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15,637
추천수 :
4,585
글자수 :
242,851

작성
24.09.16 08:20
조회
3,490
추천
74
글자
11쪽

42화

DUMMY

Y2K 패션으로 적절히 코디한 로즈골드 멤버들.

귀여운 멜빵바지에 토끼 귀, 그리고 가방까지 멘 그녀들은 <체리 블라썸>의 무대를 시작했다.


- 햇살 아래 반짝이는 꽃잎

우린 둘이서 걸어가네

손끝에 스치는 바람 속에

설렘이 가득한 이 순간


싱그럽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 로즈골드의 멤버들.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녀들은 스타 그 자체였다.


‘와, 로즈골드도 준비 단단히 했구나.’


한때는 한솥밥을 먹던 식구였던 로즈골드 멤버들.

그녀들을 보며 나는 입을 반쯤 벌린 채 감탄했다.

평소에도 로즈골드의 퍼포먼스는 대단했지만 오늘은 정말 남달랐다.

과연 16주 연속 1등을 한 가수는 다르구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걸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야, 로즈골드 뭐야? 무대 미쳤는데?”

“아니, 아르메 엔터도 무대에 공 좀 들였네? 거기 대표가 자린고비 아니었나? 엔터업계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와, 무대 빡세게 꾸몄네. 벚꽃 흩날리는 거 봐. <체리 블라썸>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

“아하하, 진짜 어이가 없네. 저런 무대를 어떻게 이기라고.”

“퍼포먼스도 너무 좋네. 로즈골드 가창력은 원래 좋았지만 표정이랑 안무도 너무 좋은데? 괜히 16주 연속 1등이 아닌 건가?”

“오늘 제대로 칼 갈고 나왔네요. 이번 주도 1등 먹을 생각인가 본데요?”


회의실에 모인 모든 작곡가가 로즈골드의 무대를 칭찬했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완벽한 무대였다.

무대 디자인, 칼 군무, 웃는 표정, 거기에 가창력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 체리 블라썸 영원히

너와 나 이 길을 함께 걸어

우리의 사랑, 이 순간에

체리 블라썸 영원히 피어나


그렇게 로즈골드가 아웃트로를 불러 노래를 마무리했다.

맘 같아선 손뼉을 치고 싶었지만 SN 엔터 사람으로서 그럴 순 없었다.

그렇기에 테이블 아래에서 무음으로 남몰래 손뼉을 쳤다.

이윽고 남녀 MC와 함께 모든 가수가 무대 위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 자, 이렇게 로즈골드 선배님들을 마지막으로 모든 무대를 만나봤네요!

- 정말 아름다운 무대들이었네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무대들이었어요. 그렇죠, 여러분?


남녀 MC의 말에 방청객들이 응원봉을 마구 흔들었다.


- 모든 무대가 정말 환상적이었는데요, 그래도 1위 곡은 선발해야겠죠. 유진 씨?

- 네에! 과연 이번 주 1위는 어떤 가수분께서 차지하게 될까요? 1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는 로즈골드 선배님들이냐, 아니면 발라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성진 선배님이냐! 그럼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좋습니다! 생방송 뮤직스톰! 점수판을 보여주세요!


남녀 MC의 말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었다.

네모난 칸의 좌우에는 로즈골드와 신성진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좌측이 로즈골드.

우측이 신성진.

그들의 긴장한 얼굴 아래론 여러 부문의 점수판이 세로로 나열되어 있었다.


“오, 시작한다!”

“신성진 가수님, 파이팅입니다!”

“가즈아! 1위 가자아아아!”

“신성진 파이팅! 로즈골드 꺾어버리자!”


회의실 내 작곡가들이 열성적인 응원을 시작했다.

올림픽 양궁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응원 열기.

그 속에서 나도 손을 모은 채로 기도했다.

SN 엔터 소속 가수 신성진이 1위를 차지하길.


- 보시다시피 이번 주 1위 후보곡은 로즈골드 선배님들의 <체리 블라썸>과 신성진 선배님의 <까마귀의 꿈>입니다!

- 통통 튀는 댄스곡과 가슴 시린 발라드의 대결이라니! 결과가 너무 기대되는데요, 도준 씨?

- 하하, 맞습니다! 여러분도 기대되실 텐데요, 지금부터 함께 1위 곡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네에! 자, 그럼 생방송 뮤직스톰의 정상을 차지할 아티스트를 알아보겠습니다!


