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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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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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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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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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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먹고보자 13

DUMMY

13


난다. 내가 날고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정확한 표현보다 좀 리얼한 느낌.


"으아아아아!"


백조가 물장구치듯 빠르게 다리를 휘젓자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다. 내가 미쳤지. 저기서 왜 뛰어내렸을까? 이게 다 어깨의 매달린 이놈 때문이다. 단지 말 상대가 필요했을 뿐인데. 목숨을 걸 줄은 몰랐다. 하긴,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일단 살아나면 대화고 뭐고 간에 쥐어 패버릴 테다.


허나 당장이 문제.

얼른 아래부터 살펴야 했다. 보기야 싫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떨어지면 달걀 깨지듯, 뽁소리 나며 쪼개질 것 같지만, 살아남을 길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구슬의 힘. 초록이의 파워를 믿는다.


"흐아아아."


오오.


"아르르르"


뜻하지 않은 행운. 바닥에는 괴생물체 수백 마리가 웃음 짓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잉어 떼들 모습처럼.

저들의 입속에 고이 들어갈 수는 없으니, 최대한 낙하속도를 최대한 줄이며, 탄력으로 뛰어올라야 할 텐데.

물론, 불가능이란 건 알지만.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제길.


"으아아아."


엇. 불행 중 다행이란 게 이런 상황일까.

슈우우웅.

인생 최대의 희소식. 복권 1등보다 지금 상황이 훨씬 더 반갑고, 기쁨이다. 세찬 바람을 일구며 날아오는 외계 생물체. 그래. 넌 나를 잊지 않았구나. 아주 반가워 죽을 지경이다.


날 먹이로 보아 날아오는 거겠지만, 지금 난 당장이라도 저 주둥이로 빨려 들어가고 싶다고!


"하아아압."


힘찬 함성과 함께 5초간 발사된 외침. 바닥에 곤두박질치기 전에 어서 날 먹고 보라고. 느림보 같은 거지 새야!


슈아아악.


"꾸애애액."


바닥에 닿기 전 애원과 바람대로 녀석의 뾰족한 부리가 벌려왔다. 타이밍 한 번 끝내준다.

그렇다면.


"으햐앗!"


놈의 입속을 향해 루이 2세를 곧추세우고, 몸을 그대로 밀어 넣었다.


"깨애애애."


아직, 나 먹는 거 아니다. 이놈아.


쉐에에엑.

고통이었을까. 몸의 떨림이 가득한 놈은

나를 입에 담고서, 그대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어째 좀 빠르다?

스치듯 불어오는 칼바람에 이가 시릴 정도였으니.


하여튼 아래쪽에는 수백 마리의 개떼들이 입을 벌리며, 침을 흘리는 모습에.

저곳에 떨어지는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중간에 날 낚아챈 외계 새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꼴이 꼭 닭 쫓던 개꼴.

꼴 좋다. 새끼들.


땅에 깔린 멍멍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새의 눈을 주시했다. 이놈. 이거 죽을 것만 같았다. 하긴 루이 2세가 목구멍에 처박혀 있으니, 이미 죽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놈아. 책임지는 김에 조금만 더 봉사하라고.


그나마 내가 도망쳐 왔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니. 진짜 고마웠다. 내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으리라.


빠악.

그래도 같이 죽을 수는 없지.


"저쪽."


부리 안쪽에 주먹을 세게 내지르자 부르르 떨며 신음을 내뱉은 새. 더불어 녀석의 날개가 더욱 푸들거렸다.


"꾸애애액."


그래. 이거라니까. 그나마 떨어지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빠악.

다시 한번 때린 데 또 때렸다.

뭇매에는 장사가 없다. 이것은 진리였다.

왠지 이거 외계 생물체만 아니면 애완동물로 삼고 싶은데. 허나, 녀석의 동공이 이내 풀려버리자, 바닥으로 착지할 준비를 해야 했다. 동반 자살은 절대 사양이다.


슈우우우. 쾅.


"크윽."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은 예상했으나, 다행스럽게 큰 부상은 면했다. 이게 다 내 복 아니겠어?


"휴우."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어쨌든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서걱.

녀석의 머리를 사정없이 잘라버렸다.

루이 2세. 이거 진짜 맘에 든다. 완전 날카로워.


투툭.

새 머리가 땅바닥으로 둔탁한 소음을 내며 떨어졌다. 물론, 구슬이 있을 만한 곳을 남겨 둔 채 자른 건 당연하다. 하다 보니 기술이 좀 는 것 같기도 하네.


"이건 또 다른 거네."


외계 생명체들의 머릿속 구슬들은 각기 달랐다. 새에게서 나온 것은 하얀 구슬. 그러나 은색 구슬과 비슷한 덕분인지, 먹을 생각이 싹 달아났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먹자니 무섭고, 버리자니 더 아까웠다. 재빨리 꺼낸 뒤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실험체를 손에 넣었으니까 나중에 이놈에게 먹여봐야지. 흐흐.

