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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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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91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4 19:00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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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6-97.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2)

DUMMY

그렇게 그녀들이 저 멀리 사라지는지 유심히 살피던 민혁과 선배는 어느새 그녀들이 보이지 않자 발걸음을 돌려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갔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라면 뚜껑을 따 라면 스프가루를 쏟아 붓던 선배가 말했다.


“너 조심해라. 우리 이제 오늘 밤 지나면 6일째야! 내일은 무조건 나가야해! 꼭 기억해!”


선배의 말처럼 그들은 월요일부터 이 곳에서 경비일을 맡아 이 폐아파트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 밤 자정을 넘기면 토요일이니 어느새 6일째가 된 것이다.


선배의 말에 민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끓는 물을 컵라면에 조심스럽게 따라 부었다.


한창 컵라면을 먹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각자 스마트폰으로 유투브를 보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떼우던 그들이었다.


어느 새 선배는 졸립다면서 자신에게 3시간 뒤에 깨워달라는 말만 남긴 채, 먼저 잠을 잔다며 작은 간이침대에 몸을 누웠다.


그들은 3시간 간격으로 서로 불침번을 서며 주변 폐아파트 순찰을 돌고 있었다.


민혁은 무료한 시간을 떼우며 핸드폰으로 자신이 즐겨보는 웹툰 만화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컨테이너 박스 창문에서 무언가 ‘톡톡’하고 두들기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마치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톡톡 치는 듯한 소리에 흠칫 놀란 민혁이 서둘러 유리창 쪽으로 가까이 가서 핸드폰 플래시를 비췄다.


민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까 자신과 선배에게 폐아파트 탐험을 부탁했던 그 여자 셋이었다.


민혁이 놀라 잠이 든 선배를 깨울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에 결국 조심스럽게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민혁을 본 그녀들은 아까처럼 바들바들 떨며 그를 향해 물었다.


“저희가요. 아까 가려다가... 여기까지 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저희가 힘들게 구한 비싼 장비도 챙겨오고 해서 꼭 여길 보고 싶어서요... 이렇게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자신의 손에 들린 작은 장비를 보여주며 민혁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그녀가 손에 쥔 것은 무전기 같아 보이는 검은색 기계였는데, 작은 초록색 불빛이 여기저기 반짝이며 무언가 측정하는 듯 했다.


신기하다는 듯이 그것을 쳐다보던 민혁의 시선을 느꼈는지 여자가 살짝 웃으며 민혁에게 말했다.


“이게요. 귀신이 나타나면 신호를 주면서 알람이 울린다는 기계인데, EMF라는 장비에요. 저희가 큰 맘 먹고 제일 비싼 걸로 산 건데. 저희 한번만 안에 들여보내주시면 안될까요? 조용히 보고 금방 나올게요! 네?”


어느새, 그녀는 민혁에게 다가와 그의 팔을 붙잡고 애원하고 있었다.


민혁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허락하는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대신... 조용히 보고 바로 나오셔야합니다!”


민혁의 말에 그녀들은 빙긋 웃어 보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이 앞장을 서고 그녀들을 조용히 민혁의 뒤를 따라갔다.


민혁이 먼저 폐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는 철문에 잠긴 쇠사슬 열쇠를 열고, 폐아파트 내부로 향하자 그녀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지 침을 꿀꺽하고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 위험한 장치나 시설은 없습니다. 그래도 안에 깨진 유리창문이며. 천장이 무너진 것인지 도배지가 들떠서 축 늘어진 곳도 있고 하니... 다치실 수 있으니 아파트 안쪽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는 마십시오.”


민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파트 내부는 방치된 채 오래된 탓에 곳곳에 초록색 페인트 칠이 벗겨져 흉물스러웠고, 비둘기들이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와 방 안에 알이라도 깐 것인지 어떤 집은 비둘기 소굴이었다.


곳곳에 거미줄과 곰팡이가 핀 집도 있었고, 말 그대로 폐가의 집합체라 할 수 있었다.


“있잖아요, 아저씨!”


