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7,444
추천수 :
1,059
글자수 :
98,197

작성
17.08.15 13:33
조회
288
추천
7
글자
13쪽

먹고보자 4

DUMMY

4.


빌어먹을.

근데 어찌 어떻게, 무슨 수로 연습을 해서 저 불개미를 죽여야 하나. 고민했다. 무수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서? 어느 세월에 그리하나. 다 늙어 죽어서? 누군가 말하는 소드 마스터라도 되는 게 더 빠르겠다.

일단, 생각을.

자리에 털푸덕 앉아 관망하면서, 놈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가장 안전하고, 위험성이 없는 얄팍하고 야비한 수. 그런 게 과연 있을까.


"저걸 직접 손으로 때려잡지 않는 방법. 누워서 혀만 내민다면 떠먹여 주는 수. 그런 거 없을까. 생각하라. 생각해. 가장 야비한 수를."


사실 내 성격상, 야비해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이런 외계 생물체는 잡으려면, 더욱 악독해져야 한다. 진짜 하늘에서 내려주신 무조건 1등 당첨. 백 프로 짜리 복권이잖아? 생각해라. 저 돈뭉치들을 어찌 포획할지.


"하아아! 저건 괜히 드럽게 덩치만 커서. 응? 크다? 크다고? 뭐가?"


당연히 덩치가 컸다. 난 저놈보다 작고. 그리고 저놈은 단단한 피부. 나는 얄팍한 피부. 차이점은 정 반대. 그렇다면?


"크하하하하. 있다 있어! 가장 야비한 수가 생각났다. 으하하하."


오늘따라 두뇌 회전이 자랑스럽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나 주변의 수풀로 들어갔다.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노래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주둥아리가 그렇다는데.


"라라라! 나는 야. 머리 좋은 남자! 으차! 힘이 좋은 남자! 백 점짜리 남자!"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 뭐 어때. 아무도 없는데. 여전히 노래를 부르며 수풀 속에서 덩굴을 찾았다. 어라, 근데 한국은 영화처럼 덩굴이 튼튼한 게 없네?


"이런 젠장. 어째 잘 풀린다 했다. 내가 그렇지. 뭐."


다윗과 골리앗처럼 멋지게 저 불개미를 때려눕히려고 했는데. 모두 허사가 되어 버렸다. 허나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복권 1등짜리가 잡아가라고 외치며 구덩이에서 나를 기다리는데, 포기할쏘냐.

덩굴이 없다면, 다른 걸 찾아야 하나. 귀찮은데.


"오오! 그래. 그거."


그거다.

근데 그걸 하려면 손이 많이 가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돈줄을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 근처를 둘러보며 가장 큰 나무로 다가가, 겉면을 훑어 감별했다. 감별이라 하니까 뭔가 좀 있어 보이긴 한다.


"흠! 이 정도면 쓸만해. 좋아 좋아."


루이 2세를 풀어놓고, 애장품 윌슨 1호를 꺼내 들었다. 태양에 칼날을 빛내며 반짝거리는 나의 윌슨.


"윌슨 1호. 넌 아주 착한 아이야. 너를 쓰기에 나의 마음이 아프구나. 하지만 어쩌겠니. 아주 찰지게 써주마."


윌슨 1호는 착실히 대답했다.


'네. 주인님. 절 막 굴려주세요. 제 칼날은 당신 거예요.'


변태같지만......일단 넘어가 주시고.

어쨌든 앞으로 행할 일은 남들이 보기에도 아주 획기적인 굿 아이디어. 바로 새끼줄 꼬기였다.


"윌슨 1호. 너의 능력을 보여줘!"


구호와 함께, 자리에서 최대한, 아주 높이 하늘로 뛰어올랐다. 재료! 재료를 찾아야 한다.

쿠다다닥!


"으으악."


