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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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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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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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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검정색

DUMMY

14


주섬주섬 자리를 털고 일어선 녀석. 다부지게 말하는 모양새에 유독 눈이 갔다. 자신감이......음.


"누나랑 이어 줄게요."


가득 차 있었다.

짜식.

맘에 든다.

맹랑한 말이 내 가슴에 비수를 꽂을 줄이야.

아니, 큐피트의 화살인가.


"흐으음."

"백 프로! 확실하게요."


땡긴다. 가슴에 불이 댕겨지는구나. 드디어 내 인생에 봄이 오는가. 하지만 녀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었다. 누나가 예쁘다고 한 것도 너무 주관적이지 않은가.


좋아하는 티를 내는 것도 무리수. 이럴 때는 그냥 조용하게. 암묵적인 거래를.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하는 거냐?"

"당연하죠. 형님같이 능력도 뛰어나신 분이랑 누나랑 이어주는 게 당연하죠. 더불어 저도 좀 편하게 살 수 있구요. 헤헤."


머리를 긁적이는 녀석. 역시 맘에 딱 든다. 그러나 누나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나를 좋아해 줄지도 알 수 없다. 눈도 보이지 않는 짐 덩이와 예쁜 누나.


무지하게 고민된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인가. 오! 신이시여. 왜 이런 시련을 주시옵나이까.


"이거 어쩌지. 곤란한데."


작금의 상황은 역시나 단점이 두드러졌다.

즉, 입이 늘어, 기동력 반감과 거추장스러움이 더해진다. 딱히 장점이라고 꼽는다면 내가 미치지 않도록 대화해주는 거? 단지 그거뿐이다. 뭐가 더 이로울까. 고민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차라리 다 때려치우고 떠나 버릴까.


"제가 아저씨 괜찮게 봐서 그러는데요. 우리 누나랑 진짜 사귀어봐요. 진짜 몸매가 후덜덜 장난 아니에요."


후우. 녀석.

드디어 나의 갈등을 해소하게 하는구나. 됐다. 끝났다. 몸매가 좋다면야 얼굴이야 평타만 치면 된다. 갑자기 입가에 흐르는 웃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취향을 저격하다니.


"크허험. 뭐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는지 전혀 몰랐네. 네 말대로 한 번은 만나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눈이 좀 높아서 말야. 크음."


눈치채지 못하겠지. 아암. 내 연기실력은 수준급이니까.

여자가 필요하다는 내색을 하면 녀석의 태도는 돌변할 것이다.

그러니 애써 한 번은 만나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겨야 했다. 제대로 들어갔겠지?

역시 아둔한 녀석은 헤픈 웃음을 지으며 해맑게 입을 열었다.


"암요. 물론이죠. 우리 누나 땡 잡았네. 이렇게 멋진 아저씨는, 나 생전 처음 봤거든요."

"그래 보이냐?"

"당연하죠. 다리도 빠르고, 힘도 세고. 거기다 안 봐도 음. 헤헤. 그렇다고요."


짜식이 뭘 좀 아네.

왜, 뻔히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데, 밉지가 않을까. 제일 맘에 드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였다. 그래. 네가 말한 뜻. 벌써 눈치챘다.


"짜식. 그래. 엉아가 네 누나 찾아준다. 거기까지만이다. 근데 혹시 이름이 뭐야?"

"이, 이름이요?"


왜 저렇게 놀라는 건지. 이름이야 당연히 바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혹시.


"뭐야? 거짓말이야? 뒤진다."

"아, 아니 있어요."


아! 외계 생명체 무리로 들어가 찾을 뻔했다. 이 자식이 사람을 갖고 노나. 내 순수한 영혼에 감히 스크래치를 그으려 하다니.


허리춤에 루이 2세를 빠르게 뽑아, 녀석의 목 앞으로 가져가 댔다. 나를 놀린 대가는 죽음뿐. 아, 생각해보니 그건 좀 심하나. 겁만 주는 거로 하지.


챠아악.


"누구 앞에서 약을 쳐! 네놈. 누나 없지?"


말이 좀 이상하다. 누나가 없다는 게 꼭 주어 같네.

물론 상관없다. 내게 중요한 게 그거. 맞으니까.


녀석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 눈에 보일 정도의 흔들림. 정곡을 찌르니 당황스럽냐?

하! 기가 차서 말이 다 안 나오네.


