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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5.07.26 14:47
최근연재일 :
2017.08.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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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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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먹고보자 10

DUMMY

10


쌔애애액.

전봇대 날아간 소리는 전투기의 소음과 비견될만했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날아간 전봇대.

그리고.


콰과과광.


대형 거미의 복부에 닿자마자 산산조각 터져나갔다.


"좋았어!"


푸화악.

뿌연 잔해들이 놈의 주변에서 일어났다. 먼지 때문에 자세히 볼 수는 없었으나, 분명 쓰러졌을 것이다. 얼마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당연히."


뒤졌겠지.

안개 같은 먼지가 사라지고, 푸른 구슬의 힘에 의해 보인다.

자세하며. 세세하게.

그런데


"아리까리한데."


슈우웅. 뻐버벙.

녀석의 주둥이에서 또다시 폭탄이 터진다.

제길.


"애매하네. 효과가 있긴 있나?"


쉬이익.

뻐버벙.

방금 전, 내가 있던 자리가 움푹 파여나갔다.


"멀쩡하네?"


물론,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눈먼 포탄에 맞을 리 없지.

초록 구슬의 힘을 빌려 잽싸게 뒤로 물러섰다. 오늘만큼 구슬의 힘이 더없이 고마울 데가 없다.


노루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무기를 손에 쥐어 들었다.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달라져야 한다. 확실하게 죽여야 하니까.


"좋아. 저거라면."


두 손으로 최대한 회전시켜, 힘차게 내던진 철판. 자동차가 부서지고 난 뒤 나동 그라 다니는 부산물일듯싶지만.


"네놈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널따랗고 끝자락이 날카롭게 튀어나온 본넷 강판이 두 동강 낼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촤아아악.

차차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며, 철판마저도 휴짓조각처럼 찌그러졌다. 그나마 이번엔 효과가 있었던지, 녀석의 입에서 액체가 발사되지 않았다.


"진짜. 도대체 뭐로 만들어진 거냐. 방탄유리를 몸에 둘러 씌었나, 짜증 나네. 진짜."


투덜거리며 또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다. 더 강력하고 크리티컬한 무기.

그래. 난 아직 불안하다.

붉은 구슬 힘.

효력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증명되지 않았기에 더 급한지도 모르겠다.

만약, 효력이 없어진다면 환장할 노릇이니.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녀석의 몸뚱어리를 쓰러트려야 했다. 그리고 놈의 가죽을 벗겨 아나트 대용으로 쓸 것이다. 반드시 그리한다.


빌어먹을 아나트.


주먹을 굳게 부여잡고, 눈에 힘을 주며 세세히 놈의 허점을 살폈다.


"후우우. 보자. 녀석의 배가 처음보다 색이 달라졌어."


피해가 어느 정도 있던 걸까.

어느새 흰색이었던 커다란 배가 회색빛으로 변화했다. 그렇다면 효과가 있다는 말씀. 여기저기 둘러보며, 효율적인 무기를 찾던 난 그야말로 환호성을 질러야 했다. 저게 그거다. 딱 내가 찾던 그거. 한 방에 원샷원킬 할 수 있는 유니크한 무기.


"으하하하. 대형 거미야. 인제 이 세상에 하직 인사를 올려야 할 것 같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칭할 정도의 무기를 집어 올렸다.


"끄응차."


물론 지금 입장에서 무겁지는 않았다. 붉은 구슬의 힘은 워낙 경이로웠으니까. 이런 신음이라도 내뱉어내야 왠지 기대감이 오른다고나 할까. 여튼, 들어 올린 무기를 있는 힘껏 세게. 겁나게 세게. 아주 세게 전속력으로 집어 던졌다.


"하아앗! 이거로 끝이다!"


부아아아앙. 찰진 소리가 귀에 울려 퍼졌다. 캔디마냥 달콤한 소리. 이윽고 복부에 도달한 무기가 쾅 소리를 내며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쓰러진 대형 거미.


"으하하하. 역시 원샷원킬. 한 방에 아주 그냥 죽여줘요."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구나.


기대에 찬 마음으로 다가가자, 부르르 떨리는 거미의 여섯 개 다리. 비장의 무기가 뱃속을 꿰뚫었고, 증명하듯 배 위로 삐죽 튀어나온 건.


정확히 말하면 축구 골대였다.


면적이 넓은 거미에게는 닿는 부분이 최대한 작고, 날카로운 철근. 안성맞춤 무기가 아니겠는가.


