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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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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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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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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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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통화를 마친 송준식은 곧장 아르메 엔터에서 나섰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이동한 송준식은 거대한 건물로 들어섰다.

강남 한복판에 성처럼 우뚝 솟은 사옥.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연예기획사인 ‘SN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이었다.


“아이고, 송 선생. 오랜만입니다.”


대표실로 들어서자 이만수가 의자에서 일어나 빠르게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이 대표님.”

“하하하, 그러게요. 어떻게,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다행입니다. 어서 앉으시죠.”


SN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이만수.

그는 송준식을 너무나 반갑게 맞이했다.

그렇게 비서가 다과를 내온 다음, 두 사람이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이 대표님, 갑자기 연락 드려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어휴, 아닙니다. 송 선생이 연락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자주 좀 연락 주십시오. 왜 이리 얼굴을 안 보여주십니까.”

“하하, 이 대표님께서 국내외로 바쁘시잖습니까.”

“바쁘긴 하지만 제 은인인 송 선생을 위해서라면 시간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연락만 주십시오.”


이만수와 송준식.

두 사람의 인연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N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만수.

사실 그는 가수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리 잘생기지 못한 외모를 가진 탓에 오랫동안 무명 가수로 생활했다.

그러한 무명 가수에게 곡을 줄 작곡가는 없는 법.

이만수는 활동할 곡도 없는 상황에서 가수 생활을 접으려 했다.

그런 이만수에게 곡을 준 게 바로 송준식이었다.

히트 메이커였던 송준식.

그는 이만수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았고, 이만수에게 곡을 주었다.

그 곡이 그야말로 빵 터졌고, 이만수는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에도 송준식은 계속해서 이만수에게 곡을 주었고, 이만수는 연속 히트를 터트렸다.

그 덕에 이만수는 유명 가수가 되었고, 그것으로 번 돈으로 엔터 사업을 시작해 SN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만수는 송준식을 ‘은인’이라 생각했다.

만약 송준식이 없었다면 자신이 히트 가수가 될 수도, SN 엔터테인먼트를 차릴 기반을 마련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은인이라. 감사합니다, 이 대표님. 절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송 선생. 송 선생은 제 목숨을 구해준 분입니다.”


두 사람을 서로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차를 홀짝이던 중, 이만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송 선생, 통화로 말씀하신 게 뭡니까? 부탁할 게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뭐죠? 돈 문제인가요? 뭐든지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다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이만수는 진심으로 뭐든지 들어줄 생각이 있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SN 엔터의 대표 자리를 달라면 줄 생각도 있었다.

이만수에게 있어서 송준식은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송준식이 말했다.


“돈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요?”

“이 대표님, 혹시 유태오 작곡가라고 아십니까? 이번에 <체리 블라썸>을 만든 친구인데.”

“아아, 압니다. 알지요. 이번에 아주 대세던데요? 덕분에 로즈골드도 빵 떴고요. 그나저나 유태오 그 친구는 왜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만수의 물음에 송준식이 곧장 대답했다.


“유태오 작곡가를 SN 엔터테인먼트에 받아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 친구를요?”

“네. 인맥으로 그냥 꽂아달라는 건 아닙니다. 최소한 테스트를 볼 기회를 달라는 얘기입니다.”

“흐음, 테스트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그나저나 갑자기 그 친구는 왜 저희 SN에 넣으려고 하는 겁니까?”

“그게······.”


송준식은 그렇게 말하며 유태오가 받았던 제안에 대해 말했다.

연봉을 챙겨주는 대신 고스트 라이터가 되어달라는 제안 말이다.


“······허, 송 선생네 회사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물론 고스트 라이터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태오 작곡가는 작곡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강한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그런 제안을 받았다는 게 선배로서 속상합니다.”

“그러시겠죠. 송 선생도 예전에 그런 제안을 종종 받고 상심했잖습니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에 나름 작곡가로 자리 잡은 터라 제안을 뿌리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태오 작곡가는 생계가 불안정합니다. 아이 아빠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SN 엔터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SN 엔터에선 작곡가들에게 기본급도 주시잖습니까.”


이만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SN 엔터에선 소속된 작곡가 모두에게 기본급을 주었다.

대형 기획사라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이만수가 작곡의 힘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작곡가를 대접하는 것뿐이었다.

이만수 역시 작곡가의 도움으로 무명 생활을 청산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송 선생. 그렇게 하지요.”

“정말입니까?”

“하하, 그럼요. 제 은인인 송 선생이 그렇게 말하는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그냥 넣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테스트를 볼 기회를 달라는데요.”

“감사합니다, 이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송준식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긴요. 송 선생에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찌 됐든 제가 조만간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이만수의 말에 송준식은 미소를 지었다.

기회는 주어졌다.

이제 남은 건 유태오가 그 기회를 살리는 것뿐이었다.


* * *


곽기백 대표의 고스트 라이터 제안.

그것은 아르메 엔터 직원들 사이에 쫙 퍼졌다.

그래서일까.

늘 열정적으로 회의하던 총괄이사와 팀장들은 시든 꽃처럼 시무룩해 있었다.


“하아······.”


상석에 앉은 총괄이사가 한숨을 내뱉었다.

같은 마음인 팀장들 역시 한숨을 내뱉더니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아니, 대표님은 대체 왜 그런 제안을 하신 거래요?”

