 시에 먹자."


천천히 아나트와 화살을 등에 짊어졌다. 무겁지 않았다. 생명의 무기인데 어찌 무거우랴. 허리춤에 루이 2세와 윌슨 1호를 끼어 차고 며칠 전의 동네로 방향을 잡았다. 새의 위험은 존재했으나 동태만 살피고, 없다면 지상의 적 중에서 몇 마리만 죽일 심산이었다.


"새 말고, 다른 놈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날 정체를 확인했어야 했거늘. 아쉬웠다. 뭔지도 모를 적들을 상대하기에 상황이 찜찜하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 이 동네를 조금씩 벗어나 나의 삶을 찾기로 다짐했지 않은가.


"어차피 사는 인생. 일확천금과 아름다운 여자를 얻기 위해서 떠나야 한다. 힘들지만 굳 초이스."


오른쪽 눈을 찡긋거리며 영화에서 나올 법한 대사를 읊어봤다.


"흠, 나 좀 멋있는데?"


변태......지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아나트의 원거리 무기, 루이 2세의 단단한 검날. 조금이지만 두려움이 가셨다. 사흘 동안 화살 연습뿐만이 아니라 검술도 익혔다. 검증되지 않은 실력이지만, 장점은 확실히 파악했다.


"잔머리를 최대한 쓴다. 위험이 도사린다면 도망친다. 또한, 확실한 적만을 포획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장점이 빠졌다.


"최대한 야비하게 행동해주겠다. 으하하하."


이제는 움직인다. 외계 생물체를 잡으러 가야 하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 하지 않더냐. 이전과 같은 행운은 더는 없다. 그들은 5킬로 떨어진 동네에 존재할 것이다. 떼거지로만 오지 않는다면 승산은 나에게 있다.


"믿자. 화이팅!"


왠지 모르게 흥분감이 솟구쳤다. 복권을 사러 가는 마음과 비견될 정도였다. 단지 다른 건 외계 생명체는 1등이 확실한 복권이었을 뿐.


"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출발!"


출바알.


*


"허억, 허억. 이런 씁."


미칠 것 같다.

너무 멀다. 5킬로가 이렇게 멀었나. 운동 부족이다. 30분을 걸어서야 겨우 도착한 동네. 물론 걸어오며 주위를 사주 경계하며 왔기에 더욱 힘들었다.


"젠장. 초록 구슬 한 개만 주면, 안 되겠니."


금단현상이 자주 온다. 아마 최고에서 최저로 나락한 기분. 정말 더러웠다.


"저기였나."


경험이란 참으로 값진 것이다. 위험을 예기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해주니까.


"어? 있다."


드디어 입질이 왔다. 동네 구석진 어귀에서 예상할 수 있는 소리가 그걸 증명했다.

찌르륵. 치르륵.


저기다. 그런데 생각보다 잡음이 심하지 않다. 저번에는 소리가 엄청 심했었는데. 지금은 꽤 한산했다. 그렇다는 건.


"좋았어."


수가 얼마 없다는 뜻.

이제는 야비해져야 할 때다. 이럴 줄 알고 집에서 외계 전용 낚시 로프를 가져왔다. 결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좋아. 싸그리 낚아주겠어."


부서진 주택, 양쪽에 가슴 높이로 로프를 묶었다. 마치 부비트랩 같은 함정. 물론 줄 사이사이로 개미 다리를 뾰족하게 다듬은 침을 묶어놨다. 그래야 녀석들이 달려올 때 침이 박히지 않겠는가.


또한,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 다행스럽게, 아주 좋은 지리적 위치가 있었다. 로프와 거리는 약 20미터가량. 연습 사거리 백 프로의 안정권이었다. 도주로는 내가 왔던 길옆. 두 사람 정도 왕래가 가능한 조그마한 도보.

최고의 덫과 최적의 도주로다. 이보다 더한 준비는 존재치 아니한다. 그나마 적들이 수십 마리가 아니라면 해볼 만했다.


"시작이야. 긴장하지 마."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 주변의 돌무더기를 찾았다. 엄폐해야 하는데, 없네? 최상의 시나리오를 말아 먹었다. 허나, 이까짓 변수는 예상해뒀다.

아깝지만, 화살 하나를 손에 들고 벽을 엄폐물을 삼아 시도해야 했다.


"후우우. 막상 하려니 떨리는군. 자! 침착해."


1분 동안을 나 자신에게 타이르고, 드디어 아나트를 꺼내 들었다. 소리가 난 곳은 이곳과 대략 50미터. 그 정도면 충분히 날아간다. 손에 떨림이 좀 많이 전해진 나의 아나트. 진정해라. 이 새끼야. 나까지도 떨린다고!


드디어 시작을 알리는 첫 발사. 잡아당김과 동시에 날아간 화살.

피슈웅. 퍽!


놈들이 있을 법한 어귀. 화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벽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외침.


"치르륵, 취히르륵."

"치르르륵. 꾸애애액."


돼지 멱이라도 따나.

아따 떨린다. 정확히 그들이 몸짓을 드러낸 곳을 집중 조준하며, 다시 한번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걸쳤다.


"어서 나와. 복권아."


나 떨고 있는 거 맞지. 이럴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안 무서운 척하며 소리치기다.


"나오라고. 이 새끼들아!"


제발 새만 나오지 말고.

혹시나 그놈이라면 20미터 거리에서 맞출 수 있지만, 싫었다.


다행히 그 녀석은 오지 않았다.

어귀에서 등장한 거무죽죽한 형체가 조금씩 보이며 내 눈이 그들을 식별할 때쯤. 입이 저절로 쩌억 벌어졌다. 그토록 거미를 원했건만, 나는 초록 구슬이 필요하다고!


"저거 뭐냐. 이번에는 파란색 풍뎅이냐."


쿵쿵쿵쿵쿵.

대략 열두 마리. 좀 많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번 일은 내가 초래한 것임을.


"이번에는 생명을 걸어야 할지도."


두두두두.

놈들이 무차별적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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