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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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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87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4 22:00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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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챕터6-98.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3)

DUMMY

민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휴대폰 너머 엄마에게 물었다.


“네? 나를요?”


“그래! 그 여자들이 이상한 게... 흰색 소복을 입고, 입이 귓가에 닿도록 찢어진 채 깔깔대고 웃으면서 젊은 여자 셋이서 너 발목을 붙들고 신난다는 듯이 어느 돌산 같아 보이는 곳으로 너를 질질 끌고 가는 게 아니겠니!”


민혁은 애써 당황한 마음을 숨긴 채, 불안에 떠는 엄마를 안심시키시 위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구... 우리 엄마 아부지 수술 때문에 예민해져서 그러신가 봐요! 너무 걱정이 많고 요즘 아버지 간병한다고 힘드셔서 그런 꿈 꾸신 걸 거에요. 꿈은 원래 반대라잖아요? 저한테 좋은 일 있으려고 하나봐요! 그리구 엄마, 저 그 여자들이 끌고 가도 하나도 안 무서워요. 제가 힘이 얼마나 쎈데 여자들이 끌고 간다고 끌려가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런 걸 무서워나 하겠어요?”


짐짓 웃어 보이며 민혁은 자신의 어머니를 다독거리고 있었다.


민혁의 어머니는 슬픔이 묻어나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진짜지? 진짜 우리 아들 괜찮은 거 맞지? 아무 문제 없는 거지? 괜찮은거지?”


연신 계속해서 괜찮은지를 묻는 엄마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에이... 진짜 괜찮다니까 우리 엄마 또 이러시네!”


민혁이 살짝 웃어 보이며 다시 한번 그녀를 안심시키자 그녀가 민혁에게 말했다.


“진짜.... 진짜지? 우리가 끌고 가도 진짜 괜찮다고?”


순식간에 휴대폰 너머로 낯선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신이라도 난 것처럼 민혁을 향해 미친듯이 소리쳤다.


놀란 민혁이 황급히 자신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을 바라보자 어느새 깜깜한 밤이었고, 자신의 반대쪽 손에 들려있는 것은 낡은 붉은색 벽돌 하나였다.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니 아까 그 여자 셋이서 신이라도 난 것처럼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진짜 우리가 끌고 가도 안 무섭다고?”

“진짜?”

“진짜로 안 무섭댔지?”


여자 셋은 입꼬리가 귀에 닿을 듯 서서히 찢어지며 민혁을 향해 다가왔고, 민혁은 놀랍다기보다 공포에 젖어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민혁은 자신의 시야가 흐려짐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민혁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두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민혁은 흐린 눈을 비벼가며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때 누워있는 자신의 옆에 반쯤 쭈구리고 앉아서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젊은 남학생 하나가 보였다.


민혁의 눈은 눈꼽이라도 잔뜩 껴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뿌옇게 보였는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정신이 드세요? 머리는 좀 어떠세요?”


“머리요?”


앳된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말투의 남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 보였다.


어린 남자가 눈짓으로 민혁의 머리를 가리키자 민혁이 서둘러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이마 한가운데는 퍼렇게 멍이 들었는지 누를 때마다 아팠고, 정수리 쪽은 심하게 부어있어 커다란 혹이 나있었다.


“으악! 내 머리 왜 이래요?”


순간 비명을 지른 민혁이 고통스러운 듯이 자신의 머리를 잡고 미간을 찌푸렸다.


점차 머리가 띵해오면서 ‘삐이’하는 이상한 이명(耳鳴) 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민혁이 고통스러워하자 어린 남자는 조심스럽게 민혁에게 다가와 그의 얼굴 근처에서 어떤 부적 하나를 태우더니 이상한 손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민혁의 흐릿했던 눈이 밝아지며, 시원한 무언가가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 것처럼 정신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 근데 누구세요? 여기 막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되는 곳인데...”


자신을 도와주는 듯한 어린 남자에게 민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젊다기보다 어려보이는 앳된 청년이 살짝 웃어 보이며 민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여기 터가... 너무 흉흉해서 지나는 길에 선생님이랑 잠시 들렸습니다.”


“선생님이요?”


민혁의 물음에 웃어 보이는 것은 윤재였다.


윤재는 민혁의 어깨를 부축해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뭐...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 그나저나... 이렇게 흉한 곳에서 어떻게 지내신 거에요? 여기 경비하시는 일 맡아서 하시는 거죠?”


윤재의 물음에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윤재에게 털어놓았다.


윤재는 민혁의 말을 천천히 들으며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민혁이 자신이 반쯤 누워있는 바닥을 보니 무언가 옅은 하얀색 물감 같은 것으로 어떤 문양이 새겨진 한가운데 자신과 이 청년이 있는 것이 보였다.


동그란 원 모양이 두 세 겹 겹쳐져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원을 따라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윤재가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민혁을 향해 말했다.


“선생님 말씀이... 지금 그쪽한테 엄청 센 귀신들이 여럿 감긴 상태라... 일단은 이렇게라도 막아야한다고 하셔서 결계를 쳐둔 거에요. 일단 지금은 이 결계 안에 있으면 안전합니다.”


윤재의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이었고, 민혁은 그때서야 자신의 선배가 걱정되어 윤재를 향해 말했다.


“저기... 지금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


“오늘요? 오늘 일요일인데요?”


분명 아까 기절했던 자신을 깨운 선배가 자신을 간이 침대에 묶어두었었고, 엄마와 통화를 했던 시간이 오후 5시쯤 되었던 터였다.