“그러니까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태오 작곡가한테 왜 그러셨대.”

“유태오 작곡가가 많이 상심했겠네. 솔직히 그 친구, 히트곡은 못 내도 음악적 자부심은 대단했잖아.”

“그쵸. 그래서 돈도 안 되는 작곡가 생활 이어온 거고요. 근데 그런 친구한테 그런 제안을 했다니. 유태오 작곡가가 언성을 높일 만해요.”

“하아, 어쩐지 대표님이 갑자기 회의에 참여하신 게 이상하다 했어요. 유태오 작곡가 계약 기간 물어보신 것도 그렇고요.”

“쯧쯧쯧, 유태오 작곡가 출근도 안 하고 있던데. 많이 상심했나 봅니다.”


팀장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내뱉었다.

로즈골드가 잘나가서 기분이 좋았던 상황에 이게 웬 찬물을 끼얹는 짓거리란 말인가.

잘 풀리나 싶었던 상황에 곽기백이 초를 치자, 팀장들은 맥이 빠져버렸다.


“하아······.”


그러나 상석에서 한숨을 내뱉는 총괄이사는 물론, 팀장들도 곽기백 대표에게 따지러 가진 못했다.

이들 대부분이 아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는 가장이었기에.

괜히 대표에게 들이받았다가 잘리기라도 하면 큰일 나는 가장들이기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나는 요 며칠간 집에만 박혀 있었다.

시온이의 유치원 등·하원과 살림만 하고 음악적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원래의 나는 이러지 않았다.

곡이 나오든 안 나오든 매일매일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게 나였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몸이 아파도 출근해서 건반을 두드리는 게 바로 나였다.

하지만 난 일주일도 넘게 아르메 엔터로 출근하지 않았다.

곽기백의 고스트 라이터 제안에 기운이 쭉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생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법.

결국 일주일을 넘긴 나는 아르메 엔터로 출근했다.

그러던 중, 복도에서 총괄이사를 만났다.


“아, 유태오 작곡가.”


나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 다가오는 총괄이사.

나는 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오랜만이네. 며칠 좀 쉬었어?”

“아, 네. 죄송합니다, 이사님.”

“아냐. 죄송하긴. 나도 소식 들었어. 대표님이 좀 찝찝한 제안을 하셨다면서?”

“······.”


아르메 엔터에도 다 퍼진 건가.

나는 씁쓸함에 침묵을 지켰다.


“너무 상심하지 마. 대표님이 뭘 잘 모르고 하신 말씀이니까. 알지? 대표님 엔터업계에 관심 없는 거.”

“······.”

“그분은 음악가가 아니라 사업가야. 그래서 돈으로 크레딧을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신 거고.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몰라서 그런 거니까, 몰라서.”

“예, 이사님.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마음 추스르고 로즈골드 다음 앨범이나 준비해보자고. 슬슬 윤곽 짜보려고 하니까.”


총괄이사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떠났다.

나 역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작업실로 향했다.


“휴······.”


나는 고시원처럼 좁은 작업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작업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총괄이사의 말처럼 마음을 추스르기로 했다.

그리고 DAW를 켜서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띠리리링!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송준식’.

나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네, 선생님.”

- 어, 태오야. 어디니?

“아, 저 작업실입니다. 오늘 출근했어요.”

- 그래? 다행이다. 그럼 1시간 후에 잠깐 볼래? 내가 태오 너한테 소개해줄 사람이 있는데.

“소개해줄 분이요? 누구신데요?”

- 그건 와서 얘기하자. 그래서, 시간 괜찮아?

“아, 네. 괜찮습니다.”

- 그래, 알았어. 그럼 문자로 시간이랑 장소 보내줄 테니 이따 보자.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나는 통화를 종료했다.

무슨 이유로 밖에서 만나자고 하시는 걸까.

할 얘기가 있다면 아르메 엔터에서 하시면 될 텐데.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위로 차원에서 술이라도 사 주시려나 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려던 작업을 계속했다.


* * *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는 강남에 위치한 고급 일식집.

살아생전 와본 적 없던 곳에 오니 뭔가 저절로 겸손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곱게 차려입은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한 룸 앞에 도착했다.


드르륵.


여직원이 열어준 미닫이문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송준식이었다.


“아, 태오야. 왔니?”


송준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송준식 옆에 있던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준식과 비슷한 연배의 남자.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어······?”


곧장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엔터업계에 있다면 모를 수 없는, 아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이만수 대표님?”

“하하, 나를 알고 있네요. 반갑습니다, 유태오 작곡가. SN 엔터 대표 이만수입니다.”


이만수가 넉넉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얼어붙어 있던 나는 후다닥 달려가 두 손으로 악수를 했다.


“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 나도 요새 가장 핫한 작곡가를 만나서 영광입니다.”


이만수의 미소를 본 나는 다시 송준식을 바라보았다.


“서, 선생님. 오늘 소개해주신다는 분이······.”

“그래. 이만수 대표님이다.”

“예? 저, 정말이요?”


내 물음에 송준식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나는 또다시 굳어버린 채 눈만 껌뻑거렸다.

그때, 이만수가 말했다.


“하하하, 우리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서 대화합시다. 송 선생, 앉읍시다. 유태오 작곡가, 이만 앉아요.”

“아, 예!”


이만수의 말에 나는 자리에 냉큼 앉았다.

엔터업계의 왕, 이만수와 대화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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