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15,563
추천수 :
4,583
글자수 :
242,851

작성
24.09.03 08:20
조회
6,547
추천
97
글자
12쪽

29화

DUMMY

나는 신성진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반가운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웃으며 날 바라보는 신성진.

원래도 신사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알던 이미지보다 표정이 훨씬 더 밝았다.

그래선지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힐끗힐끗 바라보기도 했다.


“이렇게 가수님을 만나 뵙게 되니 정말 기쁘네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태오 작곡가님을 꼭 만나 뵙고 싶었거든요.”

“저를요?”

“네. 유태오 작곡가님의 <까마귀의 꿈>을 듣고 유태오 작곡가님을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약속을 잡은 거고요.”


역시 그렇구나.

나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유태오 작곡가님, 실례되는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 무명 작곡가였다고 들었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곡을 만드신 건가요?”

“하하, 말씀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곡인데.”

“아닙니다.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반주도 좋고, 멜로디도 좋고, 후렴구도 귀에 콕콕 박히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사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타이틀곡으로 결정했죠.”


신성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유태오 작곡가님, 이거 저희 어머니 얘기 같은데. 맞나요?”

“아, 네. 맞습니다. 어머님께서 치매 투병 중이시라고요······.”

“허,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신성진 가수님께 드릴 곡을 만들기 위해 조사하다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 어머님의 투병 사실에 대해 인터뷰를 하셨더라고요.”

“세상에. 그걸 보셨다고요? 워낙 작은 언론사랑 인터뷰한 거라 찾기도 힘드셨을 텐데. 딱히 그에 대해 방송을 한 적도 없고요.”


신성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저도 우연히 찾았습니다.”

“그러셨군요. 저희 어머님에 대해 노래를 만드실 줄이야.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들어온 곡 대부분 사랑 노래였거든요.”

“아무래도 그동안 사랑 노래로 히트를 많이 하셔서 그런 모양이네요.”

“맞습니다. 사실 작곡가님들 입장에선 그게 안전한 선택이었겠죠. 그래선지 유태오 작곡가님의 곡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신성진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특히 가사를 듣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 어머니의 치매 투병에 대해 그런 식으로 작사하시다니. 정말 천재가 아니신가 싶네요.”

“천재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아닙니다. 천재 맞으십니다. 아마 SN 엔터 내 어떤 작사가라도 저희 어머니의 아픔을 그렇게 표현하진 못했을 겁니다.”


신성진이 계속해서 나를 칭찬했다.

다만 내게는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저, 가수님.”

“네. 말씀하세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제가 단순히 곡을 선택받기 위해서 어머님의 치매 투병을 주제로 삼은 건 아닙니다.”

“그래요?”

“네. 당연히 적절한 주제라 생각하긴 했지만, 저는 어머님의 치매 투병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웠고 제 노래로 가수님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위로라고요?”

“네. 아들인 가수님을 못 알아보신다는 부분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거든요. 그래서 작곡가인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니까요.”


내 말에 신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작곡가님. 그런 게 목표였다면 제대로 성공하신 겁니다. <까마귀의 꿈>을 듣고 정말 많은 위로를 얻었거든요.”

“정말이십니까?”

“네. 물론 저희 어머님의 치매가 해결된 건 아니죠. 하지만 제 심정을 완전히 대변하는 노래가 있다는 게 너무나 감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노래를 제가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기뻤고요.”

“감사합니다. 가수님께서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니 제 마음도 정말 뿌듯하네요.”


나와 신성진은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까마귀의 꿈>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제가 듣기로 이번 곡 채택 덕분에 SN 엔터에 들어오신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아, 네. 맞습니다. 가수님의 앨범 수록곡에 들어가는 게 입사 테스트였거든요.”

“하하, 그러셨나요? 그럼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셨으니 완전히 수석 합격이네요?”


수석 합격이라.

마음에 드는 표현이라 그런지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신성진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작곡가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곡뿐만 아니라 앞으로 오래오래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하하, 네. 그러면 저야 영광이죠.”

“빈말하는 게 아니라 진심입니다. 이번 인연을 시작으로 같이 곡 작업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이럴 게 아니라 형·동생으로 지낼까요?”

“네? 형·동생이요?”

“하하, 네. 제가 웬만해선 일적으로 만난 사람이랑 편하게 지내지 않는데, 작곡가님과는 허물없이 지내고 싶네요. 그래서, 괜찮을까요?”

