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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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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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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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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곽기백의 집.

궁궐처럼 널따란 집에서 곽기백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욱국 간이 왜 이래? 더럽게 짜네, 진짜.”


곽기백이 아내를 향해 눈을 흘겼다.


“어머, 그래요? 맞춘다고 맞췄는데.”

“이게 맞춘 거야? 이게 국인지 소태인지 모르겠네.”

“죄송해요, 여보······.”

“됐고, 라면이나 하나 끓여봐. 젓가락 뻗을 데가 하나도 없네.”

“네에······.”


곽기백의 아내는 힘없이 일어나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런 아내를 보며 곽기백은 혀를 끌끌 찼다.


‘하는 것도 없이 집에서 팽팽 노는 주제에 밥물 하나 못 맞추나. 한심하다, 한심해.’


널따란 식탁엔 12첩 반상이 차려져 있었지만 곽기백은 그저 못마땅할 뿐이었다.

고작 이따위로 밖에 차려오지 못하는 아내가 마음에 안 들 뿐이었고.


‘에휴, 안 되겠다. 이번 주말에 라운딩이나 가야지.’


곽기백은 글래머러스한 캐디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때였다.

저만치에 있던 방에서 누군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하암, 배고파. 엄마 나도 밥 좀.”


배를 벅벅 긁으며 나온 남자의 이름은 ‘곽석빈’.

곽기백의 아들이었다.


“아버지, 좋은 아침이요.”


곽석빈이 그렇게 말하며 식탁에 앉았다.

그렇게 곽석빈이 손으로 반찬을 집어먹다가 말했다.


“아, 맞다. 아버지, 유태오 그 새끼 잘랐다면서요?”

“네가 어떻게 알아?”

“소문 다 퍼졌던데요 뭐. 근데 왜 자른 거예요?”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는 곽석빈.

그에게 곽기백은 그동안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크레딧을 대가로 연봉 4천만 원을 주기로 했는데, 유태오 그놈이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바락바락 대든 얘기를.


“흠,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어.”

“그렇구나. 의외네. 유태오 그 인간이 연봉 4천을 마다하고. 걔 엄청 궁핍한 거 아니었어요?”

“맞아. 그래서 제안한 건데 주제도 모르고 거절한 거지.”

“그럼 그냥 크레딧 주더라도 잡고 있지 그러셨어요. 유태오 그 새끼, 이번에 만든 노래 좋던데.”

“좋긴 개뿔이 좋아?”


곽기백이 눈을 흘겼다.


“좋은 건 팩트예요. <체리 블라썸> 그거 제 친구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애가 없어요. 심지어 초딩들도 부르고 다닌다니까요?”

“······그래?”

“예. 그러니까 그냥 크레딧 주고 잡아둬요. 전 크레딧 필요 없으니까. 막말로 유태오한테 곡 받아서 로즈골드 돌리면 아버지도 돈 버는 거잖아요.”


곽석빈의 말에 곽기백은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곽기백도 동의하는 바긴 했다.

크레딧을 아들내미에게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유태오를 잡고 있으면 좋은 일이었다.

유태오한테 곡을 만들게 시키고, 로즈골드에게 행사 뺑뺑이를 돌게 하면 나름 쏠쏠한 돈벌이가 될 테니 말이다.


“······됐어. 안 해.”


그럼에도 곽기백은 고개를 저었다.


“왜요?”

“그 새끼가 나한테 들이받았다니까? 그런데 내가 계약을 왜 해? 감히 대표한테 기어오르는 새낀데.”

“그래요?”

“어. 사냥개 주제에 주인을 몰라봐? 건방진 새끼. 삶아 먹어도 모자란 새끼. 그딴 새낀 필요 없어. 어차피 원히트 원더야.”

“뭐, 그렇긴 하겠네요. 유태오 실력은 영 시원찮으니까요.”

“그래. 이번엔 그냥 운이 좋았던 거고, 어차피 제자리 찾아갈 거야. 그때쯤엔 후회하면서 찾아올 거다. 기본급 안 줘도 되니까 다시 받아달라고 하면서 말이야.”

