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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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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41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5 22:00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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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6-102.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7)

DUMMY

잔뜩 흥분한 민혁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무척이나 억울해보였다.


“도대체 왜 여기 사람들 죄다 죽인 거에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왜요!”


민혁이 내지르는 소리에 무명에게 빙의된 무당귀신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이 무서운 기세로 대답했다.


“이 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지! 네 놈들 입에서 어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냐! 내가 다른 놈들은 몰라도 여기 이 놈만큼은 산채로 찢어죽일 것이야! 꼭 죽이고 말겠다!”


침대에 누워 의식을 잃은 채 온몸이 피범벅으로 물든 민혁의 선배를 노려보며 말하는 무명의 엄청난 기세에 컨테이너 숙소가 흔들릴 정도였다.


윤재가 어째야하나 싶어 고개를 가로저으며 난감해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 윤재가 실마리를 찾았다는 듯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무명을 향해 서둘러 말했다.


“왜 그 사람만큼은 죽여야 하는데요? 그 사람이 당신하고 무슨 관계인데요?”


윤재의 말에 무명의 눈이 한껏 커진 채 윤재와 민혁을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이 놈 애비가 바로 이 아파트를 지은 인간이다! 내 멀쩡히 살려둘 성 싶으냐!”


윤재는 바로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민혁의 왼팔을 붙잡고 서둘러 그를 컨테이너 밖으로 이끌었다.


“윤재야! 저대로 둬도 돼?”


“내 운기(運氣)을 담아 내 피로 쓴 결계라서... 아마 한 두시간 정도는 버틸 거에요. 일단 실마리는 찾았어요. 저기 선배라는 사람 아버지 연락처 알아요?”


윤재의 말에 민혁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전화를 해 봐야 하는데...”


“아...! 나 근데, 진환 선배 핸드폰 잠금 패턴은 알아!”


민혁의 말에 윤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 선배라는 사람 핸드폰은요? 어디 있어요?”


“어.... 저 안에 있어...”


난감하다는 듯이 망설이는 민혁의 말에 윤재가 길게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아니... 저기 안으로 들어가서 꺼내올 수 있나...? 흠...”


윤재의 말에 민혁이 마찬가지로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해야 겠지?”


“제가요?”


“아니, 내가 할게!”


민혁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민 중이던 윤재를 향해 자신이 하겠노라며 말하고는 윤재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이미 민혁의 왼쪽 어깨는 탈골이라도 됐는지 덜렁거리고 있었다.


윤재가 민혁의 어깨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민혁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윤재를 향해 말했다.


“야!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반응속도가 빨라! 일단 선배 아버지에게 연락 해 봐야하는 거잖아? 괜찮아!”


윤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혁이 깊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서둘러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민혁이 서둘러 순식간에 결계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선배의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무당귀에 빙의된 무명이 붓을 들어 그를 내리치려는 순간 민혁은 서둘러 몸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


윤재가 쳐둔 결계 때문인지 동작이 굼뜨고 느렸기 때문에 유도를 전공했던 민혁에게는 가뿐히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움켜 쥔 민혁이 아까처럼 몸을 데구르르 굴러 결계 밖으로 빠져나오자 무명이 약이 오르고 화가 난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구르며 엄청나게 큰 소리로 악다구니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밟아 죽일 새끼들! 내 기필코 태워 죽이겠다! 이 개 같은 새끼들!”


그의 엄청난 기세에 민혁은 머쓱한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윤재에게 선배의 핸드폰을 건냈다.


“잠금 패턴은 기역(ㄱ)자 모양이야.”


선배는 귀찮은 나머지 잠금 패턴을 기역자 모양으로 해서 민혁은 다행히도 그 잠금 패턴을 알고 있었다.


윤재가 컨테이너 밖으로 걸어 나오며 서둘러 핸드폰 잠금을 푸르고 연락처를 찾아 선배의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민혁 역시 윤재를 따라 나오며 컨테이너 문을 살며시 닫았다.


안에서는 여전히 무명이 바락바락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오... 우리 선생님 목청 나가시겠네. 제 정신 돌아오시면 엄청 화 내실 거 같은데...”