- 에이 씨, 기껏 큰 맘 먹고 안에 들어오게 해줬더니! 나보고 아저씨라고?


아저씨라는 말에 발끈한 민혁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등을 돌려 자신을 향해 ‘아저씨’라고 말한 여자를 슬쩍 바라보자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민혁에게 말했다.


“여기 폐아파트 뒤쪽에 돌산 있잖아요?”


“네, 돌산 깎아서 만든 아파트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거기 돌산에 무덤 엄청 많은 거 아세요?”


그녀는 뭐가 그리 신이 난지 점점 더 환하게 웃으며 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녀를 향해 물었다.


“저는 이쪽 동네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무덤도 있고 그래서 귀신 있을까봐 장비까지 챙겨서 오신 겁니까?”


민혁이 다시 등을 돌려 아파트 내부로 걸으며 묻자 뒤편에서 ‘크큭’거리며 웃겨죽겠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두명이 아니라 세 명이 동시에 웃는 것인지 분명 여러 명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아저씨 우리랑 같이 여기서 살래요?”


그녀들의 목소리가 민혁의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순간 아까 선배와 담배를 피울 때, 자신의 등 뒤에서 차가운 손가락으로 등을 훑는 듯한 기운이 다시 한번 느껴지며 민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민혁이 뒤를 돌아 그녀들을 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요란스럽게 울리는 시계 알람음 같은 것이 들려왔다.


'삐----삐빅!' 거리며 엄청난 굉음을 내는 EMF 기계음 소리와 함께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민혁을 향해 달려오는 듯 했다.


민혁은 그렇게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야! 서민혁! 민혁아!”


거칠게 자신의 뺨을 때리며 민혁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은 선배였다.


“어랏? 선배? 나 여기 왜 이러고 있어요?”


민혁이 힘겹게 눈을 뜨고 바라보자 선배는 자신을 향해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컨테이너 사무실 안 간이침대에 눕혀 꽁꽁 묶여있었다.


“어휴... 정신 차려 다행이다.”


“선배, 나 왜 묶여있어요? 뭐에요, 이거?”


민혁이 내려다본 모습은 간이침대 봉에 빨간 노끈으로 꽁꽁 싸매져 묶여있는 자신의 팔과 발목이었다.


“말도 마라... 너 어제 일 기억 안나?”


“네? 어제요?”


“그래, 임마! 어제 나 먼저 잔다고 하고, 3시간 뒤에 깨워달랬잖냐?”


“네. 근데 어제 그 여자 셋이 다시 와서...”


분명 선배가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던 것을 어기고, 자기 마음대로 그녀들을 들여보낸 것이 못내 미안했던 민혁이 주춤거리며 말했다.


“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선배 왜 욕을 하고 그래요. 왜요? 뭐 그 여자들 뭐 사고치고 갔어요?”


선배는 한숨을 한번 깊게 내쉬고는 말없이 자신의 핸드폰을 민혁의 얼굴에 가져다댔다.


민혁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 그곳에는 선배의 핸드폰에서 재생되고 있는 CCTV 어플이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컨테이너 사무실 문 앞에서 서 있는 것은 민혁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가만히 서서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선배 이게 뭐에요?”


“야! 어제 너 혼자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뭐라 중얼중얼 거리더니 혼자서 저 아파트로 들어갔어!”


선배는 바로 손가락을 눌러 다른 CCTV 화면을 재생했다.


이내 보이는 모습은 혼자서 아파트를 막아둔 바리게이트 철창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언가 안내하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위로 젖히더니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방방 뛰는 듯한 자신의 모습에 민혁은 흠칫 놀라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CCTV 속 자신은 미친 듯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더니 갑자기 멈춰서고는 아파트 내부를 미친 듯이 여기저기 달리며 유리창을 깨부수고, 벽에 돌덩어리를 집어던지며 아파트 내부 실내를 미친듯이 깨부수고 있었다. 마치 아파트 건물 자체를 부술 엄청난 기세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젓던 민혁에게 선배가 말했다.


“야! 너 무조건 여기 그만둬! 너 뭔가 홀린 거 같다!”