아차. 한 가지 깜박했다. 잔가지가 꽤나 많이 있다는 것을. 역시 우리나라 침엽수는 어찌 이리 날카롭고 아픈지 쯧. 허나 여기서 물러설 리가 있나. 가당찮은 것들. 머리에 붙어 있는 나뭇가지를 털어내고, 다시 다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흐아아압!"


일단, 두 번째는 적당하게 뛰어오르며, 윌슨을 나무껍질에 꽂았다. 다음은 뭐 쉽지.


"으다다다."


밑으로 하강하면서, 착지한 뒤엔 내 손에 기다란 나무껍질이 들려 있었다. 이거면 새끼줄을 만드는데 충분하지.


"그때부터였어요. 제가 새끼줄을 꼬아 짚신을 만든 게."


괜히 혼자 상황극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심심하기도 했고, 숲이라 으스스했다. 아! 생각해보니 왠지 바보 같다. 여기서 꼬는 것보다 아까 그 구덩이에서 꼬아야 하는데. 왜냐하면, 우리 돈줄 님을 보아야 더 신이 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나무껍질을 줄 모양을 쫙쫙 가른 뒤 어깨에 들쳐멨다.

쉬쉬쉭. 다리에 힘을 가볍게 불어넣자 활력이 솟구쳤다. 순식간에 구덩이에 도착해 버리자 들려오는 불개미 외침. 짜식, 형님이 보고 팠구나.


"쿠오오오."

"아! 살려 달라고? 진짜?"

"쿠오오오."


진짠가. 설마 저놈들이 말을 하는 건가. 허나,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살려주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저놈 덕분에 내가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무슨.

다시 자리에 앉아 세 개의 줄기를 교차하여 꼬고, 또 꼬아댔다. 어느새 약 7미터 정도 되는 새끼줄이 만들어졌다.


"자! 이제 끝에다가 루이 2세를 달고. 으음."


줄기 끝부분에 칼을 매달자 완벽하게 원거리 무기 완성!


"으허허헛. 내 머리는 정말 대단해. 이거면 저놈은 얼씬도 못 하겠지."


새끼줄을 잡고 빙빙 돌리자 내가 상상했던 그림이 그려졌다. 저놈은 골리앗, 나는 다윗.


"자! 시작해보자고."


회전시킨 칼자루는 세찬 바람 소리를 가르며 내 머리 위를 맴돌았다. 이제는 심호흡하고 집중해야만 한다.


"하압!"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가 가진 힘을 최대한으로 던져 넣었다. 과연 이놈은 이 칼을 버텨낼 것인가. 소리는 어떨까. 처음 놈처럼 캉? 아니면 어떤 소리일까. 기대감은 높아져만 갔다. 뒤이어 들리는 타격음.


퍽!


"그렇지. 그거야!"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잽싸게 손맛을 보고 다시 줄을 당겼다.

슈우욱.


"헉!"


죽을 뻔했다. 칼이 다시 나에게로 오는 것은 진짜로 예상 못 했다. 그나마 빠른 다리가 있기에 피하긴 했다만, 다음부터는 약 먹은 뒤에만 써야 할 듯싶다. 제길.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후우. 놈 상태는?"


목표물을 바라봤다. 상처는? 죽었나? 설마 완전 멀쩡하지는 않겠지?

시선이 닿은 곳은 불개미의 눈.


"......헉!"


저놈이 미쳤나 보다. 입에서 이상한 액체가 뿜어져 나오면서 내가 있던 자리로 쏟아졌다.

치이이익!


"미친."


그나마 다리의 활력이 나를 보살피는구나. 뒤로 물러서기 무섭게, 땅바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며 거무튀튀하게 변해갔다. 설마 독이라도 들었던 건가. 나 쟤 못 먹을 것 같아.


"네놈. 내가 약간 자비심을 베풀어 살려주려고 했는데. 하앗!"


거짓말이다. 살려주기는 개뿔. 돈줄을 놓치기에는 너무 배고프단 말이야.

그래도 바로 먹는 건 보류할게. 난 독이 싫거든.