아직 시간상으로는 토요일 오후 5시 기껏해야 저녁 7시쯤 저녁 무렵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학생 말로는 지금이 일요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민혁은 그대로 최소 대여섯 시간 넘게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 된다.


“아까 제가 제정신이었을 때가 토요일 오후 5시 쯤이었거든요? 지금 일요일이면... 큰일인데!”


“왜요?”


“선배 말이... 여기서 일주일이 되면 사람이 꼭 죽는다고 했거든요. 저랑 같이 있던 선배가 여기서 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여기 남아있으면 선배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


“아... 그래요? 흠.... 그러면 여기서 일주일 이상 버틸 수 없을 거라고 하신 무명 선생님 말씀이 맞았네요.”


민혁의 말을 들은 윤재는 무명이 자신에게 말한 내용과 눈앞에 이 남자가 말하는 내용이 일치한다는 사실에 속으로 내심 무명의 혜안과 실력에 감탄했다.


“일단 무명 선생님은 주변 일대를 한번 둘러보신다고 하셨으니 여기서 저랑 있는 게 안전하실 겁니다.”


윤재는 자신의 손가락을 턱밑에 가져다대고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한편 윤재의 말처럼, 무명은 폐아파트의 뒤켠에 위치한 돌산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윤재와 함께 오게 된 것은 3년 전에 도움을 주었던 철원댁으로부터 연락을 받아서였다.


무명은 돌산 언덕길에 무수히 자란 잡초들과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3년 전의 새우젓고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3년 전 여름이었다.


분명 귀뚜라미 같기도 하고, 쓰르라미 같기도 한 이름 모를 풀벌레소리가 풍겨져오는 가운데, 덥고 습한 수풀 사이에서 무명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무명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천장과 벽이 깨지고, 움푹 패여 흉측스럽게 생긴 골조만 남은 건축물이 보였다.


군데군데 깨지고 파여 있는 돌덩어리들은 누군가의 공격을 받은 것 같기도 했다.


녹슨 최철문이 그 구조물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고, 사이로 보니 철근을 박아 2미터 쯤 되보이는 깊은 바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은 강원도 철원군에 자리잡은 새우젓고개 마을로 주변에서도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옛날부터 새우젓 상인들이 고개를 넘나들었던 험난한 고개는 새우젓고개로 더 유명했고, 산길을 따라 자동차 바퀴 때문인지 풀이 없는 좁은 길만 존재했다.


“아니, 밤마다 허구헌날, 저기서 초록색 도깨비불 같은 것들이 막 이리저리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닌다니까요!”


무서워서 몸서리치는 철원댁은 무명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단하신 도사 양반이라고 들었는데. 우리들 좀 구해주쇼! 못 살겠어라!”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무명의 팔을 잡고 도움을 요청하는 철원댁은 무명에게 귀신이 나온다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무명이 초록빛 잔디를 헤치고 찾아간 언덕에는 수풀이 우거진 숲 사이로 알 수 없는 이상한 돌로 이루어진 석조 건축물 5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 흠.... 군막사 시설 같기도 하고... 방공호 같기도 한데... 이게 대체 뭐야?


무명은 처음 보는 낯선 구조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중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영(靈)적인 기운에 흠칫 놀라 서둘러 수인을 맺으려던 순간이었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속에서부터 들려왔다.


그것은 분명 영(靈)적인 존재나 힘을 가진 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전음(顫音)이었다.


- 거, 젊은 양반! 우리 밥 좀 주오!


처음 듣는 알 수 없는 이상한 말투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피를 뚝뚝 흘린 채 다리 한쪽을 쩔뚝이는 팔 없는 군인 귀신이었다.


- 혹시 마을에서 보인다는 도깨비 불이 당신입니까?


무명이 조심스럽게 묻자 군인이 무명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멈추더니 이윽고 하나만 남은 자신의 팔을 자신의 등 뒤로 뻗으며 말했다.


-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전우(戰友)들도 함께 라오!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갑자기 그의 등 뒤로 군인귀신과 마찬가지로 신체 여러 부위를 다친 군인들의 형체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내 원인을 알았다는 듯한 무명이 그들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 제가 몰라 뵜습니다. 한국 전쟁 때 북한군과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이시지요?


무명의 말에 군인 귀신들은 자신들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무명에게 감탄하며 말했다.


- 내 아무리 마을 주민들에게 말하려 해도 다들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소리만 질러대고 도망가기 바쁘지, 그대처럼 이렇게 차분히 대답을 해주고, 우리 말에 귀기울여주는 이는 없었다오! 우리가 너무 배가 고파 그러니... 제사상 좀 차려주구려! 막걸리에 삶은 돼지고기 하나면 족하오. 들어줄 수 있겠소?


죽은 혼령이 되어서도 떨어져나간 팔과 총알에 맞은 다리가 아픈지 미간을 찌푸리는 그를 향해 무명이 살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 그럼요! 제가 꼭 준비해서 대접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나라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명은 다시한번 고개를 숙여 깊이 감사를 올렸고, 그런 무명을 향해 군인들은 힘차게 손을 들어 경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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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23.12.03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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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챕터6-91.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1) 23.12.03 31 1 11쪽
90 챕터6-90.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3) 23.12.03 32 1 11쪽
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3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39 1 11쪽
87 챕터5-87(완). 해태(獬豸)- 신수 해태 (2) 23.12.02 40 1 11쪽
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6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6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80 챕터5-80.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3) 23.12.01 37 1 14쪽
79 챕터5-79.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2) 23.12.01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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