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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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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96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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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6-99.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4)

DUMMY

그렇게 무명은 그 다음 날 바로 새우젓고개 마을로 찾아가 이장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해마다 무명이 정해준 음력 날짜에 삶은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거하게 차려 새우젓고개에 있는 그 장소에 제사상을 차려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사실 강원도 철원은 한국전쟁의 격전지이자 북과 맞닿은 요충지였다.


지금 새우젓고개 언덕에 존재하는 이 다섯 개의 석조건물들은 탁한 물로 가득 차 철문으로 닫혀있어 흉측스럽고 기괴한 모습이지만 사실 물을 저장해 주변 마을에 수도를 공급하는 ‘수도국지’였다. 수도국지라 함은 1930년대에 철원 시내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일종의 정수장 내지 집수장을 말했다.


이 수도국지는 새우젓 고개에서 8킬로미터 쯤 떨어진 안양골 수취댐으로부터 수로(水路)로 연결되어 사람들에게 편히 물을 공급하던 소중한 곳이었다.


북한과 전쟁 당시 이 시설을 지키려고 수많은 남한 군인들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 당시 격렬한 전투의 흔적은 석조 건물 곳곳에 박힌 총탄자국과 폭탄이 터진 흔적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새우젓 고개를 넘나들 때, 그쪽을 쳐다보면 귀신에게 홀려 그대로 석조건물 물웅덩이에 빠져 익사한다느니, 밤마다 총소리와 군인들 고함소리에 도깨비불이 뛰어다닌다는 등의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에게 더 공포스런 장소로 각인 된 것이다.


무명은 차분히 이들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제사상을 차려 그들을 극진히 대접하게끔 하였다.


그 이후로 새우젓고개에서 사람이 죽는다느니, 도깨비불에 사람들이 홀려 사건사고가 난다느니 하는 이상한 소문은 더 이상 마을에서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무명이 이 새우젓고개 사건을 해결한지는 어느 새 햇수로 3년이 지나있었다.


그는 3년 전 자신이 처리했던 철원 새우젓고개에 사는 철원댁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이곳 폐아파트에 온 것이다.


철원댁은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였는데, 자신의 같은 고향마을에 살던 동무의 아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철원댁이 말한 동무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폐아파트 경비를 맡은 민혁의 엄마였다.







윤재가 한참 민혁을 진정시키며 그의 옆에서 민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무명은 주변 폐아파트를 홀로 천천히 돌아다니며 유심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 범상치 않은 기운으로 가득 차있네... 자칫하다가는 나 역시도 홀릴 것 같은 기운이다...


무명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오른손에 쥔 붓에 가득 힘을 주었다.


때는 늦가을이자 초겨울로 접어드는 10월이었다.


철원댁의 친구라고 하는 중년의 여인과 통화를 한 무명은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꿈에서... 여자 세 명이 제 아들 발목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갔다니까요? 한두번이면 몰라도 일주일 내내 계속해서 똑같은 꿈을 꾸는데... 그 꿈을 꿀 때마다 꿈 속에서 보이는 민혁이 얼굴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게 보여서... 하루는 아예 그 꿈을 안 꾸려고 제가 날밤을 샜습니다.”


“네, 그런데요?”


무명이 인자한 말투로 살며시 웃으며 묻자 휴대폰 너머로 민혁의 엄마는 한숨을 푹 쉬더니 무명에게 말했다.


“글세, 제가 고단했는지 깜빡 선잠을 자고 말았지 뭐에요! 그런데 꿈 속에서 제 아들 발목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가는 제일 대장 같아 보이는 나이 든 여자가 저를 흘끗 째려보더니.... 글쎄...”


힘에 부친 것인지, 아니면 끔찍한 기억에 몸서리를 치는 것인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민혁의 어머니를 향해 무명이 말했다.


“네, 어머님! 괜찮으시니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보세요!”


“그... 그게... 그게요! 니 까짓 게 잠을 안 잔다고 아들 놈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냐면서... 이제 하루만 더 있으면 니 아들 놈 목숨은 산 목숨이 아니라면서 어찌나 표독스럽게 웃던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서 제가 어쩌나 저쩌나 하면서 동네 유명한 무당을 전부 죄다 찾아갔어요.”