남녀 MC의 말과 함께 본격적인 경합이 시작되었다.

16주 연속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로즈골드와 신흥 강자 신성진.

과연 둘 중 누가 이기게 될까.


‘제발······.’


나는 손을 모은 채 기도했고, 로즈골드와 신성진도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뒤쪽에 북적북적하게 서 있는 가수들 또한 기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 가장 먼저 디지털 음원 점수부터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MC가 씩씩하게 외친 순간, 양측의 디지털 음원 점수가 촤르르 올라갔다.

정신없이 올라가는 양쪽의 점수판.

그것의 결과가 곧 드러났다.


「6348 VS 6729」


“와아아아아아아!”


점수가 공개되자마자 작곡가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음원 점수에서 이긴 건 아주 큰 성과였다.

시작이 좋기도 했고.


- 그럼 이번엔 방송 횟수 점수를 알아볼까요? 방송 횟수 점수를 공개해주세요!


여자 MC의 말에 점수판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슬롯머신처럼 빠르게 올라가는 점수.

그 결과는?


「8591 VS 3429」


안타깝게도 크게 밀렸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패배였다.

무려 16주째 1위를 하고 있는 로즈골드와 달리, 신성진은 방송에 몇 번 나가지도 않았으니까.


“자자, 괜찮아! 어차피 예상했잖아?”

“오케이! 다음 부문에서 이기자고!”

“힘내서 응원하자! 신성진 가수님, 파이팅! 가자아아!”


작곡가들의 응원과 함께 다시 남자 MC가 마이크를 잡았다.


- 정말 치열한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럼 이번엔 K-POP 팬 투표 점수를 알아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점수판이 또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로즈골드 멤버들과 손을 모은 채 담담히 결과를 기다리는 신성진.

두 팀 앞에 결과가 공개되었다.


「6487 VS 8249」


오케이!

신성진의 승리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로즈골드가 최근에 크게 치고 올라오긴 했지만, 신성진의 탄탄한 팬덤 덕분에 우리 측이 승리했다.


- 이기고 지는 난타전이 계속되는데요, 그럼 이번엔 음반 점수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음반 점수, 공개해주세요!


여자 MC의 말과 함께 다시금 점수판이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긴장하는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숨을 죽인 나와 작곡가들.

그런 우리 앞에 점수가 공개되었다.


「6249 VS 5912」


이번엔 로즈골드의 승리.

근소한 차이지만 결국 패배했다.

그리고 대충 계산해봐도 전체 점수에서 밀리고 있었다.


“으아아아! 미치겠다, 진짜!”

“다들 포기하지마! 아직 안 끝났다고!”

“하아, 졌어. 이건 졌다고······.”

“이런. 한 3천 점 차이 나네.”

“일단 기다려보자고! 아직 마지막 부문 남았잖아!”


탄식과 응원이 혼재하는 회의실 안.

그곳에서 나는 침묵을 지킨 채 다음 점수를 기다렸다.

내 딸의 말을 떠올리며.


‘시온아······.’


사랑하는 시온이는 말했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고.

그렇기에 나는 깍지를 꽉 낀 채로 기도했다.

신성진이 막판에 뒤집어 주기를.


- 자, 이제 마지막 종합 미디어 점수만 남았는데요! 무차별로 치고받는 난타전에서 누가 이기게 될지 알아볼까요?

- 좋아요, 도진 씨! 바로 공개해보도록 해요! 그럼 마지막 부문인 종합 미디어 점수 공개해주세요~!


남녀 MC의 해맑은 외침과 함께 마지막 부문의 점수가 촤르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발······!’


숨을 죽인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TV와 라디오는 물론, 너튜브와 각종 SNS까지도 종합적으로 파악해 책정하는 종합 미디어 점수.

이 화제성 점수에서 제발 역전하기를 바라며.


촤르르르르르!


마지막 점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좌측의 로즈골드 멤버 5명은 모두 손을 잡은 채로 결과를 기다렸다.

신성진 또한 이것만큼은 떨리는지, 손을 모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차마 결과를 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서 마지막 부문인 종합 미디어 점수가 공개됐다.


「8248 VS 11624」


점수가 공개된 순간,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다른 사람들 역시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입을 쩍 벌렸다.

점수 차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만!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가만히 있어 봐! 이거 이렇게 되면 모르는데?”

