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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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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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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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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5화

DUMMY

뮤직스톰에서 신성진이 1위를 차지한 다음 날.

신성진은 나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정식집.

무려 3층으로 지어진 한옥 식당에는 호화스러운 음식이 잔뜩 나왔다.

연지곤지처럼 붉은 참돔회.

노랑노랑한 우니가 올라간 한우 육회.

케일 장아찌와 함께 구운 한우 안심.

꽃처럼 활짝 핀 아롱사태 냉채 등.

너무나 호화스러운 음식을 먹던 중 신성진이 말했다.

자신의 어머니와 있었던 이야기를.


“······네? 어머님께서 정신을 되찾으셨다고요?”


매콤하게 볶은 한치를 집으려던 내가 깜짝 놀라 물었다.


“하하, 응. 노래를 불러드리니까 정신이 돌아오시더라고.”

“와, 정말요? 신기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3개월이 넘게 정신이 돌아오지 않으셨는데 <까마귀의 꿈>을 부르니까 날 알아보시더라. 지금도 온전하시고.”

“세상에······.”


나는 음식을 집는 것도 잊은 채 눈을 깜빡거렸다.

치매로 인해 떠나갔던 정신을 되찾으시게 만들다니.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아들을 알아보시게 만들다니.

그것도 고작 노래로.

나로선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맙다, 태오야. 네 덕분에 어머니와 오랜만에 정답게 대화를 나눠서 정말 기뻤다. 이게 다 네 덕분이야.”

“아니에요, 형님. 제 덕이라뇨. 형님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 거죠.”

“아냐. 그동안 무슨 짓을 해도 어머니의 정신을 되찾지 못했어. 나나 아내가 대화를 청해도, 사진을 보여드려도, 좋아하시던 음식을 먹여드려도 정신을 찾지 못하셨지. 심지어 내 노래를 들려드려도 말이야.”

“형님 노래도요?”

“응. 직접 부른 건 아니지만 기존의 히트곡들을 들려드려도 시큰둥하셨거든. 전부 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곡들인데 말이야.”


신성진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까마귀의 꿈>을 듣고 나니 정신이 돌아오셨어. 참 신기한 일이지 않니?”

“그러네요 정말······.”

“응. 난 이게 네 노래가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생각해.”

“기적이요?”

“그래, 기적. <까마귀의 꿈>이 기적을 일으킨 거지. 그 기적 덕분에 우리 어머니가 잠시나마 치유가 되신 거고.”


신성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까마귀의 꿈>은 신성진 모친을 낫게 했다.

물론 치매를 완치했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잠시나마 신성진이 아들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은 분명 ‘음악의 힘’임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축하합니다! 추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치유의 음악’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편곡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뭐? 치유의 음악?’


생각지도 못한 홀로그램이 파바박 떠오르자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일전에 한 번 경험해봤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태창을 확인할 뿐.


[작곡가 ‘유태오’의 상태창]

- 직업 : 작곡가

- 작사 레벨 : D

- 작곡 레벨 : C

- 편곡 레벨 : E

- 업적 목록 : [음악 방송 1위], [치유의 음악]


‘이번에도 정말 레벨이 올랐어.’


일전에 로즈골드 멤버들이 음방 1위를 했을 때, 나는 최초의 업적 달성을 경험했었다.

덕분에 작곡 레벨도 한 단계 상승했었고.

그리고 그때처럼 지금도 상태창의 레벨이 상승했다.

정확히는 편곡 레벨이 F에서 E로 상승했다.


‘편곡이라. 앞으로 쓸모가 많겠어.’


일반인들은 작곡가가 작곡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필드에선 편곡에 할애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원곡을 무대나 행사용으로 편집하는 것은 물론, 원곡을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하는 경우도 아주 많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곡을 소스로 삼아 다른 곡을 재창조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편곡 레벨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일로도 업적이 올라가네?’


난 업적이 오직 정량적인 수치만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멜로 차트 1위나 음악 방송 1위처럼 딱 눈에 보이는 수치 말이다.