“아... 네, 동네 무당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터를 잘못 건드렸는데, 자기는 할 수 없다고. 어차피 다른 무당들 찾아가도 똑같을 거라고.... 재수 없다면서 저를 내쫓더라구요.. 다른 무당들 찾아가도 똑같은 말만 하고... 방법이 없대서... 제 고향친구 철원댁이 예전에 새우젓고개 이야기를 해준 게 생각이 나서... 급히 연락드렸습니다. 도사님! 제발 저희 아들 좀 살려주세요! 민혁이 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마지막에는 거의 흐느끼다시피 울부짖은 민혁의 엄마라는 여자의 말에 무명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무명은 그녀와의 전화통화를 마치마자마 민혁이 지금 일하고 있다는 폐아파트 장소로 급히 윤재와 함께 길을 나섰던 것이다.







민혁의 어머니가 알려준 곳은 도심하고 가까운 곳이었다.


미리 폐아파트로 가기 전에 자료를 찾아보니 고속도로 인근의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돌산을 깎아 8층 높이의 세 개동짜리 작은 아파트 단지를 지은 모양이었다.


분양을 코앞에 둔 시점에 사업주체가 부도나면서 채무가 얽힌 공사 관계자가 유치권을 행사 중인 듯 했다.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건물 사용검사를 받지 않은 건물이라도 등기는 가능했기 때문인지 등기는 올라와있는 이상한 건물이었다.


무명과 윤재가 근처 허름한 노포식당에서 저녁을 가볍게 해결하고, 폐아파트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가 막 넘겼을 때였다.


무명과 윤재는 조심스럽게 폐아파트 주변을 둘러보며 이상한 기운을 느끼려 집중하고 있었다.


산을 깎아서 만든 아파트라고 하더니 비탈길에 지어진 아파트가 보였고, 빛 한 줄기 없이 어둠이 짙게 내린 가운데 주변을 따라 철망으로 철책을 쳐둔 것이 보였다.


얼키설키 연결된 철망에는 ‘유치권 행사중-사유지 침범 시 형사 고발 조치하겠음’이라는 붉은 글씨로 써진 팻말이 곳곳에 달려있었다.


아파트 뒤쪽에 있는 60도 정도 되 보이는 경사의 산비탈 너머로 희끗한 무언가가 보였다.


윤재가 서둘러 무명을 불렀다.


“선생님! 저기!”


영(靈)적인 기운을 느끼거나 알아차리는 데는 무명보다 윤재가 더 예민한 편이었다.


윤재가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무명의 눈에 희끗한 무엇인가가 보였다.


무명이 서둘러 윤재에게 눈짓하자 둘은 서둘러 수인(手印)을 맺고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작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손끝에 맺히더니 무명과 윤재는 각자 자신의 손바닥으로 각자의 두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뿌옇게만 보이던 7~800미터 가량 떨어진 돌산의 형체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헐! 저게 뭐에요?”


깜짝 놀란 윤재가 소스라치게 놀라 큰 목소리로 말하자 무명이 껄껄대며 대답했다.


“뭐긴 뭐야! 귀신이지! 귀신 처음 봐?”


윤재가 귀신을 보고 놀라 어이없어하는 이유는 눈앞에 펼쳐진 기괴한 모습 때문이었다.


지금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목을 기린처럼 길게 늘어뜨린 채 돌산 위에서 신이라도 난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는 세 명의 여자들이었다.


세 명의 여자들은 모두 흰 소복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강강술래라도 하듯이 손을 서로 마주잡고 미친 듯이 돌산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야... 눈 앞에서 봤으면 놀라서 그대로 기절했을 것 같은데요?”


“그러게, 괴상하긴 하네... 흠... 저걸 어찌 처리한담....”


무명과 윤재가 생각에 잠긴 사이 갑자기 돌산에 있던 세 여자 중 제일 덩치가 커 보이는 여자 하나가 얼굴을 휙 돌려 윤재를 노려보았다.


“엇! 선생님! 저거 우리가 쳐다보는 거 눈치챘나 본데요? 들켰나봐요!”


윤재가 커다란 눈을 꿈뻑거리며 무명을 바라보자 무명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혀를 한번 차고는 윤재에게 말했다.


“지금 컨테이너 저 숙소 안에 한명은 기절해 있고, 다른 한명은 아파트 내부에 있나보다! 일단 너가 빨리 아파트 내부로 가서 수호결계를 쳐두고 기다리고 있어! 내 금방 가마!”


