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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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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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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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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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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궁궐 같은 작업실을 본 후에는 작곡팀과 함께 환영식을 하러 갔다.

고급 양식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회식.

거기에서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썰며 나는 몇 번이나 놀랐다.

아르메 엔터 시절만 해도 내게 있어서 회식은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내가 원한 게 아니라 임원들이나 직원들이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것 때문에 알콜 쓰레기(?)인 나는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했었고.

그런데 SN 엔터에선 술 강요는커녕 술을 마시지도 않으니 참 신기했다.

이게 대기업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간단한 환영식까지 마친 후, 나는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그건 다름 아닌 ‘신성진’의 연락이었다.


“태오야, 여기!”


2층짜리 카페.

그곳으로 가니 신성진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늘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신성진.

나는 그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형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하, 그래. 오늘 첫 출근했다며?”

“네. 방금 환영식까지 하고 오는 길이에요.”

“잘 됐다. 아, 태오야. 네 커피 시켜. 내 건 있으니까. 비싼 걸로 마셔라.”


신성진이 내게 카드를 넘겨주었다.

그의 재력에 어울리는 블랙 카드.

나는 감사하다고 넙죽 인사한 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러멜 마키아토를 시켰다.

그렇게 커피까지 가져온 뒤, 우리는 테라스로 나갔다.


“와, 날씨 좋네. 그렇지?”

“하하, 그러게요.”

“하늘도 태오 너의 입사를 축하하나 보다.”


신성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쩜 말을 저렇게 예쁘게 할까.

과연 험난한 연예계에서 롱런하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카페 테라스에 자리를 잡은 후,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즐겼다.


“태오야, 회사 구경은 좀 했어?”

“아아, 작곡팀이 있는 층은 어느 정도 봤어요.”

“그래? 그럼 나중에 나랑 여기저기 구경 다니자. SN 엔터가 시설이 엄청 좋아. 거의 사옥에서 살아도 될 정도라니까?”

“하하, 그래요?”

“어. 실제로 작업 오래 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몇 날 며칠 묵기도 해. 식당이나 숙직실도 다 되어있으니까.”

“그래요? 신기하네요. 아, 맞다. 형님, SN 엔터 구내식당 밥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사실이에요?”


나는 TV 예능에서 들었던 것을 얘기했다.


“그럼. 최고지. 맛도 있는데 전부 다 유기농이라 건강에도 좋아.”

“오, 정말요?”

“그렇다니까. 그래서 나도 가끔 애들 데려와서 먹이고 그래. 와이프한텐 미안하지만 집밥보다 여기 밥이 더 맛있거든. 애들도 그렇다더라.”

“하하하, 그래요?”

“어. 우리 와이프한텐 비밀이다.”


신성진이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말에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신성진이랑 이렇게 단둘이 대화를 하다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유명 가수 신성진과 카페에서 단둘이 담소를 나누다니.

그것도 형·동생 하면서 농담 따먹기도 하고.

그냥 모든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 태오야. <까마귀의 꿈> 말인데.”


그러던 중, 신성진이 작업 얘기를 꺼냈다.

그 말에 싱글벙글 웃던 나는 웃음기를 감추고 진지하게 임했다.


“네, 형님.”

“그거 작업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편곡이나 믹스 마스터 같은 거.”

“편곡 부분은 제가 최대한 맡아서 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부족함이 많으니 형님께서 다른 작곡가분과 협업시켜주셔도 돼요. 믹싱이랑 마스터링은 엔지니어분께 맡길 생각이고요.”

“흠, 그래?”


신성진이 본인의 아메리카노를 쪼옥 마시다가 말했다.


“태오야, 내 생각엔 그 작업은 전적으로 네가 다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제가요?”

“어. 수정이나 편곡은 말할 것도 없고, 믹스랑 마스터도 네가 했으면 좋겠어.”

“아니, 왜요······?”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편곡은 그렇다 쳐도 믹싱이랑 마스터링은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맡기는 게 정석이었다.

작곡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믹싱과 마스터링도 어려운 일이기에 거액을 주고 해외팀에 맡기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그런데 그걸 전부 다 내가 하라니.

나로선 놀라운 일이었다.


“그냥. 난 이 <까마귀의 꿈>이란 곡은 전적으로 너한테 맡기고 싶어서.”

“저한테요? 왜요? 실력 있는 분들 많잖아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 곡을 만든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감성을 제대로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요······?”

“어. 그러니까 원곡자인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줬으면 좋겠다.”

“괜찮으시겠어요? 작곡이나 편곡은 그렇다 쳐도 사운드 엔지니어링 부분은 많이 미흡할 텐데.”

“괜찮아. 안 해본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체리 블라썸>도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했으니까요.”

“그래. 그럼 됐네. 그러니까 이번 곡도 전부 네가 맡아줘. 난 태오 너한테 맡기고 싶으니까.”


신성진이 은은한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그러한 미소에 왠지 불안감이 사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 같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형님. 제가 한번 해볼게요.”

“그래, 태오야. 너만 믿는다. 파이팅 해.”


신성진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나 역시 화답하듯 활짝 웃었다.


* * *


이혼 이후로 내가 항상 고민했던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나와 시온이가 사는 집이 너무 좁다는 점이었다.

물론 과거 결혼 생활을 하던 시절에 살던 집도 좁긴 했다.

나는 그때도 돈을 참 못 벌었으니까.

하지만 이혼 이후로는 집이 더욱 좁아졌다.

아파트에서 살던 것과 달리 낡디 낡은 빌라에 살게 됐고.

그래서 나는 이 낡은 투룸 빌라에 살면서 매일매일 바랐다.

하루라도 빨리 넓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기를.