“그럼요.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하하하, 그래. 그럼 말 놓을게. 우리 잘 지내보자, 태오야.”

“네, 형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손을 잡은 채로 기분 좋게 웃었다.

국민 가수 신성진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다니.

모든 게 꿈 같은 일이었다.


* * *


곽기백.

아르메 엔터 대표인 그의 하루는 둘로 나뉜다.

낮에는 골프.

밤에는 음주.

지금은 캄캄한 밤이 되었기에 곽기백은 가까운 대표들과 함께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


“자, 마셔!”

“오늘 먹고 뒈지자고!”

“하하하하! 달려~!”


곽기백과 대표들은 여자를 낀 채 비싼 양주를 미친 듯이 들이부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주무르고.

환락만이 가득한 곳에서 곽기백과 대표들은 짜릿한 행복을 누렸다.

그렇게 쾌락에 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한 대표가 말했다.


“아, 맞다. 곽 대표님. 아르메 엔터에서 작곡가 내쳤다면서요? 이번에 로즈골드 흥하게 한 작곡가.”

“엥? 곽 대표님, 정말이에요?”

“뭐야. <체리 블라썸> 그거 만든 작곡가? 그 사람 쫓아냈다고요?”


아르메 엔터 얘기에 웃고 떠들던 곽기백의 얼굴이 구겨졌다.

재밌게 노는데 왜 그딴 소리를 하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 예. 그렇게 됐습니다.”

“아니, 왜요? 저번에 그 작곡가 데리고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이름이 뭐라더라? 아, 맞다. 유태오죠? 유태오 작곡가.”

“그러려고 했는데 싸가지가 너무 없어서 내보냈습니다.”

“왜요? 곽 대표님, 그 작곡가랑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 물음에 곽기백은 담뱃불을 붙여 한 모금을 빤 다음에 설명했다.

유태오와 갈등을 빚었던 얘기를 말이다.


“······허, 그래요? 연봉 4천씩이나 맞춰준다는데도 그랬다고요?”

“곽 대표님이 고생 엄청 하셨네.”

“크레딧이 뭐라고 그렇게 목숨을 걸어? 돈도 한 푼 안 되는 거. 나 같으면 곽 대표님한테 충성을 다한다, 하하하.”


대표들이 낄낄거리며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들의 말을 들은 곽기백이 말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어디 일개 작곡가 새끼가 대표한테 지랄인지. 아주 어이가 없습니다, 어이가.”

“하하, 히트곡 좀 냈다고 뭐라도 된 줄 알았나 보네요.”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내내 병신같이 살다가 히트곡 하나 냈다고 기어오르기나 하고. 하여튼 노비 새끼들은 작은 성공 하나만 해도 난리부르스를 춰요, 아주.”

“천민들이 그렇죠 뭐. 곽 대표님이 이해하세요.”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주 단체로 지랄들이더라고요. 이사부터 시작해서 팀장들, 그리고 로즈골드 그 미친년들까지 주제도 모르고 개기는데 진짜 다 엎어버리고 싶은 거 참았습니다.”

“허, 로즈골드도요?”

“예. 유태오 작곡가 복귀 안 시키면 행사 안 다닌다고 파업한다니까요? 송준식 그 늙은이도 사직서 내고.”

“이야, 송준식 작곡가도요? 아주 단체로 미쳤네요.”


대표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자기들이 무슨 상전이라도 되는 줄 아나. 아르메 엔터 나가면 밥벌이도 못 할 새끼들이 주인을 몰라보고, 쯧쯧쯧.”

“아이고, 우리 곽 대표님이 진짜 고생 많으셨네. 안 되겠다. 제가 위로주 한 잔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한 대표가 곽기백의 잔에 양주를 콸콸콸 부어주었다.

곽기백은 그걸 원샷하고도 화가 안 풀렸는지 계속해서 분노를 쏟아냈다.


“이게 다 유태오 그 새끼 때문입니다. 건방진 새끼. 주제도 모르는 새끼. 그 새끼 때문에 물이 흐려진 거라고요.”

“하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 거네요.”

“예. 유태오 그 새끼, 보나 마나 밥벌이도 못 할 겁니다. 이번만 운이 좋았던 거고 결국 제자리 찾아가겠죠. 엿 같은 새끼. 엔터 하나 못 구해서 딸년이랑 서울역에서 구걸할 새끼. 남은 인생 한번 죽도록 후회하면서 살아봐라.”