윤재는 난감해하며 묵묵히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전화 신호음을 듣고 있었다.


“진환이냐? 이 밤에 무슨 일로? 혹시 또 경비 인력 죽은 거야? 돈을 얼마를 쏟아 부었는데 자꾸 죽냐? 진짜 무당이라도 불러야 하나?”


이내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울려 퍼지자 윤재는 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요! 지금 아드님 죽게 생겼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우리 진환이가 왜요? 근데 누구요?”


놀라서 되묻는 진환의 아버지를 향해 윤재가 말을 꺼냈다.


“여기 폐아파트랑 아저씨는 무슨 관계세요?”


윤재가 진환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말고, 갑자기 폐아파트 이야기를 꺼내자 순식간에 목소리가 돌변한 진환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게 왜 궁금한 거요? 옆에 있으면 우리 진환이 좀 바꿔 봐요!”


윤재가 폐아파트와의 관계를 묻자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변한 그의 목소리에 윤재는 차분히 지금까지의 일과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이윽고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쉰 그가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 아파트를 짓게 된 것도... 다 내가 아는 형님이 떼인 돈 대신 거기 부지를 받아서 그런 거요! 기껏 같은 고향 동향(同鄕) 형님이라고 신경 써서 건물을 지어놨더니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서 결국은 부도 나고... 나는 유치권 행사하다가 형님이 죽고 나서... 에휴... 말하자면 대하소설 한편 써야 해요! 아무튼 지금은 내가 거기 소유주요!”


“저기요!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 복잡한 관계는 모르겠구요. 일단 대충 정리해보면 아는 고향 형님 분 역시 여기 땅을 넘겨받으시고, 건물을 지었는데 그 형님이 돈을 안 주셔서 대신 건물을 받았다 뭐 그런 건가요? 그리고 이 폐아파트를 직접 지으신 분이시구요?”


“그렇지! 목소리를 보아하니 딱봐도 학생같은데 어린 양반이 이해가 빠르구만!”


“근데요, 왜 무당귀신이 나타나는 걸까요? 혹시 뭐 아시는 거 있으세요?”


윤재의 질문에 방금 전까지도 성을 내면서 큰 목소리로 신나서 떠들어대던 진환의 아버지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 뭐 아시거나 짚이시는 거 있나본데... 죄송한데 한 시간 안에 얘기 안 해주시면 아드님 꼴까닥 하고 죽어요! 진짜 죽어요! 장난 아닌데!”


윤재는 살짝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진중하고 화가 나 있었다.


분명 진환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음.... 그래... 뭐 벌써 7년도 더 된 이야기니까... 내 알아보니 무덤 훼손은 공소시효가 7년인가 그렇다고 합디다! 문화재는 10년이라나? 거기가 문화재는 아니니 뭐... 암튼 내 알바는 아니고.... 거기 터 다지기 하다가 무덤이 몇 개 나왔어! 쳇! 몇 개가 아니지... 그래, 족히 수십 개는 됐을 거야...”


“아... 그러시구나? 근데요?”


이내 모든 원인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윤재가 살짝 콧소리를 섞어가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이제 거의 진실에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아... 그런데... 굴삭기 작업하는 양반들이 무덤을 좀 훼손하질 않았나.... 무덤이 한 두개 나온 것도 아니고 얕게 파묻어서 그런지 시신이 무더기로 나오는데 그걸 일일이 다 자손들 찾아서 수습하고 넘기고...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어?”


“그렇죠. 쉬운 일이 아니죠.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 통화하는 낯선 사람인 윤재가 자신의 말에 호응하며 동의해주자 이윽고 또다시 한껏 신이라도 난 것처럼 진환의 아버지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내가 굴삭기 작업인부들한테 그냥 묻자고 하니까 다들 그냥 도망가 버리질 않나... 내가 그래서 그날 밤에 몇몇 작업 인부들 데려다가...”


“네, 데려다가요?”


“새벽에 그냥 대충 굴삭기로 다 파서 모아놓고... 불을 질러 버렸어! 찾아가는 자손들도 없을텐데 그 양반들 입장에선 차라리 그게 낫지 뭐!”