그래서 시온이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바로 오늘.

나는 그 소망을 이뤘다.


“시온아, 바로 여기야.”


나와 시온이는 한 현관문 앞에 섰다.

신축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식이 오래되지 않았으며, 빌라가 아니라 아파트인 집.

저작권료와 곡비, 그리고 저금을 털어서 마련한 집이었다.


“우와아아! 아빠, 여기가 새로운 집이야~?”

“응. 어때? 기대돼?”

“웅웅! 엄청 기대돼! 아빠, 빨리 열어보자! 새로운 집 궁금해~!”

“하하, 알았어. 그럼 열어볼게.”


나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리릭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그것을 열며 나는 외쳤다.


“자, 새로운 집을 공개합니다! 짜잔~!”

“우와아아아~!”


문을 열자마자 시온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직 신발장과 복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온이는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낡은 빌라엔 제대로 된 신발장도 없었지만, 여기에는 널따란 신발장에 중문까지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펼쳐진 복도는 말할 것도 없고.


“아빠, 여기 징짜 넓다아아!”

“하하, 그래? 아직 감탄하긴 이른데.”

“그랭?”

“어. 안으로 들어가 보자. 더 좋은 게 많아.”


나는 시온이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복도를 지나 거실로 가자 시온이가 또 한 번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와아아! 아빠, 여기 징짜 넓다아아아~!”

“그치?”

“웅! 완전 운동장 같아! 칭구들이랑 같이 달리기 해두 되겠어!”


시온이는 실제로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렇게 나는 시온이와 집안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널따란 침대가 놓인 안방.

다용도의 두 번째 방.

아담하지만 내실 있는 주방.

볕이 잘 드는 테라스 등.

나와 시온이는 집안 구석구석을 다녔고, 그럴 때마다 시온이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고작 30평대 집이긴 하지만 이곳은 결혼 생활 때 살던 집보다 넓고도 깔끔했기 때문이었다.


“자, 여기가 마지막이야.”


나와 시온이는 한 방 앞에 섰다.

다른 곳과 달리 굳게 닫힌 문.

나는 방 문의 중간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온아, 저기 봐봐. 저기 저 문패에 뭐라고 쓰여 있어?”

“웅? 시온이는 키가 작아서 안 보여~!”

“아, 그래? 그럼 아빠가 들어줘야겠다.”


나는 영차 소리와 함께 시온이를 안아 들었다.

그러자 시온이의 눈높이에 문패가 보였다.


“앗! 시온이 방이라구 쓰여있당!”

“하하, 맞았어. 여긴 시온이 방이야.”

“징짜? 아빠, 빨리! 빨리 보자아! 시온이 방 빨리 보구 시퍼~!”


품에 안긴 시온이가 몸부림을 쳤다.

자신의 방을 어서 구경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하, 알았어. 그럼 시온이가 열어봐.”


나는 문고리를 향해 시온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시온이가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문을 열었다.

천천히 열리는 문.

그것이 완전히 열리고 방의 전경이 드러난 순간.


“우와아아······.”


시온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활기찬 감탄사가 아니었다.

시온이는 마치 별천지를 본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감탄했다.


“시온아, 어때?”

“조아. 엄청 조아······.”

“그래? 그럼 한번 들어가서 볼래?”

“우, 우웅. 그럴게······.”


여전히 멍한 시온이.

나는 그런 시온이를 살포시 내려주었고, 시온이는 천천히 걸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우와아아······.”


방 한복판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시온이.

그런 시온이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열심히 꾸민 보람이 있네.’


나 역시 시온이 방을 둘러보았다.

따뜻한 색상의 우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방.

화이트와 브라운을 테마로 꾸며진 방은 내가 봐도 참 예뻤다.

거기에 통일감을 살린 이층 침대와 책상, 의자, 책장과 여기저기 놓여있는 토끼 인형들까지.

발품을 팔아서 직접 다 구매하고 준비한 만큼 방은 완벽했다.


“아, 아빠아······.”

“응? 왜애?”

“여기가 징짜 시온이 방이야?”

“하하, 응. 왜? 안 믿겨?”

“우웅. 안 믿겨. 공주님 방에 온 것 같아······.”


시온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하하, 공주님 방이라. 완전히 극찬인데? 고마워, 시온아. 아빠가 꾸민 방 좋아해 줘서.”

“아니야아. 시온이가 더 고맙지. 이러케 예쁜 방을 만들어 줬는뎅.”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무튼 우리 여기에서 재밌게 놀자. 동화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알았지?”

“우웅! 아빠아, 고마워! 사랑해~!”


겨우 정신을 차린 듯한 시온이가 다가왔다.

나는 자세를 낮춰 시온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런 내 뺨과 귀에 시온이는 입술을 쪽쪽쪽 맞춰주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시온이의 뽀뽀 세례를 받으며 나는 결심했다.

내 딸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 * *


시온이는 새로 이사한 아파트를 정말 좋아했다.

특별히 구매한 왕토끼 인형은 밤새도록 껴안고 잘 정도로 예뻐했고.

그 모습에 나는 너무나 흐뭇했다.

그렇게 대단한 집도 아니고, 고작 월세인데도 이렇게 좋아해 주는 게 너무나 감사했고.

그래서일까.

나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날이 밝자마자 SN 엔터로 향했다.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나는 SN 엔터에 마련된 내 작업실 의자에 앉았다.

최신형 컴퓨터와 값비싼 악기, 그리고 고급 인테리어까지.

그사이에 둘러싸인 난 눈을 감은 채 명상했다.


“자, 시작해보자.”


그렇게 명상으로 마음을 다진 나는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신성진이 부를 <까마귀의 꿈>.

이 곡을 차트 1위로 올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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