일단 착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할 건 해야겠지?


다다다다다.


일단 뛰자. 뛰는 거야.

외계 생명체들이 쫓아오는지 순간순간 뒤를 돌아보며 빠르게 치고 나갔다.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놈들의 기척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달렸다. 입에서 심장의 냄새가 아련히 퍼져 나간다.


"허억, 허억."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주변의 위험을 확인하며, 개미 소리까지도 나지 않는 곳에 도달했다. 꽤 고요한 동네. 다다르자 어깨에 짊어진 놈을 사정없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철퍼덕.

거친 소리가 크게 났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프면 어떻고, 반병신 되든 나와 무슨 상관이랴. 저 녀석과는 단지 대화를 싶을 뿐이라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궁금하고.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다.


"휴우.


회색 우비로 칭칭 감싼 녀석. 놈은 어떻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고이 살아남았을까. 나처럼 땅속에서 숨어 살 인물은 못 된다. 그렇다면 아까 그 빌딩 꼭대기에서 계속 살았다? 말이 안 된다. 당연히 이상했다. 외계 놈들이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


"흐음. 그거야, 일단 족치면 슬슬 불겠지?"


퍽.

나의 왼발 님께서 회색 우비를 걷어차셨다. 난 비폭력주의자다.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다만 희한한 우비를 보니 신기해서 건드린 것뿐이다.


"설마 죽은 건가?"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얼마 만에 본 사람인데 벌써 죽은 것이냐. 이러면 내가 빌딩에서 뛰어내린 의미가 없다고!

그러니.


퍽. 퍽.

절대 억울해서가 아니니까, 일어나라고. 이 자식아.

나의 가벼운 토닥임에 녀석이 꿈틀거렸다. 다행이다. 살아 있었다.


"좋아."


이제 녀석의 우의를 걷어내는 것만 남았는데,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수도 있었다.


"아!"


아까 얘 손으로 들고 왔는데. 망했다.


"지길."


주변을 둘러보며, 세척할 물을 찾았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동네. 당장 어디서 물을 찾으랴.


'어라.'

그러고 보니 내가 물을 언제 마셨지? 이틀 전인가. 사흘 전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이거, 뭐지?"


사람은 물을 못 마시면 살 수가 없다. 난 왜 목이 타지 않는 걸까. 갑자기 불안하고 다급한 마음에 주변을 훑어봤다. 찾아야 했다.

생각하고 나니, 더 목이 마르다.


"무울."


나보다 더 급히 물을 찾는 녀석. 내가 마실 물도 없는데 설마 주겠냐. 가방 속에 1.5리터 물이 있지만, 놈에게 줄 물은 없었다. 생명수를 정체도 모를 녀석에게 헌납할 자비. 그것까지 양심이 있기는 있니?


"일어나."


퍽.

목소리 왠지 멋있다. 낮게 깔린 게 꼭 영화배우 같은데? 흐음. 구슬의 효과인가.


"무우우울."


이런 쓰읍.

절대 줄 수 없다.


"얼른 일어나. 죽는 수가 있다."


협박이 통했을까. 녀석이 팔을 지지대 삼아 조금씩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놈은 우의로 뒤덮여 있어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목소리가 앳된 거로 봐서는 음,


'여자?'


아직은 모르겠다. 직접 본 게 아니라면, 믿을 수가 없으니.


"좋아. 이제 머리에 쓰인 천을 내려."


녀석은 움찔하더니,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던 손을 멈췄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내려!"

"일단, 그 전에 물 좀 줘요."

"나도 없어."


신빙성이 없나. 이 자식은 끝까지 당당하다. 루이 2세를 빠르게 꺼내 들어 녀석의 목에 겨누었다. 지금 장난 아니다. 사람의 모습이지만, 그것도 봐야 아는 거지. 외계 생명체면 바로 베어버릴 것이다.

혹시나 변신했을 수도 있잖은가.


"곱게 말하니 우습게 보이냐! 벗으라고. 이 자식아."


역시 난, 배우 소질이 있나 보다. 한마디 말에 녀석의 손이 머리에 덮인 우의를 내리는 걸 보니. 그런데.


"너......."


녀석의 눈을 본 순간 말을 잃었다. 하얀 흰자위에 검은 눈동자.

그게 있어야 할 자리에 거무튀튀한 그을림만이 남아 있었다.


"너 뭐야? 누, 눈이 왜 그래?"


약간의 혐오감. 절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에 작은 떨림이 섞여 나왔다. 더불어 불안정한 시선은 녀석을 회피해버렸다.


"벗으라면서요!"