이내 후련하다는 듯이 말하고 숨을 내쉬는 그를 향해 윤재가 잠시 침묵했다.


윤재 역시 깊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갑자기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


“야! 이 개새끼야!”


자신보다 한참 위인 아버지뻘인 사람을 향해 거침없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윤재를 보고 민혁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윤재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야!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그런 민혁을 아랑곳하지 않고 윤재는 다시 한번 크게 소리 질렀다.


“아니, 이 젊은 새끼가 누구보고 욕을 해대! 너 죽을래?!”


핸드폰 너머의 진환의 아버지 역시 노발대발 역정을 내기 시작했고, 윤재와 진환의 아버지는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을 향해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욕설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렇게 10여분 가량을 서로 신나게 욕배틀을 하던 윤재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차분히 말했다.


“잘 들어! 이제부터 높임말은 끝! 어이 아저씨! 아들 살리고 싶으면 그 시신들 어디다 불태워서 묻었는지 불어! 안 그러면 저 귀신들이 니 아들놈 산채로 불태워 죽을지도 몰라. 아니 그렇게 하게 내가 모른 척 내버려 둘 거야! 그러니 아들 살리고 싶으면 당장 불어!”


윤재의 서슬퍼런 호통에 진환의 아버지가 수화기 너머로 주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 우리 아들 손가락 하나 건들이면 내 가만 안 있을 거요!”


“이야, 이 양반 진짜 노답이네. 야! 니 새끼는 털끝하나 다치면 안 되고, 죽은 사람들 시신은 그냥 이웃집 개만도 못하게 그렇게 대충 모아서 불 싸질러도 되는 거야? 너 진짜 사람 아니구나. 그냥 짐승 만도 못해.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또 다시 욕을 시작하려는 윤재의 팔을 붙잡고 민혁이 그러지말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민혁을 흘끔 본 윤재가 마지막으로 진환의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에효... 내가 또 흥분할 거 같거든? 그래서 어.디.다.가. 묻.었.을.까.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에도 안 말하면 그냥 전화 끊고 나는 갈랍니다!”


정말로 열이 받은 모양인지 한껏 또박또박 한 글자씩 힘주어 강조한 채 말하는 윤재의 눈빛을 핏줄이 서있었다.


윤재는 정말로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거.... 거 있잖아! 아파트 뒷동에 돌산 중턱에 널찍한 흙밭이 있어서 거 묻었소! 산 높이 중간쯤 될 거요. 소나무 몇그루 심어져있더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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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챕터6-103.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8) 23.12.05 27 1 11쪽
» 챕터6-102.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7) 23.12.05 28 1 11쪽
101 챕터6-101.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6) 23.12.05 29 1 11쪽
100 챕터6-100.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5) 23.12.05 27 1 11쪽
99 챕터6-99.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4) 23.12.05 28 1 11쪽
98 챕터6-98.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3) 23.12.04 29 1 11쪽
97 챕터6-97.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2) 23.12.04 34 1 11쪽
96 챕터6-96.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1) 23.12.04 29 1 11쪽
95 챕터6-95.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3) 23.12.04 31 1 11쪽
94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23.12.03 32 1 11쪽
93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23.12.03 31 1 12쪽
92 챕터6-92.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2) 23.12.03 32 1 11쪽
91 챕터6-91.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1) 23.12.03 31 1 11쪽
90 챕터6-90.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3) 23.12.03 32 1 11쪽
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2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38 1 11쪽
87 챕터5-87(완). 해태(獬豸)- 신수 해태 (2) 23.12.02 40 1 11쪽
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6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6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80 챕터5-80.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3) 23.12.01 37 1 14쪽
79 챕터5-79.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2) 23.12.01 36 1 11쪽
78 챕터5-78.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1) 23.12.01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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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챕터5-76. 해태(獬豸)-수원과 화성(華城) (1) 23.12.01 37 1 11쪽
75 챕터5-75. 해태(獬豸)-첫사랑 (2) 23.12.01 37 1 11쪽
74 챕터5-74. 해태(獬豸)-첫사랑 (1) 23.12.01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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