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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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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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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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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7화

DUMMY

음악 방송 1위.

그것을 달성한 이후 시온이는 격하게 축하를 해주었다.

이번엔 초코파이를 쌓아 케이크를 만들어서.

그렇게 시온이와도 기쁨을 나눈 후.

나는 다시 나의 작업실로 돌아왔다.

고시원처럼 좁고, 낡은 장비들이 가득한 나의 작업실로.


“오늘 뮤직비디오가 출시된댔지? 어디 한번 볼까?”


오늘은 <체리 블라썸>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날.

나는 곧장 너튜브를 켜서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 햇살 아래 반짝이는 꽃잎

우린 둘이서 걸어가네

손끝에 스치는 바람 속에

설렘이 가득한 이 순간


분홍빛 수목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로즈골드 멤버들.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시온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요정 같았다.


“이야, 뮤비 잘 나왔네.”


나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분홍빛 수목원과 푸른 바다, 그리고 테니스장을 배경으로 교차되는 뮤직비디오.

거기에 비눗방울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효과와 몽환적인 필터는 뮤직비디오의 아련한 감성을 더했다.


- 체리 블라썸 영원히

너와 나 이 길을 함께 걸어

우리의 사랑, 이 순간에

체리 블라썸 영원히 피어나


아웃트로와 함께 한곳에 모인 로즈골드 멤버들.

각자의 포즈를 지으며 상큼하게 웃는 그들은 그야말로 여신 그 자체였다.


“와, 멋지다. 멋져.”


뮤직비디오 감상을 마친 나는 손뼉을 짝짝짝 치며 감탄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뮤직비디오가 훨씬 더 잘 나왔기에.


“오, 벌써 500만 조회수가 넘었네?”


10개 음원 사이트 올킬과 뮤직스톰 1등 때문일까?

<체리 블라썸>의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벌써 500만을 자랑했다.

심지어 ‘인기 급상승 영상 1위’까지.

그야말로 ‘대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어디 댓글 좀 볼까.”


나는 스크롤을 드르륵 내려 댓글란으로 갔다.

달린 댓글은 대략 3천 개 정도.

나는 실시간으로 쭉쭉 늘어나는 댓글을 살폈다.


└ 와, 뮤비 너무 이쁘게 나왔다 ㅠㅠㅠㅠㅠ

└ 우리 언니들 너무 예쁜데? 뮤비 감독 칭찬해!

└ 언니들, 뮤직스톰 1등 한 거 축하해용! >.<

└ 우리 언니들 1등 하고 우는 거 보니까 나도 눈물 나더라 ㅠㅠㅠ

└ 나두 ㅠㅠㅠ 완전 눈물 났음 ㅠㅠㅠㅠㅠ

└ 중소돌의 기적! 로즈골드 영원하라!

└ 근데 <체리 블라썸> 노래 엄청 좋지 않음?

└ ㅇㅈ ㅋㅋㅋ 노래가 너무 좋아버림. 체리 블라썸~!

└ ㅋㅋㅋ 까놓고 말해서 로즈골드 1등 한 거 노래빨이다. ㅇㅈ?

└ 그렇긴 하지. 로즈골드 멤버들도 열심히 했지만 노래 구렸으면 절대 없었을 일임.

└ 맞음. 지금까지 로즈골드가 낸 앨범이 몇 장인데.

└ 그렇게 생각하니까 유태오 작곡가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

└ ㅇㅇ 그동안 무명 생활 오래 했다던데 이번에 빛 봐서 다행이다 싶음.

└ 우리 로즈골드 언니들이랑 같이 잘 되셔서 너무 다행 ㅠㅠㅠㅠ

└ 태오 형, 댓글 보고 있어? 1등 작곡가 된 거 축하해! 저작권료 대박 길만 걷자!

└ 뮤비 너무 예쁘게 나왔다 ㅠㅠㅠㅠ

└ 뮤비에 나오는 식물원 어디임? 해외 같은데.

└ 저기 국내 수목원임. 최근에 지어져서 이국적인 것뿐임 ㅋㅋㅋ

└ 와, 국내구나. 놀러 가보고 싶네.

└ 로즈골드 언니들!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세용!

└ 유태오 작곡가님도 파이팅! 앞으로도 1위 곡 많이많이 내세요! ^^


“하하, 내 얘기도 많네.”