선배의 말에 민혁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선배를 향해 말했다.


“선배! 진짜 죄송한데, 진짜진짜 죄송한데요. 저 여기 더 일하면 안 될까요? 아버지 병원비가 필요해서요. 당장 수술하셔야하는데 병원비가 모자라요. 사람 한번 살린다 생각하고 제발요! 선배,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네? 한번만 도와주세요!”


민혁이 간절하게 말하며 선배의 팔을 붙들고 부탁하자 선배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버지 수술비 때문에 너 일하는 거 다 알아. 근데 너 이러다가 큰일 나. 여기서 죽은 사람들 많다고 내가 말 했잖아! 너 내일 죽을지도 몰라!”


“에이, 선배! 진짜 괜찮다니까요? 걱정말구... 그냥 제가 여기 며칠 더 있어볼게요! 네? 제발요!”


민혁의 간곡한 부탁에 선배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민혁에게 말했다.


“너..... 후.... 아니다!”


“에에? 선배! 말하다가 끊기 있어요? 뭔데요?”


민혁이 자신의 손에 묶인 노끈을 풀어내며 말하자 선배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내일 여기 온다는 내 친구새끼 하나가 내빼서... 사람 한명 더 구해야하긴 하는데....”


망설이며 중얼거리는 선배를 향해 민혁이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야! 이건 진짜 하늘의 뜻이다. 선배, 내가 할게요, 내가! 선배는 그냥 이따 오후 교체시간에 가시고, 내가 있으면 되는 거죠? 잘 됐다!”


신난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민혁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선배를 무시하며 민혁은 서둘러 냉장고를 열고 무언가 먹을 것이 있나 뒤적이고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껏 들뜬 민혁과 달리 선배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했다.






“엄마! 아부지 수술 다음 주에 그냥 해요! 내가 어떻게든 수술이 마련할 수 있을 거 같아!”


민혁은 서둘러 컨테이너 사무실 뒤쪽으로 가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민혁아... 근데... 엄마가.... 이상해서..”


꺼림칙한 말투로 말끝을 흐리는 엄마를 향해 민혁이 해맑게 물었다.


“응? 뭐가 이상한데요?”


“어제 꿈자리가 너무 뒤숭숭해서...”


“꿈이요? 무슨 꿈을 꾸셨길래?”


민혁은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해 기뻐할 줄 알았던 어머니가 짐짓 심각한 말투로 뜸을 들이자 이상한 기분이 들어 어머니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꿈을 꾸셨길래 그러세요?”


“아니, 그게 말이다.... 어제 꿈에.... 여자 셋이 네 발목을 붙잡고 너를 어디로 질질 끌고 가는 거 아니겠니?”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들은 민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분명 여자 셋이라고 했다.


자신이 겪은 일을 생각하면 우연치고는 무언가 찜찜하고 이상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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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챕터6-103.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8) 23.12.05 27 1 11쪽
102 챕터6-102.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7) 23.12.05 28 1 11쪽
101 챕터6-101.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6) 23.12.05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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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챕터6-99.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4) 23.12.05 28 1 11쪽
98 챕터6-98.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3) 23.12.04 30 1 11쪽
» 챕터6-97.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2) 23.12.04 35 1 11쪽
96 챕터6-96.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1) 23.12.04 29 1 11쪽
95 챕터6-95.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3) 23.12.04 31 1 11쪽
94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23.12.03 32 1 11쪽
93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23.12.03 31 1 12쪽
92 챕터6-92.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2) 23.12.03 32 1 11쪽
91 챕터6-91.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1) 23.12.03 31 1 11쪽
90 챕터6-90.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3) 23.12.03 32 1 11쪽
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3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39 1 11쪽
87 챕터5-87(완). 해태(獬豸)- 신수 해태 (2) 23.12.02 40 1 11쪽
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6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6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80 챕터5-80.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3) 23.12.01 37 1 14쪽
79 챕터5-79.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2) 23.12.01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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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챕터5-76. 해태(獬豸)-수원과 화성(華城) (1) 23.12.01 3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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