"그게 아니고요. 진짜 누나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요!"

"어디서 개수작이야!"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는 걸 보니, 역시나 순발력이 떨어진다.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칼을 치우고 분노의 발길질을 시전했다.


퍽 소리가 나며 구석까지 밀려난 녀석. 꼴 좋다. 거짓말은 당해도 싸다. 한순간 젊은 남자의 가슴에 불을 지펴줬으니, 그나마 이 정도로 감지덕지한 줄 알아라.


"아가야.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은 나쁜 거란다. 아쉽지만. 잘 살아라. 짜식아."


역시. 저 녀석을 데리고 다니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마음을 다잡고 몸을 돌리는 찰나 뒤통수를 강타하는 녀석의 한 마디. 또 사나이 가슴을 울리는구나.


"증, 증명사진이 있다고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나랑 뭔 상관이냐고. 허나 마음은 몸과 따로 놀았다. 어느새 녀석을 일으키고 먼지를 털어주는 손과 발. 이 녀석들. 그새 많이 힘들었나 보군.


"진작 얘기하지. 흠흠. 아! 아! 일단 줘 봐."


녀석은 품속에서 동그란 금장시계를 꺼내어 내밀었다. 저 자신감. 그래. 그렇구나. 넌 누나가 있는 거였어.

오른쪽의 작은 버튼을 누르자 딸각 열리는 시계. 제법 멀쩡히 작동하며 보이는 가족사진. 음.


"야! 너!"

"네?"


아차. 저 녀석 눈이 보이질 않았지. 괜히 미안해지네. 사진 속에는 부유해 보이는 부모와 아이 둘. 역시나 한 명은 저 녀석이다. 꽤 곱상하다. 그리고 예쁘다는 누나.

정말로 눈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미모가 빼어났다. 사진에서 광채가 흘러넘칠 정도였으니.


"진작 이걸 보여줬다면, 맞을 일도 없었잖아. 흠. 아팠냐?"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구시렁거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지은 죄가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 사고가 있었나.


"너는 이름이 뭐야?"


녀석은 질문을 들은 이후에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애써 들으려 하지는 않았다. 딱히 궁금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죄송한데 제 이름도 기억이 안 나요."

"그래?"


아마 기억상실증 같은 건가. 헌데 자기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하는 것들은 대부분 뒤가 구린데.


"으아아. 기억이, 기억이 안 난다구요."


퍽.

나도 모르게 발길질이 나왔다. 순간 엄청나게 놀랐다. 큰 소리로 떠들어대다니. 다시 정신을 잃었는지 구석에 처박힌 녀석을 힐긋 본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외계 생명체의 기척이 조금씩 감지됐다.


"돌겠네."


빠르게 녀석을 둘러메고 조용한 마을로 다시 달렸다. 아무래도 이 녀석 때문에 마가 꼈다. 뛰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이 녀석.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거로 보아 눈치도 좀 있어 보이고.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콰광광.


"제길."


뒤편에서 폭음과 함께 개떼처럼 또다시 몰려드는 외계 놈들. 역시나 눈치 하나는 최고다.


"에휴."


불안한 마음에 뛰면서도 뒤를 돌아봤다. 역시 수십 마리가 떼거리로 몰려오는구나.

힘차게 달리며, 순식간에 주위를 가득 채우는 붉은 개떼. 아직 싸울 곳이 아니기에 높은 곳을 찾아야 했다.


*


그런데.

어깨에 둘러업은 꼬마 녀석.

이후에 진정한 정체를 알게 됐다. 지금 당장에 알았다면, 이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두 눈 시퍼렇게 뜰 수 있었다는 걸 왜 숨겼었냐. 에휴.


*


녀석을 짊어지고 다가간 곳은 조용했던 주택가.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슈우웅. 퍽.

슈우웅. 퍽

이제 아나트의 화살도 떨어졌다.


"제기랄. 억수로 몰려오는구나."


옆에서 기절한 건지 태평스럽게 잠을 처자고 있는 것인지. 꼬맹이는 두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었다.


"선택이 잘못됐어, 그 어느 날. 너와 내가."


루이 2세를 꼬나 들고 눈을 부릅떴다.

붉은 개떼의 수가 줄기는 개뿔.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로 늘어 있었다.


투타타타.