로즈골드 응원 사이에 끼어있는 내 얘기들.

그것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보통 1위 곡을 해도 작곡가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이번에 워낙 역대급 대박이라 그런지 내 이름도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그래. 앞으로도 1위 곡 많이 내야지.”


나는 몸을 뒤로 쫙 기댔다.

<체리 블라썸>은 성공시켰다.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 1등에 음악 방송 1위까지 달성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에.


“좋아.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더 유명한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

그리하여 내 딸 시온이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서.

그때였다.


똑똑.


작업실 유리문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


문 바깥에는 로즈골드 멤버들이 있었다.

해맑게 웃으면서 말이다.

이윽고 달칵 열리는 문.

그와 동시에 로즈골드 멤버들이 들어왔다.

손에 뭔가를 든 채로.


“유태오 작곡가님! 축하드립니다!”

“멜로 차트 1위랑 뮤직스톰 1위 축하드려요!”

“우리 천재 작곡가님! 감사합니다~!”


로즈골드 멤버들이 든 것은 ‘케이크’였다.

사람 모양의 캐릭터가 우뚝 서 있는 케이크 말이다.


“아, 아니. 은비 씨, 이게 뭐예요?”


나는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황은비에게 물었다.

그러자 황은비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저희가 만든 케이크예요!”

“케이크요?”

“네! 특별 주문해서 만들었어요! 이 귀요미 캐릭터가 유태오 작곡가님이에요!”


황은비가 케이크를 더 가까이 내밀며 말했다.

거기에는 나를 닮은 캐릭터가 환하게 웃으며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자주 입는 옷까지 입고 있었고.


“와, 정말 감사합니다······.”

“헤헤, 마음에 드세요?”

“그럼요. 엄청 마음에 들죠. 너무 예뻐요.”

“다행이에요.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치, 얘들아?”


황은비의 말에 로즈골드 멤버들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이거요!”


황은비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하더니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응? 은비 씨, 이게 뭐예요?”

“간단하게 선물 좀 사봤어요. 작곡가님이랑 시온이 옷을 샀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네? 옷이요?”


나는 쇼핑백 안에 있는 옷을 꺼내 보았다.

거기에는 노랑노랑한 후드티 한 쌍이 들어있었다.


“세상에. 너무 예쁘네요.”

“그래요?”

“네. 저는 당연히 마음에 들고, 시온이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요.”

“아, 다행이네요. 취향에 안 맞으시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안 맞긴요. 마음에 들기만 하는데요. 잘 입을게요. 케이크에다가 옷까지. 이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저흰 1위 곡을 받았는걸요.”


황은비의 말에 로즈골드 멤버들이 입을 열었다.


“맞아요! 저흰 이미 큰 선물을 받았어요!”

“작곡가님! 저희가 나중에 정산받으면 더 크게 보답할게요!”

“맞아요! 지금은 아직 궁핍해서 이것밖에 못 드리지만, 나중엔 엄청 크게 보답할게요!”

“맞아요! 감사해요, 작곡가님! 저희 1위 가수 만들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해요~!”


로즈골드 멤버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덕담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뿌듯하네.’


가수에게 감사의 인사도 받고, 선물도 받고.

작곡가로서 정말 보람찬 날이었다.


* * *


로즈골드의 1위 달성으로 인해 아르메 엔터 직원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총괄이사부터 시작해서 말단 직원까지.

아르메 엔터에 소속된 사람 모두가 싱글벙글 웃으며 지낼 정도였다.

하지만 오직 단 한 사람만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의 이름은 ‘곽기백’.

그는 아르메 엔터의 대표이사였다.


“자자, 다들 짠 하자고요!”


서울의 한 고급 룸살롱.

그곳에 모인 중년의 대표들이 위스키 잔을 부딪쳤다.

주홍빛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킨 대표들.

그들은 얼음만을 남긴 잔을 탁 내려놓았다.


“아, 술맛 좋구만. 응?”

“하하하, 역시 불금은 그냥 보내면 안 된다니까요?”

“오늘 끝까지 달리자고. 응? 먼저 뻗은 사람이 결제하는 거야. 알았지?”

“하하하, 좋습니다! 좋아요!”


각자의 분야에서 한 자리씩 하는 대표들이 술잔을 돌리며 껄껄 웃었다.

