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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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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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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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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작업했다.

SN 엔터 입사 테스트에 낼 곡은 물론, 로즈골드의 차기 앨범에 낼 곡도 만들었다.

아무리 아르메 엔터에 대한 마음이 떴다고 해도 난 아직 아르메 엔터 소속이니까.

그렇게 만들어둔 스케치를 빌드업해서 거의 완성 수준으로 만든 후, 나는 가사를 붙이기 시작했다.

모친이 치매 투병 중인 신성진의 마음을 어루만질 노래를.

그렇게 열심히 가사를 붙이던 중, 좋은 소식 하나가 떠올랐다.


[작사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작사 레벨이 상승한 것이었다.

E에서 D로 상승한 작사 레벨.

그 덕분일까.

막막하기만 했던 작사가 조금 더 수월해지는 기분이었다.

뭐랄까.

골골대던 수험생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듯한 느낌이랄까.

실제로 머리는 팽팽 돌아갔고, 아이디어가 쭉쭉 나오기 시작했다.

그 덕에 나는 작사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네? MBS라고요?”


별안간 걸려온 전화.

그건 MBS 9시 뉴스팀 작가였다.

그녀는 이른 바 ‘중소돌의 기적’을 이뤄낸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도 하고.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고, 결국 인터뷰를 수락했다.

TV에 나가는 것을 선망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번 경험해 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먼 훗날, 나이가 든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을 테고.

그렇게 MBS 9시 뉴스팀과 일정을 잡은 후, 인터뷰 당일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MBS 기자 홍지영이라고 합니다.”


5명의 취재진 중 한 명의 여성이 내게 인사했다.

냉미녀 느낌이 나는 여성 기자였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유태오라고 합니다.”

“네. 실제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여기가 작곡가님의 작업실인가요?”


홍지영 기자와 카메라맨 등의 취재진이 내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사실 둘러볼 것도 없었다.

내 작업실은 고시원처럼 좁았고, 장비들도 프로 작곡가라기엔 상당히 초라했으니까.

오래되기도 했고.


“하하, 아무래도 좀 누추하죠?”

“조금 협소하긴 한데 그래서 더 대단한데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체리 블라썸> 같은 명곡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명곡이라니.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곡인데.”

“부족함이 많다니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곡인데요. 충분히 자부심 가지셔도 돼요.”


홍지영 기자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나를 칭찬해 주었다.

아마 TV 출연이 처음인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거겠지.

나는 그녀의 배려에 감사하며 미소를 지었다.


“음, 작곡가님. 그럼 촬영에 앞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나와 홍지영은 마주 앉았고, 취재진은 카메라와 마이크, 조명 등을 세팅했다.

무려 지상파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는 순간이었다.


* * *


인터뷰 촬영을 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작사 작업을 열심히 했고, MBS도 인터뷰 촬영 편집본을 내게 보내주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컨펌까지 거치다니.

생각보다 신사적인 절차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MBS 측은 내게 방송 날짜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시온이와 함께 내 방송분을 보기로 했다.


“시온아, 아빠가 야식 얼른 만들어올게.”

“웅, 아빠아! 마싰는 걸루 만들어조~!”

“하하, 알았어. 기대해.”

“웅웅! 기대 마니마니 하고 있을게~!”


시온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볼이 빵실빵실한 시온이.

내 딸이지만 너무 귀여운 시온이의 볼을 매만진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너무나 협소한 나의 주방으로.


“오늘의 메뉴는 골뱅이무침이다.”


나는 미리 준비한 재료를 주방에 싹 올려놓았다.

기왕 먹는 거라면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싱싱한 재료로 준비했다.


“일단 채소들부터.”


나는 채소들부터 손질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깨끗한 물에 채소들을 씻어준 후, 먹기 좋게 썰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잘리는 채소들.

새하얀 양파와 양배추.

주홍빛의 당근.

초록초록한 깻잎, 오이, 대파, 청양고추까지.