하늘에서는 벌써 눈치를 깠는지 외계 생명체의 비행선 모습이 한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뭐 됐다. 도망치려 했지만, 이제는 늦었고. 비행선보다 빠른 물체? 그런 게 있으면 아무나 좀 알려줄래?


빌어먹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비행체는 대여섯 대에서 더는 늘어나지 않았다. 크기가 작지도 않았고 거대하다면 거대했다.


"저놈한테 이름을 묻는 게 아니었는데."


저 자식이 소리만 치지 않았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다!


*


치이이익.

하늘에 떠 있는 비행체 내부는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모선과의 통신이 부산스럽게 상황실에 울려 퍼졌다.


"응답하라. 여기는 브라보. 여기는 브라보. 현재 남부지역에서 불명확해 보이는 생물체가 발견됐다."

"메인 카피. 현재 상황은?"

"지구인으로 보이는 두 명. 아니 으으음. 한 명의 지구인과 알 수 없는 생물체가 레벨넘버 175들과 대치 중입니다."


모선의 외계인은 브라보의 보고에 이질감을 느꼈다. 현재 이 별에 지구인과 자신들밖에 없는데 알 수 없는 생명체라니.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알 수 없는 생물체라니. 명확히 파악하라."

"라저 카피. 현재 지구인 한 명은 확실합니다. 레이더에 포착된 생체리듬은 푸른색의 지구인 한 명. 헌데 다른 하나가 검은색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뭐라고!"


모선에서의 신음성이 브라보의 귀까지 들려왔다. 레벨 넘버 9의 놀란듯한 음성.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브라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찌할까요? 삭제시킬까요?"

"잡아. 무조건 생포다. 현재 검은색이 나온 경우는. 그것까지는 알 필요 없고! 생포해서 연구해야 한다. 반드시 잡아!"

"라저 뎃."


쿠우우우.

하늘에 떠 있는 비행체가 선회하더니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


"젠장. 끝도 없군."


붉은 개놈들을 아무리 베어도 말 그대로 끝이 없었다. 체력의 한계가 밀려오니 이대로 죽는 건가.


"내 인생이."


부욱. 퍼억. 슈하아악!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단 말이닷!"


부와아악. 캐갱 캥캥.

힘차게 내돌린 루이 2세에 순식간에 10마리가 베어졌다.

이제 앞에 산처럼 쌓인 외계 시체들. 내 무서움을 알았을까. 녀석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숨이 턱 밑까지 몰아닥쳤다. 다행히 녀석들이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시간은 벌었다.


아삭, 아삭. 꿀꺽.

물 한 모금과 초록 구슬 두 개를 흡입하자, 200마리는 더 처치할 수 있을 것 같다.


"크으으읍. 캬아."


그래도 힘든 건 사실.

그나마 구슬을 먹으니 몸에 활기가 돈다. 눈앞에 더 이상 적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빌어먹을 놈들. 빠르게 몸을 이동시켜 잠만 퍼질러 자고 있던 녀석을 둘러업었다.


"내 진짜 기필코. 반드시 너에게 열 배로 받아 내겠다. 알겠냐? 이 자식아. 후우."


한결 가벼워진 다리를 놀려 적들의 반대로 뛰어가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등 뒤에서 몰려왔다. 흡사 집채만 한 거미와 한바탕했던 날. 그 위험한 느낌과 흡사한 건 착각일까. 제발 그랬으면 좋으련만.

다리를 멈추지 않고, 슬며시 뒤를 돌아보자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어찌 이렇게 안 좋은 쪽만 잘 들어맞는 거냐고!


쿠웅. 쿠웅.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큰 진동. 녀석이 발걸음을 내딛자 주변으로 뽀얀 안개 연기. 화려한 놈의 등장을 볼 수 있었다.


"젠장. 이번엔 너냐."


입가의 침을 질질 흘리는 거대한 코끼리 같은 새끼. 이빨이 얼마나 컸는지 입 바깥까지 튀어나온 거 같다. 메머드냐. 뭐냐.


"선사시대에서 나왔냐?"


여기서 멈춰 서면 나는 그냥 죽는다 생각했다. 빠바박. 발 뒤로 튀는 돌멩이의 속도로 보자면, 지금 시속 100km로 달리는 거 같다. 한데 어째 놈의 입김이 등가에 닿는 듯한 더러운 기분이냐.


뿌우우우. 쿵쿵.


알 수 없는 긴장에 방향을 90도로 꺾어 튀자 내가 있던 곳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이런 제에엔자앙."