녀석은 인간이 분명했다. 눈은 없어도 코와 입의 상태는 분명 사람의 것이다. 한데 왜 눈만 파여 있을까. 필시 이유가 있을 터인데. 낯선 이지만 괜스레 호기심이 동했다.


"그런데 너 앞이 보이긴 하냐?"


바보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분명 빌딩 안에서 총질을 한 건 다름 아닌 이 녀석. 눈알이 없어도 총을 잘 쏜다? 또, 의심병이 도진다.


"왜요? 눈이 없다고 병신이라고 생각해요?"

"응."


당연한 거 아닌가. 지금 팔다리가 제구실해도 살까 말까인데. 하물며 사물을 보지 못한다면? 당연히 죽어야 한다. 그런데 얘는 살아있네. 왜 그럴까.

내 생각을 읽었나? 녀석의 이어진 말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앞에 주저앉은 꼬마가 이를 갈듯 내뱉은 단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녀석이 살아남을 수 있던 방법을 눈치챘다.


"누나. 찾아줘요."


보호자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난감하기도 하고, 괜한 짐 덩이가 생긴 느낌이다. 그것도 꽤 곱상한 꼬마. 차라리 너를 닮은 누나가 이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

난 왜 이리도 재수가 없을까. 괜히 심술이 난다.


"내가 왜? 그리고 인마. 너. 거기 혼자 있었어. 네가 말한 누나는 없었다. 아마 죽었을 거야."


그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나도 빠져 나가기 더럽게 힘들었는데. 구슬을 여러 개 처먹지 않은 이상은 그 누구도 무리였다. 하물며 여자라면 당연히 힘들지 않을까. 여성 편력은 없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다.


"웃기지 마요. 아저씨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 누나가 얼마나 예쁘고, 능력이 뛰어난데요."

"응?"


순간 예쁘다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뒷말은 굳이 중요치 않았다. 단지, 예쁜 누나. 그 생소한 단어. 얼마나 아름다운 용어인가. 앞에 앉은 꼬마 녀석의 나이는 대략 10대 후반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너! 누나가 몇 살이냐?"

"스물넷이요."


오! 지쟈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뜨거운 목표. 그토록 갈망하던 청춘.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도 신기로운데. 더구나. 이쁜 여성. 그리고 꽃다운 24세.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렇군. 너 목마르다고 했지?"


흑심은 감출수록 훌륭한 것. 과도한 관심과 친절을 비춘다면 꼬마 녀석이 배짱을 피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회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주고, 베푸는 당위성을 알게 해주면 된다. 간단한 방법이다.


물이 먹고 싶다면 줄 수 있다. 허나 그냥 준다면 호의를 베푸는 것. 절대적으로 손해 보는 짓만은 사양이니. 당연히 주게 된다면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기브 앤 테이크. 삶의 기본.


"네! 제발요.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아요."

"그럼 넌 무얼 줄 것이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술을 꾹 다 물은 녀석. 주제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구나.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다. 지금 난처한 상황에 빠진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 꼬맹이는 그걸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네가 살 유일한 길이거든.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누나한테 데려다주시면 반드시 사례할게요."

"흐음. 난 사례를 원한 게 아닌데."


이런 것은 튕겨줘야 제맛이지. 바로 좋다고 시시덕거리며 옙썰하면 꼴불견이다.

물론, 군대에서 후임에게 예쁜 누나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듯한 기분이지만.


"그렇다면 뭐."


갑자기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열망이 솟구쳤다. 그래. 어차피 사는 이 세상. 장가라도 한 번 가야 할 것 아닌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또 한가지 늘었다.

그래도 너무 쉬워 보이면 안 되니,


"딱히 널 살려야 할 이유도 그럴 마음도 없어. 너는 딱! 짐밖에 안 돼. 그리고 아까 총알을 쏜 것도 나 기억하고 있다."


여기서 또 카운터 펀치 한방.


"에? 난 또 놈들인 줄 알고 쏜 건데."


어라.


"허어, 중요한 건 내가 맞고 죽을 뻔했다는 사실인데? 아냐?"

"죄송해요."


기가 팍 죽은 녀석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내뱉자 왠지 안쓰러웠다. 하긴, 지금 세상이 안 불쌍한 사람이 어딨냐. 나도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어쩌겠나. 하아.

예쁜 누나가 있다는데.

천천히 뒤에 맨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들었다. 녀석을 흘깃 쳐다본 뒤, 물을 조금 따라 꼬마의 두 손에 쥐여주었다.


"조금밖에 없으니, 죽지 않을 정도만 주겠다. 그게 최선이야."


말을 듣고 있는 건지. 허겁지겁 물컵을 입안에 쑤셔 박은 녀석이 아끼고 아껴 목을 축였다. 꼬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물을 마셔야 하는데. 흐음, 왠지 물병에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이상해진 건가. 갑자기 스스로가 무서워진다.