나는 너무나 능숙하게 채소들을 썰었다.


“이번엔 골뱅이를.”


나는 골뱅이 캔을 열었다.

너무나도 탱글탱글한 골뱅이들.

나는 그것들을 체에 걸러 물기를 탁탁 털어준 뒤, 적당히 먹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다.

나 혼자 먹는 거라면 통째로 먹었겠지만 이건 시온이와 함께 먹는 거니까 조그맣게 썰었다.


“소스 만들자.”


골뱅이까지 준비한 나는 조미료들을 꺼냈다.

고추장, 설탕, 식초를 정확히 똑같이 배합한 나는 소스까지 완성했다.


“어휴, 침 고여.”


새빨간 소스가 풍기는 냄새 때문일까.

혀 아랫부분이 아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 빨리 만들어서 먹어야지.


“자, 이제 섞어보자.”


나는 큰 볼에 채소와 골뱅이, 그리고 소스까지 부어주었다.

거기에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까지 넣어준 후, 버무리기 시작했다.


조물조물.


새빨간 소스와 어우러지는 골뱅이, 그리고 채소들.

입맛 없을 때 먹어도 맛있는 골뱅이무침이 완성되어 가는 걸 보니 군침이 나왔다.


“소면이 빠지면 섭섭하지.”


골뱅이무침의 핵심은 소면.

나는 완벽한 골뱅이무침을 위해 물을 올리고 소면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커다란 접시에 새빨간 골뱅이무침을 올리고, 사방에 탱글탱글한 소면을 올려주면······.


“골뱅이무침 완성!”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골뱅이무침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나 완벽한 비주얼.

나는 화룡점정으로 깨까지 솔솔 뿌린 다음, 시온이가 있는 안방으로 가져갔다.


“시온아, 야식 먹자~!”

“앗! 야식이당! 야식! 야식이 도착했당~!”


야식을 가져왔다고 말하자 인형 놀이를 하던 시온이가 환호했다.

그렇게 시온이 앞에 음식을 내려놓자 시온이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우와아! 아빠, 이게 모야~?”

“응. 골뱅이무침이란 거야.”

“골뱅이무침?”

“응. 어때?”

“우움, 쪼끔 이상하게 생겨써!”


시온이가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음, 시온이는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 있어. 근데 먹어보면 다를 거야.”

“징짜?”

“응. 딱 한 번만 먹어봐. 그다음부턴 안 먹어도 되니까.”

“우웅! 알아써!”


시온이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아빠가 먹여줄게.”


나는 숟가락에 가장 먼저 탱글탱글한 골뱅이를 얹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아삭한 오이와 양배추, 깻잎 등을 얹고, 마지막으로 소면을 살짝 올려주었다.

당연히 시온이의 입 크기를 고려하여 조그맣게 올렸다.


“자, 시온아. 아~ 해봐, 아.”

“아아앙~!”


시온이가 입을 벌렸고, 나는 골뱅이무침을 입에 쏘옥 넣어주었다.

통통한 볼을 씰룩거리며 오물오물 씹는 시온이.


‘과연······.’


나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시온이의 시식 평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오물거리던 시온이는.


“······아빠, 이거 완전 짱이다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입에 맞아?”

“웅! 완전 마시써!”

“하하, 그래?”

“웅웅! 이 골뱅이란 게 너무너무 쫄깃하구, 채소들은 아삭아삭해서 조아! 소면이랑 같이 머그니까 완전 최고구!”


시온이가 양쪽의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하하, 다행이다.

입맛에 안 맞을까 봐 걱정했는데.


“시온이가 맛있다니 다행이네. 그럼 아빠가 덜어줄 테니까 포크로 먹어봐.”

“웅웅! 토끼 포크로 얌냠냠 머글게~!”


그렇게 나와 시온이는 본격적으로 골뱅이무침을 먹기 시작했다.

쫄깃쫄깃하고 탱글탱글한 골뱅이무침은 너무나 맛있었다.

