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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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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30
추천수 :
1,059
글자수 :
98,197

작성
17.08.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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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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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먹고보자 9

DUMMY

9


거미가 온다.

무지하게 달려온다.

집채만 한 거미......


"제길."


내게로 달려온다고!


"도망쳐야 해......"


정신적 공황상태.

식은땀도 나지 않았다.

오직, 시선만 고정될 뿐. 멍청히 바라만 본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도망치라고. 이 멍청아!"


절망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벌떡 몸을 일으켜 움직이지 않는 다리,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빡!

빠아악!


이제야 다리가 그나마 반응을 보였다. 아픈 건 둘째치고 일단 살아야 한다.


"시벌."


아나트를 가슴에 품고, 움직였다. 최대한 놈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살 수 있다.

두두두두.

달리고 나니, 그제야 속도가 붙는다.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러나.


"저 거미 새끼."


쾅쾅.

놈의 발이 지상에 부딪힐 때마다, 흙먼지와 진동이 느껴졌다. 또한, 다리의 보폭 차이로 놈과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거리는 벌써 50m 안팎. 가만히 있으면, 내 남은 삶은 고작 15초.


"빌어먹을. 2단계 작전을 펼친다."


무조건 작전대로 움직인다.

'1단계 무작정 도망친다.'로서 푸른 구슬을 먹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나쁘진 않다. 2단계로.


"후욱. 제발, 제발!"


예상 위치로 선정한 곳에 다다르자 녀석들과의 거리는 대략 30m가 남았다. 이제 남은 생명은 십여 초.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져야 하는데. 빌어먹을. 무서워 죽겠다.

시간은 절대 배려하지 않아, 카운트다운 10초. 9초.......


"어떡하냐고."


큰놈 한 마리. 작은 거미는 대략 70마리. 눈에 띄게 대형 거미는 느렸다

그나마 다행. 작은놈부터 처치해야 하는데, 방법이.


"에라이."


생각과 동시에 가방에서 구슬을 꺼내 들었다. 푸른 구슬을 몽땅 흡입. 커다란 붉은 구슬을 빠르게 입에 넣고, 깨물었다.


"효과!"


그딴 거 생각할 틈도 없었다. 신속하게 아나트를 집어 들고, 놈들을 재빨리 겨냥하기 바쁘다고!


"쓰읍. 이판사판 합이 공사판. 이 자식들. 다 뒈져 버렷!"


붉은 구슬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알게 뭐냐! 다가오는 녀석들을 향해 석궁의 방아쇠를......방아쇠를.


피슝!


나가야 하는데.

왜 반응이 없냐. 응? 이 빌어먹을 아나트야.

이 새끼.

언젠가 배신할 줄 알았다.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 응? 제발 살려줘.

바닥에 떨어진 방아쇠 고리.

먼지처럼 흩어지는 조각들.


"젠장."


방아쇠의 고리가 산산조각이 나자, 허망한 생각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래도 2단계의 역할.

오각형의 로프가 녀석들을 잘 막아주고 있었다. 대형 거미만 예상에서 제외됐었지. 나머진 똑같다. 침착해라. 제발 침착해.

그나마 작은 거미들을 상대로 만든 로프가 고맙네.


그런데 지금 왜 더 괴로운 건지 모르겠다. 괜히 고통만 느끼다가 천천히 죽을 듯싶은 미래. 죽이려면 빨리 죽이지. 희망 고문하는 새끼들이 더 나쁜 새끼들인데!


"아!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이렇게 내뱉었지만, 불타는 가슴은 거짓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 비참하게 더러운 땅굴 속에서 흙 파먹고, 뿌리나 먹으며 연명하는 것보단 지금이 낫다. 다른 집 식량이나 털고. 좋은 일을 했던 적은 있었나? 그러고 보면, 참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았다.


"그래도."


악착같이 살고 싶다.

억울하고 분하다.


"난, 난 살아남을 거야."


거미들.

작고 날카로운 거미들의 행동. 슬슬 머리를 쓰려고 한다.


"몸으로 밀어붙이다 안되니, 로프를 이빨을 물어뜯어?"


저놈들도 머리란 게 있었다.

그러니 지구를 집어삼킨 것이겠지.


"그래. 육박전을 원한다 이거지?"


더는 생각 못 하게 만드는 거미들. 한쪽 선이 무너져 내리는 게 보인다. 마지노선......마지노선이.

무너진다.


"젠장!"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하루에 이천 개씩 팔굽혀 펴기 한 게 억울해서 쉽게는 못 죽겠다.


"이 잡것들!"


양손에 루이 2세를 집어 들고 달려나갔다. 3단계는 실패다. 확실히 실패다. 도주로는 유명무실. 어차피 놈들은 죽이지 못한다면, 나 역시 존재치 아니한다.

빠르게 도주로를 포기하고, 눈에 불을 키며 놈들에게 향했다.


"죽일 거야. 죽여버릴 거야."


투둑. 로프들이 모두 끊어졌다.

역시......아나트만 제대로 동작했다면. 그랬다면, 이 사태까지 번지지 않았을 텐데.