쉐애애액.

칼날이 다시 불개미의 눈으로 향했다.

퍽!

그래, 손맛 좋았다.

헌데 쟤 화난 거 같다.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건가. 여지없이 날라오는 불개미의 침. 근데 적중률은 형편없었다.

치이이익. 또다시 검게 멍드는 땅. 환경오염의 주동자 같은 새끼.


"그냥 곱게, 예쁘게 뒈져버렷."


쉬이이익! 루이 2세가 청아한 소리를 내며 녀석의 얼굴에 부딪혔다. 오! 효과가 있었나. 드디어 저놈의 얼굴 한쪽에 이상이 생겼나 보다. 큰 몸체가 한쪽으로 기우뚱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내가 보기엔 진짜로 그랬다. 이 기회를 그냥 놓친다면 그야말로 병신 중에 상병신 소리를 들을 터.


"마무리다. 죽어! 인마."


쉬이익! 역시나 청명한 소리. 피아노의 음률만큼이나 귀를 청소해주는 루이 2세. 고맙다.

퍽!

인제야 드디어 놈이 무릎을 꿇었다. 아! 불개미는 무릎이 없지. 뭐 대충 엎어져 있으면 그런 거겠지.


"역시 진정한 실력은 잔머리!"


허나 아무리 쓰러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외계 생물체는 무섭다. 아직까지 루이 2세를 빙빙 돌리는 나의 오른손. 그래! 역시 확실한 게 좋아!

쉬이이익! 퍽!


"좋았어! 아주 좋았어."


쉬이이익! 퍽!

십 분 정도 됐나. 계속 팼다. 또 패고, 죽을 때까지 팼다. 뭐 어쩌겠나. 성격이 소심하기도 하고. 목숨은 하나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끼고 아껴서 22세기까지 사는 게 내 최종 목표. 목표는 달성하라고 있는 거였다.


"허억, 허억."


흘리는 땀방울. 다리는 멀쩡한데 손이 너무 힘드니 발생하는 언밸런스. 이게 참 불합리했다. 줄 거면 몽땅 올려주든지. 팔굽혀 펴기만 이백 번 한 느낌이다. 하여튼 상체만 힘들다는 이야기.


"이제는 죽었겠지."


의심병은 여전했지만, 다리의 힘을 믿어보고 천천히 구덩이로 다가갔다. 한 발자국씩 걸음을 내딛는데 왜 가슴이 쿵쾅거리지.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돈에 대한 사랑일지도.

손에 든 검 두 개를 가슴 쪽으로 교차하면서, 녀석의 근처로 다가갔다.


"죽었.......겠지?"


세상사 아무도 모르는 거다. 다시금 확실하게,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녀석의 배를 관통시켰다.

푸욱! 소리가 나며 불개미의 안락사를 시킨 나의 루이 2세. 역시나 자랑스럽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엔 또 구덩이로 오세요."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중얼거리며, 불개미의 얼굴 쪽으로 보니.


"으, 징그러."


가까이에서 보니 더 싫어진다.


"루이 2세!"


쉬이익! 쩍! 쉬이익! 쩍.

두 번 보기는 싫으니, 마지못해 녀석의 머리와 가슴을 분리하고 안을 뒤적거렸다. 분명 이놈도 내단 같은 게 있을 텐데.

한 번 먹어보려 했지만, 아까 독 내뱉는 거 보고 입맛이 싹 가셨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리는 몇 개 챙겼다. 배고프면 뭔들 못 먹겠나 싶기도 했고. 옛날 사람들은 개미를 통째로 먹었다던데. 뭐 그리 생각하면 굳이 야만인은 아니지 않나. 나름 자기 최면을 걸고, 녀석의 몸을 해체했다.


"보자! 어디에 꼭꼭 숨겼니. 형에게 주려무나. 내단! 내단!"


역시나.

있었다. 그런데 어딘지를 알고, 장소를 확인하니, 고민스럽다.