하지만 ‘치유의 음악’이란 업적은 아니었다.

이건 무형의 가치로, 추상적인 개념인데도 업적으로 적용되었다.


‘음악으로 일어난 변화도 업적이 될 수 있는 거구나.’


업적 제도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응? 태오야, 왜 그래?”

“······네?”

“아니, 갑자기 멍하니 허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길래. 뭐야.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났어? 악상이라도 떠오른 거야?”


아이고.

업적 획득 때문에 신성진이 눈앞에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아, 네. 어머님께서 정신을 되찾으셨다는 얘길 들으니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요.”

“오, 정말? 그럼 다음 앨범에 넣으면 되겠다.”

“네? 다음 앨범이요?”

“응. 다음 앨범에 넣어야지. 왜, 차기 앨범에선 형이랑 활동 안 하려고? 그럼 서운한데.”


신성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나는 수습하듯 손사래를 쳤다.


“아하하, 아니에요. 같이 해야죠, 형님.”

“정말이지?”

“하하, 네. 형님이랑 활동할 수 있는 게 제게 얼마나 영광인데요. 제 곡을 써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휴, 다행이다. 그럼 차기 앨범에도 형한테 곡 주기로 약속한 거야? 알았지?”

“네, 형님. 약속할게요.”

“크, 고맙다. 태오야. 내가 너한테 아주 큰 은혜를 입었어. 앞으로 두고두고 갚을 테니까 우리 오래 인연 이어가자.”

“하하, 알겠습니다. 저도 좋은 동생이자 좋은 작곡가로 남겠습니다. 형님.”

“그래. 다시 한번 고맙다, 태오야. 한잔 더 받아라.”

“넵, 형님.”


나는 신성진이 따라주는 화이트 와인을 공손히 받았다.

기름진 육전과 아주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어여쁜 연 노란색 액체가 차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도 더더욱 열심히 하자고.


* * *


<체리 블라썸>과 <까마귀의 꿈>.

내가 낸 2개의 곡은 모두 홈런을 쳤다.

2개의 곡 모두가 멜로 차트 1위에 음악 방송 1위를 찍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연타석 홈런을 쳐버린 상황.

그 말도 안 되는 호재에 수많은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

SN 엔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송준식과 로즈골드 멤버들, 아르메 엔터 이사와 팀장들, 그리고 각종 지인에게도 축하 연락이 왔다.

너무나 감사한 연락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황송한 연락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SN 엔터의 대표 ‘이만수’의 연락이었다.


똑똑.


나는 고동색의 문에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널따란 공간과 함께 이만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아, 유태오 작곡가. 왔구만. 하하하.”


서류를 넘기던 이만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나는 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 뒤, 그의 안내에 따라 소파에 앉았다.


“유태오 작곡가, 미안하네. 작업으로 바쁠 텐데 불러내서 말이야.”

“아닙니다, 대표님. 바쁘신 걸로 따지면 대표님께서 100배는 더 바쁘실 텐데요.”

“하하, 서로 바쁜 걸로 하지. 어쨌든 축하하네. 이번에 <까마귀의 꿈>으로 음방 1위 차지한 거 잘 봤어. 잘했네. 아주 잘했어, 하하하.”


이만수가 흡족한 얼굴로 나를 칭찬했다.

너무나 황송했던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저번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을 때 음방 1위도 하라고 했더니 진짜 1위를 차지할 줄이야. 소식 듣고 많이 놀랐네.”

“그러셨습니까.”

“그래. 이건 뭐 곡을 낼 때마다 음원 차트 1위에 음방 1위를 해버리니 정말 대단하구만 그래. 우리 SN 엔터 임원들도 칭찬이 자자해.”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네요.”

“운이 좋긴. 한 번은 운이어도 두 번은 운이 아니지. 이건 자네의 실력이야.”


내 실력이라.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오랫동안 무명 작곡가로 생활했던 과거를 생각하니 가슴이 더 찡했고.