*


쾅!

탁자를 주먹으로 치는 브라보 함선 선체의 선장. 분노의 찬 외침이 선실 내에 퍼져갔다.


"저거 누구야! 누가 풀었어? 당장 회수해!"

"지, 지금은 곤란합니다."

"곤란이고 나발이고 간에 저 녀석이 죽는다면, 내가 죽게 생겼단 말이닷! 당장 레벨넘버 60을 회수하라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선장 앞에 생김새가 똑같은 외계 생명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동일인이라고 착각할 정도.


"저기 아시잖습니까. 레벨 60은 지상으로 내려서면 저희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이거 미치겠네."


두 손으로 머리라고 부를 수 있는 큰 대갈빡을 감싼 선장은 레이더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푸른색과 검은색이 하나 되어 요리조리 움직이자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칠 노릇이네. 레벨 10님께서 지금 이리로 오시고 있다는 말이다."

"저기, 그래도 방법이."


쾅!


"안 되면 되게 하란 말이다. 갖은 수를 다 써서 저 녀석을 막아!"

"그럼, 저희의 수하로 막으라는 말씀이신지......"

"온갖 레벨 넘버를 풀어서 속도라도 늦춰라. 어쨌든 그 수밖에 없다. 녀석들이 도망간다 해도 죽는 것보다 낫다."

"라저."


*


"으아아아!"


걸음이 나를 몇 번 살리는 거냐. 작은놈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면 큰놈이 오는 건 당연한 거냐.


쿵쿵.


꼭 뒤에서 저승사자가 따라오는 기분이다. 헌데 가관이로구나.


우우우우. 캐갱캥캥.

산 넘어 산이요. 설상가상이로다. 큰놈도 따돌리기 힘든데 엄청난 개떼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오늘 진짜 살아남기 힘들겠는데. 다시는 예쁜 여자 안 밝힐 테니까. 살아남게만 해주십시오. 천지신명이시여.


"제에발. 살려 달라고!"


진짜 싸우기도 겁났다. 이건 뭐 상대를 봐가면서 싸워야지. 내 특기가 야비하게 구덩이나 파고. 멀리서 화살이나 쏘아대는 안전빵 사냥인데. 대놓고 일대 몇백으로 어떻게 싸우라는 거냐. 오늘따라 하늘도 무심하네.


"으으으음."


어깨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욱. 혀, 형님. 너무 빨......우욱."


지금 그거 신경 쓸 기분 아니다.


*


아르르. 컹컹컹. 퍽. 캐개캥

어째 이상한 느낌이다. 방향을 요리조리 바꾸며 고개를 슬쩍 돌리자, 희한한 장면이 포착됐다.


너희들. 같은 편 아니었니?


매머드의 앞을 가로막는 개떼들이 어째 내 편 같이 보이는 거냐.


컹컹. 수백 마리의 개떼의 노력.

내 잊지 않겠다. 거기 그 구슬은 너희 거다. 화이팅.


슬며시 웃음을 지우고, 방향을 서쪽으로 향했다. 분명 저곳엔 평택이 있고, 부근에 서해가 있을 것이다. 소문으로는 녀석들이 바닷가에서 싸우지 못한다고 들었으니 일말의 희망이 엿보였다.


"아싸!"


녀석들의 싸움 소리가 점차 멀어지며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나의 생명도 꺼져가는 촛불에서 다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되어가는구나.


"후욱, 후욱."


십 여분을 달리며 여기저기 흔적을 지워버렸다. 아아. 정말 거지 같은 하루였다.

이윽고 위험이 없다 판단되어, 한적한 시골 동네에 접어들었다.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사정없이 등에 매달린 녀석을 패대기 쳐버렸다.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하아. 겁나 힘드네. 후우우."

"우욱, 우욱."


아직도 토악질을 내뱉는 녀석.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편하게 엎드려 있는 거냐. 괜히 열 받아 웅크리고 있던 녀석의 배를 오른발로 차버렸다.


퍼억.

이삼여 미터를 날아간 녀석은 또다시 실신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난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다녔는데. 제 깟게 감히 편하게 엎드리고 있어?

괘씸한지고.

녀석에게 시선을 거두며 숨을 가라앉히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 하루 오지게 재수 없는 날이다.


"에휴. 복도 지지리 없지."


작가의말

뭐...그렇죠...일단 1권 분량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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