"이놈들. 머리 쪽에다가 구슬을 넣어 놓고 다니는구나. 신기한 놈들일세."


머리 안쪽에 붉은 구슬이 보였다. 헌데 거미의 초록 구슬보다 배 이상이 컸다. 왠지 수지 맞은 기분! 붉은 구슬과 다리 몇 개의 전리품이 오늘따라 뿌듯해진다.


*


"흐음."


역시 다리 살이 꽤 그럴싸해 보였다.

보글보글. 끓는 냄새가 생선 같다고 해야 하나. 눈을 감고 생각했다. 예전의 먹은 생선 살. 맛있고 하얀 생선 살. 다시 눈을 뜨고 보니 생선살이 나를 기다렸다.


"그래. 먹자. 먹어. 먹을 것도 더는 없다. 육포도 싫고, 냄새나는 통조림은 더 싫다."


뭐 대게 살도 먹었는데 생선 살을 못 먹으랴. 눈 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오오오."


진짜 생선 맛이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자 드디어 디저트가 생각났다. 오른손에 들려진 붉은 구슬.


"하아. 이거는 음......먹지 말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붉은 구슬 안.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당히 오묘하다. 반짝이면서, 요상한 감촉.

이런 구슬이 사람의 신체에서 어떤 합성을 하게 되는 걸까. 왜 비약적인 신체가 가능하게 된 건지. 과학자라면 기계 같은 거에 돌려서 알아볼 텐데. 내가 과학자는 아니니,


"흠."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과학자라면 그것도 정말 웃길 노릇이지."


소중한 구슬을 가방에 집어넣고, 곰곰이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지하에서 숨어 살기는 끝났다. 사람들도 보고 싶었고, 여자도 그리웠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래도 일단 정보가 필요했다. 지하방으로 내려가 라디오를 틀자 마침 날씨가 좋았는지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이이이! 오늘의 속보를 말씀드, 치이이익. 오늘 정오를 기점으로 서울에, 치이이이."

"아! 속 터지네."


라디오 위를 탁탁 내려치자, 다시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계엄령 선포에 따라 서울 지역은 통제되었습니다. 또한, 유럽권 지역은 외계 생물체가 정복하여 대다수 사람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많은 외계 생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으아아악! 저게 뭐야!"


갑자기 심상치 않은 비명과 함께 그의 목소리 대신 다른 폭음을 들려왔다.


"쾅! 스걱. 스걱. 크르르."


순간적으로 등가에 소름이 돋는다. 저곳은 서울의 방송국. 분명 여의도니까 불과 한나절 거리가 아닌가. 생각보다 일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치이이이이이이."


아직도 라디오에서는 잡음이 끼어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음성에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간. 지구. 먹이."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새어 나오는 음성. 분명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또한, 좋은 소식도 아니었다.


"뭐지? 뭐냐고!"


팔뚝에 솟아오른 닭살.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살아야 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검정색 3 17.08.27 49 2 15쪽
15 검정색 2 +1 17.08.23 67 6 16쪽
14 검정색 +1 17.08.21 88 5 15쪽
13 먹고보자 13 +4 17.08.21 97 5 16쪽
12 먹고보자 12 17.08.20 109 4 15쪽
11 먹고보자 11 17.08.17 124 4 12쪽
10 먹고보자 10 +1 17.08.16 143 4 12쪽
9 먹고보자 9 +1 17.08.16 148 4 13쪽
8 먹고보자 8 +1 17.08.15 171 5 12쪽
7 먹고보자 7 +1 17.08.15 187 4 13쪽
6 먹고보자 6 17.08.15 225 3 12쪽
5 먹고보자 5 +1 17.08.15 268 4 12쪽
» 먹고보자 4 17.08.15 289 7 13쪽
3 먹고보자 3 17.08.15 329 7 13쪽
2 먹고보자 2 17.08.14 401 14 13쪽
1 먹고 보자 1화 17.08.13 762 1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