그들은 독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옆에 낀 여자들을 주물럭거리고, 하하호호 웃으며 불금을 만끽했다.

하지만 ‘곽기백’만은 표정이 썩어있었다.


“아니, 곽 대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응?”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얼굴이 아주 소금에 절인 배추 같구만.”


한 대표의 말에 다른 대표들도 말을 보탰다.


“맞아요. 곽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러게요? 요새 로즈골드 잘나가서 기분 좋으신 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말이야. 이번에 로즈골드 음악 방송에서 1위도 했던데? 행사도 엄청 다니고. 그럼 기분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실제로 아르메 엔터의 로즈골드는 대세 걸그룹이었다.

차트란 차트는 다 씹어먹고, 너튜브 조회수마저 1등을 달렸다.

그럼에도 곽기백은 그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다.


“하아, 사실 그것 때문에 그럽니다. 로즈골드.”

“로즈골드 때문에요? 왜요?”

“저 아르메 엔터 접으려고 했었습니다. 돈도 안 되고 피곤하기만 해서요. 근데 갑자기 1등을 해버리니까 아주 엿 같습니다.”

“왜요? 돈 먹는 하마가 갑자기 돈을 벌어오면 좋은 거 아니에요?”

“당장은 그렇죠. 근데 이게 얼마나 가겠습니까. 그냥 반짝인기죠.”


곽기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흠, 그런가?”

“예. 로즈골드 걔네들 대부분 서른 넘었습니다. 근데 무슨 미래가 있겠어요?”

“하긴 걸그룹은 싱싱한 맛이 있어야 하니까, 흐흐흐.”


그렇게 말한 대표가 옆에 있는 여자의 허리를 더듬거렸다.

곽기백이 말했다.


“예, 그쵸. 근데 이번 일로 희망 갖고 활동하면 투자비 계속 들어가잖아요. 그렇다고 1등 한 애들한테 활동을 접자고 할 수도 없고.”

“음, 그렇긴 하네요. 생각해 보니까 곽 대표님도 머리 좀 아프시겠네.”

“그러니까 말입니다. 에휴,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사람답게 산다는 거 보여주려고 시작한 엔터 사업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습니다.”


곽기백은 그렇게 말하며 위스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의 옆에서 반쯤 헐벗고 있는 여자는 다시 잔을 채워주었고.

아무튼 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대표가 입을 열었다.


“흐음, 곽 대표.”

“네.”

“곽 대표 생각은 이해해. 근데 로즈골드는 몰라도 아르메 엔터는 잘 키워보면 되지 않나?”

“아르메 엔터요?”

“어. 보니까 직원들이 일도 열심히 하더구만. 송준식 그 양반도 있고. 게다가 이번에 1위 곡 만든 사람 누구지?”

“유태오 작곡가입니다.”


곽기백이 곧장 대답했다.


“그래. 그 친구가 보니까 실력 있더구만. 그 사람 잘 구슬려서 아르메 엔터에 묶어놔 봐. 그 사람 기반으로 아르메 엔터 잘 키워서 아들내미 물려주면 될 거 아냐.”

“제 아들이요?”

“어. 곽 대표 아들도 아르메 엔터 소속 작곡가잖아.”

“뭐, 그렇긴 하죠. 활동은 안 하지만.”


실제로 곽기백 대표의 아들은 아르메 엔터 소속 작곡가였다.

송준식, 유태오, 곽석빈 이렇게 셋.

하지만 아들 곽석빈은 작곡가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만 따박따박 받을 뿐.


“활동을 안 하면 어때? 어차피 작곡가 생활을 잠깐이나마 했다는 것 자체가 엔터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

“뭐, 없진 않겠죠.”

“어. 그러니까 유태오 작곡가 중심으로 아르메 엔터 잘 키워서 아들내미 물려줘. 원래 재산 물려주는 것보다 그런 사업체 하나 물려주는 게 낫다? 세금도 덜 물고.”

“그래요?”

“그렇다니까. 안 그래, 다들?”


그의 말에 다른 대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흐음······.”


그들의 말에 곽기백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다른 대표들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죽어가는 회사라면 모를까, 회사가 살아난다면 곽기백으로서도 아르메 엔터를 접을 이유가 없으니까.


‘로즈골드는 몰라도 유태오는 돈이 되겠지. 젊기도 하고.’


곰곰이 고민하던 곽기백.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에겐 유태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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