“아무튼 축하하고, 이번 성과로 성과급이 지급될 테니 필요한 곳에 쓰게.”

“네? 성과급이요?”

“그래. 물론 자네만 주는 건 아니니 부담 갖지 말게. 음방 1위를 차지하는 작곡가들에겐 모두 지급되는 거니까 말이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감사히 쓰겠습니다.”

“하하, 그래. 아무튼 앞으로도 우리 SN 엔터에서 멋진 활약 해주길 기대하겠네.”


이만수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했다.

엔터업계의 왕 이만수가 날 이토록 칭찬하다니.

황홀하다 못해 가슴이 뻥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 * *


이만수가 준다던 성과금.

그건 생각보다 금세 들어왔다.

액수는 무려 1,000만 원.

타이틀곡에 곡비로 받았던 3,000만 원까지 합하면 한 곡으로 웬만한 연봉을 번 것이었다.

그것도 꽤 괜찮은 연봉을.

거기다 멜로 차트 1위에 대한 음원 수익을 합하면 정말 거금을 벌어들였다.

1억 원이 훌쩍 넘는 거금을.

그 사실에 난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는 끝나지 않았다.

뮤직스톰에서 로즈골드를 꺾고 1위를 차지한 사실은 상당한 화제가 되었고, 여러 방송사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심지어 굵직한 너튜브 채널들에서도.

그러한 연락들을 보며 출연을 고민하던 나는 마침내 프로그램 하나를 정했다.


<휴먼 인사이드>


이 프로그램은 여성 앵커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인물을 불러서 심층 인터뷰를 하는 방송이었다.

시청률 또한 10% 내외로 나올 정도로 상당한 인기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물론 내가 이 방송을 택한 건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청률만 생각하면 더 높은 방송도 많았다.

그럼에도 <휴먼 인사이드>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여성 앵커가 출연자를 엄청나게 배려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유태오 님, 10분 후에 녹화 스탠바이 하실게요.”


대기실로 들어온 스태프가 말했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나는 대기실에 있는 메이크업용 거울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휴먼 인사이드>의 촬영날.

과거에 TV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촬영은 처음인지라 너무나 떨렸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색 정장도 뭔가 불편하게 느껴졌고.


“그래.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잘해서 섭외된 건데 왜 떨고 그래. 의연하게 하자, 의연하게.”


나는 숨을 후 내뱉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얼굴을 떠올렸다.


“시온아, 아빠 잘하고 올게.”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다짐한 뒤에 대기실을 벗어났다.


* * *


대기실을 벗어나 촬영장으로 갔다.

마치 뉴스룸처럼 지어진 세트장.

거기에는 커다란 스크린과 곡선의 테이블,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와 장비가 있었다.

그리고 <휴먼 인사이드>의 진행자인 ‘서아란’ 앵커도 있었다.


“아, 작곡가님. 오셨군요.”


대본을 검토하던 서아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하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앵커님. 작곡가 유태오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서아란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 작곡가님 노래 팬이거든요.”

“하하, 그러셨어요?”

“네. 특히나 <까마귀의 꿈>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참 좋아하세요.”


서아란은 그 이후로도 나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다음으론 곡선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휴먼 인사이드> 촬영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역시 듣던 대로 친절하시네.’


연예인들은 앞뒤가 다르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나도 그런 경우를 종종 봤고.

하지만 서아란은 TV에 나오는 이미지처럼 배려심이 넘쳤다.

그렇게 서아란이 꼼꼼하게 설명을 해준 후, 제작진 측에서 말했다.


“자, 그럼 슛 들어가겠습니다.”


아까 잠깐 인사했던 감독의 말.

그 말에 서아란이 내게 주먹을 쥐어 보이며 파이팅을 외쳤다.


팟!


이후 제작진 한가운데에 있는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 불을 보며 서아란은 바른 자세로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휴먼 인사이드>의 진행을 맡은 서아란입니다.”


서아란의 안정적인 중저음과 함께 나의 인터뷰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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