양손에 다시 짱돌을 들고 천천히 다가서며, 혹시나 모를, 또 다른 위협을 확인했다. 부담 있는 싸움이라, 동조자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더는 없군. 이제 구슬을 회수할 시간인가. 일단 초록 구슬부터."


그러나.

절망에 빠져야만 했다.


70마리의 거미. 거의 절반 이상이 산산조각이 난 상태로 흩뿌려져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죽이 된 상태. 대형거미의 포탄에 외형은 그야말로 묵사발되어 있었다.


"으아아악! 빌어먹을!"


허리를 뒤로 재치며 울부짖는 나의 모습. 거미의 액체를 피하고 싶었어. 피하고 싶었지. 작은 거미의 초록 구슬을 없애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다!


구슬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초록이. 하반신의 강화. 이 얼마나 꿈에도 그리는 영약인데.


"젠장."


실망을 넘어 절망이다. 목숨과도 같은 구슬이었는데.


"그래. 하긴 그깟 구슬보다 목숨이 훨씬 귀하지."


생각의 전환.

무릎의 먼지를 툭툭 털며 자리에 일어섰다. 그래. 살았으니, 더 찾아내면 된다. 그리고 몽땅 뭉개지지는 않았으리라. 분명 찾으면 나온다. 한 가닥 기대감으로 윌슨 1호를 꺼내 들었다.


"윌슨아. 이번엔 네가 힘 좀 써야겠다."


쇼 타임!


"자. 시작해보자고."


*


아나트도 없고, 루이 2세도 어디로 갔는지 도통 보이지가 않으니,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윌슨. 경황이 없어, 수중에 들린 건 짧은 단도가 내 무기의 전부다. 작업에 사용할 도구이며, 희망인 윌슨.


대형 거미는 피부가 탄탄할 것이고, 뼈대도 튼튼할 것이다. 그렇다면, 녀석의 것을 몽땅 빼앗는다.


"루이 2세도 다시 만들고, 아나트도 새로 만들어야겠어. 그리고 제일 기대되는 건."


역시나 외계 생물체는 구슬 아니겠는가. 내가 녀석의 뱃속을 노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오로지 구슬. 보스급 대형거미는 어떤 구슬을 가지고 있을까. 물론, 초록 구슬이겠지. 붉은 구슬도 좋을 것 같긴 하다. 원거리 무기로 아무거나 던지면 바로바로.


"효과 짱이지. 되게 궁금하네."


윌슨 1호를 가지고 놈의 다리를 하나씩 절단했다. 잔인하지만, 뭐.

어쩌라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혹시나 놈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길 자신이 없다. 아니, 솔직히 이길 수 있지만 귀찮다.


"어럽쇼. 이거 윌슨. 너 맞니?"


날카로움의 최고봉.

윌슨이었다.

마치 회를 뜨듯.


서걱. 서걱.


어느새 여섯 개의 다리를 모두 잘라냈다. 물론, 윌슨 1호도 날카로웠지만, 제일 훌륭한 무기는 바로 붉은 구슬의 힘. 날카로운 것은 더욱 날카롭게. 강한 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게,


바로 힘이었다.

난 이제 힘의 추종자가 될 것이다. 아! 초록 구슬만큼은 예외. 흐흐흐.


"다 됐다. 이제 되살아날 걱정은 없으니. 작업을 시작해볼까."


썰자. 썰어라. 거미의 머리를 썰자. 쓱싹쓱싹. 윌슨 1호가 이런 데 쓰일 줄은 몰랐다. 대형 거미의 눈도 거대했지만, 머리 위에 올라타니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헌데.


"으아악!"


푸욱, 푹.

엄청 놀랐다. 놈을 바라보다 커다랗게 눈이 껌벅이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이놈! 안 죽었냐?


깜짝 놀랐잖아!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윌슨 1호를 들어 사정없이 눈깔을 난자해버렸다.


"이런 쓰읍새."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헌데, 이 순간 깨달음이 온다.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


분노조절 장애인가? 아니면 하도 숨어지내서 겁이 너무 많아진 탓일까.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정신을 잃을 만큼 사리판별이 되지 않는다.


"그래. 그래도 좋다. 살 수만 있다면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여진 녀석의 머리 위에서 한동안 침묵했다. 과연 이대로 서울로 가도 될까. 차라리 숨어지내다가 외계 생명체들을 한둘씩 잡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정신이 망가지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하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니.


결국 이렇게 살다 죽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니라면 내 인생이 너무 비참했잖아.