"이야아아."


휘두른 루이 2세.

빛나는 양손의 검. 그 중의 오른쪽 검이 달려드는 거미에 닿았다.

그것도 머리.

퍼석!


"응?"


이상하면서도, 놀랄만한 감촉. 두부 쓸리듯이 뭉개지는 녀석의 머리. 그냥 반으로 쩌억 갈라져 버렸다. 수박도 저리 깨끗하게 쪼개지 못했는데.


"뭐지?"


더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놈들의 다리가 달려든다. 70마리.


"그래. 해보자고!"


이게 말로만 듣던 17 대 1 싸움이다. 내가 이긴다면, 꼭 후예에게 이 영광스러운 전투를 알려주겠다만.


"일단 다 족친다!"


서걱!

녀석들의 다리가 루이 2세에 닿자마자 뽀각 잘려나갔다. 파워가 더 좋아진 느낌. 팔굽혀펴기의 힘이 아니란 건 나도 잘 안다. 그렇다면.


"붉은 구슬."


그래. 힘의 상징이었다.

더불어 푸른 구슬 덕분에 놈들의 움직임은 잘 보였다.

희망이 보인다.

살아날 희망 말이다.


부웅.

서걱. 투드드득.


"끄애애액."


하나의 머리가 또다시 잘게 부서진다.


"와 봐. 응, 와 보라고. 빌어먹을 놈들아."


놈들.

갑자기 움찔거리더니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 그럼."


어쩌겠나. 내가 가야지.


"내가 말이야. 하루에."


서걱.


"끄애애액!"


"팔굽혀펴기. 이천 개씩 했단 말이다!"


부우웅.

루이 2세는 잘해주었다.

아나트처럼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래, 역시 네가 최고다.


우수수수. 스거걱.


주변에 있던 거미들이 그야말로 산채로 찢겨나갔다. 푸른 구슬의 효과로 녀석들의 움직임이 보이니, 거기에 붉은 구슬의 힘을 부딪쳤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


녀석들이 종잇조각 흩날리듯 퍼져나가자, 살아남을 희망이 보인다.


"헉. 헉. 후우우. 거지 같은 놈들. 나는!"


퍼석. 서걱.

루이 2세가 춤을 춘다.

하늘에서 뿌려지는 벚꽃처럼 그들은 벚꽃잎이 된다.

그리고 난.


"살아야 한다구!"


벚꽃나무의 아래에서.

춤꾼이 된다.

이내 눈에 띄게 줄어든 거미들.


"콜록, 콜록."


갑자기 힘을 너무 쏟아부었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눈앞이 흐릿해진다. 아마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와, 아드레날린이 다량으로 분출된 결과 같다.


"후우, 후우우."


최소의 시간으로 심호흡하며, 녀석들을 바라봤다. 뒈진 놈들은 미동도 없었다. 하긴 힘으로 몽땅 베어 버렸으니 움직인다면 그것 또한 이상하겠지. 그런데 나머지 놈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간 거지? 다 죽여야 하는데.


"잔챙이들. 도망쳤나. 아."


아니었다.


꿰애애액.


한 놈이 있었다. 거대 거미. 한눈에 봐도 주택 5층짜리 위대한 거미. 어떻게 지구에 내려왔지? 먹어서 커진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거대했을까. 대단한 놈들.


"덩치만 컸지. 허술할 거야. 덩치가 크면."


루이 2세를 움켜쥐었다.


"자고로 반응도 느린 법."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래. 나는 살아남을 거다. 반드시 살아 이 지구에서 부자가 될 것이다. 저승보다 이 개똥 같은 이승바닥에서 구르며 살 것이란 말이다.


"좋아. 다리부터 봉쇄한다. 그러기 전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커다란 거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주변에 아작난 뒤져버린 거미를 찾았다.


"구슬."


역시나. 이 게맛살은 나의 희망이요. 꿈이었다.

머리를 박살 내버리고 안에 있던 초록 구슬을 끄집어냈다. 휘황찬란한 초록 구슬.


"역시."


난 천재다.

있었다. 사랑한다. 거미. 아까 욕한 거 정말로 미안하다. 형이 미안해.


"크큭."


황급히 초록 구슬을 집어 들어, 곧장 입으로 들이밀었다. 사과 같은 구슬. 예쁘기도 하지요. 청초한 아삭함이 물씬 입가에서 맴돌았다. 이제 내 다리는 녀석들처럼 일억 달러의 다리로 변모했다. 백만 불짜리는 갖다버리고.


"나도 일억 불 다리라고! 뒤져!"


쿵. 퍼서석.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달려나가다가 정신을 순간적으로 잃었다.


"젠장. 뭐.....야."


뭐지? 왜 내가 날고 있지.

녀석의 입에서 무언가 번쩍임까지는 눈으로 확인했는데. 그 이후 나는 날고 있었다.


*


"제길. 저거. 종이 전혀 다른 놈인가."


트드드득.

바다에 처박히자마자, 입가에 흐르는 핏물.

대체 뭐였을까.