“큭큭큭, 그것참 꿀잼이겠네요. 그런 일 있으면 저 불러주세요.”


곽석빈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때쯤 아내가 라면을 내왔고, 곽기백은 면발을 후후 불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석빈이 넌 요즘 뭐 해?”

“그냥 힐링 좀 하고 있죠.”

“힐링은 뭔 힐링. 작곡 안 해? 작업실도 제일 좋게 만들어줬더니.”

“안 해요. 작곡 노잼이에요.”

“그럼 뭘 하겠다는 건데? 이제 네 나이도 20대 중반인데.”

“슬슬 고민해보려고요.”


곽석빈이 능구렁이처럼 웃더니 곽기백에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아버지 저 용돈 좀 올려주세요.”

“용돈 올려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올려달래. 너 벌써 500만 원이나 받아 가잖아.”

“아, 그걸 누구 코에 붙여요. 제 친구들은 다 천만 원씩 받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버지, 저 딱 700만 원만 맞춰주세요. 저 이번에 친구들이랑 양양 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네?”

“하아, 알았어. 대신 이 이상 인상은 없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 감사해요! 충성!”


곽석빈이 장난스럽게 경례를 했다.

솔직히 곽기백의 눈에 곽석빈은 너무나 한심했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곽석빈은 귀하디귀한 3대 독자니까.


* * *


선선한 아침.

나는 시온이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든 솜사탕~!”


분홍색 가방을 멘 채로 노래를 부르는 시온이.

그런 시온이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시온아, 기분 좋아?”

“웅! 조아! 유치원 가자나!”

“하하, 유치원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아빠는 어릴 때 학교 가는 게 진짜 싫었는데.”

“시온이는 조은뎅! 그래서 초등학교두 빨리 가구 시퍼~!”


시온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이해할 수 없지만 시온이가 좋다면 된 거지.

그렇게 우리는 등원 버스를 기다렸고, 잠시 후에 노란 버스가 도착했다.

이후 유치원 교사와 인사한 뒤, 나는 시온이를 보냈다.


“아빠! 이따가 봐아아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시온이.

그런 시온이를 보며 나 역시 손을 흔들어주었다.


부우웅.


금세 멀어진 등원버스.

나는 그것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다가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휴······.”


그런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막막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출근할 데가 없기 때문이었다.


“막막하네. 물류센터 나가서 일이라도 좀 해야 하나.”


저작권료가 크게 나와서 당장 생활비 걱정은 없었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혼자라면 몰라도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집에서 놀자니 영 찝찝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나는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 안 그래도 좁은 집에 장비들이 있으니까 더 답답하네.”


나는 작은 방에 꽉꽉 들어차 있는 음악 장비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뱉었다.

고작 방이 2개 있는 집에서 방 하나가 장비들로 꽉 차 있으니 보기만 해도 답답했다.

그때였다.


띠리리링!


별안간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심드렁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SN 엔터테인먼트 A&R팀 담당자입니다. 혹시 유태오 작곡가님 되시나요?

“네? 아, 네! 맞습니다. 제가 유태오입니다!”


심드렁했던 나는 곧장 두 손으로 공손히 핸드폰을 잡았다.

너무나 기다리던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과연······.’


나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과연 내가 보낸 <까마귀의 꿈>은 어떻게 됐을까.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런 내게 A&R팀 담당자가 말했다.


- 축하드립니다. 유태오 작곡가님의 <까마귀의 꿈>이 앨범에 수록되기로 결정되어서 연락드렸어요.

“······!”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몽롱한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정말이요? 정말 앨범에 수록되나요?”

- 하하, 네에. 축하드립니다. 신성진 가수님께서 직접 타이틀곡으로 선택하셨어요.

“······네?! 타, 타이틀이요?”


두 번째 폭탄이 터졌다.

그것도 무려 핵폭탄이었다.


- 맞습니다. 신성진 가수님께서 <까마귀의 꿈>을 차기 앨범 타이틀곡으로 확정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수화기 너머로 담당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SN 엔터테인먼트 입사 테스트에 완벽히 합격한 순간이었다.


* * *


서울의 한 사찰.

고즈넉한 사찰에는 평화만이 가득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까치들이 지저귀는 사찰.