무명은 서둘러 수인을 다시 맺고, 눈앞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와 철책 철망을 묶은 쇠사슬을 자신의 손날로 내리쳤다.


분명 아무런 장비 없이 맨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도끼날로 내리친 듯 순식간에 쇠사슬이 잘려 바닥에 요란스럽게 떨어졌다.


윤재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와중에 무명은 품 안에서 작은 부적 하나를 떠내 컨테이너 숙소 문 앞에 붙였다.


그리곤 무명은 윤재의 어깨를 한번 토닥인 뒤 미친 듯이 폐아파트 옆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파트 오른쪽 샛길을 따라 이어진 돌산으로 올라가려는 눈치였다.


무명의 말대로, 윤재 역시 서둘러 아파트 내부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안에 다른 한명의 일반인이 있다면 저 귀신들이 돌산에서 내려오기 전에 서둘러 보호해야했다.


윤재가 주변을 살피며 자신의 품 안에서 작은 붓 하나를 꺼냈다.


이 붓은 무명이 윤재가 자신에게 수련을 시작한 지 2년 즈음 되었을 때, 귀중한 나무를 깎아 만든 붓이라며 자신에게 선물해준 것이었다.


수원에 있는 오래되고 영험한 고목(古木)이 번개를 맞아 쓰러졌을 때, 그 나무를 깎아 만든 벽조목이라고 했다.


구하기 힘들다 못해 불가능할 정도라는 소중한 것을 자신을 위해 서슴없이 건네준 무명도사를 향해 윤재는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 근데...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그래도 나를 믿어서 맡기신 일인데! 어떻게든 해내야해!


윤재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서둘러 폐아파트로 향했다.


윤재는 폐가나 다름없는 폐아파트 내부로 들어가자 불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윤재는 조심스럽게 붓 끝에 힘을 모으며 기운을 주입했다.


이윽고 붓 끝에서부터 은은하게 작은 불빛이 비추어 주변이 밝아져오자 어느새 시야가 확보되어 주변이 분간이 가기 시작했다.


윤재가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순간 갑자기 윤재의 머리 위쪽에서 우당탕하는 요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무언가 집어던지는 듯했고, 둔탁한 것으로 벽을 내리치는 것 같기도 했다.


윤재가 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급히 뛰어 올라갔다.


미친 듯이 뛰어올라간 윤재의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어느새 산에서 내려온 여자 귀신 둘이서 어떤 젊은 남자의 양쪽 어깨를 하나씩 움켜쥐고 그대로 그 머리를 벽에서 갖다 대고 쿵쿵 찧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남자의 머리에서는 흥건하게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대로 두었다가는 그 남자가 죽을 것만 같았다.


윤재는 서둘러 붓으로 결계를 치고 수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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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챕터6-103.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8) 23.12.05 27 1 11쪽
102 챕터6-102.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7) 23.12.05 28 1 11쪽
101 챕터6-101.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6) 23.12.05 30 1 11쪽
100 챕터6-100.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5) 23.12.05 27 1 11쪽
» 챕터6-99.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4) 23.12.05 29 1 11쪽
98 챕터6-98.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3) 23.12.04 30 1 11쪽
97 챕터6-97.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2) 23.12.04 35 1 11쪽
96 챕터6-96.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1) 23.12.04 29 1 11쪽
95 챕터6-95.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3) 23.12.04 31 1 11쪽
94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23.12.03 32 1 11쪽
93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23.12.03 31 1 12쪽
92 챕터6-92.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2) 23.12.03 32 1 11쪽
91 챕터6-91.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1) 23.12.03 31 1 11쪽
90 챕터6-90.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3) 23.12.03 32 1 11쪽
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3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39 1 11쪽
87 챕터5-87(완). 해태(獬豸)- 신수 해태 (2) 23.12.02 40 1 11쪽
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6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6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80 챕터5-80.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3) 23.12.01 37 1 14쪽
79 챕터5-79.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2) 23.12.01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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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챕터5-76. 해태(獬豸)-수원과 화성(華城) (1) 23.12.01 38 1 11쪽
75 챕터5-75. 해태(獬豸)-첫사랑 (2) 23.12.01 37 1 11쪽
74 챕터5-74. 해태(獬豸)-첫사랑 (1) 23.12.01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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