"저......스벌."


대형 거미가 입에서 하얀 액체를 뿜어댔다. 온통 새하얗던 그것.

놈의 액이 바닥에 닿자마자.


콰과광.


땅바닥이 움푹 파여갔다.


"폭탄이라도 되는 거야?"


이제야 기억난다.

내 뒤에 있던 엄청난 구덩이. 그 원인은 폭격했던 전투기의 폭탄도 탱크의 포탄도 아니었다. 저 대형 거미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 그것이 원인이었다.


"쿨럭. 그래도 아직 안 끝났어."


죽음이 앞에 있더라도, 반드시 살아날 희망은 있다.


"후우우. 괜찮아. 괜찮다고."


푸른 구슬의 위력.

몸의 활성화답게 컨디션이 다시 돌아오자, 일어설 수 있었다. 다만, 입에서 흘러나온 다량의 피. 이건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


"퉷. 몇 곱절로 갚아주마."


비릿한 피를 게워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꽤 웅장한 모습으로 노려보는 놈.


"눈깔을 파버리겠어."


왠지 내가 저 위에 타고 호령하는 지위에 있다면 겁나 멋지겠지만.


"일단 죽인다."


작전을 짜야 했다.

막무가내로 덤빈다면 똑같이 당할 터. 내가 무슨 붕어 대가리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당할 수는 없었다.


"어쩌지."


휘유웅.

쿵.

콰과과광.


다시금 내 근방에서 터진 놈의 공격. 뭔지 모르겠지만, 폭탄처럼 바닥에 닿으면 움푹 파여 들어갔기에. 다리를 놀려 자리에서 벗어났다.

초록 구슬 없었으면 바로 사망신고서 작성할 수준.


"으와와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놀란 노루 새끼마냥 껑충껑충 뛸 수밖에 없었다.


"제길. 그래서 작은 거미들이 공격을 안 했던 거야."


이내 상황을 이해하고, 일단은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다. 이대로 도망칠 수도 있지만.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결과는 싸우자였다.

붉은 구슬. 이제 없었다. 아니 구슬 자체가 내 수중에 아예 없었다. 그러니 도망간다면, 앞으로 거지 수준에서 빌어먹어야 하는데.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가가자니 대형거미 주변에 조그마한 거미들. 무슨 호위마냥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에 기가 찬다.


"지금 가면 자살행위."


멀리서 죽이자니 원거리 무기가 없었다. 빌어먹을 아나트. 이놈이 만약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솔직히 말해 뒤지게 패버리고 싶다.


"후우. 좀 뜸한가."


그나마 초록 구슬 덕에 거리상 떨어져 있자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아나트를 다시 만들 수 있는 시간도 재료도 지금은 없었다.


"고민일세. 어?"


녀석들의 동태를 유심히 살피니,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역시 사람은 생각이 있어야 해.


"으하하하. 그거야. 그거."


최대한 얍삽하게. 최대한으로 위험성이 적은 방법. 한 가지 있었다.


"랄라라. 랄라라."


콧노래가 절로 흐른다.

비록 지금은 구슬이 없지만, 앞으로 많이 주우면 된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저 초록 구슬들은 모두 내 차지가 되는 거라고.


"으히히."


바닥에 놓인 벽돌을 주워들었다.

여기는 주택가. 당연히 파석 된 것이 많이 있다.


"천연자원의 무기. 나는 한국의 건아들. 바로 그거 아니겠냐고."


돌팔매질.

뭐 딱히 원거리 무기라고 보긴 어렵다만. 예전의 나였다면 100퍼센트 가능성 제로. 하지만 지금은 힘이 불어난 상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천연 보고이며, 무기였다.

그것도 넘치도록 많았다.


"자, 준비하시고."


푸른 구슬의 집중력.


"쏘세요!"


붉은 구슬의 힘!


쉬이이익. 퍽.

거미 한 마리가 대갈통이 부서졌다.


"아!"


안 되는데.

머리를 맞추면 구슬이 깨지잖아. 저게 얼마짜린데, 바보.


"쏘리."


다시 벽돌을 들어 힘차게 내던졌다.


퍽.


꿰애애액.

대형 거미가 운다. 허어. 불쌍한지고. 그러게 왜 지구에 와서 식량 질이여. 식량 질이. 쯧.


쉬이이익. 퍽.

열심히 던지며 잔 거미들을 우선 없앴다. 대형 거미 주변엔 이제 한두 마리 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데 저 거대 거미 안에도 똑같이 초록 구슬이 있으려나. 흐흐. 왕따시만한 게 있으면 좋겠는데."


다시 돌멩이를 집어 들고 대형거미를 맞추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무기. 무기!

원샷 원킬로 될 만한 돌. 어디 있으려나.


"오, 베리굿."


보였다. 저거 한방이면, 분명 거대 거미는 세상과 빠이빠이 할 것이다.


"잘 가시게나. 친구여."


있는 힘껏 풀 스윙을 하며 내던진 돌. 그것은 바로.


전봇대.

물론, 일부 부러진 거지만 효과는.

최고 아니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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