시온이 입맛에 맞게 덜 맵게 했음에도 정말 맛있었다.

밤에 먹으니까 더더욱 극락이었고.

그렇게 재잘재잘 대화를 나누며 먹었을 때, 틀어둔 TV에서 익숙한 단어들이 들려왔다.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아이돌 시장의 경쟁이 굉장히 심해졌는데요, 대형 기획사의 지원이 아니면 방송 무대에 서기도 힘든 상황에서 기적이 일어나 화제입니다.


오, 설마?

골뱅이무침을 정신없이 먹던 나는 뉴스에 집중했다.


- 이른 바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는 현상의 주인공은 걸그룹 로즈골드인데요, 로즈골드는 최근 <체리 블라썸>이란 노래로 10개 음원 차트 정상에 올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오, 시온아. 이제 아빠 나올 것 같다.”

“앗! 징짜?”

“응. 이제 인터뷰 장면 나올 거야. 한번 봐봐.”

“웅웅!”


시온이 역시 무아지경으로 골뱅이무침을 먹다가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는 시온이의 입가에 묻은 빨간 소스를 닦아준 뒤, 함께 TV를 보았다.


- 오늘 저희 MBS 9시 뉴스가 만나본 분은 <체리 블라썸>의 작곡가 유태오 씨인데요, 유태오 씨를 만나 해당 곡의 인기 비결과 현재 아이돌 시장 상황, 그리고 중소 기획사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곧장 전환된 화면.

그곳은 아르메 엔터의 복도이자, 내 작업실 바로 앞이었다.

거기에서 홍지영은 마이크를 잡은 채 말을 이었다.


- 최근 몇 년간은 아이돌 전성시대라 불릴 정도로 아이돌들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하지만 한 해에 30~50팀이 데뷔하는 것과 달리, 1년에 한두 팀이 살아남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홍지영 기자는 내가 늘 드나드는 유리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러한 상황에서 이른 바 ‘중소돌의 기적’을 이뤄낸 작곡가가 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은퇴 수순의 걸그룹을 음원 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유태오 작곡가님을 만나보겠습니다.


곧이어 전환된 화면.

거기에선 음악 장비들을 배경으로 한 내 모습이 나왔다.


“앗! 아빠다아! 아빠! 아빠가 나와써!”

“하하, 그러게? 진짜 아빠다.”

“우와아아! 우리 아빠가 테레비에 나오다니! 징짜 싱기해~!”


시온이가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 안녕하세요, 유태오 작곡가님.

- 안녕하세요. 작곡가 유태오입니다.

- 네. 최근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곡가로 유명하신데요, 혹시 그 중심에 있는 입장으로서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 하하, 아직은 얼떨떨합니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요.


화면 속의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아무래도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성과를 얻으셔서 그런 것 같은데요. 조사해 본 결과 유태오 작곡가님께서도 무명 작곡가셨던 걸로 아는데, 갑자기 히트곡을 내신 비결을 알 수 있을까요?

- 음, 아무래도 여러 요인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결과 같습니다. 저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습작을 쌓아오며 실력을 갈고닦았고, 로즈골드 멤버들 또한 10년 동안 열심히 연습하였기에 이뤄낸 결과 아닐까 싶습니다.

- 하루아침에 빚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사실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갑자기 뜬 것 같지만, 그 뒤에는 남들이 모르는 피와 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 그렇군요. 그러면 유태오 작곡가님은 최근 아이돌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최근엔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잖아요.

- 맞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대로 준비하는 아이돌이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기획사 크기에 집중할 게 아니라 실제 실력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TV 속의 나는 인터뷰를 이어갔고, 우리 부녀는 기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기 작곡가라는 칭호와 지상파 뉴스 출연, 그리고 빵빵한 저작권료까지.


‘믿기지가 않네······.’


그저 모든 게 꿈 같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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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24.09.02 6,625 1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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