"됐어. 됐다고. 시불."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비릿한 냄새가 여기저기서 흩날리니, 다른 놈이 올 가능성이 있었다.


"빨리 처리해야 해."


녀석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구슬을 꺼내야 한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쿵쿵. 쩌억. 쩌억.


오른손에 든 윌슨으로 여기저기를 헤집었다. 머릿속은 어두웠고, 순간순간 외부에서 비치는 태양 빛에 하얀 외벽이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꼭 무슨 비행체 안에 있는 것 같다.


"저거 뭐지?"


오륙 분을 여기저기 헤매다 햇살과 다른 색채가 안쪽에서 흘러나온다. 조심스럽게 숨을 죽이고 자세를 취했다. 혹시 기생충일까.

이놈의 생물체는 예상을 뒤엎는 행동이 하나둘이어야 말이지.


벽 같은 살을 자르자, 그 사이로 오색찬란한 빛이 흘러나왔다.


"뭐냐고. 도대체."


놈의 구슬을 꺼낼 타이밍인데.

뜬금없는 오색 빛. 허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멈춰섰다. 대체.


"이, 이게 대체 뭐냐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눈을 비비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


거미의 머릿속.

그런데. 그런데 왜 내가 저기에 있는 거냐?


"뭐, 뭐야 이거."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통조림을 까먹고 있는 비루한 모습.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거미의 머릿속은 예전 땅속에 만들었던 벙커 모습 그대로. 그럼 저게 과거의 내 모습인가. 왜 여기에서 보이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환상일 것이다. 아니 착각이야!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그극, 그그극. 숟가락으로 깡통을 박박 긁어대는 모습. 제길, 영락없는 나다!


"이거 뭐야. 뭐냐고!"


울음인지 웃음인지도 모를 탄식이 뿜어져 나왔다. 혹시나 싶어 오른쪽 볼때기를 사정없이 꼬집어 봤지만 역시나 꿈이 아니었다.

온몸에 넘치는 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녀석을 난자하지 않았었나.


환상이라고 굳게 마음먹고, 손에 들린 윌슨 1호를 사정없이 집어 던졌다.


짜캉.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환상이다. 역시 감이 맞았어.


"웃기지 마. 이 자식들."


호흡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자세히 정면을 살피자, 눈앞에 내 모습을 하던 놈이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내가 나를 보고 놀라.

웃기는 현상이네. 이런 거 들어보지도 못했다.


"젠장. 환상이 맞아?"


숨이 다시 가빠 온다. 왠지 들어서면 안 되는 곳을 건드린 거 같다. 이게 대체 뭐냐고!


"으, 윽윽."


숨이 갑갑하다.

답답하다. 모르겠다. 미쳐버리겠다. 이 새끼들.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아아아아악!"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다. 가슴이 답답해 입을 크게 벌려 소리쳤다. 이 짓도 안 한다면 머리통이 깨질 것만 같다. 정말이다.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다.


눈앞에 나랑 똑같은 모습을 한 녀석. 이제 날 신경 쓰지 않는다. 무시하는 거? 응? 그런 거냐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내리고, 깡통을 긁어대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소리 내며 박박박. 조금이라도 더 처먹으려는 새끼. 남김없이 음식 찌꺼기를 허겁지겁 먹는 새끼. 저건 분명히 나다. 여지없다. 반박할 자신도 없다.


"어허허허. 이게 뭐냐고. 시부랄."


더는 놀랍지 않고, 당황스럽지도 않다. 그냥 미친 거 같다. 물끄러미 녀석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윌슨이 생각났다.


"위, 윌슨?"


나의 애장품. 루이 2세도 잃어버리고, 아나트도 부서졌다. 내게 남은 건 오로지 윌슨밖에 없다. 녀석이라도 없어진다면 진짜 나는 외톨이.


"어.......어딨어. 윌슨. 응? 어딨냐고. 윌스으으은."


미쳐간다. 정신이 붕괴된다.

그러나.


"위, 윌슨."


녀석의 옆에 떡 하니 박힌 윌슨. 그래, 윌슨으로 놈을 죽인다. 외계 생명체는 허점을 보이면 무얼 할지 모른다. 이것도 분명 녀석들의 농간이라고.


발을 조심스럽게 들이밀어 안으로 집어넣자, 녀석이 갑작스레 깡통을 집어 던졌다.


카앙,


깡통 소리도 요란하다. 주춤주춤 드러눕듯이 뒷걸음치는 이 녀석. 그래. 널 죽일 거야. 죽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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