"다 마셨으면 내놔."


어거지로 손안에 들린 물컵을 빼앗아 가방에 집어넣었다. 불안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다. 딱히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물도 땡기지 않고. 꼭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너 어디로 갈 거야?"


짐 덩어리의 의사는 필요치 않다만, 목적지는 정해야 했다. 예전엔 서울로 가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방향을 잡았었다. 허나, 지금은 굳이 거기로 가야 하나 싶었다. 조금 전 벌떼 같은 외계 놈들이 온 곳도 서울 쪽. 왠지 죽음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아니다. 물은 내가 잘못이지. 앞도 안 보이는 놈한테. 쯧."

"아! 저 눈앞은 안 보여도 다른 건 느낄 수 있어요."


그래. 나도 다른 걸 느끼고 싶다고. 야릇한 감정이라던가.


"그래, 그래. 알았다."


서둘러 주변을 탐색하고 녀석을 짊어진 나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째 더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냐. 진정 힘이 더 세진 거냐.


"야! 네가 있던 빌딩 다시 갈 테니까. 거기서 누나 찾아."

"자, 잠깐만요."


초록이의 힘을 쏟아부으며, 녀석의 목소리를 무시해버렸다. 운이 좋다면 살아있는 예쁜 여성을 볼 것이요. 재수 없다면 이 녀석을 대충 놔두고 오면 된다. 그 이후는 뭐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외계 생명체들이 아직도 득실득실한다면, 음. 그래도 그냥 두고 와야겠다. 아직 세상에 많은 사람이 살아있을 테니. 굳이 짐 덩어리를 데리고 다니고 싶지 않으니까. 내 목숨은 소중한 것이다.


"으아아악."


스피드.

그래. 빠르겠지. 눈으로도 보기 힘들 거야. 나도 처음엔 그랬다니까. 왠지 재미가 있었다. 더욱 다리에 힘을 주며 녀석의 놀란 목소리가 더 듣고 싶은 기분.


슈화아악.

칼바람이 머릿결을 스치고 주변의 풍경이 다시 낯익어진다. 여기저기 부서진 주택가.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없는 처참한 광경.


"끄어어."

"후우우."


앓는 소리를 내기에, 땅바닥에 내려놓으니 녀석이 토악질을 시작했다. 아, 더럽게.


두 손, 두 발로 땅바닥에 찰싹 붙어 있는 녀석을 뒤로하고,


"보자."


우선 적의 동태를 살펴야 했다.

나도 이제 사냥꾼의 습성이 몸에 밴 것일까.

아주 자연스러워진다.


"역시. 아직이네."


외계 생명체의 바퀴벌레 근성.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알 수 있었다. 외계 놈들은 쉬이 이 땅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할까.'


다시 꼬마 녀석에게 시선을 돌리자 녀석의 안정화된 표정이 돋보였다. 저렇게 보니 나름 예쁘장한 거 같기도 한데. 사람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남자가 봐도 좀.

이상한 느낌. 버리고 가기고 좀 뭐하긴 하네. 그래도 뭐, 어쩌랴. 지 인생 팔자인 것을.


"야! 네 누난 없는 거 같다."

"에......"

"어쩔 수 없지. 나 인제 간다."


말을 마치고 자리를 뜨기 위해, 다리에 박차를 가했다.


'아쉽지만, 지금은 아지트부터 구해야겠어.'


그런데.

순간 녀석의 이어진 말이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제기랄.


작가의말

6권 분량이지만, 1권까지만 동일한 스토리로 씁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나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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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7 블루그리핀
    작성일
    17.08.21 19:27
    No. 1

    재미는 있는데.. 작가님 뭔가 이상한 전적이라도 있는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시문아
    작성일
    17.08.21 19:52
    No. 2

    전적이라...문피아에선 유료연재도 한 적이 없고,
    완결은 두 번 냈고,(물론 전자책으로 출간해서, 닫아뒀죠.-
    중간에 선호가 안 쌓여서 중간에 안 쓴 글이 두번있어서 그런가봐요,

    아무래도 문피아랑 사대가 안 맞나봐요ㅎㅎ
    싸운 적도 없는데 말이죠.
    흠....이것도 왠지 그리되면 안 될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블루그리핀
    작성일
    17.08.21 19:58
    No. 3

    이상하네.. 소설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제목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괴수 먹고 구슬 먹고'같이 말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블루그리핀
    작성일
    17.08.21 19:59
    No. 4

    아직 스토리의 전체적 윤곽은 모르니만큼.. 뭐라 하긴 뭣하지만 좀 더 자극적인 걸로 가보세요. 물론 소개창에 [게임물 X]라고 표시해야겠지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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