“어, 어떡해!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이러면 아직 몰라! 포기하긴 이르다고!”


현격한 점수 차에 작곡가들이 소리쳤다.

심지어 수석 작곡가인 남승하조차 심각한 얼굴로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 자, 이렇게 종합 미디어 점수까지 모두 공개되었습니다! 그럼 바로 5개 부문의 점수를 합쳐볼까요?

-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총점을 계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번 주 뮤직스톰의 1위를 차지할 곡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총점을 공개해주세요!


남녀 MC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점수가 촤르르 계산되기 시작했다.

숨을 죽인 회의실 사람들과 긴장한 얼굴의 가수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상황 속에서 총점이 빠르게 계산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에서 최종 점수가 드러났다.


「35923 VS 35943」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점수가 공개되자마자 작곡가 모두가 벌떡 일어나 함성을 내질렀다.

괴성을 지르고, 얼싸안기도 하고, 펄쩍펄쩍 뛰기도 하는 사람들.

그들은 폭발적인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이겼다!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

“으하하하하! 신성진 가수님이 이기셨다!”

“역전이야! 고작 20점 차이로 역전했다고! 와하하하하!”

“꺄아아아악! 만세! 신성진 가수님 만세! SN 엔터 만세에에에에!”

“1등이다! 로즈골드 꺾고 1등했다고!”

“와아아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고, 눈물을 펑펑 흘리고, 환하게 웃는 작곡가들.

심지어 그들은 나를 둘러싼 채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난 그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고.


‘됐구나······.’


광적으로 소리치며 날 응원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겨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SN 엔터 식구들의 진심 어린 환호를 보니 드디어 이겼다는 게 실감 났기 때문이었다.


- 축하합니다! 이번 주 생방송 뮤직스톰의 1위 곡은 신성진 선배님의 <까마귀의 꿈>입니다! 챔피언 자리에 등극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 여러분, 16주 동안 왕좌를 지켜주신 로즈골드 선배님들께도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남녀 MC의 말과 함께 무대 위에서 황금빛 꽃가루가 펑 터졌다.

신이 축복하듯 찬란하게 떨어지는 꽃가루.

그것을 맞는 신성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1등을 차지했다는 걸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유태오 작곡가, 축하하네.”


그때, 남승하가 다가와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래. 이번에도 결국 1등을 차지했구만. 그것도 자네가 만든 곡을 이기고 말이야.”

“하하, 그러네요······.”

“축하하네. 발라드로 뮤직스톰에서 1위를 차지하다니.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야. 고생했네. 정말 고생 많았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래. 이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게. 오늘은 자네의 날이니 말이야.”


남승하의 말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TV를 보았다.

거기에선 신성진이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형님.’


나는 손뼉을 치며 신성진의 1위를 축하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작곡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전 8시 20분 연재 24.08.13 7,574 0 -
45 45화 NEW 1시간 전 514 25 12쪽
44 44화 24.09.18 2,330 73 11쪽
43 43화 24.09.17 3,003 80 12쪽
» 42화 24.09.16 3,491 74 11쪽
41 41화 24.09.15 3,899 80 12쪽
40 40화 24.09.14 4,293 89 12쪽
39 39화 24.09.13 4,655 95 14쪽
38 38화 24.09.12 4,798 87 12쪽
37 37화 24.09.11 5,023 104 12쪽
36 36화 24.09.10 5,331 95 13쪽
35 35화 24.09.09 5,417 110 12쪽
34 34화 24.09.08 5,700 108 12쪽
33 33화 24.09.07 5,871 98 13쪽
32 32화 24.09.06 6,172 97 12쪽
31 31화 24.09.05 6,352 96 12쪽
30 30화 24.09.04 6,525 113 12쪽
29 29화 24.09.03 6,548 97 12쪽
28 28화 24.09.02 6,626 106 12쪽
27 27화 24.09.01 6,704 106 12쪽
26 26화 24.08.31 6,737 112 12쪽
25 25화 24.08.30 6,767 99 12쪽
24 24화 24.08.29 6,803 101 12쪽
23 23화 24.08.28 6,915 100 13쪽
22 22화 24.08.27 7,002 92 12쪽
21 21화 24.08.26 7,103 95 12쪽
20 20화 24.08.25 7,214 99 13쪽
19 19화 24.08.24 7,251 92 12쪽
18 18화 24.08.23 7,434 96 12쪽
17 17화 24.08.22 7,611 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