그곳에서 한 중년 남자가 불상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송준식’.

아르메 엔터 수석 작곡가인 그는 염원이 이뤄지길 바라며 간절히 빌었다.


‘제발······.’


무릎이 아려오고, 전신에 땀이 나도 계속해서 절을 올리는 송준식.

그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성공이나 안녕이 아니었다.

송준식이 바라는 것은 후배 작곡가 ‘유태오’의 성공이었다.


‘부처님, 제발 저희 태오 잘 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성스럽게 절을 올리는 송준식은 바랐다.

유태오가 SN 엔터테인먼트 입사 테스트에 통과하기를.

아르메 엔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쫓겨난 유태오가 제발 대한민국 최고의 기획사에 합격하기를 너무나 간절히 바랐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진동 모드로 해둔 핸드폰이 울렸다.

쉼 없이 절을 올리던 송준식은 핸드폰을 슬쩍 확인했다.

발신인은 유태오.

다른 사람이라면 무시했겠지만 유태오의 전화인지라 송준식은 받기로 했다.

그렇게 사찰 밖으로 나온 송준식은 푸른 초목을 바라보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태오야. 무슨 일······.”

- 선생님! 됐습니다! 됐어요!


잔뜩 흥분한 유태오.

그 목소릴 들으며 송준식은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돼, 됐다니?”

- SN 엔터요! 합격했어요! 제 노래가 신성진 가수님 앨범에 실린대요!

“저, 정말이야? 정말 태오 네 노래가 앨범에 수록된대?”

- 네! 합격이에요! 방금 A&R팀 담당자님한테 전화 왔어요!

“잘 됐구나! 잘 됐어! 축하한다, 태오야! 정말 축하해!”


송준식은 전신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나 간절하게 바랐던 소망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더 좋은 소식이 있어요!

“더 좋은 소식?”

- 네! 제 노래가 차기 앨범의 타이틀곡이 된대요!

“······뭐, 뭐라고?”


송준식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 타이틀곡이요! 제 노래 <까마귀의 꿈>이 신성진 가수님의 타이틀곡이 된대요! 그분께서 직접 뽑으셨고요!

“저, 정말이야?”

- 네! 확정된 거래요! 하하하!

“아이고, 잘 됐구나. 흐윽, 정말 잘 됐어······.”


송준식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주름진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

송준식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선생님, 우세요······?

“아, 아니다. 울긴 왜 울어.”

- 목소리가 떨리시는데. 왜 우세요, 선생님······.

“하하, 미안하다. 태오 네가 합격한 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다 나네. 고맙다, 태오야. 정말 고마워. 합격해 줘서 정말 고맙다.”


이후로도 송준식은 계속해서 축하를 전했고, 유태오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후, 송준식은 SN 엔터 이만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송 선생?

“예, 이 대표님. 접니다, 송준식. 저 실례지만 SN 엔터 입사 테스트 결과 나왔나요?”

- 하하, 예. 나왔습니다. 유태오 작곡가, 합격했습니다. 심지어 타이틀곡으로 가기로 했다더군요.


껄껄 웃는 이만수.

그의 목소리를 들은 송준식은 뜨거운 기쁨을 느꼈다.

유태오의 합격을 확실히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저희 태오 합격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하하, 감사하긴요. 제가 뭘 했다고요. 그저 유태오 작곡가가 잘해서 그런 거죠.

“그런가요?”

- 예. 신성진 그 친구가 듣자마자 타이틀곡으로 낙점했다고 하더군요. 유태오 작곡가 실력이 대단한 모양이에요. 극찬했다고 하던데.

“그랬군요. 어휴, 어쨌든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희 태오에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 하하, 아닙니다. 그렇게 좋은 작곡가를 저희 SN 엔터로 보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아무튼 유태오 작곡가는 저희가 잘 키워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태오 잘 부탁드립니다.”


송준식은 고개를 연신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후, 송준식은 흐뭇하게 웃었다.


“장하다, 태오야······.”


고즈넉한 사찰의 처마 아래에서 송준식은 한참이나 축하했다.

대한민국 최고 기획사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 후배 유태오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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