곽기백은 독설을 내뱉은 다음 크리스탈 양주병을 들어 잔을 채웠다.

그러던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대표가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근데 곽 대표, 그거 들었어? 유태오 작곡가 엔터 구했다던데?”

“예?”

“유태오 작곡가 말이야. 엔터 구했대. SN 엔터로 간다던데?”

“······?!”


곽기백이 술을 따르던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바람에 주홍빛 양주는 잔을 넘어 테이블에 콸콸 흘렀고, 그걸 보던 여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는 와중에도 곽기백은 입을 쩌억 벌린 채 굳어있다가 말했다.


“바, 방금 SN 엔터라고 하셨어요?”

“어. 나도 엔터 하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이번에 비공개로 입사 테스트를 치렀나 봐. 거기에서 합격해서 SN 엔터랑 계약한다던데?”

“지, 진짭니까?”

“아마 확실할 거야. 그쪽으론 빠삭한 친구한테 들은 거라. 아직 계약은 안 했는데, SN 엔터 들어가는 건 확정이라던데?”

“이런 씹!”


곽기백은 양주병을 패대기치고 룸 밖으로 달려 나갔다.


* * *


서울의 한 가정집.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아르메 엔터 총괄이사는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아야, 수박 맛있어~?”

“웅웅! 수박 조아! 엄마, 수아는 수박 큰 거 주면 안 대? 이걸루!”

“아하하, 수아야. 절반을 달라고 하면 어떡해. 이건 수아가 들지도 못해.”

“히잉, 수아는 큰 걸루 먹구 시픈뎅~!”


늦둥이 딸인 수아의 투정에 가족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특히나 딸바보인 총괄이사는 가장 기쁘게 웃고 있었다.


“우리 수아 공주님, 수박 많이 먹고 싶었어요~?”

“웅웅! 수박이가 없어지는 게 속상하단 말이양~!”

“하하, 알았어. 그럼 아빠가 내일 수박 한 통 더 사 올게. 그럼 됐지?”

“앗! 우웅! 조아! 우리 아빠 최고~!”


수아가 환하게 웃으며 총괄이사의 품에 와락 안겼다.

딸을 안은 채로 흡족하게 웃는 총괄이사.

그는 아내와 큰아들, 그리고 늦둥이 딸과 보내는 소소한 행복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 하나쯤은 희생할 수 있어.’


총괄이사는 얼마 전에 곽기백에게 들이받았다가 무릎을 꿇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무릎을 꿇는 게 죽고 싶을 만큼 자존심이 상했지만, 가족들의 웃음을 보니 고생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무릎을 꿇는 것은 물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도 할 수 있으니까.


띠리리링!


그때였다.

별안간 총괄이사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응? 대표님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시지?’


너무나 늦은 시간에 걸려온 곽기백의 전화.

그 전화에 총괄이사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작곡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전 8시 20분 연재 24.08.13 7,572 0 -
45 45화 NEW 1시간 전 496 23 12쪽
44 44화 24.09.18 2,322 73 11쪽
43 43화 24.09.17 2,999 80 12쪽
42 42화 24.09.16 3,488 74 11쪽
41 41화 24.09.15 3,898 80 12쪽
40 40화 24.09.14 4,292 89 12쪽
39 39화 24.09.13 4,654 95 14쪽
38 38화 24.09.12 4,795 87 12쪽
37 37화 24.09.11 5,021 104 12쪽
36 36화 24.09.10 5,330 95 13쪽
35 35화 24.09.09 5,417 110 12쪽
34 34화 24.09.08 5,698 108 12쪽
33 33화 24.09.07 5,871 98 13쪽
32 32화 24.09.06 6,172 97 12쪽
31 31화 24.09.05 6,351 96 12쪽
30 30화 24.09.04 6,524 113 12쪽
» 29화 24.09.03 6,548 97 12쪽
28 28화 24.09.02 6,625 106 12쪽
27 27화 24.09.01 6,701 106 12쪽
26 26화 24.08.31 6,736 112 12쪽
25 25화 24.08.30 6,766 99 12쪽
24 24화 24.08.29 6,802 101 12쪽
23 23화 24.08.28 6,914 100 13쪽
22 22화 24.08.27 7,001 92 12쪽
21 21화 24.08.26 7,103 95 12쪽
20 20화 24.08.25 7,214 99 13쪽
19 19화 24.08.24 7,251 92 12쪽
18 18화 24.08.23 7,434 96 12쪽
17 17화 24.08.22 7,611 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